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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마스터.”

 

감정이 1도 들어가지 않은 사무적인 어조에서 파악할 수 없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시나는 내가 류하 씨에게 그런 대답을 내자마자, 내 팔을 붙잡고 거칠게 다른 곳으로 끌고 갔다.

 

아니, 올빼미 형태였으니 정확하게는 내 어깨를 붙잡고 낑낑거리며 날아갔다. 그렇게 구석에서 모두의 시선이 박혀있었지만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제가 이곳의 여신을 설득하다니요? 마스터의 계획은 분명 저를 이용해서 하란국에서 칸포리우스로 가도록 협박 아닌 협박을 넣는 거 아니었습니까?”

 

. 그렇기는 한데. 언제나 예정은 변경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은 어쨌든 마왕군을 몰아내는 상황을 만드는 거잖아?”

 

마왕과의 약속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마스터?”

 

, 사실 그것도 있긴 한데. 그건 하란국을 점령할 때 도와달라는 경우지, 계속해서 교착상태로 가는 동안 그 약속은 유효한 거야. 그리고 그 이전에 마왕이 작전을 읽고 밀고 쳐들어가서 하란국을 점령해도 유효야. 그리고 이 결계를 가장 빨리 제거하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해?”

 

그건...”

 

나는 올빼미의 부리를 검지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자신들이 강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거지. 칸포리우스 제국의 지원과 각종 여신들의 지원, 그리고 용사까지 이곳에 와서 방어전을 펼친다고 생각하면, 이런 불필요한 결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자연의 법칙상 현상을 유지하려면 그에 따른 대가가 필요해. 이런 완벽한 대결계를 광범위로 설치했는데, 무한동력이 아닌 이상 소비에 대한 대가가 꼭 필요하다는 거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얼마나 크나큰 대가인가에 대한 고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결정적인 하나가 존재한다.

 

그건 하란국 여제의 마나라고 봅니다. 전에 있던 세계의 하란국 여제는 상당한 마나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상에 간섭하는 사기적인 냥캣의 계략으로 당하긴 했지만, 그때 진심으로 싸웠다면 적어도 냥캣의 몸에 상처는 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류하 씨는 모든 마나를 결계에 집중하고 있어, 그러니 전에 있던 세계보다 호위병력이 많은 것이고...그런데 초량과 해연은 보이지가 않네. 이쪽 세계에서는 없는 사람인가? 아니면 전사를 한 건가?”

 

마왕군과의 치열한 전투로 전사했을 가능성을 뒀지만, 사실상 있으나 없으나 계획에는 변수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끼워 맞출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더 많은 법. 어쨌든 시나에게 이곳의 여신들을 설득하도록 다독여주자.

 

그럼 마스터. 이 일은 제가 보기엔 상당한 실패확률이 예상됩니다. 성공했을 경우의 보상을 요구해도 괜찮겠습니까?”

 

이상한 거 빼고 말해.”

 

!”

 

너 방금 혀 찬 거야?”

 

올빼미가 그런 것도 가능하다고? 아니, 지금 핀 포인트는 그걸 태클 거는 게 아니지.

 

아닙니다. 혀를 잠시 깨물었을 뿐입니다.”

 

올빼미가 어떻게 혀를 깨물어!”

 

혀를 깨물 수 있기에 가능합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핀트가 어긋났다. 아무튼 작전을 설명했으니 다시 구석에서 벗어나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나아갔다. 여전히 류하 씨는 내 오른쪽 어깨에 앉아있는 올빼미를 보며 무표정한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

 

여가 보기에는 평범한 올빼미...는 아닌 듯 하군. 자신의 주인을 어깨로 들어서 저 멀리 날아가는 경우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올빼미가 아우리스 여신을 설득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란 말인가?”

 

. 맞아요. 이름은 람파시나. 다른 차원에서 온 빛의 여신이죠.”

 

그런가. 빛의 여신의 보살핌을 받았으니 그대가 성녀라고 불렸던 것이로군.”

 

아니, 빛의 여신이 없어도 나를 성녀로 멋대로 부르는 생각 없는 인간들 덕에, 그게 하필이면 고정이 되어버려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경우다. 결국 나는 다시 잡화점의 주인이라고 어필을 하지만, 그들의 눈에도 결국 나는 성녀로 박혀버린 모양이다.

 

여신이라는 말과 성녀라는 말이 저 주변에서도 오고 가기 시작했다.

