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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전개 중에 생각해보자면 마왕의 간부를 무찌르고 나서 그 간부가 사실 나는 마왕 간부 중 최약체다! 나를 쓰러뜨려도 이하생략-” 같은 분위기로 나오는 적이 많을 터. 그러나, 이곳 마왕의 간부라고 할 수 있는 마계 12공작 중 탐욕의 공작은 나와 상성이 맞지 않아 빠르게 재기불능 상태가 되어버린 경우다. 절대적으로 약하거나 강한 존재는 없고,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강자에게 삼켜지는 것이 마계의 생활. 마왕 레프리시아의 통치가 내가 바라는 방향과 정 반대로 나가거나, 조금이라도 내 방향과 맞지 않으면 결국 약육강식이란 말은 마계 언제 어디서나 있다. 심지어 가까운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저기, 성녀님? 마지막에는 광고가 살며시 들어간 거 같은데요?”

 

착한 용사는 신경 끄도록. 그보다 너도 이제 내 독백을 읽고 태클을 거는 거야?”

 

왜 나는 행복할 수가 없지?

내 주변사람들은 독백을 읽는 괴물들만 존재하는 걸까?

 

하란국의 대다수가 점령을 당해도 한 곳만큼은 강한 보호막이 막고 있다. 절대적인 불가침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건 정확한 단어선정이 아니며, 가장 확실한 단어선정이라면 자신이 허락한 자들만 들어올 수 있는 장소다.

 

먼저 들어갔던 침묵의 궁수..., 내가 지어낸 이명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 남자를 따라가 도착한 곳에 인자해 보이는 남자신하가 우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하란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나는...”

 

, 잠깐만요.”

 

멈춰.

훈민정음이라도 만들 생각이냐?

 

마왕을 과학승리로 이길법한 대사의 일부를 들은 나는, 신하인지 황제인지 분간할 것도 없이 말을 멈춰 세웠다.

 

말씀해 보시오.”

 

조만간 그쪽이 집현전이라도 만들기 전에 묻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곳 궁궐이 이렇게 넓었나요?”

 

내가 다른 것에 대해 태클을 걸기 전에 스스로 화제를 전환했다.

 

전쟁이라도 난다면 수도에 있는 민간인들은 보호해야 하오. 그러니 궁궐의 크기와 맞먹는 보호막이 존재하는 것이오.”

 

차라리 하란국을 가지 못했다면 원래 이런 크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호막은 하란국의 궁궐뿐만이 아니라 시장이라고 생각했던 장소까지 다 덮고 있었다. 무분별하게 보호막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생활을 하고 힘을 길러서 방어할 능력까지 갖추고 있던 것.

 

그보다 용사님들은 탐욕의 공작을 타개하고 이곳에 당도했다고 들었네만?”

 

그거야 전부 성ㄴ...”

 

전부 용사가 잘 해냈으니 다행이죠.”

 

용사가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말을 가로막아 용사의 공으로 돌렸다. 내 능력의 일부를 아는 것만으로도 계획이 비틀어지기 때문에, “? 하지만 성녀님?”이라고 용사가 말하기 전에, 용사의 머리를 깊게 눌러 쓰다듬기 시작했다.

 

키르갤의 시선이 따갑긴 하지만 입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계획이라면 이곳에 있는 모든 민간인과 여제까지 모두 탈출시킨 뒤, 마왕이 이곳을 점령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약속을 잡고 움직이는 거니까 밑밥을 깔기 시작해야겠지. 그러기 위해선 여제와 만나야만 했다.

 

그렇군요. 이거 참으로 경사가 아닐 수 없소이다. 저희 폐하께서 작게나마 연회를 준비하셨으니 부디 참석을 바라오.”

 

연회! !”

 

키르갤이 반응을 했다.

 

그리고 남자!”

 

아무래도 다른 목적까지 끼어있었나 보다.

분명 용사바라기였을 텐데.

 

연회! !”

 

저기 있던 기사도 반응을 했다. 마지막에는 여자라고 외칠 생각인가?

 

그리고 중장비!”

 

아무래도 자신의 장비를 새로 맞출 생각에 들떠...

 

그거 연회와 아무런 상관 없잖아!!!”

 

결국 기사에게 버럭! 하고 소리를 쳐버렸다. 이상한 곳에 틀어진 기사와 남자를 왜 만나고 싶어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여 마법사. 대체, 이 녀석은 언제쯤 말을 할지 알 수 없는 궁수. 그리고 내 무릎 위에서 자고 있는 어린 용사까지 5명이서 커다란 방 하나에 모여 앉아있었다.

 

저기. 키르갤. 용사에게 무릎배게는 네가 해야 하지 않아?”

 

아무래도 용사님은 지금은성녀를 잘 따르는 모양이야. 게다가 하나부터 열까지 너에게 눈치를 줘봤자 소용없다는 것도 알았고.”

