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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용병 은빛 송곳니는 앞에 왜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느냐를 물어본다면, 로버트 씨가 해온 일은 어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렇다. 드래곤이 마을에 찾아와서 난동을 부렸을 때도 로버트 씨의 지휘만으로 인명피해 없이 내쫓았다고 하고, 그가 사용하는 병기술이나 응용력. 신체능력과 함정설치 및 해체능력은 으뜸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1년전에 은빛 송곳니로 활동했을 무렵, 프리트론의 공주님을 납치하고 난 뒤에 여성의 모습으로 변한 카일 씨와 싸웠다고 했다.

 

결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카일 씨가 이기면서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지금도 현역기사와 용병들은 저리 가라 할 실력으로 날아다니는데, 카일 씨를 봐줬을 거라고 추측을 하고 있는 중이다.

 

배우는 속도가 정말 빨라서 좋군. 이 할아버지가 가르치기 좋아하는 학생이란 말이지!”

 

그 전에 제 목에 있는 다리부터 풀고 이야기 하라고요!”

 

트라이앵글 초크를 너무 제대로 걸린 탓에 로버트 씨의 굵은 허벅지가 내 목을 조이자마자, 숨도 쉬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이대로 목뼈가 으스러져서 죽는 게 아닐까 걱정되었다.

 

케훅! ! 크으읏!”

 

벗어나려고 해도 소용 없다네. 이건 작은 힘으로 커다란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고안한 기술이니까 말이야.”

 

결국 다른 한 손으로 로버트 씨의 허벅지를 빠르게 때리자 목에 조여오는 허벅지의 힘이 풀어지면서 곧바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내 목에 있는 뼈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있을 때.

 

카일의 경우에는 당황하지 않고 내 얼굴에 마나 캐논을 날려버리더군.”

 

제 경우에는 마법을 이용해서 피할 수 있지만 지금은 배워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콜록! 콜록!”

 

목이 조여진 후유증 때문에 바닥에 쓰러지듯 누웠고 때마침 세피르의 무릎이 그 위에 있었다. 지금은 켈모리아가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동안, 내가 켈모리아를 대신해서 이브센티아에 있는 민간학교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 뒤에는 로버트 씨에게 근접 격투에 관한 것을 배우고, 검에 대해서 기본자세를 배우고 있었지만, 나는 분명 로버트 씨가 물어본 문제에 대해 잘 알려줬다고 생각하는데.

 

로버트 씨에게 배울 때는 너무 가차없이 기술을 걸어서 당황할 때가 많았다. 차라리 프로레슬러에게 저먼 스플렉스를 맞는 것이 더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조르고 꺾는 서브미션이 나에게 있어선 더 괴로우니까.

 

아무튼 이걸 배우는 이유라고 한다면….

그저 호신용일 뿐이다.

나중에 켈모리아에게 응징할 때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맞아가면서 배우니 형태는 잘 알겠네요. 지금 세피르를 한쪽 팔을 붙잡고 양쪽 다리를 묶어서 남은 팔로 같이 상대의 머리를 누르듯이 조르면….”

 

, 잠깐! 아리엘! 크윽! 그만! 항복! 항복!”

 

무릎 베개를 해주다가 느닷없이 걸려버린 세피르는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한쪽 팔로는 다급하게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순순히 풀어주고 나서 로버트 씨를 바라보니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 알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커다란 사람을 제압할 수 있다네. 그 기술을 잘 갈고 닦으면 나라도 잘못 걸리는 순간 질식하거나, 어딘가는 부러져서 나올지도 모르겠군. 그보다 그 기술을 사용할 때는 바지를 입고 하는 것을 추천한다네. 그런 짧은 치마나 검은 스타킹을 입고 있으면 의외로 매니악한 상황이 연출되니까 말이지.”

 

긴급한 상황에는 그런걸 누가 신경 쓰나요? 그런 거 하나하나 신경 쓰다간 목이 부러지거나, , 다리가 부러질 텐데.”

 

로버트 씨와 이야기를 좀 나눈 뒤에 마법진을 그리고 도서관으로 되돌아가서, 켈모리아의 책상에 서류가 없어진 것을 보며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잘 돌아왔어. 아리엘. 오늘은 로버트 씨에게 어떤 기술을 배우고 왔는지 기대가 되는 걸?”