 

여신을 설득시켜서 칸포리우스 제국과 그 외에 지원을 얻는다. 그리고 마왕군을 격퇴할 최종방어선을 이쪽으로 한다면...”

 

하란국은 마왕군 방어 및 마왕 토벌에 대한 1등공신이 되겠죠. 아 정확하게는 2등정도 되겠네요. 1등은 용사가 다 가져갈 테니까요. 사실상 위상이나 체면, 명성 같은 것에 대해 신경 쓸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이곳을 최종방어선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다 따라오는 것들입니다.”

 

그만큼 황폐화가 되어 칸포리우스 제국이나 다른 곳에 침략을 곧바로 받을 확률이 높지만, 그건 여신에게 부탁해서 보호해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물론, 마왕군을 막는다는 전제하에 말이지.

 

그렇다면 그대의 말대로 하겠다.”

 

내 말대로 하겠다는 의미는 잘못되면 나더러 책임지라는 소리가 된다. 물론 내가 멋대로 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만, 솔직히 나를 믿어서는 안 되는 입장이 아니던가? 한 제국을 움직일 수 있는 지도자가, 배신할 확률이 매우 높은 성녀의 말을 듣고 그렇겠다고 하다니?

 

정말 제 말대로 하려고요? 보통 용사의 말이 더..., 저런 꼬마에게 계획을 물어봤자, 다짜고짜 마왕을 무찌른다라는 말밖에 안 하겠구나. 그보다, 저기 보이는 마법사에게...라고 해도 지금 용사에게 집중하고 있으니 안 되는구나...그러면 현...령은 어차피 침묵을 고수하는 스타일이니, 그대로 물 흐르듯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갈 것이고, 저 기사...는 대체 어디서 대포를 들고 온 거야! 들어가지마!”

 

인간대포로 전직하기 직전인 기사에게 소리지르며 뛰어갔다. 이 파티에 부족한 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정상인이라고 대답해야 하는가? 만약에 진짜로 누군가가 물어보면 저렇게 답해보자.

 

하아~ 머리야.”

 

두통이 다시 엄습해왔다.

이제 독도 듣지 않는 몸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스트레스는 해소를 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느껴졌다. 성녀라는 타이틀이든 말든 태클을 걸어야 하는 이런 삶에서, 시나가 어깨에서 사라진 것을 보아 천계에 찾아간 모양이다. 아우리스 여신은 과연 어떤 여신일까? 귀여운 남자에게는 아무래도 흥미가 있긴 하겠지만, 귀여운 여자에게는 흥미가 없을 거라 판단했다.

 

그러니까 용사에게 치근덕거리지 나에게 치근덕거릴 확률이 매우 낮다는 소리가 된다. , 그건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없는 걸로 치고, 이번 연회에는 류하 씨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그래서 잡화점의 주인은 하란국을 최종방어선으로 삼아서 마왕군이 그곳을 정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힘을 좀 써줘야겠어. 어차피 다른 마계공작들은 각 구역에서 나타날 게릴라 전에 대비한다는 것 때문에 움직이지도 않잖아? 진짜로 움직이는 군단은 1군단과 지원역할을 맡고 있는 7군단. 그리고 별동대로 움직이는 11군단이니까. 이곳에 화력을 집중하게 된다면 하란국을 비롯한 연합군들을 이길 수 있지.”

 

마왕은...

 

슬슬 레시아로 불러도 되지 않는가? 언제까지 짐을 마왕이라고 부를 생각인가?”

 

아니, 남의 독백에 뜬금없이 간섭하지 말라고!”

 

마치 뱀이 똬리를 틀 듯 가녀린 팔이 내 목을 휘감기 시작했다. 새하얀 팔이 기어올라 내 뺨에 닿았을 때 매혹적으로 웃고 있는 마왕...

 

그러니까 레시아로...”

 

아 진짜! 사사건건 내 독백에 침범하는 이유가 뭐야!”

 

조만간 내 독백이 어디 공유기에 걸쳐서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연회가 끝나고 잡화점에 돌아와 마왕...

 

레시아.”

