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05
05
경기의 규칙은 간단하게 마법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항복을 하거나 재기불능을 하게 되면 경기는 끝나게 된다. 말은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을 하나, 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마법을 배워본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전력전개로 나를 밀어붙일 것 같은 사람과 대결을 하고 있다는 점? 흔히 말해 1살짜리 아기와 20세 성인이 목검으로 대련하고 있는 거랑 같은 기분이다. 마법에 있어서 상당한 초심자에게 이런 일로 만들어버린 학원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뭐든지 이 순간을 잘 넘기고 나서 생각을 해보자.
“켈모리아 씨. 어째서 마법에 관한 초보자인 저에게 이런 시련을 내려주시는 거죠?”
“그야. 걷기 전에 뛰어야 하는 일도 존재하거든. 내가 선택한 비서라서 괜찮을 것이라 생각해.”
“제가 안 괜찮아요.”
일을 벌여놓고 자신의 기준점에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법에 대해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는데, 느닷없이 마법을 사용하라고 하다니? 기초는 알려주고 나에게 뭐라 했으면 좋겠지만, 내 몸 속에는 잠자고 있는 마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 차곡차곡 지식이 쌓여나가는 저주와 같은 축복을 짊어지고, 나는 서서히 집중하기 시작할 무렵. 학원장으로부터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내 주변으로 불기둥이 솟아올라 포위하기 시작했다.
“기억저장마법으로 이미 저장한 마법을 꺼낸 것인가?”
그렇다면 이 마법은 긴 마법식과 영창시간이 소요되는 고등마법이란 소리이며, 그 뜻은 나를 맨 처음부터 박살을 내기 위해 또 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라? 잘 알고 있잖아?”
아직까지 밀리아는 이 뜻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체,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다음 마법을 위해 손가락에 마나를 담아 허공에 그림을 그렸다. 아니, 그림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은 마법진이라는 것이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구워지느냐? 아니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덩이에 압사를 하느냐의 문제다. 이건 마치 벌레를 잡아서 가둬놓고 뜨거운 물을 뿌려버리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하루는 그 벌레의 심정을 제대로 느끼는 하루가 되기 전에 나도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무엇으로?
라고 생각하기 전에 이미 끝나있었다.
당연히 내가 아니라 상대가.
“잠깐? 어째서 내 주변에 불기둥이! 꺄아악!”
사실 마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나는 지식이 매번 실시간 업데이트 되듯이 매번 쌓이는데, 그 와중에 우연치 않게 환각이란 것을 기억 속에서 발견을 한 뒤에, 나와 밀리아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을 때부터 이미 끝나있었다.
몽마의 환각은 상당히 강력하기에, 자신이 걸려있는지도 모르고 마법으로 자멸할 정도였다. 당연히 내가 당하고 있는 모습은 거짓된 것이며, 밀리아의 환각을 걸은 입장인 내가 실시간으로 밀리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 확실히 아직까지 나는 사람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왠지 몰라도 마법을 처음 사용해본 것치고는 적성이 잘 맞았다. 마치, 처음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잘하게 되는 놀라운 일이 마법처럼 내 앞에 벌어졌다.
아니, 마법을 내가 사용한 거니까. 마법처럼은 아니지.
“자. 그럼 아리엘 승리.”
나 혼자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켈모리아는 이미 결과를 다 알았다는 듯이 매우 느긋하게 내 오른손을 붙잡고 하늘 위로 들었다. 거대한 바위가 사라지고 나서 밀리아는 천천히 기어나오면서 숨을 막아놓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 말도…안…돼…. 어떻게 이런…일이….”
“확실히 원소술사와 환술사는 상성이 좋지가 않지. 아리엘이 마음만 먹었으면 너의 마법으로 자살을 해도, 죽기 직전까지 네가 이겼다는 행복한 꿈을 꾸며 천천히 이 세상에서 하직했을 거라고?”
켈모리아는 오히려 밀리아를 더욱 도발했다.
