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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여장은 해제하고 싶은데 다시 힘을 사용한다면 몸이 엉망이 될 거 같기에, 이젠 그냥 마음에 두지 않고 골목길을 천천히 나가기로 결정했다. 시공간의 개념이 자리잡고 있으니 뒤로 걸어가면 본래 있어야 할 현실로 빠져나올 수 있고, 그렇게 10분을 걷자 루니아 누나가 앞에서 와락하고...

 

-콰가각!

 

카일! 걱정했어요오! 다치신 건 아니죠오! 혹시 다른 존재에게 혼을 빼앗겨서 다른 영혼이 들어와있다는 절망적인 루트를 탔거나아? 그렇게 되면 저도 죽고 카일도 죽을 수 밖에 없어요오!”

 

눈물을 흘려가며 어디서 꺼내왔는지 은장도를 들고 내 목을 겨누고 있는 찰나에, 등에 거대한 충격은 눈물로 환원시키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 그보다 독백으로는 와락하고 안기며 로맨틱한 연출을 상상하고 있었으나, 너무 힘이 강한 나머지 태클이 되어버린 건에 대해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지금도 충분히 죽을 거 같으니 슬슬 자리에서 비키시죠...한 순간의 숄더 태클로 내 오장육부가 끊어질 것 같이 아픈데, 3군대정도 끊어진 거 같으니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어디인지는 대충 알아둬야 하니까!”

 

오장육부가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고통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안심한 얼굴로 정말 다행이네요오...”라고 말하던 누나의 붉은 눈은 곧바로, 내 왼팔에 감겨있는 히드라를 향해 고정되었다.

 

카일...그건...”

 

아까 제가 들어간 곳에 월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 협조하도록 설득했어요.”

 

[설득은 무슨...죽어라 때렸으면서.]

 

[시끄러워.]

 

월식의 짧은 태클을 받아 치고 누나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오른쪽 발과 왼쪽 발의 높이가 비대칭인걸로 보아, 오른쪽 구두굽이 날아가버렸고 이 기회에 제대로 된 운동화를 신자는 의미로...

 

아냐. 지금은 여장한 상태라 신발가게도 못 들어가!

 

이제 슬슬 잡화점에 들어...”

 

어머나아! 구두굽이 날아가버렸잖아요오! 새로운 구두를 사러 쇼핑하러 갑시다아!”

 

오늘은 내가 공개처형을 당하는 날인가? 여장을 한 남자가 여성물품으로 가득한 쇼핑을 자신이 직접 이용하기 위해 간다고? 신선한 충격과 공포를 매번 먹어도 면역이 되지 않네.

 

아니요. 가기 싫어요. 그냥 잡화점에 들어갈래요.”

 

그러기엔 카일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오! 그런 슬픈 비극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되요오!”

 

루니아 누나는 열변을 토해내듯 오른손 주먹을 굳게 쥐며 다짐하듯 말했다. 이전에 슬픈 비극은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거지, 저기 웃고 떠들며 가고 있는 사람들은 내 여장을 못 본다고 비극을 맞이하진 않는다.

 

[인간은 너무 쉽사리 굴려지는군. 최대의 적은 역시나 같은 내부자인가?]

 

[조용히 해.]

 

불러내서 때릴까? 아냐. 지금은 내 앞에 있는 일부터 해결을 하자. 그런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테미마을에 온 걸 화녕해!”

 

하지마!”

 

이상한 마스코트가 이곳에서 튀어나오지 말란 말이야!

 

카일?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오?”

 

아뇨. 잠깐 이상한 마스코트가 튀어나오는 꿈을...잠깐? ?”

 

내가 언제 잠들었던 거지?

잡지를 들어 느긋하게 보면서 내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지만, 깨어난 장소는 이미 백화점내부. 결국 또 한번 저항하지 못하고 인형이 되는 건가? 리제로트에게 잡혀버렸을 때만해도 그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인생이란 건 죽을 때까지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아끼고 아껴야만 하는 법이다.

 

결국 이렇게 끌려 다니는 건가...”

 

아끼던 한숨을 이제서야 사용할 때가 온 걸까? 폐에서 답답한 공기를 힘껏 밀어내자, 기분이 약간 풀리기 시작했다.

 

끌려다니다뇨오. 저는 분명 카일의 결정에 따라 이곳에 온 것뿐이에요오.”

