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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어느 누구도 손해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용사의 트라우마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선, 루니아 누나에게 무릎베개와 귀청소를 하겠다고 하자, 흔쾌히 승낙을 하고는 지금 하란국의 숙소 안에서 귀청소를 하는 중이다. 루니아 누나의 귀에는 딱히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깨끗하지만, 마사지로 인해 편안해지는 것 때문인지 조용히 있는 루니아 누나.

 

그래서 이곳에 오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길래, 릴리 기사단 복장을 집어 던지고 사이버틱한 복장으로 오신 거에요?”

 

소녀는 신기한 일에 자주 휘말린답니다아.”

 

아무리 그래도 소녀가 공간을 찢지는 않아요. 게다가 루니아 누나 나이를 생각해서라도...흐아앗!”

 

흐응? 역시 카린의 허벅지는 부드럽네요오? 그리고 언니라고 불러야죠오?”

 

지금 귀이개가 루니아 누나의 뇌까지 관통할 뻔했잖아요! 그리도 둘이 있을 때는 누나든 언니든 그냥 들어요! 은근슬쩍 더 허벅지 안쪽까지 들어가지 마시고요!”

 

지금 당장이라도 손을 치워버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설득으로 시작을 해보자. 좀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말이지. 어쨌든 루니아 누나는 지금까지 차원을 찢어가면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를 했는데.

 

그러니까아. 트리케라캅 씨하고 바바리아나 씨하고 같이 쿵퓨리 씨를 도와서어, 히틀러를 제압하고 다녔답니다아?”

 

대체 누가 그런 일을 하냐고요! 그보다 트리케라캅 씨는 또 뭐에요?”

 

얼굴이 트리케라톱스인데 멀쩡하게 이족보행을 하는 의무감 넘치는 경찰이랍니다아.”

 

도대체 그런 생명체와 왜 일한 거에요!”

 

모든지 해킹할 수 있는 해커맨에게 도움 받기 위해서죠오?”

 

누가 들으면 그 해커맨이 시공간도 해킹할 수 있는 줄 알겠다.

...진짜냐?

 

아니, 그것보다 쿵퓨리라는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인데요?”

 

그거야. 형사죠.”

 

아마 정상적인 형사는 아니겠지? 어디서 뛰어내리는 와중에 권총으로 차를 쏴서 시동을 걸만한 그런 인간일 거야. 한쪽의 귀청소가 끝나서 반대편으로 돌아달라고 말했는데, 루니아 누나의 붉은 눈이 나와 마주하는 순간,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어라아? 마리아가 카린의 몸 속에서 적응하는 건가요오?”

 

. 그렇죠.”

 

아무래도 코발트 블루 색상의 머리카락 끝에는 검게 물든 흑발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으니까. 마리아가 완전히 적응되면 비상시에 내 몸을 이용해서 권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럴 바에 차라리 내 힘으로 둘로 쪼개서 카린의 몸은 마리아에게 양도하고, 나는 본래 모습인 카일의 몸으로 살아가면 된다.

 

! 그렇게 되면 완전한 힘으로 뭉쳐지지 않고 양분하니까, 본래 성별인 남자의 모습으로도 잡화점에게 흡수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카린과 카일을 묶어놓고 백장미와 흑장미 콜라보로 찍으면언?”

 

그런 대재앙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겁니까?”

 

대재앙이라뇨오? 이것은 신화창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아. 혹은 빅뱅이 터진다고 하죠오?”

 

백장미와 흑장비를 콜라보하면 우주가 멸망했다가 다시 재탄생하는 건가? 아니...도대체 그 망할 잡지가 뭐길래!

 

잘 모르겠지만 이상한 일은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전 백장미든 흑장미든 찍지 않...흐아앗!”

 

또 다시 루니아 누나의 나쁜 손이 허벅지 안쪽을 향해 진로를 틀었다.

 

백장미와 흑장미를 찍지 못하게 할 거라면, 백장미와 흑장미가 없이 못사는 몸으로 만들어드리죠오?”

 

무슨 바보 같은 마개조를 할 생각이에요! 그만둬요! 제 귀이개가 루니아 누나의...”

 

언니.”

 

아무튼! 귀이개로 아이스크림 퍼 올리듯이 뇌를 꺼내게 만들지 말라고요!”

