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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송곳니.

그가 어째서 유명한지 생각을 해보자면내가 용병을 뛰면서 거대한 전갈에 쫓기며 도망가던 시절에그는 벌써 A급 퀘스트를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사람은 혼자 다니기엔 나약한 존재라서가능하면 그룹을 지어서 다녔다고는 하지만용병은 그냥 돈이 좋은 사람들끼리 뭉치는 집단이기 때문에은빛 송곳니가 파티에 있다면 수많은 참가자가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심산으로개나 소나 죄다 A급 퀘스트에 지원을 했다.

 

그 결과는 설령 전멸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용사보다 더 높은 우대를 받은 은빛 송곳니는모든 무기를 다루는데 있어서 뛰어난 기량상황에 맞춰서 적절히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응용력만인들의 귀감이 되고 곁에만 있어도 마치 자신이 슈퍼맨이 되는 듯한 고양감. C급 용병 3명을 통솔해서 드래곤을 내쫓아 버리는 지휘력그 외에 한가지 더 장점이 있다면나이에 불구하고 여자와 밤에 잘 논다고 밝혀졌다뭐 어쨌든 마성의 매력까지 지닌 남자.

 

정말 쓸 때 없는 것까지 다 알아오는 정보상인들도 신기할 따름이지만잡설은 다시 치워두고.

 

한 때, ‘직업의 길로 은빛 송곳니는 무엇을 걷고 있는가에 대해 마법사들이 알아본 결과모든 무기를 전부 능숙하게 다루는 것 때문에 혼란이 생긴 마법사들은그저 웨폰마스터의 길이라는 터무니 없는 직업의 길을 명명할 정도애초에 이런 사람이 국가나 군부대에서 스카우트를 해야 하는데지금까지 용병 생활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 일단 서술은 둘째치고...

 

이제 몸의 해독이 좀 되었나아까부터 나에 대한 칭찬을 늘여놔서는 봐주지는 않는다고?”

 

벌써 3시간째 고전 중이다.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는 않은 상황이고차라리 경갑이라도 챙겨왔으면 지금 내 옷이 이리저리 찢겨지고속옷이 노출되려는 아슬아슬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하프 플레이트를 빌려 입을 수도 없는 노릇내가 에이전트 13이 아닌 이상 1초 안으로 옷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할 노릇이다.

 

아직까지 공주님은 모습에 비춰지지 않은 상황에서옆에 단검 하나가 스르륵 하며 나를 쳐다봤고...

 

아이 깜짝이야이게 뭐야!”

 

-파앙!

 

그나마 기둥 뒤에 숨었던 내가 뛰어오른 순간엄폐물로 사용하던 기둥을 단검이 관통하면서다시 쉬는 시간은 끝전투 시작을 알리는 칼부림이 시작되었다.

 

하나만 집요하게 시야를 둔다면다른 5방향에서 나의 사각을 노리고 올 것이라 생각을 했고다시 권총으로 바꿔서 떨어짐과 동시에 사방에 난사를 하면서 궤도를 바꾸기 급급했다게다가 사슬이 달렸다는 것 자체만으로 까다로운 이유는최소한의 사슬 2개만으로 사람을 완전구속 할 수 있기 때문에다시 티르빙을 롱소드 형태로 바꾸고 난 뒤에날아오는 3개의 단검을 단숨에 올려 치며 튕겨냈다.

 

본래 남자였던 상태라면기교를 부려서 3개의 단검을 튕겨낸 이후에도 연속동작으로 줄을 따라가는 기행을 펼쳤지만지금은 안타깝게도 이런 여성의 몸은 마법에 더 친숙한 모습이기에따라서 가능한 것은 사슬의 방향을 겨누고 마법을 발포하는 것.

 

새벽<Daybreak>”

 

사슬을 방향으로 겨눈 것은 0.1초라도 당황시키기 위한 행동이고사실상 천장에 새벽을 날려서 스크롤이든 마법에 걸려있든 응집된 모든 마나를자연으로 돌려버리기 위해 사용했다짧은 시간에 만들어낸 것치고는 매우 광범위하게 마나 기류가 휘몰아쳐서어두운 공간사방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제거한 뒤에천천히 은빛 송곳니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냥 맨 처음부터 그걸 쓰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안 보이는 상대 앞에서 딜레이가 큰 기술을 사용한다는 그 자체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아무튼 아무것도 입지 않고 위에 청색바탕에 어느 털을 뽑았는지 몰라도 수북하게 장식되어있는 상의와바지는 회색의 칠보바지로 활동하기 좋게 되어있었다간간히 보이는 어깨 방어구와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있고놀랍게도 왼손만으로 6개의 단검을 조종하고 있었다.

