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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하게 힘을 휘두른다는 건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힘을 제대로 조종하지 못하는 경우와 또 다른 하나는 그 힘에 심취한 나머지 중독이 된 경우다. 어처구니 없게도 나는 그 전자에 속했으며, 마리아와 동화된 상태로 검은 달의 여왕의 권능을 억지로 끌어올려 사용한 결과...

 

여왕님! 이쪽 한번만 보시죠!”

 

여왕님! 이쪽으로 와서 저희들에게 축복을...”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렇게 되기까지 20분 전의 상황으로 되돌려보자.

사실상 무력으로 참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리아는 무력이 아닌 자신의 권능을 이용하면, 자신이 다른 차원의 환경으로부터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나는 검은 성배를 불러오는 것까지 성공하고 휘두르는 걸 생각했는데, 애초에 내가 마리아와 자주 동화는 되었어도 그 권능이 뭐가 있는지 잘 몰랐으니, 어떻게든 권능을 사용해서 이 상황을 정리해야겠다는 심산으로 대충 휘저으며 검은 성배의 물이 폭포수처럼 흐르기 시작했고...

 

, 잠깐만 카일이여! 그 권능은!”이라는 마리아의 소리를 들은 것으로 내 본능이 , 이거 완전히 소나무 잣이 되어버렸는데요?”라고 답했다. 의문사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답한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 소나무 잣이 되었다는 말이 왜 이리 거슬릴까? 이게 그나마 15세까지 볼 수 있게 만들어서 그런가? , 그건 둘째치고...

 

. 아무래도 마왕성에 있어야 할 자들이 아니라, 그대 옆에서 보필해야 할 거 같구나...짐은 마왕이긴 하나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다면, 눈물이 앞을 가리는 현상은 피하지 못하겠노라.”

 

자신의 정예병을 단 한방에 다 잃어버린 마왕과 심복들은 그저 허탈하게 마왕성으로 돌아갔고...아니, 이러니까 마왕이 로켓단처럼 보이잖아. 너무 허망하게 돌아간다고!

 

애초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싸우지 않고 이 많은 병사들을 내 부하로 만드는 건 계획에 없었다. 생각을 해보면 마리아의 주특기는 정신공격이었지? 내가 그걸 생각하지 않고 멋대로 검은 성배를 휘두른 대가가 이건가?

 

이래서야 성녀라고 볼 수도 없잖아?”

 

어차피 모두 검은 달의 일원들이니 모조리 첩에게 맡기기나 하거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마리아의 손짓으로 인해, 수많은 정예병들이 모두 검은 성배 속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저 성배는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구나?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 구간이 있을 거 같지만...그보다...

 

마리아? 내 머리카락이 검은색에서 안 바뀌는데요?”

 

. 완벽하게 동화되었으니 그런 거다. 신경 쓰지 말거라.”

 

. 그렇구나.”

 

잠깐? ?

 

완벽하게 동화라뇨! 벌써 적응하신 거에요!”

 

그야 그 정도 힘을 무지막지하게 휘둘러도 이렇게 안정적인 걸 보면, 카린의 몸과 첩이 잘 맞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보다 카일이었을 시절에도 몇 번 그대의 몸에 숨어들지 않았는가?”

 

하긴...그렇긴 한데...

이렇게 되면 용사 일행이 머리가 검은색이 되었단 이유로 마녀재판을 시작하지 않을까? 아니면 탄환논파를 시작해서 초고교급 검정이 될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초고교급 벌칙을 받는 것이 아닐까?

 

어이. 카린이여? 초고교급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겠느냐?”

 

그치만 마리아? 초고교급이에요? 초고교급이 얼마나 파괴력이 높은데요? 초고교생만이 얻을 수 있는 호칭이에요? 그런데 제가 과연 초고교급의 검정이 될 수 있을까요?”

 

하아...어째서 다른 이야기로 튀어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빨리 돌아오거라. 안 그러면 그대의 머리에 직접적으로 지금까지 백장미 컬렉션을 모조리 다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노라?”

 

! 제발! 그것만은! 그러지마! 마리아! 이 나쁜 사람! 그러지 마!”

