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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진행되는 일은 언제나 기쁘고 들뜨는 일이지만, 지금 같은 경우라면 걱정해야 할 일이 되어버렸다. 레인을 만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평범하게 다가가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니까, 아이리스에게 온갖 매도를 당하면서 일부러 정보를 흘렸는데, 정확하게 12 42초가 되자마자 잡화점에 커다란 충격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대결계가 방어해도 흔들의자가 느닷없이 뒤집어지는 충격으로, 어처구니 없게 마시고 있었던 허브티를 다 쏟아버리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밖에는 레인이 뭘 하고 있나 봤더니 뿅망치로 잡화점을 뒤흔들고 있었다.

 

남은 것은 내가 밖으로 나가서 레인에게 소리치는 거였다.

 

너는 노크라는 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프렌즈냐!”

 

! 너는 저번에 봤던 미이라!”

 

! 너는 저번...아니. 이런 흐름이 아니지. 이상한 시뮬레이션을 하지 말고 당장 그 망치나 내려놔!”

 

이야...진짜였구나. 엘티노스 잡화점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이.”

 

뿅망치로 집 안을 뒤엎은 이유라면 대결계의 존재를 확인함이겠지. 레인의 경우에는 망치를 휘둘러서 가짜라면 부셔지고, 진짜라면 안 부셔진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 당신이 카일이라는 사람이로군요? 세린에게 많이 들었어요.”

 

세린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걸로 보아, 레인 또한 진짜 잡화점 주인이라고 확신했다.

그보다...

 

내가 카일이라는 건 어떻게 확신하지?”

 

세린이 사소한 것에 태클거는 남자가 있다면 그게 카일이라고 했어요.”

 

태클 때문에 알아보는 거냐!

 

같은 잡화점의 주인인 레인과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레인은 세린과 직접적인 연결망이 있어 보였는데, 세린과 내가 사용하는 힘은 창조주의 힘과 동일하기 때문에, 희미하지만 그들의 연결을 알아볼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세린이 직접적으로 도와주지 않고 그냥 보호와 운영에만 힘써주는 것뿐이니까, 남아도는 에너지를 내가 잡화점에 주입하는 방식.

 

너는 세린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나 보군?”

 

그야. 저는 잡화점에서 길러졌으니까요.”

 

잡화점에서 길러졌다니? 진짜 내 후손은 아니겠지.

 

그나저나 백장미의 전설께서 이곳에 불시착한 이유가 뭐에요? 원래 이곳에 엘티노스 잡화점이 2개씩이나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야 나도 알고 있지. 하지만 네가 나를 안다면 300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거 아냐?”

 

, 카일 씨의 자서전을 통해 보긴 했죠.”

 

내 자서전이 있어?

그렇다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더불어 앞으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급한 마음에 섣불리 물어봤는데.

 

그거 공유할 수 있는 거야?”

 

그야...어라? 잠시만요? ...세린이 보면 안 된다고 해요.”

 

세린과 직접 연결망으로 이어진 레인은 자기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내가 내 미래를 본다는 의미는 운명이 확정적으로 지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빠르게 포기하는 걸로 결정을 지었지만, 내가 자서전을 쓴다는 운명은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실제로도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잡화점에 그대로 기록이 되는 건가?

 

좋아. 어쨌든 빨간 크리스탈은 있어?”

 

여기는 사이먼 퀘스트가 아니에요. 마법의 소용돌이는 잡화점을 전부 감싸지 못한다고요?”

 

너는 대체 그런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제길. 해결 방법이 없는 건가?”

 

시간의 파수꾼들에게 연락을 해서 시공간미아가 되었다고 하면 어때요?”

 

? 시간의 파수꾼들은 뒤틀린 시간에서 부정적인 행위를 하면 모두 몰살하는 단체가 아니었어?”

 

내가 그리 말하자 레인은 어깨를 으슥이며 천천히 이야기 했다.

