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61
361
레시아에게 훈련이라는 명목 아래에 괴롭힘을 한 가득 받은 뒤로, 시나가 내 주변에서 빛을 내뿜으며 갈색으로 타버린 내 피부를, 되돌리기 시작하고 있을 무렵, 오후가 찾아오고 제자들은 또 한번 찾아오기 시작했다. 연계공격을 연습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서로 파트너를 바꿔서 2명일 때와 3명일 때, 그리고 5명 총력전일 때의 상황을 만들어서, 약 3시간정도로 연습시간을 잡고 하려고 했는데, 제자들은 엉망진창인 나의 모습에 잠깐 멈칫하면서, 그 중에 리더인 남학생 루크가 내 상태를 물어봤다.
“저기 카린 선생. 정장이 엉망진창인데 괜찮은 거에요?”
“이미지 좀 바꾸려고 했어.”
당연히 제자들은 나를 지나가던 개미 보는 마냥 멍한 눈을 하면서, 식어버린 분위기가 마치 시간을 정지하는 기분이었다. 침묵의 신이 강림하던 사이에 1분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다가, 루크가 다시 침묵의 신을 물리치고 입을 열었다.
“어떤 방식으로 이미지를 바꾸려고 한 건데요?”
“묻지마. 시나가 회복을 시켜주니까, 어느 정도는 괜찮아지겠지.”
너희들이 오기 전에 연습을 하다가, 레시아에게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고통을 맛보았다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 나도 내 체면이 있지 마지막에는 어디 컴뱃마냥 페이탈리티 기술인 정기흡수까지 당해버려서 한 동안, 시나가 나를 보살피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레시아에게 당한 가벼운 화상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난 뒤에, 천천히 일어서며 제자들을 쭉 둘러 보았다.
“좋아. 오늘은 연계훈련이야. 하지만 전에 너희들이 학원 대항전에서 합을 맞춰본 것으로 보았을 때는, 루크의 지휘아래에서 정말 잘 움직이더라고, 그런데 솔직히 나하고는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잖아? 그래서 나를 중심으로 한 명씩 호흡을 맞춰야 할 거라고 생각해. 그것만 익숙해지면 3명, 4명, 그리고 총력전에서도 빛을 발휘할 거야.”
“하지만 저는 카린 선생님을 서포트 하기에는 자신이 없는 걸요?”
“맞아요. 선생님은 저희들이 생각하기에는 규격 외로 강하시니까요.”
“선장님은 못하는 것이 없잖아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레시아에게 기어 다니고 있었던 것을 모르기에,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거나, 능숙하면 그 사람을 괴물 취급해버리는 것이야 말로, 인간사회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나는 아이들을 느긋하게 지켜보면서 입을 열었다.
“나도 못하는 것이 있다고? 그 단점을 메우기 위해서 너희들과 같이 연계를 해보겠다는 거잖아. 정 힘들 것 같으면 내 옆에서 지원을 해주기만 해도 상관 없어. 하지만, 그 연계는 매우 정확한 걸 넘어서, 남들이 놀랄 정도로 완벽해야 해. 그게 전략이 먹혀 들어가는 거고, 전술을 더 좋아지게 만드는 방안이니까.”
내가 용병시절에 있던 전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전령이나 함정해체를 위해서만 움직였다고 해도, 나의 우상 전설의 용병이라고 불리었던 은빛 송곳니 즉, 로버트 씨가 말했던 지혜에는, ‘주역이 있으면 조연도 있지만, 조연이 빛나야 주역이 빛나는 법이다.’라고 말을 했다. 말 그대로 혼자서 처리할 수 없는 일을 동료가 든든하게 받쳐줘야, 일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며, 나는 솔직히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은 없지만,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날 뛸 수 있도록 보조역할을 하려고 했다.
다만, 나와의 힘의 격차를 의식하고 본능적으로 거부를 하는 모양이었지만...
“그럼 카린 선생이 저의 보조로 한번 연계를 맞춰보죠.”