 

안 돼! 내 머리 속에 다른 영상이 들어오고 있어! ! 제발 그만! 남자에게 토끼 복장을 입히는 거 아냐! 2초만에 끝나버린다고! 24시간 내내 발정기가 아니란 말이다! 제발 그만해!

 

정신적인 충격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있을 때, 초고교급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기 전에 잡화점으로 돌아왔다. 아직까지 리제로트가 칸포리우스 제국으로부터 지원군을 이끌고 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지만, 이 정도면 하란국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벌어준 것이 아닐까? 그보다 왜 이렇게 오지 않는 거지? 보통 지원군을 부른다면 1주일 이내에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카일이여. 보통 사람이 신뢰를 얻고 지원군까지 부르는 단계를 얻고자 하는 것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그렇게 길게 걸려요?”

 

대체 그대는 외교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 건가? 평소에는 꽤나 치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럴 때만큼은 정말 터무니 없는 생각을 지녔노라.”

 

터무니 없는 생각만 있는 건 아니다.

절대 아니야.

 

그러면 어쩌다 보니 첩은 군사를 얻었고, 상은 무엇으로 해주는 것이 좋은가?”

 

우선 남자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네요. 마리아라면 제 힘을 억누를 수 있잖아요.”

 

. 그건 곤란하군. 그렇지! 첩이 귀청소를 해주겠노라!”

 

남자로 돌아가고 싶어요!”

 

. 곤란하다. 그렇지! 첩의 성배의 기능을 자세히 알려주도록 하지!”

 

남자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도대체 몇 일째야?

아니 몇 주째야?

아니 얼마나 더 있어야 해!!!

 

그 모습 그대로 귀여우니 앞으로 그래도 살면 되지 않는가? 어차피 카일의 근본이 중요한 거지, 겉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라.”

 

어떻게든 이 모습에서 안 바꾸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하시네요?”

 

그러면 첩이 남자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걸 협조해주는 대신 백장미 프레스티지 에디션을 해야 하니라.”

 

그건 또 무슨 에디션이야!!!”

 

돈이 꽤 많이 나갈 거 같은 에디션이잖아? 마리아의 터무니 없는 제안은 결국 강제로나마 날 여자로 있게 만들었다. 남자로 변해도 백장미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지옥을 넘어도 지옥이란 소리인가? 아니, 지옥을 넘었더니 연옥이었다는 결말인가?

 

***

 

용사 일행을 만나기엔 검은 머리카락으로 변해버린 터라 마음이 걸린다. 하지만 어차피 난 성녀도 아니고, 용사와 루니아 누나가 연습하고 있는 연무장으로 들어갔...

 

, 살려주세요오!”

 

아아~♥ 용사는 왜 이리 귀여운 거에요오~

 

...도대체 이건 뭐가...

아니지, 내가 할 행동은 따로 있지.

 

,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게 아니에요! 성녀님!”

 

일단 지금 당장 설명할 수 있는 건, 대충 귀여운 걸 보면 미쳐 날뛰는 루니아 누나가 용사를 덮치는 장면이었다. 이건 마치 맹수가 사람을 공격할 때 그 모습.

 

어라아? 카린? 머리가 검은색으로 되었네요오?”

 

마리아와 싱크로 되었거든요. 이제 엑셀 싱크로의 길만 남았...아니, 이게 아니라. 지금 뭐하고 있는 거에요? 제가 용사에게 쓸 때 없는 트라우마는 남기지 말라고 했죠?”

 

그래도 우리 용사는 배우는 속도가 빠른 걸요오?”

 

그렇게 정당화해도 안 돼.

당장 떨어져.

안 그러면 저 멀리 있는 포돌이를 강제로 소환할 거야.

아니, 포순이인가?

 

아 몰라! FBI까지 같이 와라!

 

“FBI OPEN UP!”

 

순식간에 모든 창문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그와 동시에 모든 특수대원들이...

 

[Take 2]

 

그래도 우리 용사는 배우는 속도가 빠른 걸요오?”

 

배우는 속도가 빠른 게 아니라 루니아 누나가 용사를 습격하는 속도가 더 빠른 거 아닐까요?”

 

언니에요오.”

