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59
359
정신이 없는 가운데에 자욱하고 메케한 검은 연기를 뚫자마자, 거친 말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뿜어지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여기서 늘러 붙을 생각이야! 그만 천계로 돌아가서 네 할 일이나 하란 말이야!”
“여기서 살겠다는 것은 내 마음인데 여기까지 찾아와서 뭐 하는 짓이야!”
누가 보면 정말 집 나간 마누라를 찾아간 남편이라도 되는 마냥, 아침극장에서 보고 있는 시나리오의 흐름대로 소리지르고 있었고, 나와 레시아, 시나, 루시피나, 마리아, 윈디는 모두 벽에 붙어서 고개만 밖에 내밀며 보고 있었다. 5명이 전부 한 곳에 모여서 아침극장을 보는 기분이라고 하지만, 그 둘의 살벌한 분위기로 주변에 모든 것을 갈갈이 찢어놓는 무시무시한 상황인지라, 섣불리 다가가서 뜯어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 모습의 엘티노스라면 분명 다시 한번 폭발마법을 사용할 것이라
-파아앙!
...말리기 위해 달려간다면, 뼈와 살리 분리가 되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마술을 겪을지도 모른다.
“너는 분명 카일과 신인류에 관해 일이 끝나면 돌아가기로 맹세했잖아!”
“흥이다! 신인류는 아직도 잔재가 남아있거든! 너는 내가 볼 수 있는 것을 못 보게 능력이 제한 되어있는 상급신이니까, 지금에 와서 어떤 일이 예지 되었는지 알지 못하겠지? 이 멍청한 엘티노스가! 너야 말로 네가 일하던 본래 자리로 꺼져버려!”
검은 날개가 크게 움직이자 검은 마법진과 함께,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가슴속에 마이클...아무튼 폭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예술이 폭발이라는 말을 전적으로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건가?
“내 잡화점에서 무슨 행패야!”
“이 잡화점의 주인은 카일이거든!”
그만 좀 싸웠으면 좋겠다.
어처구니 없이 아저씨에 맞지 않는 기묘한 티셔츠와 갈색 면바지를 입은 엘티노스와, 여러 폭발마법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티 없이 깨끗한, 매끄러워 보이는 검은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 입은 운명의 여신 데모르테는, 어쩔 수 없이 접근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저기. 두 분께 잠깐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뭐냐. 역시 데모르테를 내쫓으려고 하는 거냐?”
“무슨 소리야. 카린은 아직까지 나와 계약이 남았다고 말할 거라고!”
멋대로 내가 할 말을 이지선다로 고르게 하지마. 2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만 고르게 하지 말라고.
“엘티노스 씨는 어째서 데모르테를 데려가려고 하는 거죠? 천계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엘티노스는 그제서야 온화한 얼굴로 서서히 바뀌면서, 천천히 입을 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은 천계에서 중요한 일이 있는데, 그 일에 관련되어 상급신과 여신들은 투표에 참여를 하거든, 그런데 데모르테가 여태껏 이 잡화점에 살면서 투표를 하지 않았기에, 그곳에 데려가기 위함이라서 그래.”
“그런데 데모르테가 이 곳에 계속 있지 못할 이유는요?”
엘티노스의 대답을 가로채가는 듯 데모르테가 입을 열었다.
“그건 아마 운명을 보는 나를 동면시키기 위함이겠지. 혹은 그에 맞춘 봉인을 위해서라거나. 세상의 운명을 보는 나의 눈은 언젠가 이 대륙의 멸망을 보게 되거든,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나를 가두려는 속셈이지만, 누가 그 말에 따라갈 줄 알고?”
운명을 보는 눈은 간접으로 체험해봐서 알지만, 운명이 보이게 되는 순간 그것은 죽음의 카운트 다운이라고 불릴 정도로,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를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운명에 따라 흘러가는 일이기에, 바꾸는 것도 피해가는 것도 불가능 하다. 그래도 한 번은 데모르테의 예언이 약간 부족한 적은 있었으니, 내가 1분간 죽고 1개월 뒤에 눈을 뜬다는 것.
