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78
178
몬스터의 숲을 단기간에 돌파를 한 뒤에, 실버 크라운에 도착을 하기까지는 12시간정도 남은 시간이 존재한다. 그 기간 동안 에르단과 하르커스는 그저 나를 따라 다니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 했으나,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아무것도 들지 않는 나에게 있어서, 그나마 쓸모 있는 동료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모든 이들이 생각하는 용사라고 한다면, 여신이든 뭐든 일단 축복을 받아, 상당히 능력치가 높으면서도, 만인의 귀감이 되며 왕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위엄으로, 소수의 동료들과 함께 수많은 적을 때려잡으며, 마지막에는 마왕을 격퇴하여 세상에 평화를 가지고 온다는 것이 정석중에 정석이지만...
이곳의 용사는 그냥 하나의 연예인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그냥 혈통 중에 용사가 있으면, 그것만으로 용사의 후손으로 취급 받아 용사가 되며, 아무것도 못하는 농부마저 용사들의 연회에서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하르커스와 에르단도 드워프에게 배운 대장장이라고는 하나, 용사들의 연회에 참가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없었다면, 고블린 정찰병들에게 개죽음만 당할 뻔 했다.
만인의 귀감은커녕, 구경거리로 바뀌어버린 용사들의 위상은 결국 어디까지 떨어져야 하는 것일까?
“카린 양? 실버 크라운은 대체 어느 방향인 거야? 그냥 나와 사랑의 도피를 하자니까?”
“애초에 더워서 머리가 맛이 갔어요? 무슨 사랑의 도피에요? 시나에게 쪼이고 싶으신가요?”
하르커스가 여전히 이상한 말을 하자마자, 시나가 뛰어 올라서 이미 징벌하고 있었다. 실버 크라운은 몬스터의 숲 북쪽에서 좀 오래 걸어야 하니, 지금 이런 황야 같은 앞뒤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는 하르커스가 전혀 방향을 못 잡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고, 에르단의 표정으로 보아, ‘여긴 어디? 나는 누구?’상태가 되어 있었다.
“아직 실버 크라운에 가본 적이 없어요?”
나의 한 마디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 숲 이후에 우리가 걷고 있는 곳이 어디라고 생각해요?”
“그야...그냥 사막이지 않는가?”
에르단은 방금 전에 물을 마셨는지, 자연스러운 소리가 내 귀에 울렸다. 물론 사막이라고는 하지만 여기는 그냥 사막은 아니다.
“실버 크라운에 영주인 ‘라펠로 드리베리트’가 다스렸던 도시 위를 걷고 있는 거랍니다.”
“뭐야? 그럼 여기가 원래 도시라고? 이 넓은 사막이?”
대략적으로 실버 크라운은 폐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실버 크라운은 성의 이름이며, 50년 전에 영지와 한꺼번에 바닥에 잠겨버리게 되었는데, 그나마 성이 매우 커서 커다란 집처럼 보인다고 한다. 도적이 한 때 많았던 이유는 그 아래에 유물이 많이 발견 되었으니까, 돈을 공짜로 벌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고, 그 영향으로 실버 크라운 안에 수많은 망령이 보인다고 한다.
물론 가라앉은 에피소드 또한 어처구니 없는데, 60년전 라펠로 드리베리트는 마왕을 숭배하는 영주였으나, 이를 알아차리고 분노한 아우리스 여신이 실버 크라운을 중심으로, 마을이고 도시고 할 거 없이 모두 가라앉혀버렸다고 한다. 여기서 5M만 땅을 파도 집의 지붕이 보이고, 그 밑을 파면 해골이 나온다는 소리도 있다.
“실버 크라운이라는 곳은 알고 보니 상당히 무서운 곳이군? 애초에 아우리스 님의 분노가 이렇게 강했는지 몰랐지만...”
그러고 보면, 칸포리우스와 프리트론의 국교가 아우리스 교였지.
“아우리스라...마스터. 그 여신의 힘은 상당히 막강하나 봅니다.”
“물론, 여신의 힘을 100%발휘하기 위해서, 성녀의 몸을 빌려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이것도 엘티노스가 적은 책에서 읽은 거라...”
아니 잠깐?
