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발키아 산맥.

그 산맥의 전설은 여신 비니스가 인간을 창조할 무렵, 자신 또한 창조물과 같이 지내기 위해 산맥의 꼭대기에는 비니스가 거주했던 궁전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애초에, 발키아 산맥은 매우 험난하여 감히 산 짐승조차 굴러 떨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에 오르기 조차 버거워, 자신들이 험난 산길을 포기하는 대신에 드래곤과 정령들이 그 장소를 지킨다고 믿어왔다.(라고 지어냈더라...)

 

비니스는 인간을 가여워하며 꼭대기에 있는 궁전에서 자주 내려와 인간들에게 지식을 전달하였고, 20년 후에 비니스는 자신이 본래 있어야 하는 신계로 떠났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발키아 산맥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지금 빌어먹을 의뢰 때문에 발키아 산맥 정상 끝까지 도달해야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 긴장을 늦추지 마라. 그 암벽에서 손을 놓는 순간 리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왕님은 제 손을 그 앙증맞은 손톱으로 쿡쿡 찌르는 건가요?"

 

"어쩌다가 주인이 떨어질 수 있게 사전준비를..."

 

"떨어져 죽으라는 거냐!!!"

 

이 바보 같은 산행을 하는 것의 목적은 과거로 잠시 돌아가보자.

 

-12시간 전...

 

"...니스........."

 

나와 마왕님은 손님의 특유에 기괴한 음성에 귀를 기울인 체비니스의 꽃에 대해 마왕님께 질문을 드렸다마왕님은 고양이 모습 이였기에 눈초리가 더 아팠다. 확실히 말하면 그 눈빛 속에는 '그것도 모르냐?'라는 그런 뜻 이였다.

 

"비니스의 꽃은 여신 비니스가 생명을 창조했을 때, 사용했던 전설의 꽃이다. 하지만 발키아 산맥 정상부근에서 핀다는 소문은 있어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엘티노스 뿐이다."

 

"하지만 엘티노스는..."

 

"주인의 생각대로 죽었다."

 

대체 아무도 외형을 모르는 이 꽃을 어디서 찾으라는 건지.

 

"이틀......다시...찾아온....."

 

그 한마디를 끝으로 손님은 검은 연기가 되어 땅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졌다. 인간이 운영하는 잡화점에 인간이 아닌 손님들이 온다는 것은 엘티노스 잡화점에서는 항상 있는 일인 듯.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인가 보다.

 

그러니까 전 주인들이 미치거나 행방불명 됬지.

 

"이틀의 시간이 있나 봐요."

 

"주인. 어떻게 비니스의 꽃을 구할 생각인가?"

 

...

...

 

"그건...3층에 있는 물품 좀 같이 봐주실래요?"

 

결국 오픈을 했지만, 1층을 놔두고 3층으로 올라가서 마왕님과 둘러보았다.

마왕님의 말로는 계속해서 "이질적인 기운..."이라고 중얼거렸지만, 그건 둘째치고 3층인데 다른 방으로 가는 문처럼 생긴 것을 보았다.

 

"저건, 천계장인 중 사키엘이 날마다 다른 종족의 여자와 접촉을 하기 위한 문이다. 저 문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겠지."

 

천계에서는 저런 범죄자도 있는 겁니까?

그나저나 저 문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생각을 마왕님께 말했다.

 

"마왕님. 사키엘은 대나무로 날아다니는 비행장치도 만들었나요?"

 

"주인. 그건 무슨 소리인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마 7번 규칙에 쓰여져 있던 내용에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쓰는 3층의 물건이 이 문 인건 알겠지만, 사용법을 알아야 가능하고, 애초에 비니스의 꽃은 어떻게 생겼는지 최소한 단서라도 잡아야 했다. 만약 힘겹게 올라갔는데 잡초를 뽑거나 다른 꽃을 뽑으면, 나도 손님도 엄청난 헛수고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주인. 그 꽃을 건네줘서 무엇을 할 생각인가?"

 

어느새 마왕님은 본 문제의 핵심을 집기 시작했다.

물론 잡화점에서 용병처럼 의뢰를 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고 말한 것이 아니라, 신원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그 손님에게 '어째서 비니스의 꽃이 필요 하는가?'를 중점을 뒀다.

