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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Yee.T 보드게임의 출처는 검은 달의 여왕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면서 가져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을 하나를 다시 우주선에 태워서 우주로 되돌려 보내면 되는 게임인데. 단순히 주사위에 나온 숫자가 점수가 되고, 보너스 점수로는 도착했을 때가 +10점이고, 주사위 숫자가 2가 나왔을 때 특정 발판으로 들어가면 2배로 올라간 던지. 반대로 어느 발판에 들어갔을 때는 점수가 1/2로 깎여나가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이상한 카드에는 점수를 뺏고 빼앗기고 방어하는 그런 것도 포함되어 있는 모양.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Yee~

 

마지막에 도착했을 때 저 공허함이 가득 넘치는 이상하고도 기묘한 소리였다.

 

이겼다!”

 

릴리스는 환호하면서 소리를 쳤고, 나는 대체 집에 언제 갈 수 있는지 알 수 없을 무렵. 옆에서는 레빗이라고 불리는 릴리스의 사역마가 ! 마지막에 숫자가 제대로 잘 나왔다면!”이라는 말을 흘렸다. 나는 곧장 집에 돌아가려고 했으나, 어이없게도 지금 내 발목에 감겨있는 쇠사슬이 방해를 하고 있었는데, 릴리스가 자신과 Yee.T 보드게임을 같이 해주는 조건으로 해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째서 내 인생은 저 보드게임 하나 때문에 고통과 역경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대륙에 있는 사람들의 보드게임 사랑은 좀 남다른 것 같은데. 보드게임을 하는 것은 좋으나, 제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같이 하자고 권유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기. 이제 전 가도 되는 건가요?”

 

안 돼. 보드게임을 안 할 거면 오늘은 자고 가.”

 

어째서 자고 간다는 선택지가 있는 거에요? 저는 지금 켈모리아에게 돌아가서 업무를 도와줘야 하는데?”

 

켈모리아에게는 내가 알아서 말해줄게.”

 

보드게임에 한이 맺힌 건가? 릴리스는 환생하기 전에 분명 보드게임을 못해서 죽는 병이 걸린 걸까? 안타깝게도 주기적으로 이 곳에 찾아오게 되는 사람들은, 보드게임 주변에서 자신도 하겠다며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에…….

 

안녕. 아리엘. 데리러 왔어.”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한 세피르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일은 제대로 한 거야? 여기서 보드게임을 하러 올 정도로?”

 

보드게임이 아니라 베가프 씨가 이상한 사람에게 습격 당해서 머릿속에 당근이 꽂히는 걸 막았더니, 범인은 릴리스였다는 충격적인 결말과 범행동기는 정신방어가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대신, 매번 저 바보 같은 보드게임을 하게 만든다는 조건으로 저지른 일이었어. 하마터면 베가프 씨도 꼼짝없이 릴리스 앞에서‘Yee~’소리나 들으면서 보드게임을 하는 운명을 맞이했겠지. 이렇게 설명을 했는데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폼이 나지 않아.”

 

추리소설에는 멋진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사건을 해결했을 때 탐정의 독백이라던가, 범인이 고백하는 장면에서도 멋진 연출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만, 나도 똑같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과 범행 동기를 말했는데, 쿠킹쇼 바나나 펜 케이크를 만드는 그런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고생이 많았네. 방금 전에 학원장님이 어처구니 없는 통보를 들어서 너를 빨리 데려오라고 말했거든. 그런데 그 발목에 있는 쇠사슬은 뭐야?”

 

이게 마나와 마기를 차단해서 지금까지 갈 수 없었던 원인이야.”

 

릴리스 님께서 또 이상한 사슬을 채워놓으셨네.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말이야.”

 

세피르는 작은 두 손으로 내 발목에 있는 족쇄를 붙잡더니 간단하게 끊어버렸다. 호랑이기운이 솟아나는 시리얼은 분명 이 세계에는 없을 텐데?

 

세피르. 너는 왜 켈모리아의 말을 듣는 거야?”

 

솔직히 릴리스 님께 벌을 받는 것보다는 학원장 쪽이 더 하드해서 싫거든요. 저는 조금이라도 덜 아픈 쪽의 말을 무시하는 쪽이 편한 삶을 사는 지름길이니까요. 아무튼 아리엘은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만, 보드게임 할 친구는 억지로 만드시면 안 돼요?”