 

시간의 파수꾼이라는 건 풀어 쓰자면 시간 경찰과 같은 의미에요. 300년 전에는 시간 경비대라고 말할 수도 있긴 하네요. 본래 있던 시공간이 아니라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시간의 파수꾼들이 인도를 해주는 역할도 하죠. 애초에 시공간미아가 되었다는 것은 죄가 아니라 불가항력이잖아요? 카일 씨는 자서전에서 가장 영특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난 영특하지 않아. 모든 일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것뿐이야. 그래도 네가 말하는 거라면 믿어도 되겠지?”

 

당연하죠! 저는 단 1%의 거짓말밖에 할 줄 몰라요!”

 

자신감 있는 웃음을 보아 이 녀석은 거짓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지만, 시간의 파수꾼에 대한 정보는 진짜라는 듯이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언제나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 카일 씨께서는 저를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아니, 도와주셔야 해요. 자서전에 적혀 있었으니까.”

 

대체 무슨 일을 레인과 같이 하길래 도와달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건지. 스포일러라서 내가 직접 볼 수 없는 일이고, 레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지 자서전을 다 보고, 자신이 해왔던 일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을 했을 텐데. 지금은 실전으로 뛰어야 할 상황인가?

 

그나저나. 내 자서전을 봤다면 그때 미이라로 찾아온 나를 알아봤을 거 아냐?”

 

거기는 신성한 묘지라고요? 애초에 이단심문관이 지키는 장소였고, 저는 사회의 적이 되고 싶지 않아요. 애초에 저는 100%의 힘을 끌어내지 않고, 3.14%만 냈다고요?”

 

네 실력은 원주율이냐?”

 

제 특기가 컴퍼스로 원을 그리는 거에요.”

 

그건 누가나 다 그리잖아!”

 

그리고 1M가 되는 철자로 반듯한 직선을 그릴 수도 있죠!”

 

그거 자랑할 게 아니니까 그만둬.”

 

나중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특기가 컴퍼스로 원을 그릴 수 있다.’라고 적어서 내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정신상태를 점검하여 괴짜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한다는 항목이, 내 자서전에 추가될 예정이다.

 

정신이 4차원적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건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지만, 레인의 경우에는 극치에 달할 정도이며, 남이 들을 때는 동문서답이지만, 레인은 레인만의 특별한 의미를 전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대화는 같은 4차원이 아니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4차원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을 도와줘야 하는데?”

 

천계에서 엘티노스를 풀어주세요.”

 

느닷없는 한 마디에 영혼까지 충격 받았다. 엘티노스를 풀어달라는 말 한마디에 어처구니 없는 목소리가 자동으로 나왔으니.

 

? 엘티노스 씨를 풀어달라니?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곧 있으면 초능력자들을 이끌고 마계를 정벌하러 간다는 소식이 있어요. 마계도 상당수의 마물들이 군세로 집결하며 14대 마왕인 은빛의 마왕 실베스가 지휘를 하고 있죠.”

 

은빛의 마왕? 실베스?

 

설마 그 실베스라는 이름은?”

 

맞아요. 예전에 카일 씨가 도와준 늑대인간. 인간과 같이 결혼하게 만들어줬잖아요?”

 

아니. 하지만 늑대인간의 수명은 길지 않아. 300년까지 살기에는 터무니 없이 모잘라.”

 

그렇다면 짐의 성 내부에 있는 마신의 옥좌로 앉은 모양이니라.”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에서는 레시아가 인간의 모습을 한 상태로, 내 옆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마신의 옥좌요?”

 

대대적으로 마왕은 그곳에 앉아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와 힘을 계승하지. 마왕이 세대를 이어 나아갈수록 점점 강해지는 이유는, 마신의 옥좌에 모든 마왕의 정보가 계승되기 때문이니라. 14대 마왕이 그 늑대인간이라면 짐도 솔직히 상대하기 버겁다고 볼 수 있겠군.”

 

레시아는 잠깐 어두운 표정을 하다가 레인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을 보며, 느닷없이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인! 저 사내를 보거라! 짐의 모습을 직시하는데도 죽거나 침을 흘리지 않는가? 저 자는 정말 인간이 맞는 것인가?”

