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81
181
용사들의 퀘스트는 클리어가 되면 일정시간이 지난 후에, 자동으로 안전한 지역에 소환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멀 씨는 말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아르페 공주님께 옷을 빌려서 추가적인 대참사는 없었다는 것이고, 가장 불행인 것은...
“정말 예뻐요~!”
“어디 가족단위 음식점에서 일하면 되겠군! 하하하!”
어디 음식점 복장인지 몰라도 미니스커트는 자제 했으면 좋겠다. 계속 면바지만 입고 있다가 주황색 체크무늬를 띈 미니스커트라니? 게다가 이름표에 내가 입을 것을 예상하고 ‘카린’이라는 이름은 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전에 일부러 이걸 입히려고 은빛 송곳니와 협의 아래에, 3시간동안 그 작업을 한 것이었다면, 지금 당장 아르페 공주님을 다시 실버 크라운에 가둬놓고 말리라.
어쨌든 가장 신난 것은...
“카린! 언니 보세요오~”
-찰칵!
“오오! 역시 카린! 사진이 알아서 엎드릴 정도로 잘 나오는 군요!”
-찰칵! 찰칵!
“나중에 그 사진 인화하면 우리도 주면 안될까?”
“장당 5골드씩 줄 테니, 우리에게 줬으면 하네만?”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느닷없이 윈디와 루니아 누나에게, 내 사진을 달라고 하는 에르단과 하르커스는 여전히 나를 찍는 것에 열중하고 있는 상대에게,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부탁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장당 5골드?
사진에 무슨 금을 뿌려놨나?
“애초에 그만 좀 찍어주시죠?”
하지만 나의 말은 역시 귀에 들리지 않는 듯이, 계속해서 셔터를 누르고 있는 윈디와 루니아 누나. 이 셔터지옥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에 대
“카린 씨! 거기서 다리만 조금 더 벌리고 허리를 숙여서, 섹시하고 요염한 표정으로...”
-꽈아아아악!
“끄아아앗! 머리가 밀가루 반죽처럼 되어버려요!”
윈디의 쓸 때 없는 말은 내가 아이언 클로를 하게 만드는 결과가 되었고, 1분 정도 집행한 뒤에 윈디를 내려놓자, 윈디는 쓰러지며 거친 숨을 몰아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짜릿한 아이언 클로에 중독될 것만 같네요. 하아...하아...”
징그러우니까 반경 50만km정도 떨어졌으면 좋겠다.
“아무튼 평민 수고 많았어. 저 띨띨한 두 놈은 은빛 송곳니를 보기도 전에 수면 마법으로 제압당했으니, 보상에서 제외를 하도록 할 것이고, 네가 공주님을 데려가서 목걸이 채우고 산책 플레이를 할 것인지, 아니면 침대에 묶어서 구속 플레이를 할 것인지 정하면 돼.”
“하멀 씨? 어째서 공주님을 데려가서 몹쓸 짓을 한다는 전제로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까? 저는 공주님께서 본래 자리로 돌아가시길 희망하는 사람인데요?”
“그렇군. 역시 여자는 많으니까 줘도 안 가진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거야! 이 나사 빠진 인간아! 지금 당장이라도 그 악마 같은 뇌에 8.2인치 대못을 박아 넣어줄까!”
하멀 씨는 공주님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공주님. 아무래도 이 평민은 자신의 잡화점에는 여자가 많으니까, 공주님은 필요 없다고 하네요. 이제 그만 본래 성에 돌아가서 쇼콜라와 리제, 로제 자매들에게 무사 귀환했다고 말씀 하시면 될 겁니다. 물론 이 평민에게는 지금 즉시 3천골드의 보상을 수령하도록 하죠.”
...?
“잠깐만요? 왜 저는 그리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합니까? 그리고 저는 용사가 아닌...”
나에게 본래 보상을 받을 권리는 없다.
분명 그걸 노리고 용사가 아닌 나에게 구출하라고 한 뒤, 용사가 아니라는 그 진실 하나로 보상을 무효화하고, 공주님을 준다는 약속을 무효화 처리하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하멀 씨는 태양 같은 두 눈으로 나와 마주하며, 내 말을 끊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너는 용사가 아니더라도 이미 프리트론에서는 영웅이야. 저번에도 회의실에서 맹수 조련사로부터 많은 중요 인물들을 구해냈고, 게다가 나의 억지이긴 하지만 싫은 소리를 해도, 그 은빛 송곳니와 싸워서 이겼으니, 공주님도 이상한 노인에게 시집가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너의 공이 상당히 크다고 말할 수 있어.”
