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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드 성 지하에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는 먼지를 뿜어내며, 내 시야에 나타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거대한 기계용을 필두로 잡다한 잡동사니들이 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눈에 띈 것이라고 한다면...역시 기계용이지. 이미 높이부터가 말도 안될 정도로 거대한 모습을 보며 엘리시아에게 말했다.

 

저걸 봐달라는 건 아니지? 저거 폭주하다가 우리가 명절날에 볼 수 있는 음식으로 되어버릴지도 몰라.”

 

명절날에 음식이 왜 나와?”

 

아무튼. 저건 아니겠지?”

 

엘리시아의 고개는 작게 좌우로 흔들거렸고, 유나 씨는 이쪽으로...”라고 말하며 계속 안내를 하고 있었다. 창고에 더욱 깊게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사람크기의 인형이었고, 은발로 이루어진 인형을 보며 나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거요?”

 

. 감정을 해달라는 물품은 이 인형입니다.”

 

요즘 컨저링이 유행인가요?”

 

아뇨. 요새는 컨저링이 유행하지 않습니다.”

 

아 그렇구나.

...???

 

유나 씨.”

 

?”

 

대체 컨저링에 대한 존재는 어떻게 알아차린 거에요? 그보다 이제 유행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디서 들으셨죠?”

 

마왕님께 들었습니다.”

 

레시아는 가끔 어디를 돌아다니는지 궁금할 때가 많은데, 조만간 안리아스의 수정구를 들고 외출해달라고 부탁해봐야겠다. 물론 100%거절 당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카일 님께서는 여기서 얼마나 지내시는 겁니까?”

 

얼마냐고 물어봐도...”

 

유나 씨의 거대한 기대심을 자극해버린 나는, 철저하게 그 기대심을 부수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대답은 당연히 조금 있다가 집에 갈 거에요.”라는 말을 했고, 유나 씨는 이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그럼. 제 방에서 잠깐 라면이라도 드시고 가시죠?”라는 말을 했다.

 

라면?

저게 다른 차원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작업멘트인가?

 

[어머나? 좋겠네? 그보다 너무 과하게 사랑 받는 거 아냐?]

 

데모르테는 내 머리에서 찬란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나를 쪼기 시작했다. 유나 씨가 상상 이상으로 너무 적극적이라서 도망갈 생각을 더욱 더 하고 있는 나를 알아차렸는지, 데모르테는 다시 내 한쪽 마음을 들춰보려는 어조로 말하기를...

 

[레시아에게 참패를 당한 이유는 여자에 대해 몰랐던 거잖아? 이 기회에 여자에 대해서 더 잘 알고 가면, 나중에 레시아에게 반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입을 열었다.

 

[여자를 알던 모르던 지금은 제 일에 집중해야 해요. 그리고 어차피 이번 감정만 끝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로 집에 갈 거고요. 애초에 처음 보는 저에게 호의를 품고 다가오는 여성은 경계하는 것이 맞으며, 저는 지금 정공법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는 거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나중에 잡화점 멤버들에게 맞아 죽기 싫기도 해요. 덤으로 제 옆에 엘리시아의 살기를 보시고 말을 가려서 해주세요.]

 

내 옆에 지금 만약 승낙을 한다면, 북두신권을 보여주지.”라면서 자세를 잡고 있는 엘리시아의 손 사이에서, 최근 국자 형태로 변한 북두칠성이 보였다. 저걸 맞으면 3초뒤에 죽어있는 전설의 권법이니까. 나는 최선을 다해 빨리 감정만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아무튼 인형을 감정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기프트피어스를 꺼내서 마나가 존재하는지부터 알아봤다. 그저 진동소리만 내고 있는 기프트피어스의 반응으로 보아, 인형 안에 마나를 생성하는 핵<Core>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 다음은 물리적으로 볼을 한번 만져봤다.

 

질감이 사람의 피부와 같을 정도로 매우 부드러웠는데, 그렇다고 크기로 보아 절대로 작지 않다. 애초에 사람의 크기를 인식하고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매우 정교한 신체비율을 가지고 있었다.

 

인형치고는 너무 정교한데. 나중에 상하이 인형이 나와서 레이저라도 쏘는 거 아냐?”

 

그러면 정말 놀라겠지. 안 그래?”

 

그래...정말...”

 

잠깐? 나 누구와 이야기를 한 거야?

 

엘리시아? 지금 소리 냈어?”

 

아니.”

 

즉답으로 말하는 엘리시아의 무표정한 모습을 보고, 다시 유나 씨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유나 씨가?”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절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불가능하게도 지금 내 앞에 인형이 입을 열었던 것일까? 나는 다시 인형에게 고개를 돌렸을 무렵. 눈을 깜빡이며 나와 마주치는 인형의 얼굴이 내 시야에 비춰졌고, 그 인형의 시야 또한 내 모습이 비춰질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드디어 산 제물인가?”

 

거기 기다려. 산 제물은 대체 무슨 소리야? 그리고 넌 누구야? 애초에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질문은 한 가지씩 하라고 죠죠.”

 

여긴 기묘한 모험을 떠나는 곳이 아냐! 체페리 씨!”

 

가볍게 맞받아 친 뒤에 위험해 보일 것 같으니 천천히 거리를 벌렸다. 인형은 천천히 일어나더니 입을 열었다.

 

아직 이름은 없어. 제물을 찾고 떠도는 인형일 뿐이야.”

 

제물이 뭔데?”

 

제물은 제물이지.”

 

대화 방식이 무슨 수수께끼도 아니고...