솔직히 도발은 내 몫이지만 학원장이 학생을 위로해주지 않고, 오히려 도발을 해서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은 무슨 속셈일까? 그래도 그게 먹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은, 밀리아의 표정이 상당히 분한 표정이었으니까. 얼굴이 분노로 붉어진 상태에서 천천히 몸을 추스르며 입을 열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제가 이미 환각에 걸린 상태로 시작한 대결이잖아요! 이건 무효라고요!”
“애초에 실전에서 “저! 공격합니다!”하고 공격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그렇게 따지고 보면, 애초에 밀리아도 몰래 기억저장마법을 사용해선 안 되잖아?”
“윽! 그건…. 아직 최상급의 마법들은 빠르게 사용할 수가 없어서…….”
켈모리아는 대결하기 전에 부정행위를 한 것은 밀리아가 먼저 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결에서 졌으니, 나의 완승이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도 아직 어린 나이에 최상급의 마법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한 일. 보통 마법사들이 최상급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40년이상이 걸린다.
“여어. 꼬마아가씨.”
나는 들려오는 방향으로 바라보았을 때. 빅터가 언제 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빈 의자에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드는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리는 멀지도 않기에 빅터와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가까이 갔다.
“언제 있었던 거야?”
“그야 20분 전부터. 그건 그렇다 쳐도 저번에 숲에서 봤던 거하고는 딴판이잖아?”
“그때는 아직까지 지식이 정립되지 않았을 뿐이야. 하지만….”
빅터는 나의 다음의 말을 강아지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의 감사인사를 하려고 하는 것뿐인데 손쉽게 말이 터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작 도움을 받았을 때는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 도리인 것을 떠올리며, 쥐어 짜내듯이 한자한자 입을 열었다.
“구해줘서 고마워…. 이건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내 볼에 지금 불덩이라도 옮겨 붙은 것일까?
왜 이렇게 뜨거운 거지?
“구, 구해준 사, 상으로! 밟아줄게!”
난 대체 왜 이런 소리를 한 걸까?
“밟는 것은 상이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잘 적응한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야. 그나저나 학원장님으로부터 이름은 받은 거야?”
그의 질문에 나는 답했다.
“아리엘. 이제 꼬마아가씨 말고 아리엘이라고 불러도 돼.”
“그렇군. 학원장님의 센스 치고는 귀여운 이름이야. 아리엘.”
“윽!”
심장에 화살 하나가 박혀버린 듯한 통증이 즉발했다. 미소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저것일까?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것과 동시에 내 이성은 천천히 감정을 식혀갔다.
“빅터는 항상 엘리트란 말이야? 분명 그 어려운 임무를 그 빠른 시간 안에 수행을 하다니.”
켈모리아는 밀리아와 같이 걸어오면서 나와 빅터 사이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무너뜨렸다. 얼마나 빠르게 무너뜨렸는지 방금 전까지의 그 분위기가 마치 없던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빅터는 “그저 검은 고양이 하나 찾는 임무였을 뿐이에요.”라고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할 뿐이었다.
“그래도 아리엘과는 그리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아리엘은 내 꺼야.”
“켈모리아 씨. 그건 흘려 들을 수 없는 말인데요?”
그런데 ‘고양이를 찾는 임무를 어째서 빅터가 해야만 했을까?’라는 의문은 접어두고, 내 옆에서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는 밀리아가, 공간이동마법으로 빅터 앞에 나타나더니 빅터의 양손을 붙잡고는 “저기, 혹시 저와 차라도 마셔줄 수 있나요?”라며 작업을 걸고 있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그 대답이 빅터다운 말이라고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빅터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까. 생판 모르는 여성이 지나가다가 도움을 요구하면 도와줄 정도로 착하다는 말이 옳다. 당연히 나를 구해줬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밀리아.”
나는 무의식적으로 짜증이 50그램정도 섞어서 목소리를 냈다. 알고 있으면서도 짜증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하지만 밀리아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도 반짝이는 별처럼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시죠? 혹시 이 남성을 저에게 빼앗기는 것이 두려우신가요? 오호호!”
