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06 [Refresh]
06
앞으로 4시간.
할 일은 많다.
체스도 할 수 있고, 빨래도 할 수 있다
아니. 대부분의 일을 전부 할 수 있을 만큼 널널한 시간이지만...
프로 범죄형 스토커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에 앞길이 막막할 따름이다. 살아 생전 이렇게 뛰어다닌 건 숲에서 오우거 하나를 잘 못 만나서 죽기 살기로 뛰는 일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면 부모님께 다른 도구점에 있는 망치로 도자기 박살내서 살기 위해 뛰었던 것 이외에는...
지금은 레시아가 품 속에 들어가서 추격을 도와주고 있다.
게다가 내가 더 편하게 뛰라고 경량화 마법까지 걸어줬으니,(물론. 내 마나에서 빠져나갔다.) 지금은 영웅들이 날아 다니면서 검으로 적을 휩쓸었던 기분으로,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프렌시아를 찾고 있었다.
최근에 마법과 관련 되어 눈은 개안이 되었고, 추적마법 하나만 배운 채 쫓고 있을 무렵, 슬슬 나도 다른 마법을 활용하고 싶었다.
[주인이 지금 공격마법을 빠르게 배울 만한 것은 마법화살밖에 없다.]
[어린아이들도 사용하던데. 우선 그거라도 알려주세요.]
[주인이 개안되고 나서, 주인 몸 속의 마나의 양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면, 남은 것은 마나를 움직이는 것 뿐이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할 때는 보통 영창이나, 주문수식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것은 미숙한 마법을 사용할 때, 마나의 낭비를 줄이고, 파괴력을 올릴 때 사용하는 것 뿐. 주로 영창과 주문수식은 마법공학이나 소환사가 더 많이 사용한다.]
지금 나도 미숙한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나요?
[주인은 마나와 친화력이 뛰어난 만큼 '이미지' 하나 만으로 기초마법을 대부분 구사할 수 있다. 물론 원소마법은 아직까지 무리다.]
이미지라...
[레시아. 그러면 마법화살의 이미지는 말 그대로 마나로 화살을 쏜다는 이미지겠죠?]
[그렇다. 그래도 마나를 과소비 할 수록, 파괴력과 크기는 커지겠지만, 쉽게 지친다는 것만 알아둬라.]
레시아가 내 마나를 광역으로 소비시켜서 잘 알고 있나이다...
[마나를 움직이는 것이 즉, 시전하는 시간에 달려있다. 여기서 왼쪽!]
다시 왼쪽 방향으로 틀어서 남의 집 지붕을 힘차게 차고 도약했다.
"어지간히 쫓아오시네요?"
밑에서 프렌시아의 말소리와 동시에 내 머리만한 화염구가 나에게 솟아올랐다.
[주인. 마법함정이다.]
[담담하게 말하지 마요!]
방패...
방패에 대한 이미지를 형상화 하자. 내 전방에 있는 푸른 방패가 튀어나와 화염구를 다른 방향으로 튕겨 보냈다. 근데 나는 마나가 이동한 적이 없는데?
[레시아가 한 거에요?]
[아니. 짐이 행한 것이 아니다.]
"그 목걸이...비니스의 장신구 중에 하나인..."
"목걸이?"
그러고보면 레시아가 나에게 목걸이를 줬었지?
[주인이 목에 걸고 있는 게 보호기능을 한 거 같다.]
[내가 마법방패<Magic Shield>를 한 것이 아니었구나.]
그보다 우선...
"프렌시아 씨.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그 비니스의 꽃만 넘겨준다면 아무 일도 없..."
"싫어! 누구도 나와 왕자님의 사랑을 방해할 수 없어!"
하기야 대화가 통했으면 내가 이 고생을 할 리가 없지.
"그리고 잡화점 주인 씨? 내 마법 랭크는 확실히 낮지만, 저는 본래 연금술사랍니다?"
"그게 무슨 상관...설마?"
[연금술사들의 기초는 물질 변환이지만, 골렘 또한 만들 수 있다.]
지각이 흔들린다.
흙이 채워지고, 바위가 채워지고, 이윽고 그것이 다리가 되고, 팔이 되고, 머리가 되었다.
몸은 굳건히 갑옷까지 만들어진 체. 7M정도 되어 보이는 골렘은 거대한 포효와 함께 주먹으로 내가 있는 위치를 내려쳤다.
프렌시아는 골렘의 작동을 제어하듯이 골렘 머리 위에서 가만히 있었다.
내려치는 위치를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주민들은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하긴. 웬 골렘 하나가 집 앞에서 난리를 치면 둘 중 하나의 반응을 하겠지.
하나는 때려부순다.
다른 하나는 도망간다.