 

...그래?”

 

그러니까, 이 치욕은 계속해서 모아놨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 음침한 목소리로 해도 다 들리거든!”

 

결국 마지막에는 저 녀석 때문에 내가 팔려나가는 건가?

차라리 네가 흑막을 해라.

 

슬슬 잡화점으로 돌아가고 싶다. 너무 지쳤어.”

 

너무 지쳤다는 건 체력적으로 고갈된 것이 아니라 심신이 지쳐버렸다. 이 시간만 되면 오지도 않는 손님을 기다리면서 책이나 읽고 있을 터인데,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서 그런지 연회고 뭐고 빨리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여행은 사람을 지치게 만드네.”

 

여행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게 아닙니까?”

 

기사가 내 한마디에 위와 같이 반문했다. 여행이라는 건, 식견도 넓어지고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요소가 맞지만 리스크도 매우 크다. 이상한 산적이나 그런 녀석들과 시비가 붙을 수도 있고, 취미가 안 좋은 귀족에게 괜히 잡혀 사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죽거나...

 

굳이 성장이라고 할 수 없어요, 사람은 목숨을 잃으면 모두 끝이니까. 조금이나마 경험을 쌓기 위해서 모든 걸 잃을 필요도 없잖아요? 여행을 하는 진정한 의미라면, 자신이 정하는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뿐. 그 과정 속에서 성장을 하든 말든 결과는 여행이 끝난 이후에 나타나죠.”

 

그렇군요. 역시 성녀...아니, 카린님. 그런 넓은 혜안을 가지고 계시다니!”

 

감격하지 마시죠. 내 멋대로 말하는 거에 감격하지 말라고요. 너희들은 누군가 높은 사람이나 위대한 사람이 말한다고 해서 다 믿거나, 그걸 목숨처럼 여기고 다니지 마세요. 자신이 관철하고 싶은 신념이라는 건 없는 건가요?”

 

? 그야 있긴 하죠. 저는 마왕을 타도하기 전까지 성녀님을 지키는 것만을 일념으로 하면 됩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나지막하게 안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자신만의 규칙이나 그런 거라도 있어야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할 텐데. 굳이 나를 지키겠다는 그 일념 하나만으로 여행을 다니겠다니. 그렇게 되면 쉽게 목숨을 버리는 걸 정당화 해버린다. 오직 사람은 살아 남아야 그 다음의 변수를 준비할 수 있기 마련.

 

이건 숙제에요. 자신만을 위해. 그리고 자신만이 이 험난 세상을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신념을 찾으세요. 목숨을 함부로 버리거나 그런 일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며, 누군가를 희생해서 다른 이들을 구하는 것이 아닌, 최우선으로 모두가 다같이 살아남는 행복한 결말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그리고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정해놓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전 당신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런...”

 

기사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안, 저 멀리서 낮은 음성의 남자 목소리가 나왔다.

 

모두가 다 같이 살아남는 결말이라. 성녀는 진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인가?”

 

내가 멋대로 이명을 지어놓은 침묵의 궁수가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진정으로 그리 말하는 겁니다. 모두가 살 수 있는 방안을 도모하는 것은 최우선으로 행해야 하는 일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혼자서도 마왕의 간부를 잘도 날려버리던데? 그것은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강자이기 때문에, 우리를 지켜줄 여유라도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는 것인가?”

 

뭐냐?

내가 그리모스를 날려버린 걸 본 건가? 아니, 어쩌면 저 궁수의 시력이 좋아 멀리서도 내 상황을 지켜볼 수 있으리라. 다만, 극도의 냉정을 지키고 있는 저 남자가 저렇게 기분 나쁘게 말할 정도라...

 

당신이 비아냥거릴 정도로 제 말이 불쾌했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죠. 다만, 제가 말하는 최우선의 선택사항에서는 힘의 차이가 있고 없고를 떠난 이야기입니다.”

 

힘이 없으면 그런 일도 행하기 불가능에 가깝다. 아닌가?”

 

잠깐만, 어째서 그게 말싸움으로 번진 거야? 동료잖아?”

 

키르갤이 나타나서 중재를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반대편의 남자 측에서 나를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아니. 나는 아직까지 신용할 수 없다. 성녀인지 잡화점주인인지 그리고 아까 그 돼지가 말했던 마왕의 신부후보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힘을 감추고 전력으로 싸우고 있지 않아.”

 

그건 부작용이 있으니까 그런 거지. 나도 마법을 쓸 때 좀 생각을 고려해서 쓰잖아?”

 

아냐. 달라. 저 가녀린 성녀 안에는 또 다른 초월체가 잠들어있다. 오히려 마왕보다 더 악질로 될 수 있다면 이상하지 않지.”

