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56
356
내 제자들의 실력을 파악해준다던 루니아 누나가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음산하면서도 불길한 붉은 기운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을 때는, 루크는 자신의 검을 지탱하며 허리를 숙이고 있었고, 마를렌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기라도 하는 듯, 다리 위에 손을 꽉!하고 움켜쥐었다. 아르메는 마나가 서서히 부족해졌는지 중급 정령들이 하나 둘 씩 사라졌으며, 파르시아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체, 매우 피곤한 눈빛으로 루니아 누나를 응시했다. 10분 정도 지났어도 루니아 누나는 어떠한 미동도 하지 않고, 매우 여유로운 분위기로 입을 열면서 천천히 말했다.
“역시 동생들의 제자라 그런지 다른 아이들처럼 3분 안으로 쓰러지지는 않네. 내 대련을 10분정도 버티는 녀석들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말이지. 수의 차이가 있다고 하며, 연계의 유무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이렇게 무차별하게 당해버렸으니 무슨 소용인지.”
사람이 한 순간에 악녀로 변한다면 루니아 누나만큼 제대로 된 악녀도 없을 것이다. 루크가 다시 기합을 넣고 타도를 휘두르면서, 동시에 마법검을 대검형태로 생성해서 휘둘렀지만, 오히려 루니아 누나는 비어있는 왼손으로 타도의 옆면을 빠르게 쳐 날린 뒤에, 중심을 잃은 그 짧은 순간을 이용해서 클레이모어의 검 날을 오른손으로 잡고, 검자루로 루크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루크의 마지막 발악에도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상대한 루니아 누나는, 밝은 목소리로 10부터 1까지 천천히 카운트 다운을 하기 시작했고, 0이라는 숫자가 되자마자 루니아 누나는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 정도라면 카멜롯에 있는 학원생들과 막상막하가 맞네요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벌한 분위기를 싹 다 지우고, 검을 집어넣으면서 나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4명을 상대했다고는 하지만 땀도 흘리지 않는 루니아 누나에게서 좋은 향이...아니, 이게 아니라.
“그렇다고 달라붙지 말라고요. 루니아 누나.”
“언니.”
“언...아니! 교정하려고 들지 말고!”
“그래도 카린은 제대로 된 여자니까. 저를 언니라고 불러야 하는 게 맞아요오.”
이걸 그냥 때릴 수도 없고...
물론 내가 때리기 전에 죽겠지만.
“사력을 다해도 카린의 학생들은 10분을 못 버텼으니, 이제 제가 요구한 걸 어서 행동에 옮겨주시죠오?”
나와 루니아 누나가 내기를
“언니.”
나와 루니아 언...
“아니! 독백까지 교정하려고 들지 말란 말이야!”
어쨌든 내기의 내용은 루니아 누나가 이기면, 내가 하룻동안 루니아 누나의 고양이처럼 지내는 벌칙게임과 비슷한 종류였고, 내가 이기면 백장미를 찍지 않는다는 커다란 도박이었는데. 어라?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내가 큰일났잖아?
“아! 맞아! 오늘 그러고 보니 중요한 일이...냐아앗!”
아무일 없이 도망가려고 했다가 내 꼬리가 잡혔다. 다시 온 몸에 달리는 미지의 통증에 내 몸은 경직당하고는 그 상태로 엎드렸다.
“크후후. 카린~? 도망가려고 하면 못 쓰죠오? 하룻동안은 저에게 응석을 부리는 거라고요오? 아아, 잡화점 오픈 하기까지는 4시간 정도 남았으니까, 4시간동안 카린과 단 둘이서 치유를...”
“루니아 누나!”
“언니.”
“아니, 그건 일단 뒤로 밀어두고! 아직 기사단 일이 남았잖아요! 정확히 10분 뒤에 쉬는 시간이 끝나니까, 곧 다시 일을 하시러 가야죠!”
하지만 루니아 누나는 나를 멀뚱멀뚱하게 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일이 중요한 가요? 카린을 하룻동안 소유할 수 있는데?”
대체 릴리 기사단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레시아! 시나! 도움! 도움!]
나는 긴급하게 레시아와 시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를 해방시켜달라는 메시지가 가득 담긴 ‘도움!’을 중요하니까 2번씩이나 외치자, 나에게 날아온 텔레파시는 다음과 같았다.