"제발...잡화점 탓이라고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의 혼잣말이 끝나갈 무렵, 프렌시아 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당신을 죽여야만! 제가 원하는 계획대로 진행 될 것 같네요!"
상대적으로 멀리서 크기가 큰 물체가 날아오는 것은 느리게 보인다.
하지만 막상 점점 가까이 왔을 때, 피하지 못하는 까닭은 크기와 알고 보니 엄청 빠른 속도였네? 라는 시각적인 오류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골렘의 주먹이 엄청 빨라 보이는 이유는 왜 일지...
-콰과과과광!
피할 수 있는 템포가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는 박자로 이리저리 피했다.
[레시아! 골렘의 핵 좀 어떻게 해주세요!]
[짐이 저걸 파괴하기 위해 힘을 사용한다면, 이 마을은 사라진다.]
[그럼 내가 해야 되잖아요!]
[주인은 할 수 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요리는 조금 할 수 있다.
손님을 위해 차도 건네 줄 수 있다.
손님을 위해 악명 높은 산에서 하나 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꽃도 꺾었다.
그런데 결과는 이 모양.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나에게 수습까지 맡기다니...
"열 받네...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잡화점에 들어와서, 그나마 사역마 소환좀 했다고 많이 우쭐해 진 건가?
아니면 그냥 잡화점에 들어온 게 죄인가?
나는 왜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거냐고?
"죽으세요!"
여자가 뭐라 소리치면서, 골렘이 주먹을 쥐었는데...
다 필요 없고...
짜증나니 저 골렘부터 없어졌으면 좋겠다.
프렌시아의 골렘이 주먹을 휘두르건 말건 상관없다.
주변 대기에 있는 마나를 끌어 모으면 되니까.
마나는 부탁해서 오지 않는다.
마나는 물품을 줘도 오지 않는다.
마나와 친화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람의 생각과 뜻을 같이해서 움직인다.
골렘은 멈춰섰다. 프렌시아가 당황해도 그것은 내 알 바가 아니었다.
골렘이 띄워졌다. 프렌시아의 화염구가 날라왔으나, 그것은 목걸이가 알아서 하겠지.
공중에 띄워졌으니, 폭파시켜도 피해는 남아있다.
그러면 골렘을 산산조각 내는 것이 아니라 산화시켜야 한다는 것.
[주인! 그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한 발동음성<Trigger Voice>을 외치거라! 주인이 여태까지 마음 속 깊숙하게 생각해 온 첫 번째 마법의 진짜 이름을!]
오로지 레시아가 내 옆에서 응원하고 지켜봐 줬다.
레시아는 믿을 수 있다. 모든 마나가 나와 같이 움직이는 듯이, 푸른 빛으로 반짝이는 내 주변에 있던 모든 마나가 나의 뜻과 같이 움직였다.
따라서. 레시아 말 대로 나의 첫 번째 마법의 이름을 말했다.
"새벽<Daybreak>"
온화하게 불어오는 바다 빛의 마나 기류는 골렘의 사지부터 감싼 체 회전을 했다.
서서히 골렘은 자연으로 되돌아가 부셔지기 시작했고, 공중에서 무너져 내리는 파편조차 다시 마나의 기류 속에서 산화되어 흙으로 돌아갔다. 이리저리 하늘하늘 거리며 하늘로 다시 퍼져나가는 마나들은 새벽 빛을 뿌리듯 흩어졌다. 프렌시아는 도망가려고 했으나...
[속박<Binding>]
레시아가 잡아줬다.
머리에 열이 내려가자, 주변을 둘러봤는데...
"대체 이게 무슨?"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못 봤는데, 자세히 보니 골렘을 연성할 때, 주변 집에 있는 벽돌까지 다 뜯겨나갔기 때문에, 주변에 멀쩡하게 남은 집이 없었다.
음...내 탓은 아니겠지?
[주인. 비니스의 꽃은 확보했다.]
[프렌시아 씨는 살아있나요?]
[주인의 마법의 영향으로 프렌시아 안에 있는 마나가 전부 증발했다. 그나저나 주인이 사용한 그 마법은 대체 뭔가? 짐이 오래 살아와도 그런 마법은 못 봤다만...?]
[그건 나도 몰라요. 어떻게 한 건지. 그냥 열 받아서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만 했는데...마치 마나가 저와 같이 함께 움직인 기분이랄까?]
마치 마나와 같이 적을 제거하겠다며, 폭주하는 그런 기분이...?
[괴물 같은 친화력을 가진...주인! 워프가 감지 됬다! 앞으로 3시간 걸릴 줄 알았는데. 마법 수사관 중에서 유능한 녀석이 있다.]
[워프요?! 빨리 숨어야죠!]
