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정말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말자는 나의 마음가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마법기초반이라고 설명한 학원장의 말과 달리, 왠지 모르게 문제아들만 한 가득 모아놓은 기묘한 반에 도착을 했다는 것과, 그 문제아들이 3명정도라는 것이 된다. 어째서 문제아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가에 대해 묻는다면, 내 직감이 가장 잘 들어맞는다는 전제하에 이들은 분명 마법에 대한 재능이 단 1%도 없다. 모두 다 마법공학장치에 의존하는 마법사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들에게 마법의 기초에 대한 것을 가르치는 것은 일도 아니며, 분명 이 기초적인 이론은 마법공학을 위해 수십, 수백 번은 더 들어서 눈을 감으면 보이고, 잠을 자면 꿈에서도 나타날 지경이 될 사람들에게 켈모리아는 기초를 가르치라는지 알 수 없다. 보통 30명이 한 반이지만, 이 마법기초 A반은 3명이란 것의 의미는…….

 

모르겠다.

 

못 보던 얼굴인데? 이름이 뭐야? 오빠랑 손잡고 산책이라도 안 나갈래?”

 

처음부터 깔보고 있는 한 남성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는, 이제서야 켈모리아가 나를 이곳에 보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러분들은 모두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과 혼혈이군요?”

 

남성 2명과 여성 1명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나처럼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혼혈이라는 소리. 그 사실을 알았던 것은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학생명부를 펼쳤을 때, 켈모리아가 남겼던 글씨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마법기초 A반인가? 그냥 각성예비군 A반이지…. 나중에 각성을 하게 되어도 이 학원을 졸업했다는 증명서만 있으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멋대로 공격을 받거나 그렇지 않고, 똑같이 사람취급을 해주겠다는 것일까?

 

뭐야? 너도 우리들과 비슷한 녀석이냐? 그건 그렇고 꽤나 좋은 몸을 하고 있잖아? 몽마의 피라도 물려받은 거냐?”

 

여전히 어디서 나올법한 사춘기가 겹친 양아치 같은 소년은, 솔직히 감성만큼은 아저씨라고 표현할 수 있는 듯한 어조로, 눈으로 내 몸을 핥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스커트의 길이를 어떻게 좀 해달란 말이야.

 

아무리 몽마라고 해도 서큐버스나 인큐버스라고 한정 짓지 마시죠. 저는 켈모리아 학원장님의 비서로 여러분들을 교육하러 온 아리엘이라고 합니다. 사실상 교육이라고 보기엔 저의 목적은 여러분들이 저의 주도 아래에 통제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각성하지 않고 불안정 각성상태가 되어 난동 부리는 것을 감시하는 것뿐. 애초에 마족의 피를 이어받은 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죠?”

 

그 소년은 자신을 과시하게 위해 와이셔츠를 풀고, 그 사이로 비집어 나온 탄탄한 윗몸을 드러내며 다니는 듯 했다.

 

맞아. 발록이야. 강력한 마족이라고? 나중에 각성을 하게 되면 내 밑에서 밤 상대라도 하는 것이 어때?”

 

피를 제대로 이어받아서 머리 위를 기고 날아서, 조만간 우주에서 생각을 그만둔 체로 발견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아이 같은 거만한 도발에 화를 내는 것은 지치는 행동이므로 가볍게 무시하자. 그 옆에 덩치 큰 사내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도, 천계에 있는 심판자의 혼이 깃들어있다는 것.

 

엘리온 씨는 아버지의 혼을 물려받은 거로군요?”

 

굵직하면서도 남자다운 목소리로 그는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했

 

드높은 천계의 심판자라고 했으니, 천계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그대와 같은 인간이란 것 또한 사실이다.”

 

다고 믿고 싶었지만, 뭔가 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압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가서 옆에 혼자 뭐가 그리 좋은지 웃고 있는….

 

어이! 무시하지 말라고!”