 

"애초에 그 문제라면, 그 자는 누구인가?라고 물어봐야..."

 

"그것은 주인의 실수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나는 그때 분위기에 위압되어 제대로 된 신원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개안 되어있던 내 눈에는 그 손님의 모습 주변에 수많은 얼굴 모습을 한 핏빛악령들의 외침을 보고 겁에 질려있었고, 처음으로 내가 주인이 되어 가게를 처음 운영하는 모습은 명백히 초보검사가 검 좀 쓴다고 휘두르다 엎어진 꼴과 같다.

 

한심하게 그지 없는 모습을 나는 애써 머리 속에 지웠고, 지금 있던 문제나 다시 생각했다.

 

"추측을 하 건데...분명 사람은 아닐 거란 말이죠?"

 

"그렇다. 짐 또한 보고 있었노라."

 

"주변에 핏빛악령들이 보였던 것은 영혼을 수확하기 때문에 보이던 사념체들 맞죠?"

 

"확실히 희생당한 자들의 외침 중 그 자를 죽여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왜 비니스 꽃을 가져다 달라고 했는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중에 3개로 좁혀진다

그 중에 가장 제일 가망이 없는 가능성은...

 

"자신이 살아남을 목적은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요. 마왕님?"

 

"자신이 살아남을 목적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애초에 그것은 새 생명을 불어넣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뿐. 그러나 그 육신도 3일 안으로 해결을 보아야 한다. 썩어있는 시체로 있다가 그 꽃으로 부활하면, 그게 언데드지 무엇이겠나? 게다가 짐이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이미 그 자는 명계에 있어야 될 자다."

 

그렇다면, 또 다른 가능성은 무엇일지 고민을 하던 도중, 또 다른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잠시만 기다리...! 으아아악!"

 

3층에서 계단으로 급히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맹렬한 속도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1층에서 기다리는 손님의 발 밑에서 엎어진 채로 굴러가는 카일의 쇼가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

 

 

 

"아직! 안 죽었어!!! 아차! 어서오...!...세요!"

 

욱신거리는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감수하고, 천천히 일어났다.

 

"...저기..."

 

어지간히 당황한 손님의 고운 목소리에서는 나를 걱정해주는 느낌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괜찮으..."

 

"암요! 괜찮고 말구요! 정말이지 계단 수만큼의 주마등을 스쳐 지나간 것만 빼면 말이죠!"

 

나는 벌떡 일어서서 앞에 있는 여성 손님에게 성심성의를 다하여 일어서서 허세를 부렸다.

한쪽 발목이 아파와서 왼쪽 다리로 버텨야만 했다.

 

"저는 리타라고 마법을 연구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만, 엘티노스 잡화점에 의뢰를 하러 왔습니다."

 

연녹색에 붉은 긴 생머리를 한 소녀는 차분히 비니스의 꽃을 의뢰 했...

 

"비니스의 꽃은 왜요?"

 

믿겨지지 않아서 오히려 내가 되물었다.

 

"제가 사모하고 있는 남자분께서 곧 죽음에 임박 하시다고 해서..."

 

이윽고 작은 체구가 떨려오더니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보다 여기 잡화점 아니에요? 내가 왜 여기서 애증극을 들어야만 하는 겁니까?

엘티노스가 대체 이 잡화점을 만들고, 무슨 생고생을 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이었다.

 

"알프레이드 왕자님을 사모하여, 열심히 마법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 알프레이드 왕자라면, 그 건달처럼 보이는...'

이란 말이 목까지 넘어 올려다가 겨우겨우 삼켜서 다시 되돌려 보냈다.

아니! 다시 올라오고 있어! 무슨 물 위에 얼음을 띄웠나!

...다시 내려갔다.

 

"그때. 저는 봤습니다. 새벽에 몰래 비행마법으로 창문 틈으로 엿보다가,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사신을..."

 

검은 후드? 그거 나도 방금 전에 만나봤는데 하하...

설마 동일인물은 아니겠지?

 

"그리고 마나의 활로를 통한 개안을 통해 피빛의 망령들이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는 그 흉측한 광경...저는 도저히...도저히...!"