기절한 프렌시아와 거대한 흙더미를 남긴 체, 서둘러서 잡화점으로 돌아갔다.
***
짧은 은발의 키가 180cm.
그리고 검은 제복과 금태장식을 테두리로 당당하게 걷는 모습.
하멀 레이비스.
수석 왕국 마법 수사관이다.
최초로 20대 중반에 9랭크를 막 넘어간 괴물 같은 존재다.
하멀이 기절한 프렌시아의 신병을 확보하는 병사들을 보고, 앞에 서 있는 흙으로 이루어진 산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떳다.
'마치. 응집된 마나를 전부 자연으로 흩뿌려 버린 것 같은데...'
골렘이 나왔단 제보를 듣고 긴급하게 포탈을 써서 왔건만, 자신이 왔을 때는 모조리 사라져 있던 그 광경을 보았을 때는, 파이론 마을에 상당한 실력자가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그냥 파괴한 것이 아니라, 골렘에게 강제로 응집되었던 마나를 전부 대기 중으로 흩뿌려서 자연에 존재하는 상태로 바꿔버린 것으로 보아...
'마을에는 정말 괴물이 살고 있구나.'
"수사관님! 비니스의 꽃이 없습니다!"
"그래? 알았어. 돌아가자."
"네? 수사관님? 비니스의 꽃을 회수 하는 게 주요 목표 아닙니까?"
"아...귀찮으니 그냥 가자. 없었다고 하면 되지."
"수사관님?! 대체 무슨 태평한 생각을?! 왕자님의 영혼이 그 안에...!"
하멀은 짜증난 듯 수사에 참여한 일원에게 총구를 향했다.
기이한 마법진이 총구 위에 있는 것으로 봐선, 사용자의 마력에 의해 파괴력이 달라지는 마탄이다.
"괜찮아. 어쩌다보면 되겠지. 아니면 그대로 2계급특진 해볼래?"
사악한 악마처럼 웃고는 다시 총을 거뒀다.
결국 부하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했다고...
***
오늘은 사신이 찾아오는 날.
새벽 0시 01분이 되자마자 검은 후드를 둘러쓴 체 앙상한 뼈로 되어진 손이 무언가를 내놓으라는 듯이 내밀었다.
나는 비니스의 꽃을 넘겨줬고, 비니스의 꽃 안에는 왕자의 영혼이 담겨져 있어, 개화가 되어 있었다.
"저...사신님? 그러니까...우리가 이러고 싶은 게 아닌데."
"...괜...찮다...이걸로..."
사신은 꽃이 들은 병을 가진 체 사라졌다.
이대로 끝? 사신님? 그 영혼으로 뭘 하실 거에요?!
어마어마한 사기에 짓눌린 나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나왔으면 좋을 려만...
"주인! 가위바위보의 시간이다."
레시아는 나에게 기쁜 듯이 소리쳤다.
"아...제길..."
중얼거리면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오늘도 단판 패배...
이번에는 어퍼컷을 맞았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에 알프레이드 왕자는 영혼이 돌아왔고, 병도 깔끔히 완치 되었다고 한다.
아침의 신문에 그리 써져 있었으니까.
다만. 인터뷰 도중에 할아버지가 찾아와서 꽃으로 자신의 병을 담고 떠났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선,
아무래도 그것은 사신이 아니라, 손자를 구하기 위해서 망령이 되어 돌아온 것은 아닐지 생각을 했...
"아저씨! 거기서 중얼거리면서 뭐해요?"
"이런. 제발 5실버 받았으면, 다른 곳으로 가줬으면 좋겠는데?"
"일부러 아저씨 잡화점을 마지막으로 하고 있거든요. 제 일은 끝났고, 야옹이하고 놀거에요."
"레시아라고 했잖아. 고양이 이름..."
"아저씨 전 부인 이름은 부르기 싫거든요?"
"난 결혼 아직 안 했어! 그리고 아까부터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차례 태클을 건 후에 내가 레시아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난 상관없다. 주인.]
라는 대답이 나왔다.
베가프와는 정 반대로 온순하게 레시아는 아이니스와 놀고 있다.
평화롭게 살기 바라고 있지만, 이 잡화점에 있는 동안 평화가 1초라도 오래가길 빌고 있었다.
=============================================================================================
손풀기로 이야기 1을 썻으니.
이야기 2부터는 제대로 정신을 놓고 써야죠(?)
'취미로 글쓰는 중?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08 [Refresh] (0) | 2016.03.13 |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07 [Refresh] (0) | 2016.03.13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05 [Refresh] (0) | 2016.03.13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04 [Refresh] (0) | 2016.03.13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03 [Refresh] (0) | 2016.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