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98
498
아이리스가 육포라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느닷없이 레시아가 바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와 아이리스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느닷없이 골드를 건네주더니 레시아는 압도적인 분위기로 다음과 같이 말하기를...
“소녀여. 맛 하나는 보장한다고 했겠다? 짐이 오래 전에 기억하고 있는 육포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니, 가지고 있는 육포를 다 내려놓거라.”
그것보다 어디서 꺼낸 골드야?
“에? 그, 그러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이유라면 이곳에는 육포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맹렬하게 반응하는 두 명이 있기 때문이지. 그것보다 시나까지 내 앞을 가로막아 육포를 구경하는 바람에, 또 다른 엘티노스 잡화점에 대해 알고 있을 법한 아이리스와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다. 그보다 아이니스는 은발에 청안을 지니고 있었던 아이였지만, 300년이 지난 지금도 은발을 유전 받았을까?
레시아와 시나가 아이리스를 놔주기 전까지 흔들의자에 앉아서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곳에 흔들의자가 생겼을까? 세린의 배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편하니까 많이 애용해야지.
“오오! 이 육포는 3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맛이로군!”
“확실히. 좋은 육포입니다.”
아예 다른 시간대에서 왔다고 광고를 하지. 어쨌든 아이리스는 앞에 있던 레시아와 시나를 뚫고 나에게 찾아와서 입을 열었다.
“300년이라니? 이 사람들은 대체 누구에요?”
“그거야...생각을 해보면 300년 이상을 살아온 사람이겠지. 뭐 마법사라던가 그런 거 있잖아?”
“마법사라고요? 최근에는 마법사보단 초능력자가 더 우대받는데요?”
“그래? 그거 참 놀랍구나. 그래서 마법사는 사라진 거니?”
“마법사는 최근 무형문화제가 될 정도로 수가 줄어들었고, 대부분은 초능력자로 각성을 했어요. 당연히 저도 초능력자죠! 엣헴!”
아이니스가 생각날 정도로 절벽인 가슴을 쭉 피면서 자랑하고 있었지만, 초능력자가 많이 대두되었다는 뜻이라면 이곳의 마나 성질이 바뀌게 된 것일까? 겨우 3번의 세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것인지 천계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몰라도, 이제 마나를 감지해서 어떤 공격이 날아올지 예측을 못하게 된 상황.
“그렇군. 그럼 오빠에게 어떤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줄래?”
마나 입자로 감지한 아이리스의 얼굴은 어이가 없어서, 지옥으로 가고 있는 중인지 질린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네? 오빠라뇨? 아저씨잖아요?”
“아저씨 아냐!”
아직 21세 밖에 되지 않았어. 너의 시간대로 맞춘다면 321세가 되는 게 맞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신체적인 나이로 21세란 말이야.
“뭐가 아니에요! 딱 봐도 미이라 아저씨잖아요! 300년동안 죽었다가 부활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이곳에서도 아저씨라는 단어로 고통을 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
“아저씨 아냐. 오빠라고 불러.”
“싫어요! 왠지 아저씨는 아저씨라고 불러야 더욱 정감 가는 아저씨라고요!”
입씨름을 해도 도저히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아이리스에게 초능력을 사용해보라고 말했다.
“하아...그래서 초능력이 뭔데?”
“저는 염력을 다를 줄 알아요. 예를 들어서 지금 우주공간에 날아다니고 있는 운석을 이곳으로 꽂아버릴 수도 있죠!”
“나이가 몇이길래?”
“숙녀의 나이는 묻지 않는 거라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나요? 아저씨는 저질이네요.”
날 저질이라고 단정짓는 아이리스의 옷을 마나로 투영했는데, 검은 색인 부분은 제외하고 마나의 분포도를 보아하니, 무릎을 살짝 넘어가는 치마는 체크무늬로 되어있었고, 하얀 블라우스와 가장 높은 단추에는 리본타이가 장식이 되어있었다. 그 외에 블라우스를 감싸고 있는, 겉옷에 있는 문양으로 보아 학원에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음. 아직까지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 네 나이는 14세 아니면 15세겠네.”