500년 전에 죽은 인간이 어째서 미래에 대한 일을 잘 알고 있는 거야?
미래 일기 쓰시나?
-쿠구구구!
땅에 진동이 심하게 떨리자 에르단과 하르커스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지진의 수준이 상당히 큰 범위로 보아...
“하르커스! 에르단! 땅이 벌어질 거에요! 빨리 아무거나 붙잡고 버텨요!”
“주변에 선인장 밖에 없는데! 뭘 잡으라는 거야!”
“아니 왜 선인장 밖에 없는 거야! 거기 가만히 있어요!”
사막에 선인장만 있는 것을 한탄해 하며, 나는 고정좌표로 마법방패 6개를 소환을 한 뒤에, 그 위에 하르커스와 에르단까지 올려주자마자, 땅에서는 입이 ‘쩌저저적!’하고 큰 소리로 벌어지면서, 뭔가 빨아드리는 듯 땅에 위에 있는 모든 것이 전부 땅밑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든지 분쇄하기 시작하는 땅 밑을 보자마자, 모든 이들이 경악을 했고 내가 너무 급하게 이동하려는 나머지, 지진이 일어나는 시간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
“뭐...아직까지 말 하지 않았지만, 실버 크라운으로 가는 사막은 땅이 주기적으로 입을 벌리긴 하더라고요. 하루에 한 번씩만 이러니까 그리 크게 걱정하지는 마세요.”
“카린 양!”
“카린 양!”
...실수할 수도 있지...참나...
결과적으로 실버 크라운에 도착을 했으나, 2년전과는 다르게 도적이나 유물을 도굴하려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의외로 일찍 도착했다고는 볼 수 있으나, 지금 남은 시간이 8시간 밖에 안 남았고, 2층 집처럼 되어있는 문을 봤지만, 이 밑으로는 지하 10층 이상이 되어있는 거대한 성을 전부 둘러봐야 한다. 그 중에 하나만이 공주님이 계시고 있는 곳이니까.
“그래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감은 오고 있나?”
에르단은 막상 실버 크라운으로 들어온 뒤에 혀를 내두르며 넓은 규모에 감탄을 했다.
“글쎄요? 대략 3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소리를 외쳐서 찾아보는 거고, 또 다른 하나는 그냥 아무 말 하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거죠.”
하르커스는 대체 생각은 하고 사는 거냐?라는 눈으로 날 보고 있었으나, 나는 마지막 한가지의 대안을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안리아스의 수정구를 이리저리 뿌리는 거죠.”
안리아스의 수정구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하르커스는 멍하니 있었으나, 에르단은 놀랍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안리아스의 수정구라면, 천계에 있던 천재적인 도공 안리아스가 만든 수정구라는 소리인가? 원본이 살아있는 이상, 마음대로 복제를 할 수 있고 복제품을 제거할 수 있는 그 전설의 물품.”
“맞아요. 엘티노스가 남긴 잡화점의 물품 중 하나죠.”
이 수정구의 본 목적이 예쁜 여성들의 도촬을 하기 위해서라는, 뼈아픈 진실은 내 마음속에 숨겨두기로 하자. 어쨌든 주머니 속에 꺼낸 안리아스의 수정구들을 모든 집에 사방으로 뿌리기 시작하면서 걷기 시작했다.
경사가 있는 곳은 굴리고, 방이 있는 곳이라면 던져버리고, 그렇게 실버 크라운의 내부 수사가 시작되고 있을 무렵. 지하 2층정도 내려가자 하르커스와 에르단을 멈추게 했다. 보였던 것은 내 바로 발 밑에 있는 투명한 실 하나. 밟으면 함정이 발동되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설마 밟으면 미끄럼틀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
“하르커스. 여기가 무슨 워터 슬라이더로 보여요? 지금 이 밑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함정이 잔뜩 설치된 거 같아요. 고개를 들지도 마세요. 안 그러면 화살이...”
“음? 이 버튼은 뭐지?”
-꾹! 피융!
순식간에 뭔가가 내 이마 바로 앞으로 지나갔고, 나는 곧 이어 에르단에게 소리를 질렀다.
“에르단! 뭐 말하자마자 누르는 게 어디 있어요!”
“미안하군...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겠네. 난 또 누르면 어디선가 폭발하는 장치인줄 알고.”
