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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린 여자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그거야 어릴 때의 감성이 기본적으로 높을 테니까...그러면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은 딱 하나가 있는데.

그 질문은 인형이 살아있다면 그 아이들에게 어떤 폭언을 퍼부을까?’라는 것이다. 지금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누구든지 추측이 가능한데 뻔한 결과지만...

 

정말 잘 어울려!”

이번엔 이 목걸이를 걸어주자!”

다음에 내가 해도 돼?”

 

수 많은 어린 달 토끼들에게 인형처럼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보며, 그보다 옷은 갈아 입히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화장품들과 이상한 목걸이, 머리핀들을 덕지덕지 붙여진 나의 모습을 정면 거울로 봤을 때. ‘신종 고문인가? 난 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편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내가 움직일 수 없는 이유는, 그 바보 같은 약물이 아직까지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고, 눈은 움직이고 귀는 들리지만, 하지 말라는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몸 또한 움직이지 못해서 두 발로 이 곳을 나갈 수도 없으니, 내 마음 속에서는 마그마가 끓어오르는 것도 모자라서 기화까지 진행 중이다.

 

마그마가 기화를 어떻게 하냐고?

당연히 그만큼 지금 열 받는다는 소리지.

1시간 더 당하면 화병으로 죽을지도 모를걸?

그보다 나 누구와 이야기 하고 있는 거야?

 

갑자기 열리는 문과 양측의 기계식 골렘들 사이에는 토끼 귀가 돋보이는 여성이, 지금 내 앞에 어린 달 토끼들을 보며 냉소적이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모두들 자러 가라.”

 

! 선생님!”

 

자신들에게 차갑게 말하거나 말거나, 어린 달 토끼들이 한바탕 나간 뒤에, 전부 나간 것을 다 확인하자, 문을 닫은 이후에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는 인사를 했다. 무척이나 사무적이고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은 것에 대해 나는 한 번 놀랬다.

 

달은 다른 행성의 주민을 멋대로 초대하지 않아. 하지만 예외라면 항상 있는 법. 그 예외는 물론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거지만, 그 사소한 것이 언젠가는 나비효과처럼 거대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바로 이 경우다.”

 

그러니까...요약하자면 다른 행성의 주민 중에, 달에 온 것은 네가 처음이야!’라는 건가? 쓸 때 없는 서론이 왜 이렇게 길어!

하지만 아직 말이 안 끝난 듯이 기계식 골렘 하나가 엎드려서, 거기에 앉은 관리자로 추정되는 달 토끼는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비록 지금은 약물의 효과 때문에 대화를 할 수 없지만, 뭐 그거야 나에게는 잘 된 일이지. 타인의 쓸 때 없는 오지랖을 듣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나저나 식별명:플로니아를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는 말부터 하도록 하지.”

 

너는 고마운 상대에게 약물 투여해서 못 움직이게 만든 다음에, 이상한 곳으로 끌고 와서 이런 비참한 꼴로 만드는 걸로 보답을 하는 거냐! 아오! 목소리가 안 나오니까, 태클을 걸어야 하는데 할 수가 없잖아!

 

하지만 이렇게 붙잡은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그러니까...마치 나를 인질로 잡으면, 루나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상당히 루즈한 전개를 할 리가 없.... 그러고 보니, 3인방이 있었구나. 분명 레시아가 내가 없어진 사실을 알면 그 분노로 잡화점 주변의 파이론을 날려먹고, 다양한 방법으로 달에 들어와서 이 땅 자체를 날려버릴지도...

 

“...말을 하지 못하니까 나 혼자 인형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네.”

 

그리고 냉담한 표정으로 다른 주사기를 꺼내 들더니, 약품을 개발한다고 처음 들었을 때, 의료 쪽에 관련된 사람이라고 상상한 것을 말소하듯, 그냥 내 목 아무 곳이나 찌른 체 약물을 주입했다. 얼마나 대충 찔렀는지 모르겠지만, 서서히 전신에 감각이 돌아오자마자 목에 날카로운 통증으로, 나는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이 빌어먹ㅇ!...대체 얼마나 강하게 찌른 거야!”

 

걱정할 것 없다. 경동맥은 피했으니까.”

 

그거 찔렀으면 내가 죽어있겠지!”

 

아슬아슬하게 스친 것뿐이다.”

 

오히려 그게 더 걱정이 되거든!”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나의 멋지고 중저음의 목소리가 돌아와서 태클을 걸었다는 것에 감사하자.

점점 나의 삶의 의미가 태클을 걸기 위해 태어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제 내가 궁금한 것은 언제 물어 보느냐인데...