 

오른손을 안 쓰고 나를 3시간동안 고전시켰다는 것은날 그냥 가지고 놀았다는 의미잖아?

 

역시 잠깐의 틈을 줘도 유리했던 상황을 반전시키는 구만!”

 

그 이후에 은빛 송곳니는 저 뒤에서 천천히 걸어왔다다부진 근육을 뽐내면서 천천히 왼손에 있던 단검을 조종하는 장갑을 벗어 던지고는자신의 허리에 있는 단검 2자루를 뽑아 들었다.

 

나의 무기들을 원한다고 했었나미안하게도 내가 가진 무기가 많은데보여줄 시간이 전혀 없군그러니 이제 주특기로 1:1 쌍수 단검의 기량차이를 하나하나 새겨주도록 하지.”

 

더할 나위 없이 영광이네요그거...마치 코뿔소가 양에게 내가 한번 들이받을 테니까 살살 맞아서 살아보거라.”라는 소리 같은데요?

 

나도 불리할 것은 알지만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티르빙을 쌍수 단검으로 변형시키고 천천히 근접한 거리에서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단검을 쥔 상태에서 손목끼리 맞대었다물론 아르페 공주님은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만 할 뿐.

 

은빛 송곳니길리언 로버트.”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카일.”

 

처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눈빛에 흔들림은 없었다그야 당연히 아르페 공주님께서 나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를 하셨다면내가 용사가 아닌 것과 내가 본래 남자였던 것에 대해 말을 했겠지.

 

누가 보기에는 가만히 맞대는 것뿐이더라도상당한 신경전이 이리저리 오고 가고 있는데이 상태에서는 섣불리 손을 잘못 뻗기만 해도빛보다 빠른 반격과 타격이 곧이어 연달아 오고단검까지 들려있으니 순식간에 목이 베어나가는 상황까지 찾아온다.

 

-투드득타닥!

 

0.4초 안으로 5번의 공방이 일어난 것을 시작으로팔꿈치와 손목어깨 등 사방 팔방에서 빠르게 공격이 날아오는 것을그저 몸의 감각으로 막아내는 것이 아닌눈으로 정확히 보고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 쳐야 한다.

 

-샤악 쉬쉭!

 

다시 내 복부와 어깨를 노린 거대한 팔은 빠르게 전환하여 팔꿈치를 내밀고작은 동작으로 두 번의 단검의 궤도를 피한 뒤에날아오는 팔꿈치는 손목으로 안쪽부터 휘감은 뒤에 밀쳐내서 자세를 무너뜨렸다그 뒤에 오른발 한쪽을 은빛 송곳니 뒤에 놓고마나로 강화된 어깨로 밀쳐냈다.

 

-파앙!

 

다시 바다 빛의 파문이 허공에 퍼지면서상대는 땅을 검은 부츠로 질질 끓어가며 속도를 줄여나갔고내 위로 떨어지는 단검을 비어있는 왼손이 낚아채고 나서발을 박차며 뛰어갔다.

 

그보다 방안에 울려 퍼지는 타격음 앞에서도 소리 한번 내지도 않고오히려 자세를 잡자마자 나에게 다시 뛰어올라내 발 앞에 송곳니 모양을 지닌 2개의 단검을 던져서 멈춰 세우고는그 위에서 나를 눌러 찍으려는 듯이 허공에서 발차기로 내려찍어왔다.

 

물론 레시아에게 맞은 발차기가 더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에뒤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앞으로 뛰어들어가 다리를 붙잡는 것과 동시에팔꿈치로 허벅지를 가격하려는 순간오른쪽 귀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급하게 숙이자 그 사이에 은빛 송곳니의 왼쪽 다리가허공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일어나는 탄력을 원동력으로 삼아 다시 단검을 휘둘렀으나오른쪽 근육에 막힌 체 두 다리가 뱀처럼 내 목을 감싸 들었다.

 

하하걸려들었군트라이앵글 초크라고 하던데자네는 어떻게 빠져나갈 생각인가!”

 

꼼짝없이 양쪽 허벅지 근육이 내 목을 조르고오른팔 한쪽마저 잡혀버린 상황에 너무 제대로 걸려버려서숨을 쉴 수가 없는 상황에 시야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크윽!...으윽...!”

 

좀 더 귀여운 소리로 울어보라고그 뒤에는 내 밑에 깔려서 울게 될 테니까!”

 

은빛 송곳니의 도발에 정신을 가까스로 차린 나는숨을 쉬지 못하는 사이에서도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했다.

 

웃기지...!”