 

그걸 왜 기대하는 건지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별 이상한 이유를 내 귀로 직접 들을 것 같아서 아무 말 없이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혼자서 서류처리하기에는 힘들었을 텐데. 서류가 전부 없는 걸로 보아 밀리아에게 떠넘긴 거 아니에요?”

 

아냐. 이번에는 내가 다 처리했어. 정말이야. 믿어도 돼. 내가 아끼고 있는 20년이 지난 와인을 걸도록 할게.”

 

없잖아요. 20년산 와인은….”

 

켈모리아는 그냥 만들면 되던가?

 

막 도착해서 미안하지만 아리엘. 앞으로 20분 뒤에 요리연구부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미리 다녀와줄래?”

 

요리연구부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켈모리아가 먼저 가서 미연에 방지를 해야 하지 않아요?”

 

애석하게도 예지는 내가 보고 싶을 때 보는 것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지금 다녀오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켈모리아 어깨 위에 있던 이비는 내 어깨로 날아오면서 삑삑!”하고 울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비가 다른 동물로 변신을 할 수 있지만, 이상하게 얼굴은 뱁새의 얼굴 그대로라서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세피르는 검은 뱀으로 내 왼쪽 팔에 감아 고정하면서 1층에 있는 요리연구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켈모리아가 나를 시키는 이유라면 예지능력으로 내 모습을 봐서 그런 걸까?”

 

그럴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20분 후라는 말이 더 신경 쓰이지 않아?”

 

20분 뒤에 무조건 일어나는 일이라면…. 요리를 하고 난 뒤에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마법의 발동인가? 그럼 지금 당장 요리를 그만두게 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겠네. 지금은 도서관에서 요리연구부까지 1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으니. 예지된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좋아. 세피르. 이비. 우리는 미래를 바꾸러 간다.”

 

삑삑?”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켈모리아가 20분 뒤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말을 한 것뿐이지. 완전하게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 적은 없으니까. 오히려 아리엘이 찾아가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켈모리아는 확실하게 가지 말라고 했겠지.”

 

마법 요리연구부라고 적혀있는 문 앞에서 노크를 3번정도 했다. 그러자 거기에 나타난 것은 잿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리첼이 입 안에 하얀 생크림을 묻은 상태로 내 앞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 무슨 일이야? 리첼?”

 

너무 맛있어서 하늘로 갈 것 같아…. 미안해. 털썩.”

 

리첼! 죽지마!……가 아니잖아! 당장 안 일어나!”

 

느닷없는 상황극에 휘말려서 본능적으로 받아주다가 제정신을 차리고 리첼을 깨웠다. 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정말로 의식을 잃어버린 듯이 일어나지 않았고, 수상한 낌새가 보이기 시작한 나는, 문뜩 리첼의 입가에 묻어있는 생크림을 손으로 찍어서 입에 넣었다.

 

적당한 부드러움과 혀를 장악하는 단맛이 적절한이 아니라!

 

아무런 이상도 없는 생크림인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된 거지?”

 

요리연구부 안에 들어가서 리첼이 뭘 먹었는지 물어보려고 했을 때. 이상한 연금술 복장을 하고 있는 3명의 부원들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오호라. 새로운 실험체아니, 시식가가 찾아왔어요. 부장님!”

 

그보다 저분은 켈모리아 학원장님의 비서. 아리엘 님이잖아? 아리엘 님께서 우리 요리연구부실 안으로 찾아오셨어! 당장 문을 잠가!”

 

왜 문을 잠그는 거야.

 

내가 이 문 앞에 있는데 어떻게 문을 잠…”

 

-철컥!

 

려고하는?”

 

자동문인가? 왜 스스로 문이 닫히는 거지?

 

. 아리엘 님? 어서 이 식탁에 앉으시죠? 리첼 씨는 우연히 이곳 주변으로 걸어와서 납치아니, 권유를 한 뒤에 저희들이 한 요리를 시식했으니, 저희들은 절대로 죄가 없답니다?”

 

요리를 시식해달라고 그냥 찾아 다니면 알아서 다른 애들이 해주잖아!”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됐어. 세피르의 말대로 내가 이곳에 관여를 했기 때문에, 켈모리아가 봤던 예지로 흘러가는 흐름이었다. 이곳에 온지 5분정도 되었으니 앞으로 남은 시간은 5. 식탁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푸딩 하나만 자신의 모습을 뽐내며 내 시선을 빼앗아버렸다.

 

어서 앉으세요. 자아~ 어서요!”