 

그 이후로 슬픔으로 인해 눈물은 나오지만, 극도의 분노를 보이고 있는 리타 씨는 자신의 손으로 왕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 사신과 같은 물품을 구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나저나 같이 안가는 겁니까? 리타 씨? 나 혼자 두근거리는 신나는 모험을 떠나라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마왕님은 자신의 앞발을 핥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바보같이 행동하지 말거라! 주인! 주인은 한 명의 의뢰를 수행하는 자로서, 이 기회에 주인의 한계를 부수고 경험을 쌓아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 않았는가!]

 

! 텔레파시다!

! 신기해라!

오오오오!

 

...어떻게 하는 거지?

 

[주인과 짐은 이어졌다. 강한 의식을 통한 대화가 성립된다.]

 

[그러니까...대화하려고 하고자 하는 강한 의식이 대화를 하게 한다는 성립이 되는 것인가? 그것이야 말로 참으로 편한 커뮤니케이션의 일화 중 하나였다.]

 

[주인? 그건 누구에게 설명하는 것인가?]

 

[? 아니! 마왕님께서 제 텔레파시가 들리는 건지 아닌 건지 테스트를 해본 겁니다.]

 

[아무튼 짐이 살아온 것 중에 기묘한 일화 군. 사신과 그 계집이 원하는 물건이 같다는 말은 이상하구나.]

 

확실히 사신은 오히려 죽은 자를 인도하러 가는 자. 오히려 죽길 기다려야 한다면, 만약에 비니스의 꽃을 사신에게 주는 순간 바로 시들어버리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에 반해, 리타 씨는 자신이 사랑하는 왕자를 스토킹 하다가, 죽음에 임박한 모습을 보고 왕자를 살리기 위해 비니스의 꽃을 원하고 있다.

 

비니스의 꽃을 아는 사람이 엘티노스라면, 그가 남기고 간 책에 실려있지 않았을까?

 

***

 

새벽 4시가 되자마자 폐점을 하고, 마왕님께 2층에 있는 책장에서 엘티노스가 저자로 되어있는 책을 조사해달라고 간청을 했다. 처음에는 "짐이 왜 주인을 위해서 그런 귀찮은 일을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지만 가위바위보를 하루에 한 번씩 하겠다고 하자. "좋다! 짐이 특별히 그대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라는 대답으로 바뀌었다.

 

아침에 눈 뜨자 아침 8시였고, 마왕님과 하루에 한 번 가위바위보를 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아 다녔고, 3층에서 귀엽게 앉아있는 마왕님을 보고는 인사했다.

 

"마왕님? 거기에 앉아서 유령이라도 보고 있어요?"

 

고양이의 행동에는 천장 구석을 뚫어져라 보는 그 모습을 보고 말하는 거지만, 역시 마왕님은 달랐다.

 

"짐은 떠다니는 먼지를 보고 있다."

 

유령이 아닌 게 어디야...

 

"그보다 주인. 짐은 주인이 자는 동안 비니스의 꽃 외형과 사키엘의 문의 작동법을 파악했다."

 

외형이 그려진 종이를 다시 옮겨 그린듯한 종이를 건네 받고 사키엘의 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등산준비를 했다. 물론 등산준비라고 해도... 도시락과 물, 밧줄 그리고 제발 살아서 돌아오는 기적을 위한 기도로 마무리를 했다.

 

사키엘의 문의 작동방법은 마음속으로 가고 싶은 구역을 말하고 문을 열면, 그 장소로 이동된다고 한다. 게다가 결계가 있어서, 보통의 몬스터나 사람들은 열려있는 문을 못 본다고 하지만, 문을 닫아야 하는 이유는 보통이 아닌 몬스터와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아채기 때문이다.

 

"마왕님. 이 곳으로 귀환하는 마법 알고 있나요?"

 

떠나기 전에 마법 하나를 더 배워야만 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3시간의 사투 끝에 발키아 산맥 중간부터 시작해서, 끝부분까지 겨우겨우 도달할 수 있었다. 마왕님은 마력을 이용해 거침없이 올라갔지만, 그건 무시하고...

내 앞에 보인 것은 발판이 되어주고 바위와 그 옆에 흘러가는 구름. 그리고 개방된 거대하고 장엄한 건축물과 그 가운데에서 이제 개화하기 시작한 꽃 한 송이가 나를 반기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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