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93
293
나에게 날아오는 것은 강력한 검기와 더불어 모든 것을 파멸하는 빛이 날아왔지만, 오른손의 사브르에는 새벽<Daybreak>를 마법부여하고, 다른 하나는 6머리의 뱀 조종자를 꺼내고 시나의 권능이 모든 뱀 머리에서 발포하듯 뛰쳐나왔다. 하지만 시나의 권능은 어둠을 침식할수록 더 강해지는 빛. 일방적으로 파멸의 빛에 밀리기 마련이다.
“무기에 여신의 권능을 누가 담은 거야.”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후에 마나를 힘껏 다리에 모야 도약했다. 검기는 마나로 응집된 것이기에 상쇄가 가능하니까 피할 공간이 생겼으니, 만약 검기마저 제거하지 않았다면 에너지 파에 사라지는 셀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으리라 본다.
“대체 요즘 용사는 왜 이렇게 다 사악하게 나오는 거야? 뭐 상대적인 선과 악의 입장에서는 늘 용사가 착한 쪽이지만, 그래도 잡화점을 운영한다는 것만으로 내가 악의 입장이라는 것은 좀 그렇다만...어째서 너는 티르의 계획을 방해하려는 나를 제거할 생각이지?”
“알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고작 잡화점 주인이 마왕과 더불어 빛 속성의 권능을 부릴 수 있다는 건 아니지.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다만 제거하는 이유는 티르가 제거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티르와 친분이 있어 보이는 말을 했다.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티르가 저 용사에게 뭔가 도움을 줬다거나,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보이는데, 문제는 용사라는 태그가 붙은 파르온의 운명은, 결과적으로 마왕을 타도하는 것에 있으니까. 지금은 나를 멋대로 악이라며 규정하는 것도 어느 정도의 흐름일 뿐이다.
파르온은 천천히 백색의 짧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 이렇게 시간을 끄는 이유는 곧 병사들이 오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나는 용사들 중에서도 최고 정점에 있는 용사다. 아무리 근위병이든 정예병이든 다짜고짜 몰려와도, 오히려 그 사람들은 나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 용사들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카리스마라는 거지.”
생각을 좀 해보니까 지금 함정이 터지면서, 분명 시민들이 이곳에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러 올 것이지만,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면 오히려 그 시민들이 파르온을 응원하는 것. 용사란 존재는 사람들로부터 위대하고 정의로운 모습에 귀감이 된다. 따라서 지금 시민들이나 병사들이 몰려온다면, 일방적으로 전투력이 급상승하는 것이 용사. 그리고 위기에 몰리면 몰릴수록 더욱 강한 기질을 발휘하는 것도 용사.
아무리 생각해도 이 싸움은 나에게 승산이 전혀 없다.
용사라는 태그가 이렇게 무섭다니.
그러면 용사는 대체 누구에게 지는 것일까?
[레시아. 어떤 함정으로 용사에게 이길 수 있었어요?]
레시아는 내가 텔레파시를 보내자마자 답을 했다.
[그야 당연히 “어! 저기 UFO다!”라고 말하고 시선이 움직인 그 찰나에 주먹으로 때려서 이겼다.]
[그거 당연한 수준이 아니거든! 지금 내 앞에 있는 용사가 그런 저급한 속임수에 낚였다는 거에요?]
UFO에 낚여서 마왕성을 공략하지 못한 용사라니? 저거 정말 최고 정점에 있는 용사 맞아?
[물론 그것 때문에 용사가 엄청나게 화나서 한동안 마왕성의 문도 못 열었다.]
“얼마나 비겁한 거야...”
생각을 해봐도 정말 믿겨지지 않는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다시 날아오는 검을 재빠르게 막아 서며 물어봤다.
“한가지 믿기지 않는 사실이 있어서 물어보는 건데, 너 정말 UFO에 낚여서 마왕에게 졌어?”
그러자 차가운 청안에서 순식간에 핏줄이 서기 시작하더니, 거칠게 밀어붙여서 날 벽까지 내몰았다.
“네놈이 그 흑역사를 알고 있다니. 아무래도 살려주려고 했는데 그냥 죽여야겠군!”
진짜냐!