그래도 이것은 운명의 변화나 피해간 것이 아니라, 예정대로 흘러간 것이었으니, 데모르테의 예언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인과율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완만하게 흘러가게 변형할 수는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데모르테의 예언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마치 한 소설의 내용을 스포일러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것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좀 이상하잖아요? 모든 것에 끝이 있다고는 하지만, 데모르테를 동면시키거나 봉인을 한다고 해도, 평생 안 오는 것도 아닐 텐데. 좀 더 다른 방법이 있을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 관리할 담당을 한 번씩 바꾸던가? 강력한 힘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능숙하게 사용한다는 것이 엘티노스 씨가 쓴 자서전에도 있다고요?”
마법도 그렇고 자신이 가진 힘과 능력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그리고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는 말이었다. 엘티노스 씨는 깨끗하면서도 부드러운 듯한 내 짙은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고양이 귀까지 한꺼번에 쓰다듬어줬다. 의외로 막 나가는 성격과는 다르게 한 번씩 이렇게 다정하게 행동을 하면, 사람이 매우 달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래. 네 말이 맞네. 데모르테를 억지로 데려가서 억압시키는 것은 안 좋아. 그리고 자신이 보기 싫다고 눈을 가리더라도, 운명은 언제나 다가오는 법이니 피하는 방법도 아니군.”
그러면 일단 이 둘의 싸움은 천천히 화해의 분위기로 나아가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해결되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다른 쪽 손에서 내 팔을 거칠게 끌고 가더니, 나를 꼭 끌어안으면서 안도의 소리를 낸 것은 데모르테였다.
“아아. 나는 카린이 있어서 정말 행복해. 역시 이렇게 제대로 생각해주는 사람은 카린밖에 없어! 역시 저 머리에 마법만 가득 차있는 엘티노스 보다는, 이렇게 귀여운 카린이 가장 좋아!”
“따지고 보면 그 녀석 유전정보와 내 유전정보는 99%정도 일치하거든? 카린은 내 딸과 같은 존재란 말이야. 어째서 네가 아버지뻘인 내 앞에 두고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거지? 데모르테?”
“뭐? 유전정보가 99%같다고 해서 너의 후손이란 소리는 아니거든? 이 멍청한 엘티노스! 이 아이는 나중에 내 딸과 결혼을 해서 나와 같이 오순도순 살 아이라고!”
“그 전에 어째서 레시아와 결혼하면 데모르테와 오순도순 살아야 하나요?”
뭔가 좀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데모르테. 그만 주인을 놔주거라. 그리고 주인과 결혼을 하면 절대로 데모르테를 짐과 주인의 보금자리에 들이지 않을 것이다.”
검은 고양이인 레시아가 그렇게 말하자, 시나가 내 어깨로 날아오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냥캣과 데모르테는 들으세요. 마스터와 결혼 하는 것은 저의 역할입니다.”
“저기. 여러분? 저는 이미 신랑과 결혼한 사이인데요?”
루시피나의 입장에서는 지금 대놓고 자신의 남편을 여기저기서 뺏어가겠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상당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애초에 일생에 살아가면서 한 여인만 사랑하며 살겠다는, 과거의 순수했던 내가 존재했었지만, 아무래도 지금 내가 당장 과거로 가서 나를 보게 된다면, 죄책감으로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인생은 어떻게 예측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신인류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데? 데모르테?”
엘티노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저 한마디로 확실하게 깨달아버렸다. 확실히 데모르테가 이곳에 있는 계약 기간은 신인류라는 단체가 사라질 때까지. 하지만 아직까지 잔재가 남아있다는 소리라면, 아직은 해결된 게 아니라는 소리가 된다.
“신인류의 잔재라면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데요?”
나도 접하지 못한 소식에 데모르테를 올려보며 입을 열었을 무렵. 내 고양이 귀를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자신의 품에 더욱 밀착시키는 행동을 하고 입을 열었다.
“신인류의 잔재라고는 하지만 거의 패잔병과 같은 자들이야. 그 중에서도 루비아였던가? 호문쿨루스 2명중에 신인류 쪽에 들어있는 쪽이?”