 

그렇군. 잘 알았어 세피르. 아리엘은 데려가. 대신 오늘 밤에는 내 침실에서 보자고?”

 

어마어마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세피르는 표정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나를 일으켜주기 위해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손을 붙잡고 일어나서 마법진을 타고 이동을 하니, 도서관이 아니라 교실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켈모리아가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창문 밖에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암묵적인 룰인데, 때 마침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면서 안에 있던 아이들은 모두 밖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전에 여긴 대체 어디야? 카멜롯 마법학원이 아닌데?”

 

여기는 이브센티아에 있는 민간학교야. 켈모리아가 종종 모습을 감춘 이유도 이곳에서 몰래 일하고 있기 때문이지. 어차피 카멜롯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우수해서 직접 나설 필요가 없고, 서류만 작성하다가 진절머리가 나면 너에게 다 떠넘기고 이곳에 와서 진짜 교사를 수행하는 거야.”

 

그리고 근처에 아는 사람들과 술을 마신다는 건가.

놀랍군.

 

이보게! 켈모리아 선생! 이 문제는 어떻게 푸는 건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외치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건장한 몸으로 문제집을 내밀고 있는 백발의 할아버지였다.

 

로버트 씨. 그건 아직 진도가 나가지 않는 부분이에요.”

 

하하! 그렇군. 나는 모르는 문제가 나왔길래 뭔가 했더니만!”

 

얼굴은 50대 후반 혹은 6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몸은 이상하게 30대초반을 자랑하는 듯한 근육과, 켈모리아가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높은 키. 대략적으로는 180cm정도 되어 보인다.

 

어라? 아리엘. 어서 이리로 들어오도록 해!”

 

묘하게 들어가기 싫은 멘트를 날리지 말아주세요. 그런데 여기서 몰래 다른 일을 할 정도로라면, 저에게 앞으로 떠넘길 서류가 얼마나 많다는 거죠?”

 

내가 쏘아보듯이 묻자 켈모리아는 식은땀을 살짝 흘리면서 , 글쎄? 얼마나 될지 안 봤는데?”라고 둘러대는 사이에…….”

 

? 켈모리아 선생에게도 딸이 있던가? 결혼을 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 아뇨. 저는 켈모리아 씨의 비서에요.”

 

거대한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자, 무의식적으로 움츠리며 나보다 작은 세피르 뒤에 숨어야 했다. 이 남자에게 알 수 없는 위화감만 한 가득 느낀 체. 세피르를 계속 앞세우며 그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할지, 아저씨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한 경계에 있는 남자의 말을 들었다.

 

오호! 그렇군! 역시 아름다운 꽃 근처에는 어여쁜 나비가 날아든다는 건가? 이 할아버지는 로버트 길리먼이라고 한다.”

 

저는 아리엘이에요.”

 

그보다 제발 부탁이니 3m정도만 떨어져 주세요.

 

로버트 씨는 예전에 전설의 용병인은빛 송곳니라고도 해.”

 

전설의 용병?”

 

이제 전부 옛날 이야기인데 지금 꺼내서 뭐에 쓰나? , 이 할아버지가 많은 일을 하긴 했지만 말이야.”

 

분명 베가프 씨의 말에서는 카일 씨가 우상으로 섬겼다고 들었는데?

 

혹시 카일 씨도 아시는 건가요?”

 

카일? 잘 알지! 그 녀석이 나를 퇴역시켰으니까 말이야. 그보다 소녀도 카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건가?”

 

아리엘은 마법 무투제에서 잡화점의 주인을 한번 꺾은 적이 있어요.”

 

잠깐! 켈모리아! 그건 운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요!”

 

아무래도 로버트 씨는 내 말보다는 켈모리아의 말에 더욱 흥미가 생겼는지, 나를 다시 자세히 보면서 어린 나이에 그 카일을 이기다니 정말 대단하군.”이라며 더욱 나를 압박해왔다. 분위기로 압사를 당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나 환생을 해야 할까?