“그게 왜 성 내부에 있어요! 그것도 계단 바로 옆에! 대량학살 무기라도 발동하는 장치인 줄 알아요!”
그게 있었다면 지금쯤 실버 크라운은 가을출타 4를 맞이하고 있으리라.
내려가면서 느낀 점은 곳곳에 함정이 설치가 되어있는 것은, 예전에 자신의 성 안에 침입하는 침입자들을 상대하려는 수단이 아니라, 최근에 설치된 함정들 이었다. 맨 처음으로 상당히 반짝이며 빛나는 얇은 침. 그리고 그 끝에 방금 막 발려진 듯한 보라색상의 마비약.
급소를 맞으면 죽는다고는 하나, 위치나 각도를 보았을 때는 급소를 노리는 것이 아니고, 그저 행동이 불가능할 정도인 상태만 만들어, 무력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방금 보라색상의 정체불명의 액체가 마비약인지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잡화점 안에도 저거와 똑같이 생긴 액체가 존재하기 때문.
지금 상태는 거의 걸음이 세 번 정도면, 함정 하나씩 배치되어있는 짜증나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결국 시나에게 입을 열은 나는 한가지 부탁으로...
“시나. 함정들을 모조리 밝혀줘.”
“알겠습니다. 마스터.”
작은 올빼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당한 빛이, 모든 공간에 퍼진 이후, 다시 가라앉듯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모든 함정에 징표같이 야광처럼 빛이 났는데, 그것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갈 수는 없으니, 마나를 잠깐 끌어 올린 후에...
티르빙을 단검 2개의 형태로 만들어 놓고는, 천천히 지나가기 시작했다.
함정을 일부러 밟아서 날아오는 암기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강화가 된 반사신경으로 거의 내 얼굴에 다가오기 전에 먼저 팔을 휘둘러 거둬냈다. 그 이후에도 수도 없이 튕겨나가는 소리에, 하르커스와 에르단의 표정이 점점 “이 녀석 사람이 아냐...”라는 눈으로 날 보고 있었고, 지하 4층 정도를 그렇게 하고 온 뒤에, 잠깐 쉴 시간이 필요했다.
안리아스의 수정구에 녹화된 영상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장시간 함정을 해체하겠다고 이런 일을 반복하면, 싸우기도 전에 지쳐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2층과 3층에 있는 수정구들은 전부 제거했고, 대략 7층까지 뿌려져 있는 상황에, 은색의 짧은 단발을 하고 있고, 얼굴은 딱 봐도 주름이 약간 잡혀있는 아저씨가, 공주님과 실뜨기 하는 모습이 녹화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왜 실뜨기를 하고 있는 거지?
“그러면 4층에서 7층까지 있는 방 중 하나라는 소리인데...이걸 대체 어떻게 찾아야 할지...시나?”
“네. 마스터.”
실뜨기를 하는 층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각 층마다 시나가 빛을 밝혀줄 수 있다면, 대략적으로 저 곳이 어디인지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 시나에게 부탁을 한 뒤에 20분 정도가 흘렀을 무렵. 시나가 돌아오지 않자 내심 걱정을 했다. 5층과 6층의 수정구에서는 빛이 나왔더니, 어째서인지 7층에서는 시나가 빛을 내뿜지 않고 있었다고...
“그 사역마 위험한 거 아닌가?”
“아뇨. 시나라면 오히려 은빛 송곳니가 갈려나가지 않을까 더 걱정입니다만...”
적어도 다른 차원에서는 태초의 빛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신 클래스보다 더 초월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람파시나라고 한다.
7층에 있던 시나가 10분 더 돌아오지 않자, 내심 걱정되는 마음에 뭘 하고 있는가 수정구를 살펴보고 있었더니. 은빛 송곳니와 공주님과 함께 실뜨기를 하고 있었다.
...?
“실뜨기를 하고 있었냐!”
내가 집어 던진 수정구가 하나의 파편으로 변해가며 사라질 때, 잠깐 눈 좀 붙이겠다고 누워있던 하르커스가 깜짝 놀라 일어났고, 에르단은 무기 손질을 하는 도중에 나를 측은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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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만남도 한 순간에 풀어주는 실뜨기를 하세요.
[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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