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91
91
오후에는 나도 왕국 중앙 시장에 갈 일이 있기에, 사키엘의 문을 이용하여 시장에 도착한 지 10분쯤. 내가 따로 볼 일이 있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고 싶었기에 나온 것이다.
밖으로 나가면 기분 전환이라던가? 혹은 집 안에만 있으면 루나가 나를 곤란하게 하고, 태클을 걸다가 이상한 필살기에 맞아서 날아가는, 2차 피해의 발생을 막기 위해 그냥 내가 나왔다고 해도 될 정도로...
사실, 아까 전에 발차기 맞고 날아가서 그냥 내가 나온 거다.
아이돌이 있으면 이렇게 위험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을 하는 날인가? 그보다 그런 체험은 사양인데 나는 왜 체험하고 있을까?
-탕!
“......”
중앙 시장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총성, 분명 이렇게 생각이 없는 행동을 잘 하는 사람은, 내가 아는 한 레이비스 씨 밖에 없었다. 물론 그 총성 한 방으로 시장에 있던 사람들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갔고, 레이비스 씨는 답뱃갑에서 꺼냈는지 막대 사탕을 물며 입을 열었다.
“여어! 여기서 만난다니 우연이네!”
여어! 좋아하네!
“레이비스 씨! 시장 한복판에 총을 쏘면 어떻게 합니까! 지금 사람들이 전부 혼비백산해서 도망갔잖아요!”
“괜찮아. 분명 옷을 널고 있었는데, 비가 와서 급하게 옷을 거두러 가는 것뿐이니까.”
“뭐가 괜찮아요! 게다가 지금 해도 쨍쨍하거든요! 비는커녕 물방울도 보이지 않거든요!”
주변에 누군가가 친구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총을 쏘거나 수류탄을 던진다면, 가까운 정신병원이나 경찰을 부르길 바란다. 물론 나도 주변에 경비대를 부르고는 싶으나, 레이비스 씨의 직업이 하필이면 수사관이기에, 경비대를 부르기도 전에 내가 체포될 것만 같다.
“그래서 레이비스 씨.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아. 별거 아니고. 잠시 좀 따라와라.
마치 레이비스 씨는 순정만화에서 “거기 너. 잠깐 나 좀 보자.”라고 말하는 양아치처럼 말했다.
“그보다 나는 양아치가 아닌데? 상남자라고 분명 말해뒀잖아. 상남자라고 고쳐. 구멍 뚫리기 싫으면.”
마치 레이비스 씨는 순정만화에서 “거기 너. 잠깐 나 좀 보자.”라고 말하는 상남자처럼 말...
“그보다 제 독백은 또 언제 읽으신 거에요?”
“그건 알 필요 없고, 제대로 고쳤으니 일단 따라와.”
애초에 레이비스 씨가 추구하는 상남자의 표본은 뭔가가 잘못 된 상남자인데요? 애초에 어떤 상남자가 시장에서 사람이 많은데 총부터 쏴서 인사하는 건지...
“애초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하고 있나? 그 토깽이가 뭘 숨겼는지 너에게 일단 실토한 것 같은데?”
레이비스 씨는 골목으로 걸어가면서 입을 열었다. 물론 나도 자연스레 따라가면서 그 말에 받아쳤다.
“그야 말하긴 했죠. 그나저나 레이비스 씨? 우리 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그것부터 알려주시겠어요?”
“음? 왜? 정말로 삥 뜯는 거 아냐. 내가 그렇게 나쁜 짓을 할 사람으로 보여?”
아니 삥 뜯는 건 둘째치고 레이비스 씨의 평소 행실이 나쁜 짓을 할 사람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인데요?
“괜찮아. 그냥 널 달로 보낼 생각이니까.”
“네?”
To The 문이요?
어느 사이에 내가 도망쳐야 할 길은 어느 기괴한 형체를 가진 골렘에게 막혀있었다. 레이비스 씨는 막대사탕을 물며 ‘데려가’라는 눈짓을 하였고, 거기서 기괴한 촉수와 같은 무언가 끝에는 뾰족한 침으로 이루어졌다.
“나쁘게는 생각하지 말라고. 이것도 상부의 명령이었으니까.”
“와우...정말 태연한 얼굴로 배신을 잘 하시네요. 거기서 또 감탄하게 됩니다. 그보다 내가 저런 괴상한 것에게 꼭 끌려가야 하나요?”
속으로는 무진장 열이 받는데, 왠지 레이비스 씨가 저렇게 순순히 따라주는 것이 이상하여, 일단 여유를 가지고 입을 열었다. 물론 내 뒤에 서서히 다가오는 쿵쿵!거리는 소리가 좀 거슬리긴 하지만...
