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75
175
프리트론에 가장 유명한 왕국의 주력부대라면, 근위기사들이나 귀족들의 사병들 말고,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 중에서 뛰어난 이름을 가진 건. 릴리 기사단이 아니라, 마법 기사단 ‘매직 스트라이커<Magic Striker>’가 존재한다. 주로 검사의 길과 마법의 길을 같이 가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고, 프리트론에는 왠지 모르겠지만 마법사들이 뛰어나게 많다 보니, 칸포리우스 같은 커다란 제국에서도, 프리트론을 가만히 놔두는 이유는, 벌집을 건들이면,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
어쨌든 그 마법 기사단이 괴멸할 정도라면, 은빛 송곳니라는 이명을 가진 사람의 실력은 과연 어떤 수준이던가? 상상만해도 끔찍한데 하멀 씨는 나를 호출하면서 책상에 발을 올려 꼬고는 느긋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새벽 2시에 침입을 받았고, 매직 스트라이커가 급하게 출동하면서 대치를 하다가 20분에 걸쳐서 전부 중상을 받은 뒤, 아르페 공주님을 납치하기까지 30분도 안 걸렸다는 거지. 어째서인지 몰라도 쇼콜라나 그 형용할 수 없는 메이드 자매가 찾아오기엔 이미 늦었다는 거야.”
“누군가의 방해를 받은 걸까요?”
“그럴지도. 그녀들은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고 했으니까.”
“그렇군요.”
...?
“잠깐? 고양이요?”
“그래. 발로 걷어차면 ‘냐아!’거리는 그 고양이들 말이야.”
그보다 고양이가 얼마나 귀여운 동물인데 그걸 또 발로 차냐?
정말 마왕을 해야 하는 것은 이 사람 아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설정이라도 바꿔달라 할까?
“어째서 하멀 씨가 고양이를 발로 차는지는 다음 기회에 물어보고, 쇼콜라 씨와 그 메이드 자매가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서, 공주님이 납치당한 사실을 몰랐다고요?”
정말 터무니 없는 시나리오라고 생각을 했으나, 하멀 씨는 느닷없이 이런 말을 했다.
“내 부인도 고양이는 귀여워하더라.”
???
요즘 따라 내 귀가 잘못 되었나?
“부인이요?”
“몰랐어? 나 유부남이야. 일이 너무 바빠서 만나지 못하긴 해도, 시나론에서 내 부인이 살고 있거든. 프리트론과 칸포리우스의 친밀함을 보여주기 위해, 이름있는 공작가문끼리 혼인할 때, 나도 명단에 있긴 했거든.”
“하멀 씨가요? 아니. 잠깐만. 거짓말도 앞 뒤가 맞아야 제가 속던 말던 하죠?”
“거짓말 아냐.”
...
“저기 이종족과 혼인하는 것은 엄연히 규율에 위배되는 것 아니에요? 물론 천계에 있는 사람이나 엘프와는 혼인이 가능하지만, 적어도 마계에 있는 마족이라던가, 다른 것과는 위배가 되는 행위잖아요?”
“엄연히 인간이야. 내 와이프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네 녀석은?”
총구를 머리로 들이밀면서 “한번만 그 입을 더 놀리면, 죽여버리겠어.”라는 메시지를 ‘눈으로 말해요.’ 라는 코너를 통해 설명하고 있었다. 아니 대체 저런 성격파탄자하고 어떻게 혼인을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보다 분명 SM플레이가 난무할 것 같은 기분인데, 부인께서는 괜찮으신가? 죽지 않으셨겠지?
“저기 하멀 씨? 분명 20대 아니었어요?”
“귀족의 결혼은 상당히 빠르단다. 물론 너희 평민도 상당히 빠르지, 아니 오히려 네놈이 많이 늦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루니아 좀 빨리 데려가.”
“거기서 누나가 왜 나와요.”