 

저는 잡화점에 가고...”

 

싶지 않다는 거죠오?”

 

멋대로 해석하지 말아줄래요!”

 

나는 분명 잡화점에 들어간다고 말했는데 루니아 누나 머리에는 필터가 존재하나 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전설의 루니아 필터인가? 필터가 너무 강해서 산소분자를 갈아버릴 수준인가보다.

 

그러면 카일의 옷도 고를 겸. 제 옷도 골라주는 거 어떠세요오?”

 

루니아 누나의 옷을 고르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제 옷을 사려면 당장 남성의류점에 가라고요!”

 

그러나 난감하듯이 금색 옆머리를 검지손가락으로 꼬며 나에게 말하길...

 

그래도 세간의 눈에선 지금의 카일을 보고 남성의류점에 간다면 뭐라고 생각할까요오?”

 

세간의 눈이 날 이렇게 가로막는구나. 지금 시공간마법도 개방했겠다. 그냥 몸하나 버리고 옷을 찾아서 입을까? 꽤 마음에 드는 옷이 많이 있긴 한데. 하나하나 창조하는 것보단 빨리 입고 도망치는 게 더 편하다.

 

그러니 얌전히 제가 고르는 옷을 입으세요오. 이번 백장미 컨셉에도 중요하니까요오. ! 중요한 이야기가 또 있어요오.”

 

중요한 이야기가 더 있다는 말은?”

 

당연히 유랑극단에 대해서죠오. 잡화점의 좌표를 상대좌표로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으로 점점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어요오. 카일이 이상한 공간 속에 들어가는 동안 말이죠오.”

 

그러면 이들은 좌표를 찾아서 이곳으로 오는 게 아닌가? 그러면 나에게 뭔가 새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는 해도 샤워했을 때는 분명 없었다. 세린에게도 검사를 받았으니 내 몸에는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나저나 카일? 이곳을 찾아내면 어떻게 할 생각일까요오?”

 

그야...잡화점이 있는 장소를 도려내듯이 보이드로 보내버리겠죠.”

 

본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드에 대해 언급을 했지만, 유랑극단이 언제부터 보이드를 만들 수 있는 가에 대해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보이드요오?”

 

지금 제 왼팔에 있는 월식...아니, 히드라가 알려줬어요. 제가 이곳에 날아오면서 기껏 지우고 있었던 보이드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제 슬슬 월식이 아니라 히드라라고 말해야 할까? 아직까지도 뭐라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붉은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루니아 누나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만 했다.

 

보이드는 시공간개념이 전혀 없는 빈 공간이에요. 시공섬도 먹히지 않았던 이유가, 그 안에는 시공간의 개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고요. 그 안에 있으면 영원히 멈춰버린 시간 속에 갇혀있는 셈이죠. 예외적으로 시공간을 뛰어 넘나드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시공간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버릴 테니, 보이드를 인식하고 그 안에서 움직일 수는 있을 거에요.”

 

잡화점 멤버들 그리고, 잡화점까지 시공간을 뛰어넘어 300년 미래까지 온 것만해도 충분했다. 보이드에 느닷없이 갇힌다고 해도 찾으면 구출할 수 있는 상황인데, 가장 커다란 문제는 보이드를 대체 누가 만들고 있느냐는 거다. 레이베리아 하나만 보이드를 만들어내면 상관없는데, 유랑극단 중에 보이드를 만드는 사람이 대다수라면? 그 사람들 별도로 모조리 다 잡을 때까진 잡화점을 비워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설령 잡화점이 보이드에 휘말린다고 해도 세린이나 그 누군가가 좌표를 내려야 하는데, 보이드 안에서 시공간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우선 나 하나라고 생각해두자.

 

그럼 시공섬이 효과가 없는 이유도오?”

 

침착하게 내 옆에서 물어보고 있는 루니아 누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 안은 보이드였으니 효과가 없었는데, 어처구니 없는 건 그 안에 월식 한 마리가 있었어요. 그 애들 종족특성상 모든 개체에 정보공유를 하고 있는데. 예외적인 경우로 끊고 사는 애들도 있죠. 그래도 대부분은 정보공유를 한다면, 자신이 보고 들은 경험까지 자연스럽게 퍼지니까. 이쪽에서도 월식 하나만 있다면 최소 어릿광대의 위치는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어릿광대가 정보공유를 끊고 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럼 카일의 위치도 들키잖아요오?”