이름을 들었을 때 내 몸에는 전류가 흐르듯이 소름이 돋았다. 아직까지 그 가짜가 살아남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에 있던 죄책감과 더불어 루니아 누나에 관련된 사람인 만큼, 과거의 망령 같은 사람이 아직까지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가 분명 가짜일 거에요.”
“호문쿨루스에게 진짜, 가짜가 어디 있어. 탄생한 이후에는 그게 자신의 존재인데.”
엘티노스는 위와 같이 말하고는 고개를 휘저었다.
“게다가 트리니티는 티르던 이제 명령체계가 없는 신인류는 야생에 풀어놓은 동물과 같은 존재야. 자신을 이끌어주는 영도자가 없다면, 그리 해를 끼치지도 않겠지만...”
데모르테는 엘티노스의 말을 다시 빼앗아 가면서 다시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영도자가 아직까지 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
엘티노스는 묵묵히 입을 다물고는 사키엘의 문을 향해 걸어 나아갔다.
“티르가 저지른 일의 책임은 내 이름을 걸고 내가 해결하지. 영도자까지 모두 흙으로 돌려보내면 되잖아?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네. 다만, 내가 남은 잔당을 모두 처리하면, 너는 두말 할 필요 없이 계약을 마치고 천계로 올라와.”
엘티노스가 사키엘의 문을 열었을 때는, 누구도 볼 수 없을 법한 거대한 빛을 마주하며 그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고 있었다. 시나와 데모르테만 엘티노스처럼 직시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조금이라도 보면 눈을 빼앗을 법한 절대적인 빛에, 나머지는 고개를 돌리면서 몸을 사려야만 했다.
문이 닫히고 엘티노스가 모습에서 사라지자마자, 데모르테는 아직까지 나를 놔주지 않고 내려다 보며, 다음과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나저나. 우리 레시아하고 언제 결혼할 거니?”
라는 말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와서 말한다면 “저는 아직 결혼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야 말로 피할 방법은 아니다만, 덤으로 레시아와 결혼을 한다고 하면 시나가 그 뒤에서 화를 낸다.
“데모르테. 지금 내 앞에서 그런 망언을!”
하얀 올빼미가 거대한 빛을 내뿜으려고 하기 전에, 앞에서는 레시아가 공허보다 검고 어두운 마기로 감싸고 있었다.
“비둘기. 함부로 권능을 흩뿌리지 말거라. 지금 주인이 잡혀있으니까.”
“확실히 마스터가 저렇게 인질로 잡혀있으면, 섣불리 처벌을 내리지도 못하겠군요. 당연하게도 처벌을 내린다고 해서 데모르테가 맞아줄 일은 없겠지요. 냥캣.”
“어라? 레시아. 너는 내가 걱정되어서 보호해준 것이 아니니?”
데모르테는 의외의 대답으로 살짝 상처를 받은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형식상 결혼은 이미 루시피나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또 하라고 말하는 데모르테의 생각은 무엇일까?
“애초에 루시피나와 결혼한 사이로 되어서 저는...”
“어머나? 카린? 요즘 인기는 일부 다처제란다. 그러니 중복으로 결혼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게다가 너는 바람의 정령왕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 번씩은 다...읍!”
“대체 그런 건 어디서 들은 거에요!”
내가 급하게 손바닥으로 입을 막아서 데모르테의 말 소리를 막았지만, 데모르테는 내 손가락 중에 가느다란 검지를 입에 넣고 핥았다.
잠깐 뭐?
“츕...츄읍...”
“자...잠깐! 그만! 그만해요! 이상한 구도로 흘러가기 전에 제발 그만해요! 누가 상황도 모르고 보면 큰일날 생각을 하게 만들잖아요! 그만 핥아!”
나의 절규가 대략 20번정도 반복 되었을 때, 데모르테로부터 레시아와 시나가 나를 떨어뜨려놨다고 한다.
=============================================================================================
일요일 저녁 출근...
하아...발할라 티켓 다시 끊어야 하나...
'취미로 글쓰는 중?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61 (0) | 2017.02.28 |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60 (0) | 2017.02.27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58 (0) | 2017.02.25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57 (0) | 2017.02.24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56 (0) | 2017.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