 

루니아 언니...아무튼! 지금 당장 용사를 해방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같이 안 잘 거에요. 알겠어요?”

 

.”

 

방금 혀를 찬 루니아 누나의 모습에서 다크한 암흑의 오러가 보인 거 같은데? 용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내 등 뒤까지 숨어서 루니아 누나를 기피하고 있었다. 다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건 고마워요...”라는 수줍은 용사의 한마디였다.

 

키르갤이 왜 용사에게 빠졌는지 알 거 같네.”

 

?”

 

아무것도 아니에요. 용사님은 어서 일행에게 돌아가세요. 제 머리에 대해선 마왕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서 바뀐 거라고 미리 알려주시고요. 아무 말 없이 제 머리가 검은 색으로 변해서 난리가 나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 말이죠.”

 

마굴에서 빠져나가는 듯이 재빠른 발걸음으로 도망가는 용사를 뒤로하고, 루니아 누나와 잠깐이나마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진지한 이야기라면 저와 카린의 2세 계획이죠오?”

 

어느 방면에서는 그게 정말 진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진지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없잖아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곳은 엘티노스가 없고, 이 세계는 누군가의 각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거라고요.”

 

각본가는 모조리...”

 

모조리 날렸어요. 다만, 각본가라는 역할 자체만큼은 날려보낼 수 없었다는 게 크죠.”

 

지금 어느 누군가는 각본가를 하고 있고,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거라면...

 

어릿광대. 어째서인지 그 녀석의 행보를 알 수 없다고 했더니만, 어처구니 없게도 어릿광대의 각본일 가능성이 매우 커요.”

 

유랑극단 중 한 명.

최고이자 최악의 도플갱어.

만인을 속이기 위해 누구든 연기할 수 있는 최고의 광대.

 

어릿광대가 각본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요오? 그건 말도 안 될 거 같은데에...”

 

내 말에 동의를 할 줄 알고 내심 기대를 했지만, 루니아 누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면서 부정을 표했다. 어릿광대가 각본가일 가능성이 있다는 건 동의를 하는 바이지만, 뭔가 의심적인 모습이 나의 의문을 끌어올렸다.

 

그건 왜요?”

 

그치마안...어릿광대가 각본가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한다며언, 카린이 지금쯤 휘둘려야 하는데 용사가 휘둘리고 있잖아요오?”

 

그야 제가 각본에 쓰여지지 않으니까.”

 

그때 각본가도 카린이 각본에 쓰이지 않아서, 주변인물을 통해 수 백, 수 천 번을 더 굴리고 또 굴린 거 기억 안나세요오? ! 물론 백장미 촬영은 굴리는 것이 아닙니다아? 그건 성스럽고 절대적인 행사 중 하나였죠오.”

 

황홀한 표정으로 그런 소리 하지 마시죠.”

 

루니아 누나는 마치 천사를 보았어.”라는 표정으로 허공을 향해 멍 때리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 각본가가 누구인지 밝혀내야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아니면 각본가가 없어질 때마다 세상이 다 갈려버릴 테니 방치하는 것이 좋은 건가?

 

그런데 용사를 길러서 마왕을 무찌르게 할 생각인가요오?”

 

글쎄요? 그나저나 저 용사는 어때요?”

 

귀엽고 순진한 것에 비해 전투만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잘 하더라고요오. 물론 너무 직선적인 움직임만 있어서 교정해주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마안, 조금씩 조금씩 세ㄴ...아니, 교육을 해가면서 성장한다면, 분명 좋은 백장미 소재...가 아니라 용사가 될 수 있을 거에요오.”

 

지금 백장미 소재라고 했죠! 검술교육을 하라니까 뭘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루니아 누나는 요염한 눈을 하며 나를 바라봤다.

 

어라아? 혹시 카린의 백장미 자리가 사라질 거 같아 걱정되나요오? 괜찮아요오! 백장미는 언제나 카일이 담겨질 구간을 비워두고 있답니다아~”

 

그걸 걱정하는 게 아냐!!!”

 

누가 그런 저주받을 잡지에 실리지 않는 걸 걱정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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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뒤에 올렸다

이번엔 3개월 뒤에 올렸네요.

이제 4개월 뒤에 ㅂ...<-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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