 

그렇게 엉망진창인 귀청소가 끝나고 루니아 누나는 기지개를 피며, 내 무릎베개에서...아직까지도 떠나지 않았다. 다 끝났다고 한들 내 복부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루니아 누나. 잠깐 눈이라도 붙일 심정으로 아무 말 없이 잠들어버렸다. 쓸 때 없는 말만 하지 않으면 누구나 다 사로잡힐 듯한 절세미인인데.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었다.

상관없나?

 

일단, 시나가 올 때까지 특... 서비스를 해드려야죠. 무차별적으로 시공간을 찢고 넘나들면서 고생이 많았을 텐데...”

 

루니아 누나도 잠...

 

......”

 

어째서 자면서까지 내 독백을 알아차리고 잠꼬대를 할 수 있지? 이제 개와 소를 뛰어넘어 잡초뿐만이 아니라 공기 속에 있는 원자와 분자까지 내 독백을 읽을 수 있게 된 거냐? 어쨌든 피로회복과 안정에 효과가 뛰어난 무릎베개를 계속 대여해주는 동안,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숨소리가 숙소 안에서 퍼졌다.

 

-똑똑똑

 

성녀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내가 들어오라고 하자 조용히 문이 열렸다. 경첩이 녹슬지 않아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아 좋았다. 다만, 들어온 사람은 기사가 아닌 용사였다. 가여운 동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렇게 보여도 마왕군이 포위했을 때 혼자서 무쌍을 찍은 사람. 다만, 마왕군보다 더 무서운 루니아 누나가 내 무릎에 잠들고 있자, 안 좋은 트라우마가 떠올랐는지 움찔거렸다.

 

...성녀님. 이 분은 위험한 사람입니까?”

 

저는 성녀가 아니지만 이 사람은 매우 위험한 사람이라고 분류하면 됩니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위험한 사람 맞다.

아니, 솔직히 루니아 누나가 있을 때마다 매번 백장미 찍자고 난동을 부려서, 하루는 가출을 설산으로 하고, 나를 굶겨 죽일 때까지 임시은신처에서 포위를 한 체 협상을 하던 인간이다.

 

그래도 제대로 된 교섭을 통해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죠.”

 

, 성녀님은 정말 인자하신 분이군요!”

 

아니, 성녀 아니라고 분명 앞에서 말했잖아!

 

저는 인자하지 않아요. 제가 아는 사람에게만 잘 대해주려고 노력할 뿐이죠. 진정한 성녀의 인자함은 적과 아군을 구분 없이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성녀가 아니고, 잡화점의 주인이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야...”

 

카리인?”

 

졸음에 살짝 힘겨워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루니아 누나. 누군가가 보면 평상시와 다른 갭에 심장을 부여잡을지도 모르겠구나. 다만, 나는 오른손으로 루니아 누나의 눈을 가리며 입을 열었다.

 

아직 피곤해 보이니 더 자고 계세요.”

 

사실 루니아 누나의 시야에 용사가 포착된다면 꽤나 귀찮은 일이 일어나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었다. 목소리는 잘 몰라도 귀여운 것만 보면 발광을 한다는 기괴한 단점이 있으니까.

 

내 목소리를 수면제 삼아 다시 잠들고 있는 루니아 누나. 용사는 그러한 내 모습을 보며 눈을 더욱 더 반짝였다.

 

, 정말 굉장...!”

 

. 지금 사람이 자고 있으니 조용히.”

 

나는 돌아보며 일부러 입을 열었다. 기껏 이 용사가 위협에서 지키기 위해 내가 희생하고 있는데, 오히려 잠든 사자의 코털을 건들이며 난장판으로 만들어 혼돈의 도가니로 만들 생각인가? 이 사람이 일어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일이 귀찮아진단 말이야.

 

그나저나 볼일이라도 있나요? 없다면...”

 

아뇨. 볼일이라면 있는데...그 사람이 제 스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

스승?

지금 저 용사가 뭐라고 한 거지?

 

제 검을 간파하고 단 1합만에 제압하는 그 실력을 보고 전 알았어요.”

 

잠깐만, 그렇게 진지하고 진부한 이야기를 늘어뜨리지 않아도 돼. 용사가 검만으로 해결하는 직업은 아니잖아? 마법도 배우고 동료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막타만 먹는 직업 아니었냐고? 아니, 최근의 용사물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기존에 옛날 형식에서는 그렇다는 거지. 어쨌든 그걸 따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네가 스승으로 받들려고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검사란 말이야!