내 물음에 아무 말 하지 않고, 짧은 금발을 벅벅 긁은 체, 뭔가 알 수 없는 스트레스를 푸는 듯이 행동하고 있는 하멀 씨. 2초정도 지속된 이후에 하멀 씨의 금색눈동자는 느닷없이 나와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은빛 송곳니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군.”
“대체 스테이크를 썰어먹을 듯한 이명을 가진 사람은 누구랍니까? 제가 살아생전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아니라면, 분명히 제가 알고 있는 은빛 송곳니라면, 오래 전에 용병들 사이에서도 1인 군단으로 불렸던 남자 아닌가요?”
“뭐야? 알고 있었나? 하긴 용병생활을 해봤다면, 그건 필수 교과서처럼 늘 따라다니는 이름이겠군. 아무튼 맞아. 그 녀석이 주력부대를 죄다 중상으로 만들어서 괴멸시키고, 공주님을 손쉽게 낚아챘는데...여기서 좀 말도 안 되는 경우를 봤거든.”
말도 안 되는 경우를 나타내는 듯이 나에게 뭔가 물품을 건넸고, 그 물건을 확인하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건...
용사 긴급 퀘스트! 공주님을 구하라!
공주님께서 은빛 송곳니에게 붙잡히셨어요!
빨리 구하지 않으면, 버섯돌이가 나와서 공주님은 다른 성에 있다고 말할 거에요!
물론, 빨간 모자를 쓴 배관공 아저씨는 부르지 마세요!
*추가사항: 아무 버섯이나 먹는다고 키가 커지지 않아요.*
“...아니 이건 또 무슨...”
어라 실수 했다.
가운데 정렬이 아닌데...
“이건 또 무슨 난장판입니까 대체? 오늘 은빛 송곳니의 계획이 마리오 씨를 부르는 겁니까? 덤으로 별 먹은 루이지 씨도 부르지 그래요?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서 공주님께 납치당해? 그냥 긴급 퀘스트 써먹으려고 협조아래에 데려간 거잖아!”
“아니 상황극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안전해.”
그럼 난 대체 왜 불려 나온 거야? 애초에 내가 여기에 올 필요가 없었잖아?
용사들이 하는 퀘스트에서 잡화점 주인이 여기에 덩그러니 앉아서, 브리핑을 들어야 하는 것이 말이 돼?
“내가 널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우리 왕이 정신이 출타하다 못해, 초신성이 폭발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할 정도로, 우주 끝에 나가버렸거든.”
“그 도살자...아니, 왕은 대체 얼마나 많은 상금을 내놓았길래.”
그리고 하멀 씨는 평소에 잘 보이지도 않던 한숨을 크게 내쉬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48시간 이내에 구출하지 못할 경우, 공주님을 은빛 송곳니에게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네? 48시간?”
“미안하군. 정확히 새벽 2시부터 지금까지 시간을 빼야 하니까...이제 32시간 정도인가? 내가 산수를 잘 못 하거든”
그러니까 지금 전설의 용병이라고 불리는 은빛 송곳니에게, 32시간 안으로 공주님을 구출하라고 나에게 하는 소리냐?
“미쳤어요? 난 어린 나이에 죽고 싶지 않다고요!”
“평소 독백은 다 죽어가는 애늙은이인 주제에, 이럴 때만 여자로 변한 얼굴로 가련한 척 하지마. 게다가 그 퀘스트가 달성 되어도 문제인 것은 다름이 아니라, 다른 용사가 공주님을 구하면, 그 용사의 여부에 따라 공주님과 혼인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 된다.”
내가 안 나서면 하멀 씨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은 뒤에, 담뱃갑에서 사탕을 꺼내며 입에 물었다.
“하지만 저는 용사의 핏줄은커녕, 용사와는 멀리 떨어져있는데요?”
“너는 그 대마법사 엘티노스가 남긴 잡화점의 주인이잖아. 그거 억지로 구겨 넣어서 들먹이면, 용사가 아니더라도 널 적어도 2급 용사 취급은 해줄 거다.”