 

그러니까 잡화점에서 일부러 먼 거리에서 정기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겁니다. 예외적인 장소로 계속해서 정보수집을 하게 된다면, 어릿광대가 낌새를 알아차리고 저에게 찾아오겠죠.”

 

1:1면담이라면 오히려 바라던 바다. 그렇게 비장한 각오를 세우려던 찰나에...

 

[아빠! 아빠! 있어요? 없어요?]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수정구가 요란하게 소리쳤다. 300년이 지난 문명에서는 텔레파시가 아니라 스마트 폰이라는 물품으로 멀리 있는 사람에게 연락하지만, 명계와 인간계에선 전파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어린 시절의 레시아가 생각날 정도로 비슷한 외형. 나를 바라볼 때만큼은 순진무구한 붉은 눈으로 밝게 웃으며 내 얼굴을 확인했다.

 

그래. 소피아. 무슨 일이야?”

 

[! 점심 먹었나 해서! 나는 살아있는 개체로 뱃사공을 하고 있으니까, 점심을 꼭 먹어야 하는데 저 옆에 있는 사람과 같이 먹은 거야?]

 

어째서 이 아이는 루니아 누나를 힐끗 보더니 경계하는 눈으로 바뀌는 걸까?

 

아니. 아직 점심은 먹지 않았어. 그래서 지금 뭘 먹고 있는데?”

 

[! 맞아! 오랜만에 요리를 해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어 봤어!]

 

처음 요리하는 사람도 프렌치 토스트는 만들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려는 순간, 설마 레시아에게 유전을 받아 암흑물질을 창조해내는 연금술사인가에 대해 걱정했다. 따라서 나는 말한다.

 

그 프렌치 토스트 보여줄 수 있어?”

 

[! !]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결과물을 보여준 소피아의 손에는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빵 하나가 비쳐줬다. 다행이야. 적어도 소피아는 레시아처럼 손에 닿는 대로 암흑물질을 만들지 않아서.

 

적어도 레시아의 요리는 열성유전자라고 판단해야 하나...”

 

네에?”

 

. 아무것도 아니에요.”

 

루니아 누나의 질문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넘겼다. 이 혼잣말을 레시아가 들었으며 곧바로 고양이 스폐셜 7단 콤보가 작렬했으리라. 소피아는 내 표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어디 아픈 거야! 곧 죽을 것 같거나? 곧 내 후배가 되어 뱃사공을?]

 

너의 희망사항은 내가 빨리 죽는 것이더냐! 어디 아프다는 추측은 맞지만 회복력으로 어떻게든 될 거야. 그 전에 루니아 누나. 침 닦아요. 애가 아무리 귀여워도 그렇지.”

 

! , 죄송해요오.”

 

귀여운 걸 보면 사족을 못 쓰는 루니아 누나. 조만간 소피아를 보겠다고 명계에 찾아가는 게 아닐까? 아니면 소피아를 데려오라고 나를 들들 볶는다거나. 잡화점에 올 수 있는 것은 상관이 없다만, 그 이후에는 소피아의 입장에선 과거의 레시아와 대립을 하게 되는 순간이 된다.

 

다시 화면을 넘겼을 땐 짙은 화장을 한 여성 하나가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소피아는 어디 가고 다른 사람이 수정구를 바라보고 있는 거지? 명계에는 분명 소피아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

 

[유죄로군.]

 

잠깐만요. 느닷없이 제 죄의 판결은 내리지 말아주세요.”

 

[? 그럼 아버지는 2만년동안 온갖 지옥에서 떠돌아다니며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요!?]

 

뒤에서 소피아의 말 소리가 들리는데, 나는 죽은 뒤에 2만년간 고통 받을 예정인가보다. 지옥에 있는 존재들이 죄인들에게 히히! 고통 받아라!”라며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살을 잘라가는 등. 무궁무진한 고통을...

 

아니! 그 전에 난 살아있다고!”

 

백화점에서 소리치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태클 걸 것은 확실하게 걸고 넘어가는 것이 속 시원했다. 그 범위는 잡초부터 창조신까지 매우 넓으니 말이지. 그런데 지금 나를 바라보고 다짜고짜 유죄라고 판별한 사람은 혹시 염라대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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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도 상당히 바쁠 예정입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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