 

그렇군. 그 짧은 시간의 일을 놓치지 않고 본거로구나. 순간 집중력만큼은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확실히 2초간 남자로 변했을 때 누군가에게는 그 짧은 시간이, 무언가의 허상처럼 지나가기도 했고, 백일몽처럼 빠르게 사라지는 환상에 불과했지만, 저 궁수는 현실을 직시하고 나를 먼저 의심하기 시작했다.

 

현령! 너 적당히 하지 않으면...!”

 

아니. 키르갤. 그 자의 말이 맞아요. 확실하게 말하자면 이건 본래 제 모습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다 같이 봤잖아요? 알 수 없는 흑발의 남자. 애석하게도 그 모습은 이 세상을 날려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익숙하지도 않은 여성의 모습으로 있는 겁니다.”

 

체념을 하듯 모든 걸 다 털어놔보자. 그래도 일단 말을 꺼내선 안 될 것이, 이 상황이 어쩌다가 세계가 2번씩이나 뒤집어졌는지에 대해, 그리고 잡화점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 그거 말고는 현령이라는 궁수가 알고 싶어하는 것도 이야기를 해줘야겠지.

 

그러면...그 여장이 잘 어울릴 거 같은 중성적인 외모의 남성이 너란 말이야?!”

 

어째서 여장이 잘 어울릴 것 같은이란 바보 같은 수식어까지 붙여가면서 강조를 하는 겁니까아!”

 

태클을 안 걸려고 해도 결국 원인제공은 다 저쪽에서 해주잖아! 이러니까 내가 빠르게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는 거지!

 

그건 그렇다고 해도, 여자로 된지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야? 위화감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이전에도 사고 때문에 된 적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이런 몸이 가장 편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그나저나...”

 

그보다 이 용사는 주위에서 그렇게 소란을 피우고 소리치는데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잘 자고 있는 건가? 어지간히 무릎배게가 좋은 모양이다.

 

키르갤에게 용사를 맡기고 나서 잡화점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사키엘의 문을 통해 다시 귀환한 나는 3층에서 2, 2층에서 다시 1층으로 내려오고 있을 무렵. 연회는 대략적으로 용사그룹에게 맡기고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거기까지가 나의 예정.

그러나...

 

. 잡화점의 주인인가. 어서 오거라. 이 집안에 있는 계집에게 물어보니 딱 이정도 시간에 온다고 하여 맞춰놨노라.”

 

연보라색 머리카락 위에는 고양이귀가 솟아올라있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한 손에는 국자를 들며 나를 반기는 것이었다. 지금 상황도 심란해 죽겠는데, 마왕이 남성체로 변한 탓이라 끝나지 않는 괴리감으로 인해, 내 정신은 현실의 벽을 뛰어넘어 저 우주 어딘가로 박혀버렸다.

 

, 잠깐만?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머지않아 박혀있던 정신이 광속을 뛰어넘어 이곳에 도달했으니, 내가 가진 의문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고, 내 앞에 있는 마왕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그야 당연히 짐이 그대를 위한 요리를 했으니 말이다. 애석하게도 짐은 맛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저기 테이블에 앉아있는 계집에게 맛을 좀 봐달라고 했다.”

 

테이블에 시선이 찾아가보니 입에 보라색거품을 물고 의식이 없는 흰자만 드러낸 체, 다잉메시지로 추정되는 글귀. 아무래도 내가 지금 살해현장을 직접 목격한 거 같은데.

 

뭔지 예상은 가지만 뭘 요리했는지 일단 알려줄 수 있어?”

 

그야 당연히 암흑물질이다.”

 

이 빌어먹을 암흑물질은 세계가 갈아 엎어져도 꼭 있는 거냐!”

 

그보다 리제로트.

용케 죽지 않았구나.

 

. 역시 마계식단은 인간에게는 좀 무리인가?”

 

그거 마계에서도 무리거든!”

 

폭식의 공작은 잘 먹었노라.”

 

폭식의 공작잘 먹었겠지!”

 

들이댈 것을 들이대야지. 지금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잡화점에 돌아가니까 왠 마왕이 요리를 하고 있다고? 날카로운 눈매와 누군가를 굴복시키는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건 요리가 아니라 그냥 고문을 준비하는 무언가가 되겠지.

 

아니면, 목욕이라도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나..?”

 

-파아아아앙! 파바방!

 

마왕의 자가 사라질 때까지 마나를 폭파시켰다.

이성의 끈이 어느 정도 매듭을 지으며 다시 이어졌을 땐, 다행히 무효화의 반지로 인해 아무런 영향도 없는 리제로트는 그 자리에 기절해있었고, 주방이 전쟁터의 폐허로 돌변해있을 무렵.