[아. 루니아와 같이 일을 나가는 것인가? 조심이 다녀오도록 하거라.]
[루니아와 좋은 외출 되시길 바랍니다.]
이것들이 단체로 약을 먹었나? 이런 중요한 때에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나를 지금 당장 못 보내서 안달이 난 것처럼 보내려고 하는 거야? 지금 내 생일도 아닌데도 말이야, 돌아와서 ‘서프라이즈!’라고 외치면 깜짝 놀랄 만큼 아이언 클로를 사용하겠어.
“그럼 제 휴식실로 갈까요오?”
“어째서어어어어어!”
내 절규는 잡화점에 있는 모의전투실에서 루니아 누나의 릴리 기사단 본부로 가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되었다. 마치 올드 스파이스인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차원 속에서 젊고 건강한 흑인 남성이 ‘빠워어어어어!’를 외치는 것처럼.
“어어어어어어어어어!”
말 그대로 계속 되었
-타악!
“냐앗!”
루니아 누나가 이마를 손가락으로 때리며 내 입은 닫혔고, 숙소 침대에서 루니아 누나는 나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혀놓고는 그 상태로 끌어 안았다.
“옷 때문에 푹신해서 기분 좋아라아~”
가장 최악의 벌칙은 말 어미마다 ‘냥’, ‘냐’를 붙이는 거지만, 그게 아니라서 천만에 다행이지. 그나저나 4시간동안 루니아 누나는 기사단 숙소에서, 그냥 이대로 나를 가만히 앉혀놓고는 그대로 치유만 받을 거라면, 나 또한 그냥 아무일 없이 지나가는 것이야 말로 인생의 목표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나쁜 벌칙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후우~”
“냣!”
고양이 귀에 기습적으로 뜨거운 바람을 불기 전까지는...
“지금 뭐 하는 거에요!”
“고양이 소녀는 뒤에 ‘냐’라던가‘냥’을 붙이는 거랍니다.”
지금 누구의 정신을 갈아서 비둘기 밥으로 주려고 하는 것인가?
못해! 안 해!
“누가 그런걸 할 줄...”
“후우~”
“알았다냥! 하면 될 거 아니냥!”
반항이 실패했다. 뭐라 반항하려고 하면 뭔가 강도 높은 행동을 하려고 할 것 같아서, 나는 우선 전략상 후퇴를 하기로 하고, 다른 이야기 거리를 말하려고 했는데, 루니아 누나로부터 먼저 입이 열렸다.
“카린? 루비아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프리트론에서 본 적이 있어요오. 하지만 머리와 눈의 색상이 다르고, 안경도 써서 다른 사람이라 생각해서 지나쳤지만, 뭔가 익숙한 기분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분명 루비아 씨와 닮은 호문쿨루스는 2개체가 있지만, 그 중에서 달 토끼들이 살려낸 루비아 씨가 맞을 듯하다. 지금에 와서 루비아 씨가 호문쿨루스이긴 해도 살아있다고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해서 숨겨와야 하는가?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 루니아 누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루비아를 만나봤자. 별로 반갑지 않아요. 오히려 여동생이 죽은 것이 익숙해지니까, 지금은 카린이 제 여동생 같은 기분이거든요.”
그거 루비아 씨가 직접 들으면 슬퍼할 것 같은데? 루비아 씨는 루니아 누나를 많이 걱정하면서, 몰래 몰래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들었지만, 정작 그 본인은 여동생을 만나도 반갑지 않을 것 같다니? 그보다...
“저는 본래 성별이 남자인 거 알고나 있죠?...냐.”
“지금은 여자잖아요?”
이 고양이 귀를 나중에 내가 태워서 없애버리든지 해야지!
“그건 그렇고 잠이나 자볼까아?”
“잠깐! 우아앗!”
억지로 침대에 같이 쓰러지고는...사실, 난 쓰러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었는데, 한낱 잔디가 사람 발에 밟히기 싫다고 버틸 수나 있을까?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나도 어쩔 수 없었다. 하얀 침대에서 루니아 누나는 모든 것을 얻은 마냥 웃으면서 행복해 하고 있었다.
“지금 만약에 카린이라도 없었다면, 저는 업무 스트레스로 죽어버렸을 지도 몰라요.”