모든 것을 솔선수범으로 나서는 리더인 루크는 생각이 다른 듯 했다.
“좋아. 그럼 2:5인 상황을 가정하에, 상대는 모두 마법사 상급이상으로 설정하고, 물론 이들 중에 5명이 전부 최상급으로 나올 수 있으니까 조심하도록 해. 나의 지원은 방어적 지원이 아니라 공격적인 지원이기 때문에, 네가 몸을 제대로 챙길 필요가 있어.”
“그보다 카린 선생이 지원역할을 해도, 오히려 공격역할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 아닌가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고정된 역할이 아니라, 서로 얼마나 좋은 연계가 가능 하는 가에 대한 것. 그러니 누가 공격을 나가던, 방어를 하던, 지원을 해주던, 우리 팀 전원이 호흡을 맞춰서 이른바 새로운 필살기를 만든다는 거라고 해야 할까?”
나는 루크와 같이 앞으로 나왔고 그 외에 3명은 관전.
시작과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마법을, 한 손으로 앞을 향해 활짝 피며 입을 열었다.
“새벽<Daybreak> 응용편. 방출<Release>”
날아오던 모든 마법이 나와 루크를 감싸는 바다 빛의 보호막에 닿는 순간, 모조리 사라지면서 나는 이번에 레시아가 새로 공유해준 마법을 영창을 하기 시작했다.
“<공허보다 깊고 어두운 칠흑의 불꽃. 그대의 검에 새기리라.>”
처음 영창 한 것 치고는 상당히 잘 되었듯, 루크의 연습용 목도에는 검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루크는 마법검을 소환한 다음, 목도를 스치듯이 검은 불꽃을 바른 뒤에,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루크! 전부 3연격으로 맞춰놔!”
“숙지했어요!”
애초에 검성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검과 루크가 하나인 신검합일의 경지에 존재 했으니, 빠른 움직임과 더불어 나의 좌표마법에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보라색 마도사 뒤로 좌표이동을 걸게!”
“네!”
전방에 뛰쳐나가 회색의 마법사를 빠르게 3번 베어 넘기고, 발로 차서 넘어뜨린 루크의 대답을 듣고, 곧 바로 상급마법을 시전중이던 보라색 마법사의 뒤로 이동시키자, 예정된 움직임처럼 공중에서 수 차례 회전을 하면서 베어 떨어졌다.
아직까지 시공간마법에 미숙하지만, 공간침식마법과 좌표마법은 확실하게 마스터한 상황. 그 자리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군에게는 유리한 위치를 주고, 적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위치를 주는 것.
게다가 근접전을 하려는 노란색 로브의 마법사는, 마법검을 잡으며 루크에게 휘둘렀으나, 왼손의 마법검으로 매끄럽게 공격을 흘리면서, 다시 3번을 베어 넘기고 쓰러뜨렸다. 오닉스의 불꽃에 힘을 입은 참격은, 대부분의 마법사의 보호막을 찢어버리고, 대부분 2방을 버티질 못하고 사라졌다.
이제 슬슬 나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내 양손에 검은 불꽃을 한 가득 움켜쥐었다.
“가이아 포...”
“선장님! 그건 다크 워그레이몬의 필살기에요!”
마를렌은 이런걸 어디서 봤을까? 아무튼 거대한 검은 불덩이를 내리찍듯이 던졌고, 루크는 방어마법을 시전중이던 흰색 로브의 마법사의 보호막을 찢고, 마법사의 몸에 3연격을 여유롭게 새긴 뒤에, 내가 좌표마법으로 루크는 안전한 곳에 여유로운 모습을 하며, 내 옆에 입을 열기를...
“카린 선생하고 저만 있어도 대부분의 마법학원 학생들은 탈락하겠는데요?”