“이상한 노인이라니! 아직 불타는 노장이라네! 하하!”
매섭고 차가운 악담에도 호쾌하게 웃는 은빛 송곳니를 무시하고, 하멀 씨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결과적으로는 네가 공주님을 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여태까지 널 험하게 굴린 것에 대한 보상도 해줘야겠지. 3천 골드는 너희 잡화점으로 직접 공간이동이 될 꺼야. 잘 수령해두라고?”
하멀 씨는 행실이 이상하고 말은 험하긴 해도, 상대방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었더라.’라고 말 할 수 있을 만큼, 그래도 속은 따뜻한 남자라고 생각
“아. 그래도. 언제든지 굴리기 위해 너를 부를 테니까, 항상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고 있도록. 왜냐하면 너는 다른 용병이나 신입보다는 굴려먹는 맛이 좋게든.”
전언철회.
그냥 이 사람은 마왕이다.
조만간 정말 레시아의 자리를 탈취하러 올지도 모르겠지.
이 정신 나간 사람이 어떻게 수사관이 된 거야? 그냥 마탑에서 사악한 마법사나 광기의 미친 마법사를 하면서 ‘엘 프사이 콩그루’나 외칠 것이지. 설마 하멀 씨가 수사관이 된 이유는 슈타인즈 게이ㅌ...
“그 이상한 독백 좀 그만해라. 애초에 그런 아무 뜻도 없는 것의 선택 따위가 아니라, 나름대로 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지금까지 해먹고 있는 거니까.”
하멀 씨는 나의 독백을 끊어버리고, 오른손으로 자신의 금색 머리카락을 긁으며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걸음이 얼마나 빠르면, 검은 수사관 제복이 펄럭이며 가는 것일까?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나에게 날아온 하얀 올빼미가 내 어깨에 앉더니 입을 열었다.
“마스터. 이겨서 다행입니다.”
“시나. 대체 어디서 뭘 했길래 내가 위험할 때 구하러 오지 않은 거야?”
“그건 저기 있는 노장이 1:1로 싸우게 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은빛 송곳니가 일부러 시나에게 부탁까지 해가면서,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마침 그 장본인이 여기에 있겠다. 여전히 옆구리와 배에 붕대를 감고 있는 은빛 송곳니에게 입을 열었다.
“어째서 결판을 일찍 내려고 했나요? 분명 당신이라면 저와 같은 사람들을 수도 없이 이겨왔을 텐데? 그 전에 뭘 확인하고 싶어서 이런 막장의 은퇴식을 실행하게 된 거죠?”
은빛 송곳니...그러니까. 길리먼 씨는 씨익 하고 멋지게 호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정당하게 져야 하니까. 그래야 은퇴를 할 수 있지 않겠나? 애초에 내 나이 60세에 은퇴를 결심하고 6년동안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해왔지만, 지금처럼 자네같이 불타는 열정으로 날 상대하는 자가 없었지. 모조리 나에 대한 소문과 무용담, 루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른 용사들은 오로지 일정 목표만 채우면 다음 계절을 기다리며, 느긋하게 놀고 먹는 게으름뱅이들이니까. 자네가 나의 은퇴식에 참여해줘서 정말 다행이라네.”
일은 그만하고 싶었지만, 그냥 그만둔다고 한다면 그로 인한 파문이 커지리라 생각한 길리먼 씨는, 일부러 긴급 퀘스트를 만들면서 은퇴시켜주길 바랬으나, 용사들은 어처구니 없게도 은빛 송곳니라는 이름 하나로, 겁을 먹어서 도전하러 오지도 않았고, 도전했던 용사들은 분명 그 수많은 함정을 넘지 못하고, 재기불능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은퇴를 하기 전에는 자신의 뒤를 이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마련.
내가 했던 그 퀘스트는 사실상, 은빛 송곳니의 후계자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그보다 자네는 나와 비슷한 검기를 사용하더군? 그 검기는 분명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말이지? 게다가 자네의 기술과 나의 기술은 움직임이 동일하다 못해 완벽하게 일치했는데?”
이번엔 내가 대답해줄 차례가 되었는지, 길리먼 씨는 느긋하고 근엄하게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죠. 길리먼 씨가 제 목표였으니까요. 2년전에 용병생활을 하기 전에도 아직까지 길리먼 씨가 세상에 알려지고 있을 때, 수 많은 정보 상인들이 당신이 전투하는 모습을 찍은 그 사진들을 한 가득 모아서, 길리먼 씨의 주 특기인 쌍수 단검을 단련 해왔어요. 물론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연습해야 하는 동작들이 더 많았지만...”
