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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아 누나에게 검을 배운다는 건 매우 가혹한 일 중 하나다. 당연하게도 목숨을 걸고 배워야 하는 건 기본이긴 한데, 사실상 목숨을 걸어서 배우는 것보다 더욱 더 극한의 상황까지 가고 있으니.

 

...스승님?”

 

네에?”

 

여린 용사는 루니아 누나에게 애처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 이건 마법소녀의 옷이잖아요!”

 

마법소녀 옷 맞아요오.”

 

루니아 누나의 취향에 맞게 백장미를 찍는 걸로 인해, 연보라색을 베이스로 한 마법소녀로 변한 용사였다. 과할 정도로 프릴이 달려있지만, 애초에 용사의 외모는 귀여운 외모에 속했으니,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특히 키르갤은 피로 적혀진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있었다. 그러다 과다출혈로 죽는 게 아닐까?

 

자아! 검술 훈련을 하기 전에 커여운 목소리를 5초간 발사해보아요오.”

 

커여운 목소리는 뭐야?

귀여운 목소리겠지.

그보다 전투 중에 귀여운 목소리를 발사하면 어쩌자고?

 

후에에!”

 

진짜 하냐!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루니아 누나에게 검을 배웠을 당시에 저러지 않았는데, 어쩌면 시공섬으로 인한 다중차원도약을 통해 이상한 걸 배워서 온 모양이다. 나는 그 전에 졸업해서 다행이구나.

 

자아. 카린도 5초간 발사아!”

 

하겠냐아아아아!!!”

 

그렇게 내 귀여운 목소리는 하겠냐아아아아!!!”로 되어버렸다. 가 아니라! 그런 일 없어! 절대로 없어! 우주가 빅뱅과 빅크런치를 5번 왕복해도 그런 일 절대로 없어!

 

이게 용사의 수련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은 1도 하지 않지만, 루니아......니의 밑에서 검술을 제대로 배우는 건 흔하지 않는 기회는 맞아. 그래도 이상한 요구를 하면 제발 안 한다고 좀 해줘...”

 

안쓰러워서 용사에게 부탁했다.

당연하게도 그게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카리인? 용사와 마법소녀의 공통점은 뭐죠오?”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루니아 누나를 바라보는 내 눈이 정상적인 눈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바보 같은 질문의 대답을 해야 하는 나의 사명이 내 머리를 근질거렸다.

 

악과 맞서 싸운다는 건가요?”

 

틀렸어요오. 정답은 기합이에요오.”

 

그래서 그 기합이 지금 마법소녀 옷을 입은 용사와 무슨 관계인데요!”

 

보통 전투시의 기합이란 건 사기진작에 도움을 주는 거지, 김빠지는 소리로 용사에게 측은함을 느끼게 하는 동정심 유발 스킬이 아니란 말이야. 아니, 단순히 소리지르는 것만으로도 스킬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냥 전투행위 중 하나잖아?

 

제대로 검이나 가르쳐놔요. 그 용사는 그대로 잠재능력이 뛰어난 아이니까.”

 

그렇긴 하네요오. 카린 다음으로 백장미의 후계자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백장미가 아냐!!!”

 

소리지르고 밖으로 나와 답답함을 신선한 공기로 달래보려고 했다. 가까운 곳에서 마리아가 날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만 보이고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은 거라면, 환각이나 귀신이라고 취급할 수 있겠구나. 그렇다고 해서 꺄악! 귀신이야!”라고 소리칠 수 없다.

 

방금 첩에 대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은 건가?”

 

아무것도...그래서 마리아는 무슨 일로 나온 거에요?”

 

밖으로 나가자! 밖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정보가 부족하다!”

 

마왕군이 밖에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데 밖으로 나가자고 하는 마리아. 당연하게도 마리아는 이 세상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간섭할 수 있는 유일한 정신체다. 안정화를 위해 숙주를 나로 삼고 있지만, 솔직히 안에 가만히 있는 것도 답답하고 밖으로 나가보도록 할까?

 

그래도 하란국에선 제가 마왕하고 내통하고 있다거나, 배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격리조치만 하지 않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잠깐 잡화점에 다녀온다고 하면 되지 않는가?”

 

, 그것도 일리가 있네.

결정을 했다면 신속하게 움직일 때. 잡화점에 잠깐 들렸다가 다시 하란국 근처로 사키엘의 문을 이용했다. 밖의 초목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왕군과의 전투에서 황폐화된 장소도 여럿 있었다.