 

아오! 내가 더러워서라도 그렇게 부른다! 아무튼 레시아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 상당히 마음에 들은 눈치였다. 위기에 몰렸을 때 인간은 매우 강하다. 하지만 반대로 강력한 힘을 가진 인간은 빈틈이 보이기 쉽다. 그것은 사소한 것에 경계를 하는가와 하지 않는 가에 대한 차이인데, 그 강대한 힘을 가진 인간을 두 번 다시 저항하지 못하도록 더욱 더 강력한 힘으로 짓누르면 그만이다.

 

애초에 하란국을 점령하는데 도와달라는 이유도, 하란국의 대결계를 뚫지 못한 것에 있으니...나는 해줄 것 다 해줬어. 칸포리우스의 지원병력 때문이라도 대결계를 해제하고 하란국의 수도로 들어갈 거야. 당연히 그 주변에는 일부 마왕군으로 포위하는 척을 하다가 뚫려야 앞뒤가 잘 맞겠지만...그보다 언제까지 그런 흡족한 얼굴로 보고 있을 거야? 안 떨어져?”

 

참나무에 붙은 매미마냥 떨어지지 않는 마...아니, 레시아 때문에 세린과 더불어 리제로트의 눈치도 봐야만 했다.

 

아 맞다. 리제로트. 너에게 중대한 임무를 내려줄게.”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다가 내 말에 눈동자가 갑자기 살아난 리제로트.

 

? 카린 씨가요? 어떤 임무죠? 혹시 밤 자리에 같이 들어가달라는 건가요!? 이제서야 저의 실력을 발휘할 때가...”

 

도대체 어떤 임무가 밤 자리에 같이 들어가는 거냐? 조만간 네 두개골도 열어서 오른쪽으로 비틀어줄까?”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내 귀에 거슬렸지만, 넓은 호수와 같은 마음으로 넘어가기로 하자.

 

그래서 어떤 일이에요?”

 

네가 하란국 여제에게 최면을 좀 걸어야 할 거 같아. 상당히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인 건 맞지만, 여체화라고 하지만 내 정신방어를 뚫는 그 초능력이라면, 간단하게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설마 밥만 축내던 리제로트가 이런 상황에서 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실상 리제로트의 초능력은 눈을 통해 상대에게 최면을 걸어, 나중에는 인형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인형이 되라는 암시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다른 방향으로 암시를 건다면 예상하지 못한 파괴력을 보인다.

 

최면이라면 제 인형으로 만들라는 소리인가요?”

 

인형이 아니라, 판단력 저하만 해줘도 크게 도움이 되거든. , 너의 인형으로 만들어도 상관없어. 기왕 이렇게 된 거 레시아와 같이 가서 마왕군 간부 역할이나 좀 해봐.”

 

간부요?”

 

리제로트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잡화점의 주인. 이 아이를 데리고 하란국을 망하게 하는 건 손쉬운 일이 아니니라.”

 

하긴, 마왕성의 간부로 일하게 되면 오히려 대결계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 생각을 잘못했네.”

 

잠깐 생각을 바꿔보면 지금 이 상황에서 마왕군에게 습격 받은 민간인 역할도 할 수 없다. 1군단에 포위된 지 그러면 하란국에 들어갈 계기가 확실히 필요하다는 건데.

 

간부도 안 되면 리제로트를 무슨 수로 들여보내지. 좀 더 확실한 방법이 있을 텐데? 1군단이 하도 정밀하게 포위를 하는 바람에 민간인 A역할을 시킬 수가 없잖아! 그보다 내 목에 있는 팔이나 좀 풀어! 이러다 목 디스크 걸리면 책임 질 거냐!”

 

그건 짐의 치밀한 작전계획에 대해 칭찬하는 것인가? 그리고 짐은 잡화점 주인 정도는 책임지고 반려로 맞이할 수 있노라.”

 

아냐! 그 치밀한 작전계획 때문에 리제로트를 하란국에 침투시킬 방법이 없잖아! 아니, 한가지는 있지. 리제로트가 칸포리우스에 가서 수녀로 지원 오는 수 밖에 없네. 그리고 은근슬쩍 반려로 맞이 한다는 소리 하지 마!”

 

지원군으로 오는 방법이야 있지만, 언제까지나 시나가 아우리스를 잘 설득하여 칸포리우스를 움직였을 때의 이야기다. 확신을 가지고 계획을 진행할 수 없지만, 어쨌든 진득하게 붙은 마왕...

 

레시아다.”

 

아 진짜 독백 그만 읽어!!!”

 

레시아를 떨어뜨릴 방법부터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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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왕도 조ㄱ...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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