 

분명히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발칙한 남자는 카를로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가? 마나를 모으지 못하는 것은 체질상 모으지 못하는 거지만, 손에서 거대한 불꽃을 가득 담고 휘두르는 것은, 말 그대로 발록의 피가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나로 이용해서 불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정령에게 부탁해서 불을 빌리는 것도 아닌, 말 그 자체로 불을 지배하는 발록의 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안은 학원인 만큼. 빠르게 카를로스의 눈과 마주쳐서 환각마법을 걸어버렸다.

 

제길! 몸이 굳어가고 있어! 이 메두사 같은 년! 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한동안 그러고 있어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학원장님께서는 학원 건물이 무너지는 것은 바라지 않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카를로스의 얼굴을 강하게 짓밟았다. 그래도 마족 중에서도 불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발록의 피를 이어받고 있으니, 몸 하나는 제대로 튼튼하게 자라났나 보다. 어쨌든 나는 아까 들었던 모욕을 그대로 간직하고 되돌려줬다.

 

어떤 몽마의 피를 이어받고 있다고 한들, 지금 당장 내 환각마법도 풀지 못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있지 마시죠. 그리고 발록의 불은 그렇게 미지근한 불이 아니라고요? 자신의 피만 믿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그런 행동은 그만두시죠.”

 

곧이어 마나를 한 가득 모아 어디에서 나온듯한 탐정소년의 발차기처럼, 속이 뚫릴 정도로 시원하게 얼굴을 가격했다. 발차기를 맞고 날아간 카를로스는 환각에서는 석화가 진행중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는 해도, 현실에서조차 몸이 굳은 상태로 벽까지 날아가 사물함부터 정리해놨던 책상과 의자까지, 산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카를로스 위에서 매섭게 쏟아져 내렸다.

 

그래도 여전히 스커트가 짧은 것은 불편하구나.

 

다음은 룬 메리오트.”

 

크흐흐.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남자 주변에 어떤 여자도 근처에 오지 않는 저주를…. ! ~!”

 

정말 가까이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메리오트 씨는…….”

 

룬이라고 불러줘! 아리엘!”

 

…….

겉보기에는 좀 그래도 친화력은 우수한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나도 학생인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인데.

 

알겠어요. 그러면 룬은 하프 드래곤인가요?”

 

아니. 하프 드래곤까지는 아냐.”

 

이 학원장이 진짜. 정말 글을 못 알아보게 쓰면 어떻게 해!

 

애초에 드라고니스와 인연은 없고 애초에 마계나 천계에 속하지 않은 거라고나 할까?”

 

어떤 건가요?”

 

룬은 나지막하게 마치 으스스한 공포 이야기의 시작이라도 알리는 듯이 읊조렸다.

 

“‘월식이야. 내 피에는 월식의 파편으로 인해 불안정한 각성을 하게 되면, 그 순간 세계가 먹혀버리는 무시무시한 결과가 나온다고 하지.”

 

잘 들었어요. 그러면 드래곤이 아니라 월식으로 고쳐서….”

 

아니! 잠깐만! 너는 내가 무섭지도 않아? 월식이라고? 세상에 가장 흉폭한 포식자의 파편을 이어받아서…….”

 

당신이 월식이고 일식이고는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걸로 두려워하고 무서워했으면 저는 이 자리에 오지도 않았겠죠. 애초에 그런 걸로 저를 겁준다면 차라리 할로윈 코스튬으로 유령변장이나 하는 게 더 좋아요.”

 

마치, 이상한 생물이라도 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흐음. 꽤나 괜찮은 사람이잖아?”라고 기뻐하지 않은 경계의 말투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월식을 두려워하지 않은 용감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이제 이곳에 온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월식에 대해 알 리가 있을까? 다만, 계속해서 지식이 쌓이게 된다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그때는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혹은 얼마나 쓸 때 없는 존재인지는 자동으로 확인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이제 정규수업으로 들어가서…….”

 

이곳은 자습이 위주였는데 우리에게 가르칠 것이 있다는 소리인가?”

 

육중한 몸을 한 엘리온은 오른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의문을 표했다. 그 의문에 답해주는 것은 얼떨결에 이 반의 선생 겸 감시자가 된 나의 몫이겠지.

 

피의 각성이 불안정하게 된다면 꽤나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겠죠. 불안정하게 되는 요인은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 저기 원숭이처럼 자신의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는 어처구니 없는 사람도….”