 

꽤 화려하게 저질렀군. 정신적인 사념으로 보아하니 기괴한 돼지 하나 잡는데 본 모습으로 돌아갔구나.”

 

그야 사로잡아서 맛있는 음식을 안주고 농락하겠다는데, 어느 누가 진심으로 안 때리겠어요?”

 

이곳도 이상한 간부들밖에 없구나. 흐음...”

 

그리모스라는 간부도 좀 이상한 녀석이었지. 처음 보자마자 항복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꼬드기니까. 그때는 내가 모든 뼈를 박살 내는 바람에 순살치킨이 되었을 지도 몰라. 얼마 안 있으면 다시 부활하겠지만, 한동안 나 때문에 하란국에 접근하는 건 꺼려하겠지.

 

이런 세계는 카일의 손짓 한번이면 모든 것이 뒤바뀌지 않는가?”

 

그거야 가능은 하죠. 하지만 이질적인 무언가가 자꾸 걸려서요. 분명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계라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지만, 이 또한 누군가의 개입이 들어간 거 같아요.”

 

세계를 뒤집어 엎는 것도 확실히 그 세계의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곳은 내가 관리자가 아니다. 어떻게 창조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결정지을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매번 이질적인 기분과 근본도 없는 정체불명의 이 나를 통제하고 있다. 관리자가 아닌 녀석이 차원을 뒤흔드는 건 커다란 상처가 남을 테니 말이지.

 

이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 차원의 관리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건가?”

 

아니면, 우리가 이 차원을 떠나는 방법이 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곳에도 의뢰를 몇 가지 받은 바람에 잡화점이 이동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잡화점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주인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놓으면 어떻게 하냐? 아니, 애초에 잡화점 자체만으로 미스터리잖아? 언젠가 한번 잡화점을 뜯어보던가 해봐야겠다. 세린은 분명 흔쾌히 거절할 거야.

거절 당하는 거구나.

 

차원의 관리자라기 보단 이곳도 각본가처럼 임의대로 만들어낸 공간 같은데, 애석하게도 각본가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죠?”

 

각본가가 존재하지 않아도 그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다는 의미로군?”

 

마리아는 내가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미리 이야기 했다. 각본가를 자청하는 존재가 사라질지언정, 그 자리는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은 그 역할은 여전히 내 근처에서 서성이며,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오호? 우연이로군? 짐을 찾으러 온 것인가?”

 

마왕?”

 

하긴, 이곳에서는 누군가가 보고 있을 수도 있으니 그렇게 부르는 것을 허락하노라.”

 

대격변 이후의 마왕은 자신의 심복 몇 명만 이끌고 하란국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 듯했다. 그보다 허락은 무슨 허락을 말하는 걸까?

 

그런데 잡화점 주인 안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느껴지는군? 짐의 타락의 영향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끝에 검은 머리는 누구의 짓인가?”

 

마왕은 나에게 생긴 이상현상에 대해 경계했다. 격변이전의 레시아라면 검은 달의 여왕과 비등하거나 더욱 더 높은 서열에 있겠지만, 지금의 마왕은 검은 달의 여왕에게 간단히 죽을 수도 있다.

 

염색을 잘못했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거 같네. 이전 세계에 있던 동료가 찾아왔지. 검은 달의 여왕이라고 하면 아실지 모르겠지만...”

 

일부러 정체를 말한 이유는 2가지.

이곳을 만든 각본가가 내가 예상하고 있는 자라면 확신을 가질 수 있고, 만약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혼란을 더욱 더 가중시킬 수 있다. 검은 달의 여왕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그걸 섣불리 건드리다가 전멸할 수 있으니 말이지.

 

검은 달의 여왕이면 멸망하는 차원의 구세주인가?”

 

마왕은 손쉽게 답을 말했다.

그러면 내가 아는 각본가는 하나로 좁혀지지.

다만, 지금은...

 

격변이전의 세계에선 수많은 동료들 중에 하나야.”

 

[아니. 신부 중 하나라고 하거라.]

 

[마리아.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말을 해야 합니까?]

 

[첩도 대격변이 지나간 이후 오랫동안 출연하지 못했단 말이다!]

 

[이게 무슨 버라이어티 쇼인줄 알아요? 출연이 아니라 출현이겠죠!]

 

멸망하는 차원의 구세주는 무슨...

멸망해버린 맞춤법부터 구제해야 할 판이다.