“아니...그건 아닐 것 같은데. 냥. 아 진짜! 어미 뒤에 붙이는 거 안 하면 안 돼요?”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 억지로 하라는 거랍니다.”
기사단 제복 그 상태로 입고 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그대로 계속 끌어안고 있는 루니아 누나의 고독함을 잘 알 것만 같았다. 이 상태로 같이 자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면, 나도 뭐 기꺼이 같이 잘 수는 있다.
“카린.”
“왜 부르는 거에...읍!”
뭘까?
내가 생각했던 평온한 낮잠과는 다른, 스펙터클한 낮잠이 될 것 같은 이유는? 우선 내 입안에 끈적하게 들어오는 침입자를 밀어내야 했지만, 오히려 얽히는 바람에 미묘한 구도가 되어버렸다.
“우읍! 읍!”
보통 연습을 할 때, 관절기나 목조르기 등 위급하다 싶으면은 손바닥을 땅이든 어디든 다급하게 때려서, 항복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내가 키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분위기와 자극에 탭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부드럽지만 거칠기도 한 뜨거운 숨결과 끈적한 기분을 공유하면서까지, 내 정신을 휘저어버리는 루니아 누나의 행동에, 나는 사력을 다해서 어깨를 밀며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그게 쉽게 되었다면 이 정도까지 고생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를 잠깐이나마 해방시켜준 것은 대략 8분정도가 흘렀을까? 몸이 뜨거워져도 머리는 냉철 하라는 말이 있듯이, 아직까지 용광로가 되지 않은 내 머리를 통해, 수많은 태클을 걸 단어들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낮잠이라면서요! 잠만 잔다면서요!”
“으음? 카린이 귀여운 걸요오?”
“귀엽다고 키스해도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하면 안 된다는 법도 없잖아요오?”
말이 통해야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말던 하지.
“그나저나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방안이 덮네요오. 잠깐 윗옷을...”
“아니. 아니. 거기 멈춰요. 당장 그 행동 멈추고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요?”
“이미 벗었는데요?”
“빨라!!!”
제복 안에는 하얀 와이셔츠가 있었으니 그나마 수위상 안전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게 글만으로 이루어져서 정말 다행이야. 내 배 위에 앉아있는 루니아 누나는 마치 사신이라도 되는 마냥 입을 열었는데. 그 단어는 놀랍게도...
“카린은 안 벗나요오?”
이와 같은 말이었다.
“뭘 벗어! 정신 놨어요!”
“그래도 카린은 4시간동안 저의 소유물인데, 주인이 말하면 들어야 하지 않나요오?”
“들고양이에게 손 뻗으면 알아서 오던가요? 난 안 오던데? 그리고 고양이는 개처럼 친밀하지 않은 동물이거든요!”
“흐음?”
루니아 누나는 얼굴을 가까이 하면서 나의 눈을 빤히 봤다. 본능적으로 부담스러워서 움츠러드는 기분에, “뭐, 뭔가요.”라고 물어봤지만, 점점 루니아 누나의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꺄아! 너무 귀여워!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잘 맛봤다고 소문이 날까!”
“뭘 맛봐요! 정신 놨어요!”
흔히 볼 수 없는 루니아 누나의 폭주모드가 여기서 발동해버렸다. 다른 곳에서는 사도라는 존재가 폭주를 일으키면 세상이 망한다고 하던데, 이곳에서는 루니아 누나가 폭주를 일으킨다면 세상까지는 몰라도 내가 망하는 것이 순식간이다.
“냐암!”
“냐앗! 귀는...귀는 핥으면 안 되요! 아앗!”
귀를 문체로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오며 나에게 천천히 말을 걸었다.
“카린이 싫다면 이 이상은 하지 않을게요.”
폭주가 끝나고 드디어 숨을 고르며 이제서야 내가 말을 할 수 있...
“그런데 카린은 츤데레 캐릭터니까. 싫다는 것도 좋다는 의미겠지요? 크후훗!”
이런 제길!
“대체 어떤 공식을 붙이는 거야. 그만둬! 허벅지에 손 올리지마! 그만해에에!”
“카린이 귀여운 게 공식이랍니다아. 각오는 해두세요오~”
살아생전에 잡화점 멤버에게 습격 당했지만, 루니아 누나가 이렇게 습격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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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장면은 킹 크림존이 다 날려버렸으니까 안심하라구!
-킹 크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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