 

다른 한 손의 단검으로 저 허벅지를 내리찍어도 왠지 풀어지지 않을 것 같고그 대신...

 

마나 캐논!”

 

단검을 손에 놓고 짧게 마나를 끌어올려서은빛 송곳니 얼굴에 손바닥을 펴서 영거리 포격을 가했다.

 

다시 폭발음이 들리면서 은빛 송곳니도 나도 각자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쓰러졌으며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코와 귀에 피를 흘리고 있는 은빛 송곳니가천천히 일어나서 바닥에 박힌 단검을 잡았다.

 

정말...정말 대단하군오늘 정말로 내 은퇴식인데이렇게 화려하게 장식해주다니 말이야!”

 

오히려 희열에 찬 목소리가 포효로 바뀌고어지러운 시야 속에서도 천천히 일어서서 다시 티르빙으로 단검 한 자루를 더 만들어 내 손을 채워 넣었다.

 

슬슬 시작할까?”

 

뭐에요마치 페이즈 2가 있다는 듯한 어조는?

그게 전력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그것보다 더 강해질 수 있는 거에요?

이게 무슨 어두운 영혼 3이라도 되는 줄 아나?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듯이온 몸에는 은빛 기류가 천천히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달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송곳니 모양의 단검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그 이후로 자세를 낮추고 입을 열었다.

 

각자 필살기 하나로 끝낼까슬슬 승부수를 던지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저기 베인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하나같이 양쪽에 있는 단검으로 몰려들어오기 시작했다.

 

피의 대가 활성화.”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티르빙에서 감정 없는 목소리가 나와사용할 준비를 끝냈다고 알려줬고 나도 몸을 살짝 숙여 뛰어나갈 준비를 했다.

 

만월의 춤!<Dance of Full Moon>”

혈월의 춤!<Dance of Blood Moon>”

 

두 개의 달이 각각 검기로 부딪치자 마자 거대한 마나 공명현상이 일어나며주변에는 쉴 세 없이 커다란 진동이 울려 퍼지고거기서 찰나의 틈을 파고 들어가 왼손에 있는 단검이 횡을 그으며 다시 검기와 부딪쳤다.

 

마지막은 찌르는 동작에서 검 끝이 서로 맞닿은 순간...

 

-콰과강!

 

서로 저 멀리 날아가서 각자 벽에 박혀있는 신세가 되었다한번 눈을 깜빡였더니 온 몸에서는 비명을 지르고다리는 파업을 해서 더 이상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억지로 감각이 없는 듯한 다리로 일어서서천천히 은빛 송곳니가 쓰러진 곳으로 걸어 나아갔다.

 

그러자 내상을 당했는지 피를 입에서 쏟아내는 노장.

물론 내 상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은빛 송곳니...길리먼 씨는 나를 칭송하는 듯 입을 열었다.

 

역시 세월 앞에서는 속일 수 없군쿨럭쿨럭자네가 이겼다네젊은이.”

 

...내 나이를 칭송하는 것 같지만아무튼 은빛 송곳니를 제압한 시점으로 퀘스트가 끝났다는 연락을하멀 씨에게서 곧바로 텔레파시를 통해 받을 수 있었다그러고 나서...

 

저기조금만 더 내게 올 수 있는가약속대로 이겼으니 추가보상으로 무기를 줘야 하니 말일세.”

 

그 말에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앞으로 걸어가서 무기를 받으려고 서 있었는데준다는 무기는 안주고 그저 멍하니 나를 보고만 있었다.

 

저기무기는...?”

 

나의 한마디에 폭소를 하더니...

 

크하하정말 속이기 쉽군지금 자네의 꼴이 어떤지 알고나 말하는 소리인가정말 이렇게 보니 장관이야은퇴하기 전에 자네를 만나서 정말 좋았네!”

 

내 밑을 천천히 보았을 때 이미 옷의 기능을 잃어버린 천 조각들뿐이었다강렬한 수치심으로 머리 끝까지 차올라 이내 분노로 바뀌었고...

 

죽어버려!”

 

화가 통제가 안 되는 몸이 곧이어 은빛 송곳니의 얼굴을 발로 차버렸다.

역시 끝까지 방심을 할 수 없는 노장...

정신적으로 뭔가 잔뜩 패배한 순간을 만끽하며아르페 공주님께 옷을 빌려달라고 말을 해야만 했었다.

 

근데 하르커스와 에르단은 아직도 자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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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송곳니...

그러니까 길리먼 로버트와 카일의 쌍수 단검 스타일이 같은 이유는

애초에 카일이 은빛 송곳니를 동경해서 용병생활을 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서...

쓸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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