 

애초에 그쪽과 그 3명은 잘 모르겠지만, 식별명:플로니아는 상당히 중요한 샘플이니까, 그 샘플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잡아놔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식별명을 꼭 붙일 이유가 있나? 아니면...”

 

내가 아까 전에 한 번 놀란 이유는, 내 앞에 앉아있는 여성이 루나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까 나를 인형 화장시키는 듯이 화장시킨 아이들도, 전부 분홍 빛의 토끼 귀와, 연녹색 빛의 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마치 복제인간마냥 달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지만, 다른 달 토끼들은 대체 왜 자신과 똑같은 사람들 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이 달에는 자신들이 관리자에게 통제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도 전혀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달 토끼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나는 입을 열었다.

 

“‘네 자신이너무 많아서 개별마다 이름을 따로 지어야 할 정도로, 구분을 할 수 있는 건가?”

 

달 보다 기술력이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곳에서 살고 있으면서, 그 이상의 상식은 잘도 알고 있군.”

 

기술력이나 시대가 뒤떨어져야 말로, 책에 쓰여져 있는 상상력은 더욱 진보할 수 있으니까. 애초에 잡화점에서 일하면서 많은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은 모르겠지.”

 

물론, 잡화점에서 시간을 때울 것이 없기 때문이지만!

 

그래서 아까 추격을 받는 도중에도, 기계들의 약점을 파악하려고 머리를 굴렸군. 꼭 바보같이 생겼는데도, 위급상황에는 제법 기량도 높고 거기에서는 마법이라는 공상의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걸로 봐선, 의외로 지능이 높을 수도 있겠군.”

 

너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머리가 나빠 보였는데 보기보다 좋네요?”라는 말을 꼭 그렇게 표현해야 해? 그거 마치 공개처형 비슷한 놀리는 수준 아냐?”

 

여전히 의자가 된 기계는 지칠 줄 모르고, 루나와 똑같이 생긴 관리자를 앉히고 있는 상태에서, 관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하고 짧은 소리를 흘렸다.

 

보기 보다 재미있는 말을 자주 하던데. 과연 그 목과 몸을 분리해도 재미있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실험 목록에 추가할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플로니아가 제대로 회수되면 그때부터 놀아주도록 하지.”

 

?

뭘 놀아?

애초에 목과 몸이 분리하면 사람은 죽거든!

지금 날 지렁이로 보냐!

 

기다려! 루나는...!”

 

관리자는 나의 반론을 막듯 싸늘하게 오른 손으로 내 입을 덮었다.

 

루나는 공동명칭일 뿐. 하지만 최초의 루나는 바로 나다. 모든 루나의 관리자이자 최고의 정점. 나를 식별하고 싶다면 알파라고 부르는 것이 더 편하지.”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 입에서 땐 이후에 기계식 골렘이 내 목에 침을 찍어 눌렀다.

 

아오 저 기묘하게 생긴 침은 그만 찔!......”

 

아까와 같은 약을 주입 당했는지, 시각과 청각 빼고는 전부 마취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마취상태에 당한다고 하면, 나는 대체 어찌되는 건지? 아까 그 어린 애들도 다 자러 갔으니까, 이제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것이라고 생

 

-끼이이익!

 

와아! 저기 봐! 선생님께서 새로운 인형을 주셨어!”

 

이런 ㅆ

 

***

 

카일의 실종은 곧 잡화점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는 비상이 되었다. ‘개인 사정상 쉽니다.’라는 문구는 잡화점 문 앞에 처음 걸려있었다. 이윽고 루나를 제외한 셋은 상당히 엄숙한 분위기에서, 한 남자를 묶어서 정보를 얻고 있는데, 검은 물을 얼마나 맞았는지 모르나 검은 제복이 전부 물기로 가득 차있었고, 금빛의 두 눈은 아직까지 의기양양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직까지 작고 귀여운 검은 고양이 상태의 레시아는, 하멀 레이비스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 주인은 달에 붙잡혔다고?”

 

하지만 격한 어조도 아니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입을 레시아의 분위기에선 레이비스를 그렇게 증오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숨기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던 찰나에, 레이비스는 여전히 싸가지 없는 웃음기가 90%로 유지되어있는 얼굴로 레시아에게 답변을 했다.

 

물론 나도 맨 처음에는 거두어달라고 했어. 하지만 달의 그 기계식 골렘들을 보자마자 생각이 바뀌었거든, 그래서 일부러 그 평민을 붙잡게 한 다음에, 마법석으로 만든 신호 발생기를 몰래 붙여놨는데, 평민이 달에서 그나마 몸을 움직일 여유가 있으면, 그걸 찾아주길 바랄 뿐이야.”

