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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다고는 하나 민첩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나의 속도를 상회하는 몸놀림이 여러모로 나를 놀라게 했다. 매번 오호! 오호!”하며 쫓아오긴 하지만, 마계 12공작에 버금가는 위력을 선사했다. 검붉은 할버드가 눈을 어지럽히며 나에게 날아올 때마다, 정면으로 막아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 피하기 급급했다.

 

오호호! 그러고 보니! 저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군요. 저는 탐욕의 공작 그리모스라고 합니다! 오호호! 이제 저의 이름을 알았으니 투항하거나, 같이 밥을 먹으러 가시죠?”

 

잠깐만. 왜 뒤에 같이 밥 먹자고 꼬드기는 거냐? 너는 적과 아군에 구분할 것 없이 밥을 먹는 거냐? 탐욕보다는 폭식이 가장 어울릴 법한 대사잖아?”

 

시도 때도 없이 공방을 벌여가면서 이야기 하는 바보 같은 일을 여기서 하고 있지만, 적에게도 대뜸 싸우다 말고 오호호! 배가 고프니 잠깐 음식점에 들려서 뭐라도 먹고 싸우시죠!”라고 권유할 것만 같았다.

 

왜 싸우다 말고 밥 먹으러 가는지 모르겠지만...

 

오호호! 저는 탐욕의 낙인을 받은 자로서, 모든 욕망은 우선 선행하고 본다는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있습니다.”

 

멋쩍게 자신의 투구를 긁고는 다시 할버드로 나를 내리찍었다. 당연히 그 순간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오히려 히드라를 이용해 반격을 했지만, 공으로 착각할 정도로 빨리 바닥을 굴러 회피했다. 저런 중장비로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더 신기하지만...

 

[마계공작의 이름은 하는 모양이군.]

 

[그러게. 확실히 말하자면 좀 귀찮은 상대이긴 해.]

 

아군일 때 같이 친구하면 맛집 탐험도 하고 좋을 텐데, 적으로 만나니 변칙적인 요소가 많아 까다로울 뿐이다.

 

오호호! 그대의 실력은 이게 다가 아니란 건 태초부터 알고 있습니다. 슬슬 본 실력을 낼 때 아닙니까?”

 

내가 본 실력을 내면 너는 필히 죽거든?”

 

양손에 쥔 단검을 그대로 없앴다. 그 후 천천히 주먹을 풀며 나아갔고 빈틈인 줄 알았는지, 공기를 찢으며 날아드는 할버드의 날을 왼손으로 잡아챘다. 얼마나 강하게 휘둘렀는지 손으로 잡아도 미세하게 떨려오는 힘. 그러나, 나의 행동으로 인해 탐욕의 공작은 크게 당황했다.

 

오호호..., 이런 일이? , 어떻게 일어나는...푸학!”

 

마나가 한 가득 담은 주먹으로 통통한 배에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이전 기괴한 메이드 장이었던 쇼콜라에게 많이 맞았다고는 하나,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면밀이 관찰한 건 사실이니. 3M나 되는 덩치가 순식간에 50M정도 멀어진 곳에서 흙먼지를 날린 체 사라졌다.

 

할버드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나. 마왕군의 척후병들은 사기가 완전히 꺾여버렸다.

 

, 성녀님...”

 

뭔가 기사가 괴물을 보는 마냥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안해.

성녀의 이미지를 박살내서 미안해...

그러니까 잡화점의 주인이라고 말할 때 좀 들었어야지!!!

 

하긴, 바퀴벌레를 무서워하고 가녀린...건 아니었지만, 실질적으로 마왕군의 간부를 주먹으로 후려쳐서 사기를 깎아버리는 성녀는 존재하지 않으리라...

 

얼추 정리된 거 같네에?”

 

키르갤이 천천히 걸어 나와 내 옆에 섰다. 로브로 바람이 펄럭이지만 그 바람은 인위적으로 마나를 끌어 모아 생성한 모양이다.

 

성녀님! 괜찮으세요!”

 

내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잘 모르는 용사는 마족의 피로 목욕을 한듯한 모습으로 해맑게 웃으며...아니! 잠깐만! 그렇게 웃지마! 스릴러의 한편을 보는 줄 알았잖아! 누가 보면 死번째는 너랑께?”하고 오는 거 같잖아!

 

그리고 나를 걱정했다면 웃으면서 달려오지 말라고!