 

나는 여기서 방과후에 보충까지 맡아야 하는데, 시간이 좀 남았으니 로버트 씨와 말 상대라도 되어드려. 다만, 아무리 로버트 씨가 친절하게 나온다고 해도 따라가선 안 된다?”

 

켈모리아는 로버트 씨의 말상대가 되어주라고는 했는데, 그 다음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친절하게 나온다고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말은 켈모리아는 마치 로버트 씨를 상습적인 유괴범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켈모리아 선생. 아무리 내가 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나눴어도, 어린 소녀에게까지 손을 댈 정도로 호색하지는 않다네.”

 

그 나이를 먹고도 아직까지 잠자리를 나누는 여자가 존재하는 게 더 신기한데. 전설의 용병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직까지 꺼지지 않는 로버트 씨의 정열마저 전설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뇨. 저는 로버트 씨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에요. 아리엘은 뛰어난 환술사이기도 하고, 귀여운 몽마이기 때문에 순식간에 정기가 다 빨려 들어가서 무고한 사람이 미이라가 되는 모습은 두 번 다시 보기 싫거든요.”

 

미이라를 만들어 본적이 단 한번도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무튼 로버트 씨가 문제지를 들고 물어보고 있는 것은, 마법에 대한 이론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로버트 씨도 마법을 배우시려고요?”

 

요즘 농사를 짓는데 해충이 너무 많더군.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해충을 줄일 수 있을까? 라고 고민을 하던 찰나에 켈모리아 선생이 나에게 말을 걸어서 마법을 배우라고 했네. 그런데 늙은이의 머리로는 마법을 배우려고 하니 좀 힘이 벅차더라고.”

 

해충을 줄이기 위한 마법을 배운다는 그 자체는 우스울지 몰라도, 한 번 배우겠다는 그의 다짐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세였다.

 

로버트 씨는 말하는 목소리가 크니까 영창을 주로 하는 게 어때요? 단어에 힘을 실어 주변에 있는 마나를 동화시키고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 영창마법이니까요. 세피르! 좀 움직이지마!”

 

아니. 아리엘이 계속 내 뒤에 있으면 위압감을 느끼는 건 나라고?”

 

시끄러워 소리방벽. 볼륨 최대로 높이기나 해!”

 

그건 대체 뭔데???”

 

세피르가 티격태격 싸우는 동안 로버트 씨는 흡족해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역시 켈모리아 선생은 교복을 잘 고르는군. 보고만 있어도 이렇게 눈 호강을 하게 되니 말이야.”

 

어여쁜 학생들은 어여쁜 옷으로 장식해줘야죠. 하지만 그렇게 뚫어져라 보면 경비대에서 잡아갈 거에요? 그 전에 제가 경비대원들에게 넘겨버리거나. 아 참. 로버트 씨. 아리엘에게 근접격투라도 알려주는 것이 어때요?”

 

? 근접격투를?”

 

켈모리아는 잠깐 로버트 씨의 귀에 조용히 속삭이기 시작하더니 로버트 씨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그 외에 반응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오호. 그렇군. 잘 알겠네.”라고 말하고는 나를 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소녀여. 이 할아버지를 힘껏 때려보거라.”

 

, 왜요?”

 

주먹으로 때려도 내 주먹이 더 아파 보일 것 같은데?

 

해보면 알 거란다.”

 

천천히 세피르의 뒤에서 나와 주먹을 한 가득 쥐고 로버트 씨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런데 내 시야가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하더니, 바닥에서 팔이 꺾여있는 상태로 제압당한 후에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팔이 틀어지는 고통에 왼손과 발들이 바닥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아파! 아파요! 항복!”

 

미안하네. 주먹이 너무 느려서 무의식적으로 잡고 비틀었군. 그런데 의외로 좋은 향기가 나서 잠깐 이대로 2분만 더 있으면 안 되겠나?”

 

뭐라는 거에요! 이 변태 할아버지가! 아악! 잘못했어요! 제발 풀어줘요!”

 

너무 아파서 매도를 할 때마다 팔을 살짝 더 위험하게 비트는 로버트 씨의 우람한 팔을 내가 힘으로 뿌리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반 강제적으로 3번의 서브미션에 걸린 뒤에, 탭 아웃으로 빨개진 내 손바닥을 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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