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전설의 대마법사가 남기고 간 (민폐덩어리)잡화점의 첫 오픈.

나와 마왕님은 카운터에 서서 멍하니 가게 문만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떠다니는 먼지들까지 보일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나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손님의 ''자도 안 보인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결국에는...

 

"오늘은 일찍 닫을까...청소도 못했는데."

 

이 발언만 벌써 4번째 내뱉은 나의 처참한 모습을 정면에 우연히 있던 거울을 통해 보고야 말았다.

 

"하지만 규칙에는 새벽 4시에 닫으라고 쓰여있다."

 

처음의 소환자의 정서적인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왕님은 귀여운 고양이 발로 규칙 4번의 항목에 놓았다. 그나저나 고양이 발바닥을 만지면 마왕님께서 화를 내시려나?

 

"그래도 새벽 4시까지 깨어 있으라니. 그건 애초에 낮과 밤이 바뀐 폐인의 신세와 다를 게 없다니까요?"

 

"나는 안 자고 7일을 버텨보았다."

 

"저기? 마왕님과 저는 신분이기 전에 기초적인 신체 스펙부터 다르거든요?"

 

"괜찮다. 주인도 나와 같은 마족이 되면 되는 것을."

 

"제가 마족이 되면 주종관계가 바뀌거든요..."

 

하물며 목소리조차 차분하고 담담하지만, 왠지 감정이 없는 인형같은 사람이 내 상관인건 좀...

 

그보다. 앞으로 깨어있는 시간까지, 마왕님과 만담을 하는 그런 시기가 오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물론 여기서는 사역마와 그 사역마를 소환한 자의 관계로서, 서로에 대한 대화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으니...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마왕님은 최근에 어떤 일을 했는가?

 

"저기 마왕님 최근에 한 일이 궁금합니다."

 

"...주인에게 불려지기 전에 말인가?"

 

"."

 

"주인에게 불려지기 전에는 마계를 통합하고 난 뒤였다. 통합되기 전의 마계는 전부 따로따로 노는 애송이밖에 없어서 천계의 병사들이나 인간들의 성직자,성기사단에게 계속해서 목숨을 잃는 것이 너무나도 비참하고 한심할 뿐이었지. 그래서 짐은 마계를 통합하기로 결심하고 반대 세력들을 모조리 숙청했다."

 

혼자서 생각한 것 치곤 꽤나 장대한 계획을 실행했다.

물론 그것을 같이 의견을 나누고 지지해준 동료와 부하들이 있어서 다행이라 예상했다.

 

"반대 세력은 얼마나 많았길래...?"

 

"마계 공작 12명중 12명이 다 반대를 해서 전부 숙청했다."

 

"그거 완전히 물갈이 아닙니까!"

 

"마왕도 반대하길래 숙청했다."

 

"마왕도 죽인 겁니까!"

 

"그래서 짐이 마왕이 된 거다."

 

하긴 지금 이겼으니 나와 같이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전투였다면...

 

"큰일 아니었나요? 전 마왕과의 전투라니..."

 

"확실히 가위바위보를 했을 때, 46번정도 비긴 끝에 겨우 이겼지. 주마등이 보이고, 모든 자들이 보는 앞에서 했기에 짐도 역시 긴장했느니라."

 

그 빌어먹을 놈의 가위바위보로 다 숙청했다는 것은 무슨 소리야!

 

"어쨌든 저쨌든 천계로 직접 들어가서 조약을 맺은 이후에 마계도 60년동안 평화의 시기가 도래했다. 이윽고 전투로 굴렸던 머리들을 이제 마법공학이나 식량재배로 쓰이고 있다."

 

어쨌든 저쨌든이란 말로 넘기지 말아 주시겠어요?

그보다 천계도 가위바위보에 졌구나...

 

"그럼 바로 어제는 뭘 하셨는데요?"

 

"뜨개질과 요리를 했다."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잠깐 뭐라고 했어요?"

 

"뜨개질과 요리를 했다. 드디어 목도리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만 내 마음속에서 퍼져나갔다.

무언가 태클을 걸어야 하는데 저 말에 태클을 걸다간, 내가 나쁜 사람으로 될 것이라 생각되기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그 이야기 두 번째는

마왕님의 취미와 특기

 

여전히 고양이 특유의 버릇인 혀로 털을 빗는 행동을 하던 마왕님께, 이번엔 취미와 특기를 물어보기로 한 이유는, 아까 전에 뜨개질과 요리를 했다는 말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마왕님의 취미와 특기가 뭐에요?"

 

"짐의 취미와 특기 말인가?"