“힉! 어떻게 안 거에요! 스토커!? 300년을 넘어서 부활한 미이라에게 스토킹이나 받다니! 내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에요!”
“우선 내가 300년동안 죽어있었다는 증거라도 있어? 그리고 어째서 내가 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 하는 건지. 그리고 자신의 매력을 얼마나 과대평가하길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되지도 않는 말을 하는지 이유나 들어보실까?”
“먼저! 눈이 보이지도 않는데 제 나이를 근소한 차이로 말한 것부터 잘못 되었어요! 아저씨는 정말 어쩔 수 없는 로리콘이군요! 게다가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학생복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죠? 300년동안 저의 매력으로 인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건가요?”
“너의 초월적인 헛소리가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청각능력을 뛰어넘어, 5차원에 있는 생물도 너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것이야. 매번 말하지만 너와 나는 초면이라고, 그리고 300년 미래에 있는 어린애를 보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기괴한 일은 뭐냐? 덤으로 말하지만 난 아저씨가 아냐.”
“맞잖아요! 이 로리콘 아저씨! 동내사람들! 이 아저씨는 로리콘이래요! 메롱! 은팔찌나 차라! 아니면 머리에 마법탄을 탕탕탕!”
그렇군.
아이니스는 그나마 적정선을 지킬 수 있는 양반인데 반해, 이 녀석은 아이니스에 비해 어른스러운 면모가 1%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어린아이에게 어른스럽다는 것이 없는 건 대다수지만, 아이니스가 그나마 납치된 사건 이후로 철이 일찍 든 케이스라면, 아이리스의 경우에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았다는 것.
“마법탄은 존재하나 보네?”
“그나마 마법 중에서 가장 보편화 한 것은 마법사수니까요. 다만 마탄만 쏠 수 있지 그 이외에는 없어요. 마법공학이 많이 발달하면서 마나만 있어도 자연스럽게 발현할 수 있는 마법이 있기에, 이젠 영창이나 수식을 따로 적거나, 마법진을 그리지 않는 편리함으로 마법사의 시대는 끝이 났죠. 마나만 있다고 판단이 되면, 곧바로 마공학 물품을 사용하면 되니까요.”
마법공학을 줄여서 이곳에선 마공학이라고 하는구나. 그것보다 마법공학이 많이 발달했다고 해서 마법사를 줄여버리는 날이 올 줄이야.
“그나저나 이 가게는 뭐에요? 처음 봤는데? 파이론에 이런 게 있었나요?”
“여기는 엘티노스 잡화점이란다.”
나는 자연스럽게 진실을 흘리듯이 입을 열자.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제가 잡화점 단골이라서 잘 아는데! 이런 이상한 집이 아니라고요!”
“그래? 나름대로 이름을 잘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름이 중복된 곳이 따로 있었나? 아니면 거기가 2호점이라던가?”
“여기가 2호점이겠죠! 저는 레인 오빠와 가장 자주 만나봐서 안다고요!”
레인의 이름을 거론했으니 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 아이리스가 가장 많이 실수할 법한 행동을 노리고 고개를 숙여 거리를 좁히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군. 그렇다는 거지? 그러면 이곳에서 나랑 만났다는 것과 이곳에 잡화점이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줄래?”
“흥! 말만 그렇게요?”
계산대를 열어 50실버정도 손에 쥐어줬다.
“야호!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을게요! 게다가 오늘 팔러 다녀야 할 육포는 전부 저기 있는 언니가 1골드에 다 사버렸으니,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레인 오빠와 꽁냥거릴 수 있겠네요!”
꽁냥거리다는 대체 무슨 말이지?
30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내가 모르는 말이 튀어나오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그래. 뭐 알아서 하거라. 다만, 비밀은 지켜야 한다.”
“네!”
기쁨에 가득 찬 웃음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아가는 아이리스의 뒷모습을 보며, 릴리스는 어디에 몸을 숨겼는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내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흐응? 그래서 어린아이와 비밀친구까지 사귀었으니 어떻게 할 생각이야? 자기야?”