 

오호호...! 아무래도 제가 방심한 듯하군요.”

 

저 멀리서 울려 퍼지는 탐욕의 공작의 목소리, 아무래도 형편없이 도망을 간 건 아닌 모양이다. 흙먼지가 인위적으로 거세게 걷히고 나서 보이는 건, 검붉은 색의 갑옷이 아닌, 황금색의 갑옷이 번뜩였다. 그 뒤로 이리저리 멋지게 휘두르는 황금색의 할버드.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2페이즈인가...”

 

항상 밀리기 시작하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한 형태로 다듬기 마련. 나 또한 한번 쓰러지고 나서부터 본 실력을 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생각해냈다. 아무래도 내 앞에 있는 상대 또한 비장의 수를 숨겨왔던 모양. 황금색이야 말로 탐욕의 공작이란 말이 잘 어울릴 정도였다. 당연히 탐욕이라는 것은 재산에 대한 욕망도 가지고 있으니까.

 

오호호! 지금의 저는 조금 더 강하답니다.”

 

자신만만하게 다가오는 탐욕의 군주. 아무래도 저 말은 허세가 아닌 모양이다.

 

-쉬이익! !

 

어느 순간 할버드를 휘둘렀다고 인지했는데, 정작 본능적으로 막은 내 팔에 직격하고 말았다.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버린 팔이 거대한 통증을 낳고 있는 동안,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할버드의 날이 깔끔한 소리와 함께 내 왼쪽 팔을 날려버렸다. 고통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인간의 방어기제가 나를 경직에서 구해준 모양. 다시 저 멀리 떨어지고 나서 상황을 지켜보았을 때. 모두가 나를 향해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소리쳤다.

 

물론 그 놈의 성녀 소리는 듣기 싫었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3명이 전부 성녀에 관한 소리를 했으니 말이다.

 

대단하네. 강해.”

 

오호호! 항복하려면 지금입니다. 아무래도 마왕님은 팔다리를 자르는 걸 허락하신 모양이라서 말이죠.”

 

, 목숨만 붙어있으면 팔다리는 잘라도 상관 없겠지. 왜냐하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라면, 애초에 내가 걸었던 마법사의 길이 시공간 술사의 길이었기 때문. 지금에서 시간역행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1시간 전의 신체로 다시 역행하기 시작하면서, 쏟아져 나갔던 피는 거꾸로 내 몸으로 들어가고, 잘려나갔던 왼팔이 순식간에 붙고 상처는 어느 사이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팔다리를 잘라도 이유가 없거든.”

 

탐욕의 공작은 겨우 기세를 잡았다 했더니 실망한 분위기가 무럭무럭 커지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팔다리를 자르던 말던 시간을 역행하면 결국 제자리. 아무리 자신의 재산이 많다고 한들, 그건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재산만큼 더욱 더 강해지는 탐욕의 공작이라...사실상 내가 없는 용사 그룹이라면 고전했을지도 몰랐겠지만, 지금은 운이 그리 좋지 않네. 나를 상대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저 재산에 비례해 강화를 한다고 해도, 정작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결국 쓸모 없는 거 아냐?”

 

도발을 하는 내 어조에도 크게 화를 내지 않고, 어느 정도 냉정한 목소리로 오호호.”라는 감탄사만 내뱉었다. 확실히 지금 탐욕의 공작으로선 날 이길 방도가 없진 하겠지. 정작 자신의 본 실력을 내겠다고 한들, 어처구니 없게도 비장의 카드가 막혀버린 거니까.

 

팔 하나 잘라간 건 어느 정도 강하다고 인정해줄게. 다만, 강하다는 편이지 날 위협하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 착각하지 말라고?”

 

뭡니까? 그 마지막에 애매모호한 츤데레 연기는?”

 

키르갤이 태클 걸어왔지만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오호호. 아무래도 마왕님께서 자신의 신부로 삼으면서까지 성녀를 데리고 가려는 이유가 있나 보군요.”

 

아니, 성녀가 아니라 잡화점의 주인이라니까? 나는 그런 거창한 사람이 아니야.”

 

어쩌면 마왕군으로부터 나를 성녀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잡화점 주인으로 인식시켜야 하는 세뇌작업이 필요한 모양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저게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거짓말은 아니니 계속 밀어붙여보자.