 

여전히 고양이 눈에서는 붉은 빛이 맴돈 체 잠시 다른 쪽을 보고서는...

 

"취미는 요리와 특기는 가위바위보다."

 

그 놈의 가위바위보에서 그만 멀어질 수 없습니까!

 

"그럼 요리는 어느 정도 하시나요?"

 

마음속으로 태클을 걸어 맥이 다 빠진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그야 마계에서 요리를 배웠기 때문에, 인간에게도 입맛이 맞으리라 생각은 되지 않는다."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다.

 

"그보다 놀랐네요. 주로 마계에서 어떤 요리를 하나요?"

 

"다크메터."

 

?

 

"다크메터다."

 

"못들은 게 아니에요! 요리를 하랬더니 왜 이상한 물질을 만들고 있는 거야!"

 

"주로 짐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포로들의 영양 음식 중 하나다."

 

"그건 고문이라고 하는 거에요. 마왕님..."

 

"내가 친절히 떠먹여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그건 고문이라고 하는 거라고요."

 

"때가 되면 주인도 먹어 볼텐가?"

 

"사양합니다."

 

특기...특기는 다른걸 좀 말했으면 좋겠지만.

 

"특기가 가위바위보인데 고양이 모습으로는 못하겠죠?"

 

"? 못하리라 생각하는가?"

 

할 수 있어요? 그거 다 보자기로 되는 손이잖아요.

어떻게 굽히지 못하는 손가락으로 그게 되는지 의문을 품을 쯤, 마왕님은 제촉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험 삼아 해보면 될 것이 아니냐. 참고로 나는 보만 낼 것이다."

 

"그건 고양이 손이라 당연한 거고!"

 

어쨌든 내 인생에 처음 고양이와 가위바위보를 해보는 기묘한 일이 지금 여기에 있다.

가위바위보의 구령과 함께 나는 역시나 가위를 냈고, 마왕님은 바위를 냈다.

 

바위?

 

"마왕님? 보만 낸다면서요?"

 

"주인도 물렀군. 남의 말을 그리 쉽게 믿으면 안 된다."

 

댁은 내 사역마거든요?

 

"아무튼 벌칙이다."

 

벌칙이야...딱밤을 때리거나, 손목을 손가락 두개로 찰지게 때리거ㄴ...

 

"고양이 어퍼컷!"

 

-퍼억!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2초간 공중에 뜨다가 내려왔다. 어느샌가 턱에 서서히 올라오는 치열한 고통과 함께 등쪽의 욱신거림을 참고 일어났다.

 

"누구 죽이려고 해요? 그보다 고양이 어퍼컷은 뭐에요! 마왕 입장에서는 귀여운 필살기로 사람을 살해 할 만한 데미지를 주는 게 말이 되요?!"

 

고양이라 만만하게 봤는데, 한 순간에 강을 건널 뻔했다.

 

"마계에선 가위바위보의 벌칙은 이겼을 때, 그 것을 형상한 것으로 마력을 담아 싸우는 일을 말한다."

 

그럼 그 작은 고양이 손에 마력을 담아서, 내 턱을 전심전력으로 쳤다는 소리잖아...

 

"다시! 다시 해요! 차고로 저는 마력 못쓰니까. 사람들이 쓰는 벌칙으로 하죠."

 

다시 가위바위보

나는 보를 냈는데 마왕님은 가위였다.

그보다 어떻게 내는 건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할 쯤...

 

"고양이 베기!"

 

본능적으로 고개를 뒤로 빼자 앞머리 몇 가닥이 깨끗하게 잘려나가 드랍이 됐다.

 

"소환한 사람 죽이려고 해요! 대체 그건 또 뭐에요!"

 

"짐의 벌칙을 피하다니! 무례한 것!"

 

"화내는 건 그쪽이냐!"

 

벌칙을 하나하나 다 받으면 죽겠다!

결국 가위바위보는 중단하고 30분간 설득과 설득을 한 끝에 마왕님과 가위바위보는 중단 되었다.

 

그 이야기 세 번째는

어째서 소환된 거에요?

 

"그거야. 주인이 짐을 불렀으니까."

 

"아니. 그건 알아요. 애초에 저는 마법석의 힘을 이용해서 부른 거잖아요?"

 

"그렇지. 그래도 난 주인의 재능을 높게 사고 소환에 응한 것이다."

 

"아니요. 저는 일반인과 같다니까요?"

 

"그것은 주인이 마나 컨트롤과 수련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다."

 

"그렇군요. 저도 마나 컨트롤하면 마법사 되거나? 그런 건가요?"