거칠고 날카롭게 파고는 검은 내가 고개를 비틀자 허공에 박혔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무릎으로 복부를 찍어 올린 뒤에, 늘 맞아왔던 쇼콜라 씨의 보디 블로를 내가 처음으로 마나를 담아 사용했다. 주먹의 위치는 파르온이 미리 몸이 움츠러들었으니까. 복부가 아니라 턱으로 날아가는 주먹이지만.
-파앙!
다리부터 시작해서 엉덩이와 허리부터 올라가는 회전 에너지가, 이윽고 어깨와 팔에 집중되었을 무렵. 내 주먹과 파르온의 오른쪽 턱이 서로 충돌하기 전, 주먹에 마나를 가득 담고 힘껏 휘두른 파괴력은 상대를 반대쪽 벽으로 저 멀리 날려보냈다.
“맞아가면서 본능적으로 배웠다는 건가. 몸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면 얼마나 맞았다는 소리지?”
몇 개월간 꾸준히 쇼콜라 씨에게 뭐만 하면 맞았는데, 이게 오늘에서야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쇼콜라 씨에게 타격에 대한 것을 배운다고 한다면, 무자비하게 때리기만 할 것 같으니 나중에 생각을 좀 해보자.
[오! 방금 원펀맨인줄 알았노라! 취미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인가?]
아무튼
“레시아. 원펀맨의 주먹은 맞으면 즉사에요. 그리고 전 취미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바보 같은 가위바위보의 결과로 하고 있는 거죠. 누가 알았겠어요. 그날 가위바위보 1등상이 잡화점을 물려받는 걸.”
바다 빛의 파문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았을 무렵. 하멀 씨로부터 텔레파시가 들어왔다.
[평민. 그리고 평민의 친구들. 맹수 조련사. 당장 그 위치에서 떠나. 모두 위치에서 해산한다!]
하지만 내 반대쪽에서 옷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고 정장의 실밥이 터져서, 하얀 와이셔츠가 들어났지만, 상처는 전혀 없이 일어난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그 주먹을 맞고도 아무일 도 없이 일어나는 게 가능한 건가? 혹시 용사가 아니라 그냥 괴물 아냐?
“제길. 저게 진짜 사람이냐! 시나! 정면 2M 앞에 섬광!”
파르온은 빠른 속도로 튀어올라 도망가려던 나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보석 하나가 파르온과 나 사이에 만들어지더니 이윽고 빛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섬광에 정확하게 맞았으니 눈과 귀는 일시적으로 마비가 왔지만, 나는 시나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으니 나에게는 효과가 없다. 그 뒤로 레시아가 빠르게 마법진을 생성해서 잡화점으로 귀환을 할 수 있었다.
잡화점에 돌아왔을 무렵. 하나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는 천장에, 시나와 레시아는 바닥에 붙어있었다. 추락을 하기 전에 아까부터 내 팔에 있던, 뱀 조종자로 사슬로 한쪽을 묶어서 균형을 잡아 안착을 할 수 있었고, 집을 지키고 있던 베니가 나를 격렬하게 반겼다.
“어라? 다른 사람은 없는 건가?”
밖에 있던 전투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는 베니를 머리 위에 얹고 다니며 풀고 있는 사이에, 지하에 루나도 없고 휴가를 여기서 보내고 있는 루니아 누나까지 없다는 뜻은, 전부 프리트론에 있는 중앙시장에 나갔다는 소리가 된다.
“마리아가 크리스마스인지 뭔지 하는 나무를 잘라온다고 하더군.”
“아니. 크리스마스는 명절이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기 위해서 나무를 자르고 오겠죠.”
아니. 그건 둘째치고...
“지금은 거의 비상사태와 다름이 없는데. 전부 나가면 어떻게 하자는 건지.”
베니를 머리 위에서 내려놓은 뒤에 천천히 창문 쪽에 가까운 테이블에 앉았다.
“레시아와 시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잡화점 멤버들과 합류해 주세요.”
레시아와 시나는 각자의 대답으로 수긍을 한 뒤에 다시 공간이동마법으로 사라졌다. 좋아 아무도 없으니 편하게 쉴 수 있겠다. 항상 전투 후에는 온 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느낌보단, 심신이 불안정하다고 해야 할까? 베니가 있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본다. 베니를 끌어 안고 허브티를 마시면서, 천천히 생각을 돌리기 시작할 무렵.