이윽고 남은 2명이 각각 얼음마법과 파도마법으로 밀어내려고 할지라도, 레시아의 검은 불꽃은 ‘정화하는 어둠’의 의미를 담았기에, 모조리 다 무시하고 들어가며 땅에 부딪치고,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검은 불꽃은 한 줌의 꽃처럼 사라져버렸다.
“확실히 루크는 파고드는 것이 좋아서, 조금만 도와줘도 손쉽게 날 뛴다니까?”
저 마법사들 중에서 최상급이 몇 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법의 등급만 최상급이지 실력은 최상급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상대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마법사를 상대하기에는 최적화된 체질. 이른바 마법사에겐 상성이란 소리가 된다.
“카린 선생! 뒤에 아직 적이...”
“그거 분명 루크가 3번 때리지 않았어?”
당황한 루크는 “예? 아. 네...”라고만 대답했고, 아무래도 최상급 마법 중에서 하늘에 있는 운석을 불러오려는 모양이지만, 나는 엄지 손가락을 이용해서 버튼을 누르듯이 제스쳐를 취했다.
-딸칵!파아앙!
“이걸로 종료.”
뒤도 안 돌아보고 엄지 손가락을 누르자, 내 뒤에서는 검은 불기둥이 일어난 듯이, 거대한 그림자가 한번 솟구쳐 오르기 시작하고 난 후에, 제압한 시간을 보자 대략 1분 안으로 나왔다.
“대략 이런 식이야. 마법이라면 마법적 지원, 혹은 내가 공격을 나가야 한다면 거뜬하게 공격을 나가기도 하지. 너희들이 나에 대해 맞추려고 할 생각 절대로 하지마, 내가 너희들에게 맞춰가는 형식이니까.”
순식간에 루크와 내가 5명을 제압한 모습을 보며, 모든 아이들의 눈빛이 환하게 비추어졌다.
“선생님! 아까 그 마법 뭐죠!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카린 선생님! 파르시아에게만 알려주지 말고 저도 마법진으로 좀!”
“선장님! 다음은 제가 할 테니! 그 검은 불꽃을 제 주먹에 품게 해주면 안 되나요?”
레시아의 마법은 모든 이들의 눈을 앗아가는 매력이 넘치는 마법이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면서 나에게 붙어있는 사이에...
“역시 주인은 바로 써먹을 줄 아는군.”
다시 한번 레시아의 등장.
레시아는 여전히 검은 고양이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20대 초반의 모습이었다. 근처에만 있어도 압도적인 존재감은 모든 이들을 타락으로 물들일 법한, 성숙하고 뇌쇄적인 바디라인이 드레스에 그대로 나타났고, 이유를 모르게 붉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으면서도, 자신감이 아닌 지배욕에 불타고 있는 두 눈은,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까 전에는 적어도 장난끼가 가득 넘치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빛이라면, 지금은 그 인간성이 180도 달라 보이기 시작할 정도로 뭔가 잔혹해 보였다.
가장 무서운 것은 제자들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레시아를 보며, 살짝 넋을 놓았다는 점으로 보아, 마왕답지 않은 청순한 외모와 마왕다운 숙련된 사디스트의 분위기는...아니, 마왕다운 지배자의 분위기는 인지하기 싫다고 해도, 저절로 인지하게 만들었는데, 표정만 봐도 최종보스에 도전하는 용사의 사명감을 간접 체험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그 간접 체험할 때 내가 생각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1. 드디어 마지막 대결인가!
2. 마왕을 쓰러뜨리고 이 세상에 평화를 되찾는 거야.
3. 모든 이들의 희생으로 이곳까지 올 수 있었어.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꼭 물리쳐야 해!
4. ?????
5. PROFIT!
아무리 생각해도 4번과 5번은 아닌 것 같지만...
무의식적으로 분위기에 심취한 나머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주인의 제자들이라서 그런지 정신 방어가 좀 높군. 아니면 짐과 페어링이 강화되어 능숙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되었던가?”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길고 가느다란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댄, 레시아의 시니컬한 미소 하나를 보았을 뿐인데, 앞으로 나에게 날아올 불길함이 밑도 끝도 없이 찾아왔다. 나는 제발 내가 생각한 바보 같은 상황이 아니길 빌며, 아니. 생각도 하면 안 되겠다. 바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정말로 그 바보 같은 일이 벌어질 테니까.
