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마리아와 잡화점 멤버가 이곳으로 넘어왔다는 건 잘 알겠지만, 루니아 누나를 제외하고 다른 멤버들이 이곳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선, 마리아의 몸이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마리아의 숙주가 필요한 것. 마리아와 나는 동화를 할 수 있지만 검은 달의 여왕의 신도는 마리아가 숙주로 만들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우선 정신기생으로부터 영향이 없다는 말이 된다.

 

결국 코발트 블루의 머리색상의 끝에는 마리아의 짙은 흑발이 서서히 자리잡으며 동화율을 올리고 있고, 이곳에서 적응하기 시작한 마리아는 세린처럼 나만 보이게 하여 말을 걸어왔다.

 

그나저나 카일도 고생이 많구나. 첩이 이러고 있으면 또 마왕의 간계에 빠져 타락하고 있다는 둥. 그러는 것이 아니더냐?”

 

그나마 마리아가 카린이 아니라 카일이라고 불러주니까요, 지금 내 본래 성별이 남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돼요. 애초에 격변 이후의 레시아와도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하는 중이니. 지금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용사 일행은 좀 더 강경하게 나오겠네요. 하란국이 성공적으로 막든, 실패를 하든, 이 세계의 혼란을 빨리 잠재우고 우리는 조용한 곳에서 잠적을 타는 게 좋겠죠.”

 

내 무릎 위에 올려진 마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릎베개와 귀청소라니. 그보다 정신기생체도 귀가 가려운 건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겠는데?

 

첩은 실체가 없노라. 그저 마지막에 숙주의 모습 그대로 이어 나아갈 뿐이니 말이다.”

 

내 생각을 읽거나 독백을 간파할 때는 3골드씩 받아야겠어, 그럼 나는 순식간에 부자가 될 거야.”

 

아까 저 멀리 있던 잡초에게도 3골드를 받아야지.

그럼 난 부자가 될 거야!

 

아무리 그래도 고작 풀무덩이에게 3골드씩이나 받는 것인가?”

 

먼저 3골드 내놔요.”

 

첩은 아쉽게도 정신기생체라 낼 수가 없노라. 대신...이 몸이라도 괜찮다면?”

 

실체가 없는 주제에 잘도 그렇게 유혹하네요? 마리아를 통해 모순이라는 단어를 한 단계 깊이 알아가는 거 같아요. 그보다 언제부터 그런 캐릭터였는데요?”

 

그럼 카일이야 말로 언제부터 자신의 존재가 잡화점에게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성체로 살아가는 것인가? 확실히 잡화점의 힘이 아직까지 강한 것은 맞지만, 세린이라는 인격체의 말만 듣고, 통제 당하면서 살기를 원하는 것인가? 첩이 알고 있는 카일은 불가능한 일도 아주 간단하고 빠르게 해내는 그런 남자다. , 이런 모습도 귀여우니 첩은 아무 말없이 봐주고 있는 거지만.”

 

대체 봐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그렇다고 나도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생각해놓은 것은 있다고? 예를 들어서 카일과 카린이라는 존재를 둘로 나눠서 힘을 분산시킨다거나, 또 다른 거라면 아예 잡화점을 나가고 다른 차원의 신이 된다는 것도 있는데, 일단 이쪽의 일은 해결해야 하니, 카일과 카린으로 이등분을 해야 할까?

 

카일과 카린으로 이등분이라, 애석하게도 그건 좀 힘들 것이라 본다.”

 

그건 왜요?”

 

태클 거는 사람이 2명이 되면, 만담으로 4화는 날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니라.”

 

어디서 뭘 보고 온 겁니까?”

 

마리아는 만담만으로 4화를 날려먹은 미래를 본 것일까?

 

-벌컥!

 

, 성녀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오라고 했지만, 그래도 노크는 할 줄 알았는데...뜬금없이 문을 열고 온 기사의 말에 다급함이 내 고개를 있는 힘껏 돌리게 만들었다. 야야, 그 각도 이상으로 돌아가면 목이 뒤틀린다고!

 

큰일이라면 뭔가요? 설마 하란국의 여제가 쓰러지기라도 했나요?”

 

, 아뇨. 그건 아니지만...아무튼 큰일 났습니다!”

 

뭐지? 아무튼 큰일이 났다는 말은?

다급하게 기사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아갔다. 하란국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다치거나 기절한 사람이 태반이었다. 가구들은 이곳 저곳 다 날아가있는데, 의외로 사상자는 없는 모양.