“어머나? 그러면 카일 혼자야?”
내 앞에 정말 뜬금없이 데모르테가 나타났다.
“잠깐만요. 아무런 소리소문 없이 나타나는 것은 그만둬 주시겠어요? 이거 조만간 장르가 공포로 변하게 생겼다고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찍을 거에요?”
긴 흑발이 언제나 먼저 눈에 띄는 데모르테는 인자한 웃음으로 반응했다.
“정말이지 카일은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놀리지 마시죠. 그보다...”
데모르테가 느닷없이 나타났다는 이유라면 무엇인지 몰라도, 상당히 중요한 일만 골라서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지금 그것 때문에 잔뜩 긴장한 상태로 찻잔을 내려놓은 것이고, 데모르테는 역시 내 기대를 부흥하듯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 일은 엘티노스가 직접 개입할 수 없으니까, 내가 직접 개입을 해볼 생각을 하고 있거든. 지금 용사들의 커뮤니티마저 난장판이 되고 있으니까.”
“직접 개입을 한다는 뜻은요?”
“그야. 당연히 티르를 잡아서 제거하는 것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겠단 소리지. 물론 그 전에 나와 계약을 맺어야겠지만?”
“계약이요?”
뭔가 계약이라는 단어가 나오니까 서서히 오히려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데모르테가 “나랑 계약해서 마법소년이 되어줘!”라고 말할 것 같으니, 나는 2번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는 변명거리를 늘어놓도록 하자.
“전...”
“그럼 계약 완료!”
“빨라! 그보다 뭘 한 거야!”
“단순한 계약이야. 티르를 잡기 전까지는 상호간에 성장을 도모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맹세였거든.”
“난 하지도 않았어요!”
“물론 그 시간은 날려보냈어. 오직 이 결과가 남은 것뿐이야.”
데모르테가 무슨 디아볼로입니까? 강제체결이 이리도 빠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만...
“여신마저 개입할 정도로 크나큰 사건인가요?”
데모르테는 어느 사이에 베니를 끌어 안으면서 나에게 설명을 해줬다.
“애석하게도 신인류의 본질은 그리 위험한 것이 아냐. 게다가 지금은 인공 정신망을 파괴하는 물건을 구역마다 설치해서 괜찮지만, 문제는 티르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 우리도 전혀 모르겠다는 거야. 운명의 여신인 나마저 티르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있고. 애초에 티르의 수명은 끊어져서 볼 수가 없거든.”
“티르가 죽었다고 나왔다고요?”
“맞아. 티르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냐. 하지만 2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티르를 사칭하는 연금술사라던가, 다른 하나는 티르가 호문쿨루스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한 이유는, 호문쿨루스의 몸으로 갈아타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지.”
하지만...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티르는 엘티노스와 같이 있던 시절에, 분명히 저주를 받고 이 세계에서 평생 늙어도 육신을 떠날 수 없도록 저주를 받은 상태일 텐데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늘 예외는 있단 말이야?”
예외?
“비니스의 꽃을 이용하면 영혼을 담을 수 있지. 게다가 명계에서 뱃사공으로 있던 사신 가 누군가에 의해 습격을 당해서 비니스의 꽃을 빼앗겨버렸거든.”
나를 예전에 노로 때려서 본래 육신으로 돌려보낸 사신이 습격을 당했다고? 대체 어떤 녀석이 명계까지 내려가서 습격을 하고 오는 거지?
“저주는 영혼에 구속당하는 것이 아닌가요?”
“애석하게도 영혼이 구속당하는 것은 몸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니 티르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지도 엘티노스마저 몰라.”
제길 몸을 옮기다니?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지도 모르다니?
나뭇잎 마을에서나 해라 그런 거.
“그럼 티르는 다른 몸으로 옮겨갔다는 뜻이니까. 호문쿨루스일지도 모른다는 소리네요? 티르의 본체는?”
“그래야 인공 정신망을 통해 명령을 내릴 수 있지.”
그나마 유일한 단서 하나만 건진 것뿐인가?
소득이 별로 없는 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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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거 정말 언제 완결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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