“당연히 레인이 이곳으로 오게 만들어야지. 본래 어린애들은 흥미로운 비밀을 들으면 그것을 말하고 싶지만, 신뢰와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겉으로 티를 내잖아. 내가 봐왔던 레인은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난잡했지만, 상황에 따라 추론능력은 아마 나보다 한 수 위야. 정신상태가 이상하면 이상할수록, 기발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아이디어가 더 무섭지.”
잡화점의 존재를 알게 되면 이곳으로 레인이 찾아올지, 아니면 내가 레인을 찾아갈지 결정이 되는 건가. 게다가 아이리스는 의외로 레인을 잘 따르고 있었는지, 호감도라는 수치를 먹여봤을 때. 나는 1%라면 레인에게는 99%로 나이만 방해하지 않았어도, 이미 해피엔딩을 봤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좋아하고 신뢰있는 사람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비밀을 털어놓는 것은 당연한 행위다. 모든 여자의 입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리스의 입은 상당히 가벼워 보이기 때문...아니, 확신할 수 있는데 가볍다.
“그보다 빨간 크리스탈에 대한 것은?”
“레인에게 물어볼 거야. 어쩔 수 없잖아? 우리가 탈출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해야 하고, 게다가 1호부터 17호까지만 찍혀있는 이 바보 같은 잡지 사이에 필름을 넣어서, 과거에 내가 이곳에 도달할 때, 힌트를 알 수 있도록 넣어줘야 하고 말이야.”
“릴리스! 신랑에게 너무 붙어있잖아!”
“모두의 카일이니까. 당연한 거 아닐까? 아니면 루시피나에게 붙어있을까?”
“아, 아니! 신랑에게는 떨어지고 나에게는 붙지마!”
루시피나의 머리카락이 사방에 삐쭉 튀어나온 것을 보아하니 이제 기상한 것처럼 보였다. 기본적으로 루시피나에게 전달할 내용 중에 마법사는 거의 사라지고, 초능력자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릴리스의 팔에서 벗어...나려고 했는데 놔주질 않아서 그대로 끌고 주방까지 나아갔다.
“흠. 초능력자라. 보통 마법사에서 변질이 된 걸까?”
양파를 썰어내기 시작하면서 도마에 잘려나간 양파의 소리와,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가 어울리기 시작하며, 루시피나에게 이야기를 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 릴리스는 다른 가설을 새우기 시작했다.
“일반적이지만 천계에 있는 존재들이 인간에게 직접 간섭했다는 건 어때?”
“직접 간섭을 해도 신성력이 보여야 하지 않나요?”
“그러니까 유전적인 실험을 해서, 이곳에서는 초능력자들의 개체수가 많아지도록 하는 거지. 보통 마법이 가장 위험한 이유는 다양한 구성으로 상성을 극복하는 것에 있잖아? 그러니까 초능력자로 마나를 사용하지 않게 해서, 단일화시키면서도 천계에 있는 존재들에게는 피해를 받지 않게끔 하는 거지. 오직 마물을 퇴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여된 유전자로 초능력자가 탄생했다면, 자신들이 더욱 더 안전할 테니까.”
마법은 기본적으로 마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고, 마법에 맞은 모든 생명체는 일정한 데미지를 받는다. 만약 받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봉인술이라던가, 일시적으로 동등한 위치까지 끌어올리는 신격화, 혹은 상대를 자신의 위치보다 아래로 끌어내리는 저주마법이 존재하기 때문.
그래서 엘티노스가 천계와 마계를 가리지 않고 깽판을 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라 본다면, 지금의 초능력자들은 마나의 존재는 역사책에서나 존재하고 있고, 살아있는 마법사들은 무형문화재에 속해있는 거고, 덤으로 초능력은 마나로 발현되지 않고, 특수한 유전자로 발현한다고 할지라도 인간이 직접 천상에 있는 존재를 타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게 들으니 저희가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하나 정도 늘어나는 것 같네요.”
“수상하긴 하네.”
여전히 도마에 있는 재료가 루시피나의 능숙한 채썰기로 다져지는 동안, 릴리스는 “양파가 너무 매워 자기야...”라며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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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은 뭐...
저도 사실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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