 

그러자 레시아의 말을 들은 레인은 입을 열었다.

 

당연히 인간이 맞죠. 그래야 잡화점에서 일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제 경우에는 정신방어가 높은 것이 아니라, 이미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상태라고 마젤란이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마젤란이라. 그러고 보니 그 친구는 누구의 아들인데?”

 

레이비스 가문일거에요. 대공작 가문의 친구죠.”

 

프리트론에 있던 레이비스 가문이 대공작까지 올라갔다는 소리는 처음 듣지만, 잡화점이 레이비스 가문과 엮이게 된 일이라면 나 때문인가? 어쨌든 내 궁금증을 풀어준 레인은 내 옆에 있던 레시아에게 잠깐 눈을 돌렸다.

 

“13대 마왕님이죠? 레프리시아라고?”

 

그렇다. 짐이야 말로 마계에 최강자로 군림한...했었던 13대 마왕 레프리시아이니라.”

 

여전히 찾고 있는 사람은 찾았나요?”

 

레인이 한마디 한 덕에 레시아는 눈이 번뜩하며 커졌고, 내 가슴속에는 댐이 무너질듯한 긴장감이 한번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너무 긴장해서 가슴속에 구멍이 뚫린 기분이라고 할까? 싸늘한 바람이 그 구멍으로 지나갑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짐이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대가 어찌 아는가?”

 

그야 저는 미래를 이미 보고 왔으니까요. 아직 못 찾은 것 같지만 카일 씨와 같이 다니다 보면 언젠가 찾게 될 거에요.”

 

그런가! 하긴 주인의 자서전을 봤다는 말을 믿거니와, 곧 짐이 찾고 있었던 선생을 볼 수 있겠군.”

 

그러고는 느닷없이 나에게 눈빛을 보낸 레인은 어때요? 저 잘했죠?’라며 의미심장한 빛을 내뿜었다. 내가 비록 마나를 조종해서 그 주변에 있는 사물을 감지하고 있었지만, 너무 세세하게 한 것이 이토록 후회가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레시아는 아직도 선생을 찾고 있었군요?”

 

그야 당연하지 않는가. 제자는 늘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며 언젠가 자신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라. 다만, 지금은 마왕에서 어쩌다가 이런 일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말이 조금씩 줄어드는 레시아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서 주눅이 들지 않게 했다.

 

세세한 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보다 저는 레인과 할 말이 있으니 먼저 잡화점에 들어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세요. 그리고 특수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절대로 밖에 나오지 마시고요.”

 

알았다. 그러면 짐은 물러가보도록 하지.”

 

다시 뒤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레시아의 뒷모습이 사라지기 전까지 눈을 때지는 않았지만, 눈이 가려져 있었으니 감지 범위 밖에 사라지자, 다시 레인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비밀을 말하지 않은 거에요?”

 

? 나빠? 네가 말했잖아. 남자는 비밀 하나쯤은 있어야 멋있는 거라고.”

 

그렇긴 하죠. 그래도 오래 끄는 것은 좋지 않는다고 봐요. 카일 씨도 후손을 남기셔야 하잖아요?”

 

후손이야 남기겠지. 그래도 지금은 아냐.”

 

평화와 평온이 정착하기 전까지는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그런데 달 토끼와 유전물질로 구성된 호문쿨루스는 어디에 있나요?”

 

그 녀석들은 달에서 내려오지 않았으니 잡화점의 보호를 받지 못했어. 과거로 가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면 하나겠지. 그보다 자서전에 많이도 적혀있네. 내가 그런 것까지 적어놨어?”

 

레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에 시간으로 돌아가서 많이 적혀 있으니 그건 나중에 마주하시면 될 것 같아요.”

 

뭔가 사족 같은 기분으로 이야기를 해준 레인에게 항상 폭풍처럼 몰아치던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언젠가 마주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 하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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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도 없는 게임방송이나 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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