 

싸움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는 이런 거친 생활 속에서 기절과 부상만으로 끝낼 정도의 강자라.

 

지금 성녀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당장 내놓지 않으면, 이곳을 백장미인지 흑장미인지 아무튼 물들인다고 했습니다. 이 자는 마왕군의 첩자가 맞죠? 그렇죠!”

 

, 잠깐만? 백장미? 흑장미?

 

, 안돼! 그만둬!”

 

아무래도 용사마저 그 괴한에게 진 모양이다. 확실히, 지금 이 소란의 주동자가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곳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신기했다. 그건 그렇고 저 멀리서 용사를 깔아 뭉개고 귀엽고 여린 용사의 목에 코를 박아 냄새를 맡는 모습. 저거 영락없이 팔찌와 발찌가 세트로 채워지는 경우잖아?

 

하아~ 좋네요오! 카일만큼은 아니지만 이 아이도 재능이 보여요오! 메이드 복? 차이나 드레스? 계량 한복? ~ 어떤걸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네요오!”

 

, 당장 용사를 놔주지 못해! 그리고 메이드 복이 아니라 발키리 복장이 더 잘 어울린단 말이야!”

 

키르갤 너 용사에게 뭘 할 생각이야?

 

, 발키리이?! 그것도 좋네요오! 나중에 카일에게 입혀야지이~”

 

키르갤의 욕망을 거침없이 받아주지 말란 말이야.

 

, 키르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도와달란 말이야!”

 

용사는 당황하면서도 태클을 걸고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너무 처량하게 느껴졌다.

 

...

인생 진짜...

시공간을 접어 키르갤 바로 앞으로 이동했다. 나 아니면 이 상황이 끝나지 않을 거 같으니까. 그리고 용사에게 이상한 트라우마를 심어주기도 싫고, 희생자는 카일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그 이상 그만두시죠. 루니아 누나.”

 

언니.”

 

하아, 언니. 어쨌든! 그 애는 저렇게 보여도 제 7용사니까, 나중에 마왕하고 싸우려면 이상한 트라우마는 없어야 한다고요.”

 

온화한 얼굴과는 다르게 투쟁심으로 가득한 붉은 눈과 마주했다. 파도를 닮은 긴 웨이브의 금발. 그리고 릴리 기사단을 상징하는 흰색의 갑주...는 어디로 가져다 치웠는지, 왠 사이버틱한 금속제질의 보호구가 눈에 띄었다.

 

이제서야 카린을 체대로 찾아왔네요오. 그래도 아쉬우니까 바니걸 복장은 입혀도 되요오?”

 

안 돼요! 그만 좀 해요! 당장 풀어주라고요!”

 

, 성녀님...”

 

울먹거리는 용사가 귀엽...아니, 불쌍하게 올려다 보았다. 용사여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하지 말거라. 루니아 누나가 원래 마왕보다 더 강한 인간이라서 그래.

 

흐응...그러면 카린은 저에게 뭘 해주실건가요오? 인질을 해방하는 조건에 있어서 그와 상응한 대가가 아니라며언? 저는 이 아이를 오늘 밤에...우후훗♡

 

요즘 대격변 때문에 자신의 입지가 없어질 거 같아서 그런지, 격변 이전의 멤버들이 하나 같이 모두 성격이 바뀌어서 온 거 같은데 제 기분 탓입니까? 언제부터 그렇게 적극적인 인간이 되었다고 빈하트까지 써가면서 협박을 하는 거에요?”

 

, 방금 오타로 거에여라고 말할 뻔했죠?”

 

웃기고 있네! 말 돌리지 마시죠!”

 

배열상 바로 옆에 가 있을 뿐...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디다 태클을 걸고 있냐고! 그보다 저 눈은 정말 상응한 대가가 없다면, 오늘 밤 저 용사는 루니아 누나의 마수로 인해 엉망진창으로 여장 당할 기세다. 분명 마왕에게 졌을 때도 ! 죽여라!”라며 마음을 다 잡겠지만, 되려 죽음 보다는 여장 당하는 게 더 싫었는지, 나를 바라보며 울먹거리고 있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되었을까?

 

하란국의 병사는 모조리 다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 류하 씨마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참이었다. 그 전에 빨리 끝내야 한다. 이 흉악스러운 백장미 창조자를 어디론가 숨겨야 한단 말이야.

 

오늘 밤 같이 씻죠.”