 

[다만, 첩이 생각하기엔 이건 확인 방법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첩이 간섭한 차원이 많을뿐더러, 격변 이전의 차원 또한 첩이 공식적으로 있는 자리가 있으니 말이다. 첩이 생각하는 초점은 어째서 엘티노스가 거론되지 않고 이어져가는 가에 대한 것이 아닌가?]

 

[그 유명한 양반이 거론되지 않았다고요? 그럴 리가 없...]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내가 만났던 사람들의 대화에서 엘티노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나? 그보다 엘티노스라는 이름이 거론되긴 했을까?  아니면 이곳은 엘티노스가 없는 세상이 아닐까?

 

그렇네. 잘 생각해보니 그랬어.”

 

? 무슨 소리인가?”

 

엘티노스는 이전 모험을 떠난 기록이 있다. 그 과정에서 마왕을 일방적으로 구타하는 바람에 인간계의 침략을 막아버렸으니까. 지금 엘티노스가 그런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면, 지금 이 마계의 침략은 엘티노스라는 키워드가 빠져버린 상태다. 그러면 제목도 잡화점 이야기로 되어버리잖아?

 

제길...그 성질 나쁜 아저씨를 어디로 날려버린 거지?

 

엘티노스. 알아?”

 

나는 마왕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리고...

 

? 그 자는 누구이지?”

 

대답을 듣고 확신을 했다.

엘티노스가 빠져버린 차원에서 내가 할 일은, 엘티노스가 없어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것과 아니면, 엘티노스라는 키워드를 빠뜨린 각본가를 찾아서 뒤집어 엎어버리거나...

 

지금 내가 있는 잡화점은 엘티노스 잡화점이야. 그리고 엘티노스라는 자는 500년전 모험을 떠나면서 영웅이라고 칭송 받을 정도로 업적을 이룬 대마법사이기도 하지. 물론 이 잡화점은 내가 물려받았으나, 현재는 엘티노스라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의문이기도 해.”

 

하지만 짐은 살아생전 그 이름을 듣지 못하였노라. 그렇게 크나큰 위인이라면 짐이 살아오면서 지식이 습득될 터.”

 

그러면 대격변의 이유는 각본가를 제외시키면서, 엘티노스까지 사라져버린 세계가 되어버렸다. 이건 마치 직소퍼즐이 500피스인데 하나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더니, 두 개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1개 없어진 건 그나마 봐줄 수 있어도, 두 개가 비어있는 건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주니까.

 

나만 그런가?

 

그렇군. 확실히 짐이 모르는 지식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그대는 기괴하다고 볼 수 있노라. 다만, 지금은 전쟁 중이기도 하고 그대는 세간에서 용사그룹의 일원 중 하나.”

 

숲 속에서 중무장 된 병사들이 차례대로 나왔다.

매복을 하고 있었던 건가?

 

내가 나올 줄 알고 있었나 보네?”

 

그대의 세계와 짐의 세계의 차이점은 마왕성에서 듣도록 해보도록 할까? 아니면, 그대가 이 포위망을 뚫고 도망가는 편이 더 신빙성이 높은가?”

 

마왕의 사기가 끓어오르자 주변의 병사들의 사기 또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적당히 저항해서 도망친다면 그게 더 신빙성이 높지 않을까?”

 

아직까지 마왕과 나는 세계를 상대로 연기를 하는 중이니 말이지.

그래도...투쟁의 기운을 한 몸에 받은 나 또한 즐겁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지금의 나를 이길 수 있다면 말이야?”

 

연기라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 있어서 실감나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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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내놓고 거의 한달이 지난 이후에 아니, 두달인가???

아무튼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까지 일을 하면서 바쁜 스캐쥴을 소화하고...

일하면서 욕도 먹고 칭찬도 먹고 돈도 먹으면서 그나마 안정권이 되었는데

글을 자주 안쓰다보니까 내용이 어떻게 된 건지 까먹는 바람에

 

제 글을 정주행하고 어느 정도 갈피를 잡아서 썼습니다.

 

사실상 글쓰는 걸 접어야 하나 생각은 했는데...

게임 안하면 유튜브 보는 일인데 그것도 안하면 글을 쓰는 거였네요...

 

결국 오랜시간동안 안올리다 지금에 와서 올립니다.

어차피 연재중지라는 말도 안 했는데 계속 이어져도 되겠죠...

 

여러분은 일하지 마세요

일하면 패배...당신들 누구야!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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