 

레이비스도 분명 카일을 잡아가려는 달의 존재들에게 거절표시를 했으나, 상식을 뛰어넘는 기술력과 과학력, 그리고 막강한 전투력은 레이비스도 한 순간에 자신이 죽는다는 판단을 했을 정도였다.

 

애초에 첩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은, 어째서 그대는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거지? 게다가 달에 있는 존재들하고 언제 또 접촉을 한 건가?”

 

레이비스는 딱 봐도 나 지금 열 받았어!”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마리아에게 답했다.

 

그거야 당연히 달 토끼들에게 신세를 졌으니까. 물론 그건 좀 우울하기도 하고, 나의 흑역사의 일부이기도 하고, 이건 노코멘트로 할게. 좋지?”

 

그러자 검은 성배를 소환한 마리아는 다시금 레이비스에게 검은 물을 뿌렸다. 맞은 존재에게는 마르기 전까지는 무한한 고통을 계속 주는 저주를 가지고 있기에, 레이비스는 다시 맞자마자 제기랄!”하면서 단말마의 욕설을 퍼부었다.

 

다시 축 늘어짐과 동시에 마리아는 더욱 더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루시피나가 그대를 위해 장례식을 한다고 화장터를 만들려고 한 것을, 누가 앞에서 막아줬는지 잘 생각하고 다시 입을 열도록.”

 

카일이 납치를 당했다는 레이비스의 시원한 대답은, 곧 루시피나의 분노를 강하게 샀고, 마리아가 그걸 막지 않았다면, 파이론은 물론 프리트론까지 날려버릴 만한 대화재의 시를 읊어서 모두 소각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레이비스는 다시 한번 몸을 떨었다.

 

제길...그딴 평민이 뭐가 좋다고, 이런 여자들만...”

 

-촤아악!

 

제길! 이제는 아프다 못해 춥다고! 그만 뿌려! 일단 나도 생각이 있어서 카일을 보낸 것이니까!”

 

결과적으로 레이비스는 고문에 굴복했고, 레시아는 천천히 공중으로 부유하면서 레이비스와 딱 맞는 눈높이가 되었다. 그 후에 레시아의 입을 열었던 것은...

 

네 녀석이 생각하는 수는 사실상 짐보다 앞설 수 있을 정도로 머리가 비상하다. 하지만 짐은 마왕이다. 그딴 수가 얼마나 앞질러가든 그 전에 차단하면 끝. 너의 그 어리석은 행동 하나로 내 주인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너를 지금 당장 죽여도 그 분이 삭히지 않는다. 그 죄는 너희 나라로 돌려서 처음으로 짐이 마왕다운 일을 하기 전에. 그 생각을 빨리 짐에게 고하거라

 

레이비스는 결과적으로 웃었다.

자신이 생각이 잘 맞았다는 뜻이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자신을 죽일 것 같은 엄청난 살기에,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금빛의 눈이 살며시 떨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레이비스는 단 하나의 말을 했다.

 

반지.”

 

모두가 의아해 할 무렵.

마리아는 자신이 순간 천재가 된 듯. 표정이 변화하였다.

 

설마. 카일이 끼고 있는 반지를 증폭기로 삼아...”

 

위치를 찾아낸 뒤에. 그쪽 마왕이 숨겨놓은 기계로 정확하게 날아갈 생각이다.”

 

대체 이 수사관은 뭐 하는 자이길래, 마왕이 달로 갈 수 있는 기계를 숨겨놓은 것까지 알고 있는가? 그것에 대해 마리아가 의문을 품을 때쯤. 레시아의 붉은 홍옥과 같은 눈이 번뜩이자. 레이비스에게 묶인 밧줄은 스르륵!하고 풀려버렸다.

 

드디어 해방을 한 레이비스의 신체는 힘없이 의자 앞으로 쓰러졌고, 밧줄에 묶인 부위는 시퍼런 멍이 자리를 잡은 체, 미약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정말이지...얼마나 구속플레이를 못하는 거야? 강도가 너무 심하잖아? 지금 뼈에서 비명을 지를 정도라고?”

 

그래도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하는 레이비스에게, 레시아는 검은 깃털처럼 천천히 땅으로 내려와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경우. 그대로 인해 우리 마계와 인간계의 공존은 끝이 나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라.”

 

레이비스는 할 말이 없는 것인지, 많은 시간 동안 고문을 받아서 기절을 해버린 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시아는 그 묵언을 긍정의 대답으로 받아들인 체, 루시피나와 마리아, 루나를 데리고 잡화점 밖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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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면 무서운 분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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