“설마. 다음 상대는 레시아라고 말하지 않겠죠?”
“으음? 무슨 그런 나약한 소리를 하는 것인가? 주인. 애초에 오랜만에 이런 모습으로 힘을 사용해도, 아우리스가 뭐라고 태클도 걸어오지 않았다. 따라서 짐도 직접 실력 평가를 위해 상대가 되어주도록 하지. 짐 앞에 있는 전원 모두 말이다!”
패기가 넘치는 레시아의 호령 한방으로 모두 전투태세에 취했다. 만약 마왕성에 쳐들어간 용사가 레시아를 만나면 이런 모습일까?
“냥캣!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들에게는!”
“비둘기여. 짐에게도 다 생각이 있으니 지켜보기만 하거라. 게다가 주인은 한번 쓰러진 이후로 더욱 더 강해진다고? 확실히 그만큼 더 괴롭히는 재미도 있지만...”
레시아와 살짝 눈이 마주쳤음에도 아까 전의 악몽이 기억에 회상되었다. 분명 저번에 나의 부주의로 인해 레시아로부터 습격 당했을 때도, 저런 식으로 정열적이며 지배욕이 가득한 눈빛으로...아니, 이 트라우마까지 불러올 필요는 없었잖아?
어쨌든 하얀 올빼미와 레시아의 홍옥 같은 두 눈을 계속 마주했지만, 그 눈싸움에서 진 것은 다름이 아닌 시나였다.
“알았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하는 거지만, 저는 비둘기가 아니라 올빼미 입니다.”
이번엔 작정하고 나왔는지 검은 빛의 고풍스러운 드레스 위에, 칠흑의 중갑 상의와 건틀릿, 신발이 레시아의 가냘퍼 보이는 살색 피부를 가렸다.
“저 정도로 갖춰 입는다면, 나도 어찌 될지 모르겠네. 정신 똑바로 차려.”
나는 제자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오랜만에 날 뛰어서 짐도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주인을 다시 괴롭히려고 왔지만, 이 모습을 보는 것은 죽어버린 용사, 파르온도 못 본 모습일지니 영광으로 알도록.”
내가 알고 있는 레시아는 어느 순간에는 도도하고 담담했다가, 어느 순간에는 장난끼가 많은 웃음을 하고 있고, 어느 순간에는 우리를 분쇄하기 위한 눈을 바라보았을 때도, 마음 어느 한 곳에는 타락을 시키려는 듯이 매우 아름다웠다. 정신방어가 약한 사람이 저 모습을 보면, 한 순간에 매료되어 검을 내려놓고 부하가 되려고 할지도 모르지만...
“정신 똑바로 차려. 레시아의 움직임에 넋을 놓으면, 어느 순간 마법을 맞고 날아가 있으니까. 나에게는 이게 리벤지 매치라고? 두 번 지게 된다면 레시아가 날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제발 2차전에는 내가 살아남기를 빌면서, 그리고 내 제자들이 시련을 제대로 이겨내길 빌면서, 어느 순간 주변에 포위했던 검은 불꽃이 전부 날아들었지만, 나는 다시 새벽을 방출해서 제자들을 지켜내기 시작하면서 레시아의 시험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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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신이 없고 쓸 시간이 많이 부족한데, 가끔 생각해보면 저는 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캐릭터에 대해 제대로 된 묘사를 잘 하지 않았는데, 레시아를 시험삼아 해보았어요.
"크하하핫! 짐의 모든 힘을 사용해도 아우리스의 잔소리가 없으니 좋지 아니한가!"
......
잡화점에 살면서 꽤나 억압 되었었나보네요. 공간을 찢고 여기까지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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