그거 결국 다른 사람에게 엘티노스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걸로, 잘 우려먹어서 넘어가란 소리잖아?
그전에 2급 용사와 그냥 용사는 무슨 차이인데?
“지금은 공주님께서 혼인할 의사도 없는데, 왕이 멋대로 술에 취해서 씨부리는 바람에...결과적으로 이 따위가 되었지만, 은빛 송곳니는 적어도 조심해라. 너와 붙게 된다면 그 사람은 너를 보면서 봐주지는 않을 테니까.”
“어째서 제가 의뢰를 수락했다는 이야기로 굳어지나요? 제가 안 가면 어떻게 할...”
-철컥!
하멀 씨의 황금총이 순식간에 튀어나와 내 미간을 겨누며, 곧 방아쇠를 당길만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고,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제가 가야 할 포인트가 어디죠?”
***
어머니께서 살아계셨을 적에 사람은 가리면서 사귀라는 소리는, 오늘에서야 그 뜻이 잘 전달되었다.
아니...어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시지.
아무튼 하멀 씨와 어쩌다가 이렇게 잘 못 얽혀서 이런 생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이번 건에 대해서는 레시아와 급하게 텔레파시로만 대화를 한 뒤에, 잡화점을 맡기고 나서 나 혼자...가기에는 너무 무서운데...
2년전 용병생활을 할 때, 은빛 송곳니의 명성과 이야기는 내 귀가 그걸로 가득 차는 것도 모자라, 더 이상 집어 넣을 수 없는데도 구겨 넣는 듯이 들었다. 살아있는 전설로 남성이고, 훤칠한 키에 2개의 송곳니를 닮은 단검을 사용한다. 물론 내가 용병을 하면서 단검을 쓰게 된 계기도 은빛 송곳니 때문인데, 어떻게 보면 동경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맨 처음에 범죄자로 찍혀서 잠깐 동요는 했지만 각본이었고, 실제로 무지막지하게 호쾌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너무 호쾌해서 여성에게 성희롱이 될만한 문제도 너무 자연스럽게 행한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간략하게 말하자면, 그냥 좋은 사람 중 하나다.
실력은...아무리 각본이라고 해도, 매직 스트라이커를 전부 중상으로 만들어 괴멸을 시켰다고 하는데, 그것은 거짓이 아닌 모양인지, 내가 흔적을 확인하러 왕궁을 이리저리 둘러봤을 때, 의무실에는 환자가 가득 차 있었다.
사실적인 연출을 위해 매직 스트라이커의 단장만 알고 있었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프리트론을 대표하는 마법 기사단을 죽이지 않고 간단하게 중상으로 만드는 것. 그거야 말로 정말 인간이 아닌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 위치는 시나론.
나 혼자 그냥 멍하니 용사들을 모집 할 수 있는 광장에서, 게시판 앞에 서성인 체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겼다.
적어도 나는 용사의 도우미로 참가 할 수 있으면 더욱 더 편안한 상태이긴 하지만, 지금은 모두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퀘스트만 편식 하듯이 하고 있는 용사들이라, 용사들을 찾기보단 차라리 건너편에 있는 사람을 붙잡고 끌고 가는 것이 더 편해 보였다.
혼자 가면 어떻겠냐고?
혼자서 마법 기사단을 괴멸 시킨 사람하고 어떻게 싸우라고?
레시아를 데려가고 싶지만, 만약 데려가게 된다면 끔찍한 결과가 터질 것이 분명하고, 윈디는 방관, 루시피나가 없으면 루니아 누나가 음식을 만들어서 잡화점 마저, 괴멸하게 될지도 모르기에 루시피나도 두고 가는 것이고, 루나는...그냥 아이돌 활동이나 더 하라고 해야지.