나는 밀리아의 몸에서 지네가 기어 다니는 환각을 보여줬다. 이 나이 때의 여자아이들은 벌레를 끔직하게 여기는 객관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밀리아는 다양한 비명을 이리저리 지르면서 날뛰기 시작했다.
“아리엘. 마법은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돼. 그보다 저 아이는 아리엘의 친구 맞지?”
빅터는 따듯한 충고와 함께 나에게 밀리아는 친분을 다지는 관계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등을 보이며 살짝 고개를 돌리고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이젠 아니야….”
“꺄아아악! 빨리 환각을 없애달라고요! 안 그러면 이곳에 운석을 떨어뜨릴 거에요!”
“밀리아! 환각마법은 강인한 정신력만 있으면 자력으로 풀 수 있어!”
이곳을 초토화 시키겠다는 밀리아의 협박과, 그런 밀리아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켈모리아의 도움도 안 되는 팁이 오가는 동안, 나는 앞으로 2분정도 더 지켜본 뒤에 밀리아에게 사용했던 환각마법을 없애줬다.
나는 빅터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슬아슬하게 말하고 나서, 나를 보호해준 장소로 찾아가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아무리 내가 뻔뻔하고 강압적인 면모를 보여준다고 해도, 나 또한 은혜를 받으면 감사하고 돌려주는 양심은 존재하니까. 언제나 빅터의 소매를 붙잡고 이별을 고했다. 완전한 이별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려고 하니까 쓸쓸하다.’라는 소녀와 같은 감성이 아니라, 앞으로 그 학원장과 같이 살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가에 대해 더 걱정을 한 것.
그럼에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부드럽게 웃어넘기는 남자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이제 곧 지옥으로 입성하는 듯한 기분이지만, 그걸 알 리가 없는 빅터는 나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줬다.
“건강하게 잘 있어야 해.”
“응.”
그리고는 나는 ‘제 2 카멜롯 수색대’라는 장소를 나와 켈모리아가 알려준 장소를 향해 걸어갔다. 카멜롯의 지부는 상당히 넓기 때문에 지도를 보며 걸어가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곳부터 걸어가는 것만 2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져서 내 주변 사람들이 인당수에 몸을 던져버릴 정도였다. 켈모리아의 시험은 아직까지 계속 되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잠재능력을 일찌감치 확인하고 내가 스스로 해결하길 원하는 것일까? 켈모리아의 방식은 기초를 밟기 전에 응용부터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기적인 사고 방식이다. 그런 사고방식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학생들이 모두 마법사들인가?
주변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깨끗하고 상쾌한 무언가는 언제나 내 주변에 있었다. ‘마나’라고 불리는 미지의 에너지는 내가 생각하는 것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고를 떠나서, 나는 밀리아라는 소녀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될수록 알 수 없는 지식은 쌓여만 가니.
그 중에서 나는 공간이동을 위한 마법진을 땅바닥에 새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법진이 기동을 시작하면서 내 시야를 밝은 빛으로 가리기 시작할 무렵. 빛이 천천히 사라지면서 켈모리아가 가방을 들고 맞이했다.
“지금 시간이면 올 줄 알았어. 마족의 피를 이어받아도 딱히 나쁘지는 않지?”
혼혈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뭐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다.
“지식이 자동으로 쌓이니까 편리하네요. 여러 상황에서는 말이죠.”
“기운이 없네? 빅터와 멀리 떨어져서 그런 거야?”
빅터와 멀리 떨어져서 침울하다거나 그런 어린 아이 같은 감성은 내게 있을 리가 없다. 다 켈모리아 때문에 미래가 암담해서 그런 것일 뿐이지.
“그게 아니에요. 그보다 꽤 넓어보이는 집이네요? 제 방은 따로 있나요?”
2층 이상의 집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응? 나랑 같은 침실인데?”
“당장. 제 방부터 만들어 주시죠! 그보다 어째서 2층집인데 제 방이 없는 거에요!”
집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스트레스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중에 2층집에 올라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알아봤더니, 그 2층집은 밀리아의 가문이 전부 대여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허탈한 기분이 스트레스를 뒤따라 치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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