 

본인의 비장의 카드인 막시멜로스의 재고가 먹히지 않은 이상, 이후 다른 마계공작에게 싸움을 양도해야겠군요. 오호호!”

 

도망할 셈인가? 근데 내가 안 놔둔다면?”

 

오호...크하악!”

 

우선 최대한 힘을 억누른다는 의미로 세린 몰래 본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머리가 짧아지고 짙은 청색의 머리카락이 아닌, 밤에 물든 짧은 흑발로 돌아와 있겠지. 오랜만에 넓은 시야와 순식간에 마나가 몸 안쪽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이 감각. 남자로 되돌아가면서 감회가 새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다만, 개방을 하고 나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찾아왔다만, 최대 4초도 되지 않겠지.

 

시공의 눈은 이미 개안 되어있다. 알았나? 그리모스. 그래도 너의 희망사항대로 일단 놔주기는 하지. 그렇지만...”

 

시간이 늘어지면서 프레임 단위로 쏟아져 내려오는 형상들. 그 중 그리모어의 3초 전으로 추정되는 형태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현상. 3초 이전에는 절대로 데미지를 받지 않은 자신이, 3초 전의 데미지를 받은 에너지가 이제서야 도달 되는 기괴한 형태. 맞았을 때 뼈가 부셔지는 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이미 3초 전에 끝나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형태였다.

 

그것도 알게 모르게...

 

팔 하나 잘라간 값은 해야 되지 않겠나? 이제서야 고통이 찾아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설마 멀쩡했던 뼈가 3초 전에 부러졌을 줄은...”

 

-파악! 파각!

 

쿠헉! 쿠악! 그만! 그마아안!”

 

또 어디 잘났다 듯이 오호호라고 외쳐보던가. ‘막시멜로스의 재고로 강화한 몸이 그렇기 유리조각 마냥 부러지고 있는 걸 보아하니, 우선 너와 나의 상성이 가장 나쁘다는 건 확실하게 알았겠지?”

 

3초 전의 형상이 그대로 본체에 대미지로 작용했지만, 아직까지 대미지는 대미지일 뿐 실제 형상으로 보면 멀쩡한 상태다. 그런고로 내 앞에 있는 적에게 최악의 선물을 주기로 했다.

 

갱신<Update>”

 

-파뜨득! 파지직! 푸드득! 푸득!

 

거구의 내부에는 뼈는 물론이고 내장까지 손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 몸에서 터져나오는 고통의 오케스트라는 그리모스의 반주에 맞춰 천천히 붕괴하고 있었고, 그 과정은 실제시간으로 2초에 걸쳐서 일어난 일밖에 되지 않았다.

 

어처구니 없게도 2초만에 다시 여성의 모습을 돌아와 날뛰는 힘을 억누르고 있었다. 히드라가 자신이 직접 먹이를 집어 삼켜도 되냐는 물음에 나는 하지 말라고 답했다.

 

저들에게 있어 공포와 경고가 필요하다.

마계 12공작 중에 최약체인지 뭔지 하는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살아있던 척후병들이 그리모스의 거대한 신체를 질질 끌고 바쁘게 도망갔다. 아프다는 말도 하지 못하는 걸로 봐선 이미 기절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우두머리를 공략했다면 저들은 우리가 4명이든 2명이든 더 이상 공격하지 않겠지.”

 

다시 짙은 청색의 긴 머리카락과 낮아진 시야를 확인하니, 한숨을 곱게 포장해서 택배로 붙이기 위해 우표를 찾아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 방금 전에 무슨 일이...”

 

내 눈앞에 있는 키르갤의 목소리를 보아, 자신과의 레벨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나 보다.

 

내 본래의 모습와 더불어 실질적으로 힘을 개방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잡화점에 틀어박혀서 그 어떤 일에도 간섭하고 싶지 행동을 선택한 것. 너희들이 보았을 때는 단 2초만에 일어난 일이겠지만, 시공간술사의 길을 걷는 자라면 2초 같은 시간은 너무 느려도 한참 느린 시간이란 것도 알거든.”

 

인과율로 인해 시공간마법은 상당히 위험한 마법이지만, 마왕군의 간부를 쓰러뜨리려고 사용했다고 하면, 천계에서도 어느 정도 눈을 감아줄 것이다.

 

싫으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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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자로 되돌아가면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최강의 먼치킨이...지만 결국 태클 거는 건 똑같을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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