 

좀 더 강해지려면 저에게 체계적인 검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언제부터 시공간을 잘라먹는 검술이 체계적인 검술이 된 거냐? 저건 이론상으로도 못한다고!

 

이 사람에게 검술을 배우면 그 이상으로 혹독한 대가가 따름에도 불구하고요?”

 

그 혹독한 대가라면 아마 여장이겠지. 아니면 백장미에 특수한 페이지로 추가 되거나.

 

, 상관없어요! 모두를 지키고 마왕을 처단할 수 있다면!”

 

인생...

난 모른다.

네 결정에는 네가 후회해라.

 

그래도 키르갤에게는 제대로 이야기 해주셔야 되요. 안 그러면 별 이상한 이유로 싸우게 될 테니까. 이 사람에게는 제가 말할 테니 다른 용무가 없다면 나가보셔도 되요.”

 

사실은 성녀님께 검을 배우고 싶었지만...”

 

저에게요?”

 

그보다 성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까?

아니, 이렇게 독백으로 집요하게 마음속으로 트집잡는 것도 지치는데.

그래도 순수하게 놀란 이유라면, 용사가 나에게 검을 배우고 싶다는 말 때문일까? 내가 제자를 가르친 적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맞춤형으로 조언만 해줬을 뿐. 매우 뛰어난 제자들은 그것만 알아듣고 나머진 알아서 했다. 용사는 천재라기보단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줘야 하는 평범한 인간의 범주이긴 한데...

 

저에게 배운다는 건 그나마 옳은 선택일지 몰라도, 검사의 길 한정으로는 지금 자고 있는 이 사람이 가장 뛰어나거든요.”

 

당연하게도 어떤 마법을 사용한들 루니아 누나를 이길 방도가 없었다는 게 더 큰 이유였지만, 시공섬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술을 쓰는 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루니아 누나는 아마 시공간의 흐름까지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많이 피곤했는지 이렇게 떠드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루니아 누나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성녀님은 그분과 어떤 관계인가요?”

 

순진한 눈망울로 물어보는 용사.

 

부부에요.”

 

무의식적으로 이야기를 이렇게 해버렸지만, 틀린 것도 아니고 혹은 농담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렇군요.”

 

납득했냐!!!

아무래도 이 용사의 매우 순진한 성격을 계산에 집어넣지 않은 것이 화근인 듯하다.

 

그러면 같이 침대에 손잡고 자면 아이가...”

 

안 생겨요. 키르갤에게 나중에 자세히 물어보던가 하세요. 참고로 황새가 물어다 주는 것도 아니고, 다리 밑에서 주워오는 것도 아니고, 알에서 깨어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 이상 묻지 마세요.”

 

알에서 깨어나는 건 신화에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확실히 인류가 맨 처음 태어나기 전에, 창조신이라는 작자는 어디서 태어난 걸까? 우주에 알에서 태어난 걸까? 아니, 쓸 때 없는 생각으로 용량을 사용하지 말자.

 

아기요오? 그거라면 직접 보여드릴 수 있긴 한데에...”

 

잠깐만요. 일어나는 타이밍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다시 안 자요?”

 

카린이 절 수면마법으로 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마안! 제 정신력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오!”

 

어디서부터 일어난 거에요? 그보다 지금 어린애 앞에서 뭘 보여줄 생각인데요?”

 

뭐긴 뭐에요오? 사랑의 교미죠오?”

 

집어 던져버릴까?

행선지는 집게리아다.

 

웃기지 마세요! 지금 당장 깊은 저 바다 속 파인애플에 던져버리기 전에, 제 허벅지를 은근히 추행하고 있는 그 손 안 때요!”

 

안 되요오! 저 아이에게 우리의 관계가 끈~적하고 농후한 사이라는 걸 보여줘야죠오?”

 

그 빌어먹을 민달팽이 그만 안 둬? 하지마! 잠깐! 일어나지마! 꺄아악!”

 

그 와중에 순식간에 일어난 루니아 누나가 사냥감을 덮치는 맹수로 돌변해, 순식간에 그 안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지만, 소란을 듣고 찾아온 용사 일행에 의해, 용사의 눈 앞에서 민달팽이인지 뭔지는 당하지 않았다.

 

용사도 나도 서로 트라우마가 되지 않아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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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용사도 지옥행 열차를...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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