 

뭐 임마! 그보다 이 환술 풀으라고!”

 

카를로스인지 원숭이인지 몰라도 무시하고 나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접어들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안전하게 각성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외면의 성장도 있어야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피의 힘을 제어하고 담아낼 수 있는 내면의 성장도 필요하단 소리죠. 따라서 여러분들은 앞으로 정기적인 미션이 주어질 텐데, 그 미션을 성공하면서 성장해나가는 것이 이번 학기의 주 목표입니다.”

 

미션은 다양하게 있지만, 제발 이들에게 어려운 것만 아니기를 빌며, 이번 첫 번째 지령이 적힌 페이지를 열기로 했다. 페이지를 여는 것만으로도 왜 이렇게 긴장을 하게 만들까? 설마 몬스터가 출몰하는 숲에서 드래곤이라도 잡아오라고 할까? 별 쓸 때 없는 생각을 하면서 펼치자. 미션 내용은 다음과 같았으니.

 

-자습!-

 

아무래도 이들에게는 가만히 자습하는 것조차 힘든 모양이다.

 

자습하라고 하네요. 앞으로 남은 1시간 40분동안 느긋하게…….”

 

자습이라고! 엘리온! 오늘이야 말로 결판을 내자!”

 

거대한 불덩어리가 저 뒤에서 날아왔다. 엘리온은 큰 몸집과 다르게 빠른 움직임으로 책상을 걷어차며 이를 상쇄했고, 순식간에 교실이 난장판이 되는 것은 눈물이 앞을 가리긴 해도 예정된 결과였다. 설마 매번 저렇게 두 명이 싸워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인생에 2시간씩 삭제되는 결과를 가지고 오는 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고 진로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하자.

 

크흐흣! 오늘도 내 남자 주변에는 아무런 여자도 오지 않는 저주가….”

 

덤으로 저 어두운 저주술사의 모습도 봐야 하고.

내 삶이 이렇게 어두워진 이유라고 한다면 분명히 켈모리아의 제멋대로인 성격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 교실을 넘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 전에, 엘리온과 카를로스에게 환각마법들 다시 걸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주먹을 얼굴에 휘두르기 직전에 가까스로 멈춘 것. 치열하게 싸운 것치고는 몸에 그을리거나 스친 상처밖에 없는 걸로 봐선, 역시나 몸이 상당하게 튼튼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 반에는 교칙을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네요. 룬을 보세요. 얼마나 조용하게 자습을 하고 있잖아요. 그에 비해 당신들은 피해를 주는지도 모르고 서로 싸우기만 하고, 모두에게 민폐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야!”

 

급하게 마무리된 소년만화의 마지막 대사를 함부로 내뱉지 마시죠. 카를로스. 왜 항상 엘리온에게 시비를 거는 건지 그 이유부터 묻고 싶습니다만?”

 

카를로스는 잘 굴러가지 않을 듯한 머리로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그야 발록은 투쟁으로부터 성장한다고. 네가 말했잖아? 외면뿐만이 아니라 내면도 성장해야 한다고, 따라서 우리는 서로의 대한 성장을 도모하며 싸우는 거야. 그렇지?”

 

엘리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내가 관철하는 것은 정의이며 이것은 악과 싸울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카를로스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쓸모 없이 사악한 녀석인 것을 알아차리고, 나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지.”

 

뭐 임마? 쓸모 없이 사악한 녀석? 이 자식아! 당장 옥상으로 올라와!”

 

내가 보기에는 그냥 서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싸우는 것처럼 보였다.

외면의 성장이든 내면의 성장이든 그건 일단 구석에 있는 쓰레기 통에 집어넣고, 서로 머리가 비어있는 상태에서 본능적인 증오로 인해 몸을 맡기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지.

 

그 이상 싸우면 둘의 몸을 조종해서 화해의 접문을 시킬지도 모르니, 제가 있는 동안에는 제발 가만히 있어주시죠?”

 

나의 말을 들은 두 남자의 얼굴은 사색이 된 체, 내 앞에서는 요란하게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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