 

분명 여자로 추정되는 부원 2명이 나를 강제로 끌고 의자에 앉히면서, 작은 은색의 스푼을 내 앞에 공손히 내려다 놓았다.

 

한가지 물어봐도 될까?”

 

어떤 거죠?”

 

부장으로 추정되는 연노랑 빛의 로브를 쓴 사람이 나에게 되물었다.

 

리첼이 먹었던 음식은 뭐였던 거야?”

 

그건 저의 특별 레시피가 담긴 생크림 케이크였답니다.”

 

그렇구나.

 

그럼 지금 내 앞에 있는 푸딩은?”

 

그건 저의 특별 레시피가 담긴 과일 푸딩이랍니다.”

 

레이나 씨의 요리를 먹는 것보다 더 높은 긴장감이 내 온몸을 지배했다. 솔직히 레이나 씨가 만든 것은 요리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아서 독극물이라고 해야겠지만, 나는 다시 올려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얼굴은 보여줄 수 있잖아. 어째서 로브와 후드까지 뒤집어쓰면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건데? 누가 보면 요리가 아니라 연금술을 하는 줄 알겠어.”

 

그건 대대로 내려오는 요리연구부의 전통이라서, 그건 아리엘 님께서 양해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작은 스푼을 오른손에 들고 푸딩의 일부분을 부드럽게 떠서, 입으로 가지고 가기 전에 제발 이걸 먹고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입 안에 넣고 혀끝에 푸딩조각이 닿는 순간….

 

으윽! 세상에 이게 푸딩이야? 예술이야?”

 

단맛이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뇌까지 깨져버리는 기분이었다. 카를로스가 이 푸딩을 먹었다면 무으아아쉬이이이써어어어!”라고 외치겠지. 뇌가 극도의 황홀함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내 팔은 다시 푸딩을 떠서 입에 넣고 있었다.

 

바보 같은…. 이건 고문이야. 너무 맛있어도 고문이 될 줄은 몰랐는데!”

 

자아~ 그 상태로 아리엘 님? 그 푸딩을 다 먹고 천국으로 가셔야죠?

 

그녀들의 도발로 내 이성은 그 요리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몸은 정신과 따로 놀아서 푸딩을 계속 입 안에 넣고 있었다. 맛있는 요리를 먹고 내가 넉다운으로 쓰러지기 직전. 시계를 보았을 때는 이미 켈모리아가 예견한 20분이 지나고 있었고, 다시 눈을 뜨자 마법 기동반에 있던 사람들 모두 전부 한가지씩 요리연구부가 준 음식을 먹었는지, 보건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레이나 씨가 내 옆에서 상태를 봐주는 듯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놨다.

 

이게 정확히 어떻게 된 상황인 거죠?”

 

내가 묻는 의도는 근본적인 시점으로, 이게 어떤 과정으로 이런 결과가 튀어나왔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요리연구부의 실험에 제대로 당한 모양이야. 모두 금서에게 당해버렸으니까.”

 

금서요?”

 

네가 쓰러진 뒤에 켈모리아가 곧바로 요리연구부를 습격해서 금서를 탈취하는 것에는 성공해서 다행이었지.”

 

요리를 만드는 것에 금서까지 필요하다니? 보통은 요리책을 보고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었나?

 

무서운 일이지? 요리의 모습만으로 사람의 눈을 모두 빼앗고, 입안에 넣는 순간 황홀함만으로 그 사람의 의식까지 날려버리는 천상의 맛. 원래 켈모리아가 아리엘을 통해서 요리연구부가 도서관에서 훔친금단의 레시피 2000’을 찾아오게 하려고 했는데, 아리엘마저 당했으니 켈모리아가 난폭한 수단으로 찾아와버렸어.”

 

그런데 왜 하필 2000이라는 숫자가 붙은 거지?

 

이번 요리연구부의 만행으로 모두 반성문을 쓰게 만들었고, 마법 기동반은 전부 기절한 상태니까 나중에 있는 추가 임무는 전혀 할 수 없을 것 같네.”

 

카멜롯에는 다양한 엘리트들이 모여드는 곳인데, 그 중에서도 마법학원에는 마법에 관련된 부활동이 추진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금기를 가볍게 어기면서 금서를 이용한 연구도 알게 모르게 진행되어있었고, 지금은 금단의 요리로 인해 마법 기동반 전원이 전멸하는 상태로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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