마리아는 지금 자신의 단체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덤으로 레시아의 잡일까지), 상당히 바쁘다고 한다. 루니아 누나와 같이 가는 것은 어떻겠냐고? 안 그래도 휴가인데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
...
사실 그냥 옆에서 응원한 할 것 같아서 놔두고 가는 것.
“결국 혼자 가서 먼지 털듯이 털리고 와야 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냥 내가 가서 처절하게 찢겨나가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몬스터의 숲을 넘어서 ‘실버 크라운’이라는 폐허로 가야 하는데, 그 안에는 도적들이 미친 듯이 많았으니, 물론 이건 2년전에 정보고 지금도 많으리라 생각에, 쓸 때없이 힘을 빼고 싶지는 않았지만, 돌파하는 곳이야 말로 만만하지 않겠지.
“왜 하필 또 실버야...이 사람은 은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다른 이들은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번 여행은 결코 안전하지 않는 여행 중 하나다. 그러기에 파티를 짜고 좀 진행하고 싶은데! 20분 정도가 지나도 역시나 사람은 오지 않았다.
이거 그냥 세상에서 나 혼자 소외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냥 레시아 끌고 올걸...
“거기 자기? 여기서 파티 모집하고 있어?”
올 여름을 강타할 공포소설보다 더 소름 끼치는 느끼한 소리로 고개를 향했을 때는, 왠 이상한 남자가 등뒤에 대검과 함께, 얼마나 광을 냈는지 눈이 아플 정도의 하플 플레이트 아머와 판금으로 이루어진 다리 보호대, 기묘한 포즈를 취하면서 나를 푸른 빛의 그윽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설마 이 녀석이 용사라는 소리를 하지 않...
“난 위대한 용사. 그라디우스의 혈통의 고종사촌의 죽마고우의 친구와 아는 사이인‘하르커스’야. 새끼 고양이 양.”
어디서 물을 뿌려왔는지 몰라도, 연한 갈색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자,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느끼하게 윙크하면서 마지막 단어를 말하지 마.
...그보다 저거 용사와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잖아!
-파악!
뒤통수를 힘차게 후려치는 또 다른 남자는, 꽤나 깔끔한 갈색 머리를 하고 있었고, 뒤에는 활과 화살통이 보이며 녹색의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마치 로빈훗이라도 보는 듯한 남자는 사과를 하며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일행이 실수를 한 거 같아 미안하군. 이 녀석은 내 도우미이고, 이름은 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에르단’이고 내 조상이 로빈이라는 이름의 용사였거든.”
로빈이라...
그 배트맨 옆에 있는 조수 말하는 건가?
“그나저나 용사들의 축제에서는 못 보던 얼굴인데, 그대의 혈통은 어디인지 알 수 있겠나?”
나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혈통은 잘 모르겠고...파이론 마을에서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으로 일하고 있...”
“엘티노스?!”
“대마법사 엘티노스라고!”
아무래도 이번 오해는 좀 시간이 걸려야 풀리겠구나.
“실제로 처음 봐! 엘티노스 님의 후손이 있으셨다니! 게다가 너무 예쁘고.”
후손 아냐.
그 사람하고 1%도 족보와는 관련 없어.
“그러면 마법사의 길은 최소 최상급인 것인가? 이거야 정말로 대단하군.”
그렇게 칭찬하지마.
“아뇨. 진짜 주인은 남자이고, 저는 그 사람이 부재중일 때만 일하는 것이기에...”
내가 해명을 하기 위해 시도는 해 보았으나.
“우리에게 든든한 마법사가 생겼으니, 그 긴급 퀘스트가 끝나면, 잠깐 우리들의 퀘스트도 도와주겠나?”
“이렇게 예쁜 동료하고 같이 모험을 할 수 있다니! 느닷없이 의지가 가득 차버렸다!”
아...진짜.
오늘 따라 고생을 많이 할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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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제한적인 시간 안에 쓰는 분량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이거 4500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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