 

"아니. 짐의 마력창고가 되는 것이다."

 

?

뜬금없이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주인의 마나의 양을 보고 정한 일이다. 내 옆에 둔다면 평생 쓸 마나의 양을 얻은 셈이지."

 

어머나! 프로포ㅈ...가 아니라!

소환된 이유가 나를 마력창고로 쓰기 위해 여기에 왔다는 소리잖아!

내가 무슨 마나를 빌려주는 은행이냐!

 

"여기서 그럼 누가 노예가 되는 거에요!"

 

"그야 주인이지."

 

"아니 주인의 뜻은 노예를 부리는 상위권력자고! 지금은 마왕님이 사역마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사역마의 마력창고가 되면 그게 노예잖아요?"

 

"그렇지."

 

"그럼 대체 누가 노예가 되는 거에요?"

 

"그야 주인이지."

 

아니...

이대로 가다간 1루수가 누구인지도 모른 체 끝나겠다.

이렇게 낙담하는 사이에 내 가슴 쪽에 고양이 발이 올라왔다.

 

"역시 그대와 마나는 친화력이 높구나. 게다가 그걸 수용하고 있는 그 몸도."

 

그럼 난 마법사에 잠재력이 돋보인다는 건가?

 

"하지만...주인은 머리가 나빠 보이는군."

 

"사역마가 주인에게 할 소리가 좀 날카롭습니다만..."

 

마왕님이 진단해준 거라 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영문은 모르지만, 그래도 사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은 일깨워주도록 하겠다."

 

"혹시. 마나의 양에 따라 축적된 오러나 기운이 보이는 그런거요?"

 

"정확하다. 짐과 같이 살던 이후에 주인이 가장 영특해 보이는 순간이기도 하구나."

 

얼마나 같이 살았다고 이러는 거야.

댁과 나와 만난 지 이제 4시간쯤 지났어.

 

"눈을 감거라."

 

눈을 감고 어두워진 내 시야 나를 반겼다.

지금 내 인생이 딱 저것일까...

 

"크게 심호흡 5"

 

심호흡을 5번정도 하니까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대로 있거라."

 

내 몸에 작은 뭔가 올라왔다. 아마 마왕님이 고양이 모습이니 어깨에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할짝...할짝..."

 

"마왕님? 목은 왜 핥아요?"

 

"소독이다. 지금부터 체내에 내 마력을 조금 주입해서 막혀있는 마나의 활로를 뚫을 것이다."

 

"아하...그렇구나..."

 

-!

 

얼마나 강하게 물었는지 눈이 번뜩 떠져서, 마왕님을 급하게 떼어냈을 정도로 아팠다.

 

"오늘따라 제 목숨의 위기가 많이 보이잖아요!"

 

"활로는 뚫었으니. 이제 내가 어찌 보이는지 보면 된다."

 

"어찌 보이긴요 고양..."

 

고양이에..뭔 검은색 오러가...

고양이의 체구보다 수십 배나 되어 보이는 검은색 오러가 일렁이고 있었다.

 

"호오. 그 정도면 짐이 제대로 주인의 활로를 열었구나."

 

잠깐 멍해진 나를 보고 알아챈 듯, 다시 고양이 세수를 하는 마왕님은 이윽고...

 

"이제 주인과 나의 길이 이어졌으니, 언제든지 그대의 마나를 이용해서 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나 또 사고를 친 건가?

이제 저 마왕님은 마음에 안 들면 내 마나를 이용해서 날려버릴 텐데...?

 

"게다가 2층은 왠지 마계와 관련된 도구들이 많았다. 덤으로 3층에는 천계와 관련된 물품이 많다."

 

그럼 만약 3층에서 사역마 소환했으면 대천사를 소환했다는 의미가 되는 거냐?

 

"이로써. 이런 불편한 몸에도 간단한 마법은 식은 죽 먹기로 사용하게 되었으니, 감사를 표한다. 주인."

 

"아뇨...별말씀을 마왕님..."

 

확실히 눈이 개안되고 나서 2층을 올려다 보니, 불길하고 음산한 오러가 보이는 듯 말듯 했다.

그래도 편리한 눈이네. 힘의 크고 작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쓸모가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

 

적어도 저게 뭔지 모르고 덤비다 죽는 경우는 없으니까.

 

-딸랑~딸랑~!

 

문 쪽에 있던 작은 종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손님은 흑색의 로브를 둘러쓴 체 조용조용 내 앞으로 걸어왔다.

첫 손님을 맞이하는 나로선 영업 스마일이 자동으로 올라가 첫 마디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찾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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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 퇴고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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