 

모두가 얼어붙었다. 아니, 내가 시간을 정지한 줄 알았다. 아니, 더 월드나 스타 플래티나가 시간을 정지 한 줄 알았다. 결국 루니아 누나가 바라는 것은 남을 여장시키는 질병이 발병하기 전에, 그걸 가라 앉혀줄 임시방편이 필요하다는 거지. 결국 내가 희생할 수 밖에 없다. 이건 그렇다고 쳐도...

 

, 방금 뭐라고 하셨죠오?”

 

같이 씻...자고요...”

 

루니아 누나

 

언니.”

 

루니아 언...

 

아니! 독백까지 침범하지 말라고요! 3골드 내세요!”

 

그보다, 정말 같이 씻는 건가요오? 카린의 몸을 훔쳐보는 것도 힘들었는데에 직접 터치하고 만지면서 놀 수 있는 건가요오?”

 

제 몸이 어디 지능형 휴대폰입니까! 터치하고 만지면서 놀게! 그런 짓 하기만 해봐요! 시공의 저편으로 날려버릴 테니까!”

 

, 하지만 가, 같이 씻는 거라고요오? 농후한 민달팽이의...”

 

진짜 대격변 이후의 입지가 안 좋을 거 같으니까 성격하나 개조해서 온 거에요? 어린애 앞에서 못할 말이 없어!!!”

 

뭐라고 해야 하지? 서로 등을 밀어주는 것까지는 허락하겠다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는데, 루니아 누나가 생각하는 건 전연령으로 볼 수 없는 무언가로 뻗어나가 버렸다. 그보다 왜 하필이면 민달팽이야?

 

카린과 목욕. 흐음...이 타이밍에 루니아 봄버를 날려도 되는 건가요오?”

 

디럭스 파이터 부르기 전에 그만하시죠.”

 

흐음...”

 

뭘 그리 고민하고 있는 거야.

설마 용사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민달팽이인지 나발인지 그것까지 포함시킬 생각이냐? 그것까지 바란다면 어쩔 수 없다. 일단 내 몸부터 지키고 용사를 포기할 수 밖에...

 

그럼 터치하고 만지면서 놀지 않으면 되는 건가요오?”

 

. .”

 

. 그래도 루니아 누나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해서 다행...

 

그럼 민달팽이처럼 온 몸을 사용하여 매끈매끈한 오일과 함께...”

 

이긴 개뿔 저럴 줄 알았다.

 

그냥 용사 여장시키시죠. 저도 발키리 복장이 어떤 건지 좀 미리 구경을...아야! 왜 때려요!”

 

옆의 키르갤이 내 머리가 부셔져라 마법 지팡이로 후려쳤다.

 

지금 용사가 이상한 여자에게 빼앗겨서 이리저리 능욕당하게 생겼는데! 네 몸 하나 지키자고 용사를 포기하겠다는 거야!”

 

그럼 댁이 오일과 함께 루니아 누나와 이리저리 얽혀보던가! 민달팽이가 아니라 무슨 뱀마냥 난리를 쳐보던가! 생각만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서 무기로 사용할 것만 같은데, 그런 일에 내가 참여할까 보냐!”

 

나도 용사의 발키리 복장이 보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용사의 정신과 몸은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단 말이야! 그래야 내가 더럽힐...마왕을 무찌를 수 있지!”

 

마왕 처단에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네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잖아!”

 

너희가 마왕을 하세요 그냥. 마신도 이거보고 , 이건 좀...”이러겠다.

 

. 카일? 어떻게 하실 건가요오?”

 

지금 내 뇌속에서 토론이 일어났다. 오랜만에 난장판이 되기 시작한 이 상황에서 시작한 상태에서 용사와 순결. 과연 무엇이 우선시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어마어마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뇌세포가 미친 듯이 달궈지면서 용사를 희생하는 것이 옳다. 어차피 죽는 것도 아니고 아주 약간의 트라우마만 심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의외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 있고, “애초에 카린의 모습으로 루니아 누나에게 습격을 당한 사례가 있으니, 한번 더 당한다고 해서 무엇이 두려우냐.”라는 게 있는데.

 

일단 확실한 것은 저 제안을 꺼낸 뇌세포 자체를 뜯어서 태양에 말려버릴 예정이니, 생각은 잠깐 멈추기로 했다.

이 일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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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화를 쓰고도 올리지 못할 정도로 일이 바빴네요...

이 건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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