“달에서 직접 내려온 친서야. 엘티노스의 주인을 대리고 오라는 말이지. 이야 대체 너는 뭐만 하면 다른 곳에서 알아서, 스카우트 하려고 이리저리 부르는 거냐?”
“이게 무슨 스카우트야! 그냥 납치하려고 하는 거지! 애초에 거기서 감탄하는 레이비스 씨가 이상하지 않아요!”
“아무튼 내 역할은 여기서 끝이네, 뭐 도망갈 수 있으면 도망가라고 평민.”
뒤에서 날아오는 섬뜩한 은색의 침을 몸을 굴려서 피한다음에, 마법방패를 하나 소환하여 바닥에 깔고 그 밑에 마나로 인한 폭발을 일으켜, 그 반동으로 내 몸은 하늘로 솟구쳤다. 그 기계 또한 상당한 수준의 도약 능력을 보여주며, 나를 추격하고 있었고 이윽고 마법방패를 허공에 고정시킨 체 소환을 하여, 그 경사를 쭉 타고 빠르게 내려갔다.
레시아의 말로는 붉은 눈에서 붉은 레이저를 쏜다고...
-피핑!
이야! 진짜네!
와! 신기해라!
저거 나중에 보여주면 정말 웃기겠다.
“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계속해서 묘수를 생각할 처지에, 지붕을 계속 뛰어넘으며 도망은 계속 되었다. 먼저 앞질러 있는 나는 좋은 장소가 없나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도중, 내 후방에 바나나 껍질을 던지면 그걸 밟고 넘어질까? 라고 생각은 했으나, 그것은 정말 안 좋은 악수로 작용을 할 테니, 바나나 껍질과 비슷한 것을 생각하자면...
1. 반 중력 마법(하지만 배우지 않았다.)
2. 바나나를 창조하는 마법(이건 대체 무슨?)
3. 그냥 사슬마법을 다중으로 시전하면 그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오! 그거 좋다.)
따라서 3번을 택했다.
...
그보다 괄호 안에 있는 말은 누가 말한 거지?
사슬마법은 본래 구속을 위한 것이지만, 다양하게 쓰고 있는데 이번에 다중으로 시전은 처음 해본다. 그래도 내 이미지가 제대로 된 마법을 만들길 빌며, 손에 있는 마나는 집중을 하였고, 푸른 빛의 사슬들이 이리저리 얽혀져서, 사람을 잡을 만한 그물이 만들어졌다.
-삐이이잉! 팡!
저건 또 무슨 소리지? 폭죽이라도 쏜 건가?
허공에서 터지는 소리로 인해 고개를 위로 올리자, 오후에는 불빛이 보이지 않으니까 이상한 붉은 빛의 연기가 허공에서 천천히 사라졌다. 대부분의 저런 신호는 증원 요청을 뜻하는 신호인데, 아마 나를 잡기에는 힘들 테니 다른 동료를 불러모으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물론 이 추측은 너무 알맞게 떨어져서 탈이지만...
내가 딛고 있는 곳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그 괴상한 몸체를 뽐내듯 내 앞길을 가로막는 기계식 골렘...뭔가 기계식이라고 하니까 있어 보이긴 한데? 아무튼 내 앞에 날아오는 3개의 날카로운 침들을 몸을 옆으로 돌며 피한 뒤에, 발에 마력을 담아 발을 구르며 2M가 넘어 보이는 몸체를 가볍게 뛰어 넘었다.
다시 뒤로 날아드는 은색의 굵은 꼬리는 마법방패로 튕겨낸 체, 저 멀리 날아가 어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챙그랑!
제길...창문이라도 열어 놓던가.
환기도 안 시키는 이 집은 대체 뭐 하는 집이야?
보호마법과 마나로 인한 신체 강화는 어느 정도 몸을 견고하게 해주지만, 지금 날아가서 부딪친 데미지를 인내하기에는 충격이 너무 컸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고 시야도 흐려졌다. 그렇게 느긋하게 들어오는 두 개의 기계식 골렘들은 천천히 나의 상태를 살피는 듯, 포위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아까 내가 만든 것은 기억하려나?”
내가 집에 날아가고 나서 바닥에 깔아놓은 푸른빛 그물이, 그 둘을 감싸며 위로 들어올려졌다. 물리적으로 부수기 위해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지만, 보통 물리적인 힘으로는 절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마법이기에, 사방에 붉은 색의 빔을 쏘고 있는 광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부셔도 다시 재생한다며?”
하지만 이 불사신 같은 녀석들을 잠재우는 방법은, 흔히 SF소설에서 읽었던 움직이는 원동력. 핵을 부셔버리면 끝난다.