“크하하핫! 이제 목표를 달성했으니 자네는 멈출 생각인가?”
“길리먼 씨를 이겨도...지금은 이긴 것 같지가 않네요. 분명 쌍수 단검은 제가 위일지 몰라도, 아직까지 길리먼 씨는 자신의 본 실력 100%를 보여주지 않았잖아요?”
오히려 은빛 송곳니의 가장 무서운 점은, 모든 무기를 다루는 기량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활용. 하지만 내가 본 것은 6개의 체인이 달린 단검들과 쌍수 단검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말은 즉.
그냥 날 봐준 셈이다.
“아직 목표를 달성한 것이 아니에요. 제가 좀 더 강해지고...일단 본 모습으로 돌아오면, 나중에 정식으로 은빛 송곳니의 이름을 받으러 가도록 하죠.”
“하하하! 그럼 다음에는 자네가 청년의 모습으로 도전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겠네! 어쨌든 내가 사용했던 2가지의 무기를 줘야 하니 가까이 와보게.”
그렇게 나는 은빛 송곳니의 무기를 받으러 길리먼 씨에게 가까이 갔...
잠깐? 이거 어디선가 데자뷰를...
“역시 잘 속는군! 아직 폐허에서 입었던 흰색 그대로였던가! 정말 좋은 걸 보여줘서 항상 고맙네!”
“지금 당장 죽어!”
음흉한 눈길로 누워있는 상태에서, 나를 다시 도발하는 길리먼 씨의 얼굴에 정확히 발차기를 가격했다. 이 사람에게 2번씩이나 당할 줄은 몰랐는데, 다음부터 만일 이 사람을 상대하거든, 말하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리라 생각했다.
***
곧 8월의 세 번째 주가 끝나가기 위해 초침은 꾸준하게 움직이고 있는 잡화점 안에서, 레시아는 카운터 위가 아니라 내 무릎 위에서 엎드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긴급 퀘스트로 인해 잡화점을 맡기고 가던 그 날. 루니아 누나가 요리를 해버리는 끔찍한 사고 이후, 지금은 자신의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며 나에게 하루 종일 붙어있었다.
덤으로 손님은 아직 오질 않으니 무료함도 달래기 위해, 레시아의 머리부터 등 부분까지 느리게 쓰다듬고 있었고, 윈디는 여전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어?”
내가 그리 묻자.
“그거야 카일 씨의 무용담을 정보로 팔았더니, 꽤나 짭짤한 수입이 들어왔으니까요! 그 전설의 용병을 은퇴시키고 은빛 송곳니의 무기를 이어받은 자.”
“너무 과장했어. 아직까지 길리먼 씨는 건강해. 편지까지 보내왔잖아. 지금 85번째 마누라하고 파이론에 놀러 가도 되냐고 물어봐서, 안 된다고 정중히 거절하는 답변까지 드린 거 기억 안나? 애초에 그 상처가 무슨 수로 이틀이 지나서 다 나아버리는지 모르겠지만...”
윈디는 바람마법으로 공중에 부양한 상태에서 천천히 나에게 내려왔다. 물론 카운터 바로 앞에 안착을 한 뒤에 고개를 숙이며 시끄러운 입을 열었지만...
“그래도 카일 씨의 결투장면은 전 대륙이 다 봤다니까요? 얼마나 멋졌는지...뭐 마지막에 서비스 컷이 과하긴 했지만...”
?
???
“잠깐? 뭐라고? 누가 그 영상을 퍼트린 거야? 애초에 어떤 녀석이?”
“그야. 하르커스 씨와 에르단 씨가 저에게 몰래 안리아스의 수정구를 주면서, 이것을 멀리 퍼트려달라고 부탁했으니까요. 물론 저는 안 된다고 말 했지만! 그들이 저에게 먹을 것을 사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못 이기는 척하며 그 영상을 추출해냈고, 마지막 서비스 컷은 또 다른 컨텐츠로 50골드씩 돈을 받아 주는 것으로...”
-꽈아아아악!
“끄아아앗! 아파요! 아파요오오오!”
“결국 네가 퍼트렸잖아! 머릿속에 허리케인만 불고 있는 황무지 같은 녀석아!”
“안 돼! 그렇게 더 세게 하면! 전 가버려요~♥”
“지옥이나 가버려! 이 멍청한 것아!”
이 바보 같은 일을 수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레시아에게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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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2는...
사다리 타기를 해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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