 

. 아무래도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분명 신부가 집에 들어오면 이렇게 하라고 색욕의 공작이 말했노라. 짐이야 많이 연습하고 보여준 것이라 자신이 있었으나...”

 

대체 왜 그런 녀석에게 그런 쓸 때 없는 기교를 배워오냐고오!”

 

상처는커녕 옷에 흠집조차 나지 않은 마왕이 내 뒤에서 살며시 끌어당겼다.

 

그건 그렇고 탐욕의 공작을 날려버린 건 보고는 잘 들었노라. 역시 짐의 신부이지 않는가? 그 정도의 힘을 숨겨놓고 아무런 편에 들지 않는다라...확실히, 그 힘은 이곳 세계와는 이질적인 것이로다.”

 

마왕이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귓가에 간질이는 목소리가 애원하듯 머리 속을 파고들었다.

 

잡화점의 주인. 부탁이 있노라.”

 

또 쓸 때 없이 신부네 뭐네 하면 마왕성을 갈아 엎을 거야?”

 

그건 아니고, 잡화점에 있는 물건을 멋대로 봐서 미안하다만, 이런 사진을 보고야 말았노라.”

 

사진이라면 다 사라진 게 아닌가? 아니면 세린이 멋대로 백업한 사진이 있나?

 

이전의 차원은 아무래도 짐이 제대로 된 구원을 받았겠지. 그렇기에 이런 많은 자들과 같이 서 있는 게 아닌가?”

 

이전에 잡화점 멤버가 한 가득 있을 무렵. 대체 언제 찍어놓은 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찍혀있는 가족사진과 같은 것이었다. 가운데는 나를 시작으로, 왼편에는 레시아, 마리아, 루시피나가 서 있었고, 오른쪽에는 람파시나, 루나, 루니아 누나가 서있었다.

 

물론 나중에 루비아나 아이니스 등. 다른 사람도 달려와서 사진을 찍었다만 그 와중에 사진기가 고장이 나버리는 바람에 추억으로만 간직한 사진은 저것뿐이었다.

 

저기 귀여운 남자가 그대겠지? 여장이 참으로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구나.”

 

그 빌어먹을 여장이 참으로 잘 어울릴 것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여놓는다고 해서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거든!”

 

다른 방향으로 주제가 엇나가기 전에 마왕은 다시 본래 목적을 말했다.

 

아무튼 짐의 부탁은 이전에 짐을 어찌 불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불러줄 수 없겠는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짐은 마왕이니라. 그대를 만나든 만나지 않았든, 짐이 마왕이라는 것은 다르지 않으며, 이미 저질러놓은 일은 마무리하고 평화를 만끽할지. 세상을 지배할지 고민하기 전에, 그대가 짐을 어떻게 불렀는지 알고 싶노라.”

 

한동안 떨어지지 않은 말과 이걸 꼭 말해야만 하는 가에 대해 갈등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

 

으갹! 뭐 하는 거야!”

 

귀에 느껴지는 위화감이 내 온몸에 내달렸다. 이놈의 마왕은 대체 뭐하고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 먼저 더 앞서고 있을 무렵. 힘껏 혼까지 빨아드릴 듯한 소리가 나더니, 끈적거리는 무언가가 내 귀에서 늘어졌다.

 

그야 귀를 핥고 있노라.”

 

내가 묻는 건 대체 그 행위를 왜 하느냐에 대해 묻고 있는 거야!”

 

그야. 그대가 짐을 뭐라고 부르는지에 대해 알기 전까지 계속 집행할 예정이니라.”

 

이게 무슨 고문도 아니고...우아앗! 그만! 그만! 레시아! 그만! 그만하라고!”

 

이번엔 다른 귀에 경보음이 들림과 동시에 머리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핥는 듯한 혀 끝으로부터, 내 다른 쪽 귀가 뇌로부터 버틸 수가 없다는 경고를 계속해서 보내왔고, 그에 따라 다급하게 외쳐본 이름은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는 외침이었다.

 

흐음? 레시아라. 그렇군. 듣기 좋은 이름이노라. 그런데 우선 잡화점의 주인의 반응이 재미있으니 더 해보도록 하겠다.”

 

잠깐! 그만하겠다는 약속은 어디에...!”

 

맞다.

이 마왕은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집행을 하겠다고 했지, 부른 후에 이걸 멈추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교활한 악마녀석!”

 

크큭. , 어찌 불러도 좋다. 그나저나 이번엔 혀를 넣어도 되겠나? , 물론 귓속에 말이다.”

 

될 리가 있겠냐아아아!!!”

 

저녁 먹으러 갔다가 커다란 봉변을 당하기 전에, 마왕의 발등을 밟고 잡고 있는걸 풀면서, 지근거리 마나 캐논<Close Range Mana Cannon>으로 마왕을 날린 시간은 내가 소리를 지른 이후부터 약 2초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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