티르빙을 한 손에 쥐며 장검과 총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 무기를 겨누고, 핵이 대체 어디인가에 대해 찾아보려고 했으나, 딱히 눈에 띄는 곳이 없으므로 붉은 색으로 빛나는 저 눈을 맞췄다.
-탕!
방아쇠를 당기고 그 힘으로 오른 팔은 위로 올라갔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광선이 붉은 눈을 꿰뚫자 기괴한 소음을 내며, 축 늘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작동을 멈췄다. 오 대충 찍었더니 저기가 핵...
-지이이이잉...
이 아닌 듯이 다시 복구를 시작하는 기계 골렘A.
정말 이것들은 못 부수는 건가?
“그렇다고 해도 너희들이 그 그물에서 빠져나올 일은 없겠지만, 내가 멀어지면 그 그물은 사라지니까...”
나는 왼 손을 힘차게 쥐었다.
-콰과강!
“조만간 마이클 베이가 되면 안 되는데...”
푸른 빛의 향연이 공중에 퍼져나가면서, 그물 마법으로 붙잡았던 기계 골렘 둘을 전부 부셔놨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조각이 하나하나 뭉쳐지면서 수복하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서 내 다리는 자동으로 뛰었지만, 얼마나 시간을 벌일 수 있을까?
1분?
20초?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리 도망을 가야 했다. 지금은 나를 도와줄 사람을 급하게 부를 여유도 없고, 나를 달로 납치하려는 추격자로부터 빨리빨리 벗어나야 하기에, 다음...그 다음을 생각하고 움직여야 했다.
누구는 말하지 않았는가?
‘난 너보다 5수는 앞서있다!’
라는 말.
물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캐릭터가 됐으나 어쨌든! 저 불멸자들과 같은 녀석들의 추격을 끝까지 벗어나려면, 내 머리를 전부 회전시키며 전략을 짜놔야 한다. 대략 10초 정도 흘렀는데, 뒤에서 다시 묵직한 발소리가 울려 퍼진 것으로 봐선, 벌써 나를 다시 추격하는 중인 듯.
“하아...정말 미치고 팔짝 뒤겠네!”
내가 생각하기로는 거리를 매우 벌려놨다고 생각을 했으나, 그건 내 생각이지 저 녀석들의 생각은 아닌가 보다. 새벽<Daybreak>는 고의적으로 응축된 마나를 풀어버리는 것이기에, 저것들이 통할 것이라는 장담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원소마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전격계열의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장 유력한 탈출방법은 저것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은신을 하거나 어딘가로 숨거나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저 앞에 기계 골렘 둘이 더 나타나서 내 길을 막아 섰다.
다시 한 쌍의 단검으로 변한 티르빙을 들며, 사방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골렘들을 경계를 하던 나는, 내 앞에 있는 골렘에서 기묘한 장치가 나와 소리를 냈다.
“그대가 분명 달 토끼인 루나를 보살펴준 잡화점의 주인인가?”
불규칙적으로 일그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를 정도로 잡음이 심한 것으로 봐선, 의도적으로 변조를 하고 있을 터. 하지만 목소리 너머에 있는 사람이...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를 만나고 싶어했겠지.
“그런데 왜?”
“루나에게 들었는지 몰라도, 내가 그 ‘관리자’다.”
“글쎄? 난 모르겠는데? 애초에 얼굴도 모르는 관리자라는 이름을 들어도 별 감흥은 없다만?”
그러자 잠깐의 침묵이 일어나더니, 이윽고 다시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차피 달에 와서도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니, 이제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따라오기나 해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뭐 저기 바늘처럼 생긴 걸로 날 찔러서라도 데려가려고??”
“정답이다.”
사방에서 동시에 돌진하여 전방과 우측은 휘둘러서 튕겨냈지만, 무방비인 틈을 찔러 목 뒤에 따끔한 고통이 느껴지는가 싶었더니, 천천히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3초도 안 되어서 바로 무릎이 풀리는가 하면, 온 몸이 아예 감각이 없는 상태로 바뀌어, 결국 앞으로 쓰러지면서 티르빙을 놓쳐버렸다.
“신기한 감각이지 않나? 전신은 마취가 되었는데, 정작 시각과 청각은 깨어있는 기분. 나의 발명품 중 하나인데 처음 써보는 거다. 어떤가? 아...맞다. 소리는 내지 못하지. 우선 사설은 그만두고 얼굴이나 보면서 이야기 하자고...”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맥없이 잡혀버렸다.
그나저나 부작용도 모르는 약물을 나에게 먼저 실험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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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태클을 걸고 싶어하는 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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