 

여기에 있는 이유는 뭐야?”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 아냐. 누가 날 이곳으로 집어 넣은 것뿐이지.”

 

그러면 이야기의 퍼즐은 산 제물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한 가지의 목적을 위해서 이 인형이 제작되었다는 소리로군. 그 목적이 대체 뭔지는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 이 인형은 해로운 인형이다. 하지만 마나를 이루는 핵이 존재하고, 인형에게 자아가 있다는 그 점으로 보아, 이 인형을 만든 인형술사는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였고, 폭주를 한다는 것은 아마 산 제물 내놔! 빼애애애액!”이라는 것.

 

뭔가 용도가 여러 가지로 추측되기 시작될 무렵. 그 인형은 나에게 가까이 가서 입을 열었다.

 

그럼 너는 산 제물이 아냐?”

 

그러니까 무엇을 위한 산 제물이냐고?”

 

그야 당연히...”

 

날카로운 이가 들어나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서서히 압축이 되기 시작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어린 아이처럼 순진무구 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흉악하고 잔혹한 학살자의 분위기로 변하면서 천천히 광기에 젖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피를 위한 산 제물이지!”

 

붉은 눈을 띄며 날카로운 손톱과 이를 들어내며 달려왔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었을 뿐. 애초에 아까 내가 있던 자리에는 몰래 마법진을 그려놨다. 서서히 그 인형이 있는 자리에는 검은 구체가 둘러 쌓이기 시작하고, 시공간이 완전하게 멈춰버린 곳 바로 앞에서 나는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예전에 젊은 남자들을 유혹하고 피를 뽑아내는 인형이었다고 판정해야 할 것 같네. 흡혈귀가 낮에는 비교적 활동이 저조하니까. 저런 인형을 만들어내서라도 피의 보급량을 늘리고 싶었겠지. 물론 이건 아카드 성의 물건이 아냐. 다른 곳에서 흘러 들어와서 폐기 직전까지 있던 물건인 것이 틀림 없어.”

 

내 머릿속에서 추측한 내용 그대로 전부 입을 열었다.

 

애초에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한 가지의 목적만 알고 있다면, 그 목적에 따라 설계된 인형인 것뿐이고, 그것을 누가 공급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이런 인형과 같은 사건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이 폐기처리를 당했다는 소리가 된다.

 

그나저나...언제 그런 마법을 사용한 거야?”

 

그야 당연히 맨 처음에 조사하기 위해 가까이 갔을 때지.”

 

엘리시아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고, 나는 그저 입을 열고는 티르빙을 마법공학 권총으로 변환시켰다. 천천히 마나를 몸 안에서 회전을 시킨 이후에, 검은 구체가 사라지자마자 인형은 운동 에너지상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가 경악한 얼굴로 바뀌었다.

 

어라? 언제 무기를?”

 

-파앙!

 

인형의 핵이 있는 부분인 심장 부근에 발포를 하고, 인형은 실이 끊어진 것처럼 힘없이 허공에서 떨어졌다.

 

핵을 파괴했으니. 이제 폭주할 일도 없겠지. 그럼 감정 끝.”

 

잠깐! 내가 감정해달라고 했지. 인형을 파괴해달라고 했어?”

 

엘리시아는 아직까지 뭔가 만족하지 못한 것처럼 나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감정하는 단계에서 내 목숨이 위험했다고...그리고 자세히 봐. 나는 새벽<Daybreak>를 담아서 사용한 것뿐이니까. 인형의 핵만 망가졌고 다른 것은 다 무사하다고?”

 

내가 생각 없이 부수거나 그러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상처 없이 복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엘리시아는 당혹감에 젖은 눈으로 어라? 진짜다.”라고 중얼거렸고, 유나 씨는 은근히 내 곁에 다가가서 날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다 보았다.

 

정말 굉장한 실력입니다. 어째서 당주님께서 매번 목욕할 때마다 이름을 말하는 것인 것 이제 알겠어요.”

 

잠깐! 난 매번 목욕할 때마다 하인의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어!”

 

하지만 최근에 제가 들은 내용으로는 하인 주제에...나를 만나고 싶어하지도 않는단 말이야?”라고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만?”

 

지워!”

 

화를 내셨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외로워 보이는 어조로...”

 

시끄러워! 그런 적 없어!”

 

그냥 둘이서 만담 대회에 나가보라니까?

 

물론 저 인형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려면 인형의 핵을 갈아 끼우는 것만으로 가능하지만, 인형의 핵을 갈아 끼우기 전에 인형의 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 그래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인형사가 한 명 있는데...

 

지금 사브누아가 어디서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그 허당기가 넘쳐나는 친구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윈디에게 찾아서 나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는 엘리시아에게 반 정도는 정보를 주기 위해 말했다.

 

사브누아 베리타네시아라고 인형사의 길 달인급에 향하고 있는 녀석이 있는데, 좀 칙칙한 회색의 로브...아니 인상착의 보단, 3개의 인형을 동시에 사용할 줄 아는 인형사야. 색상마다 다른 능력이 있는데...”

 

. 그 남자? 지금 지하감옥에 있는데?”

 

아 그렇군. 지하 감옥에 있으니 찾을 필요는 없겠네. 그거 다행이네. 그런데 지금 뭐라고?”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지하감옥?

 

내 영지에서 뻔뻔하게 속옷을 가져가려다가 걸렸거든, 그래서 지하감옥에 가둬놓고 사형일자를 기다리고 있어.”

 

엘리시아는 과거의 그 회상을 떠올리며 분개하고 있었고, 그 짙은 살기는 지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유나 씨는 왜 이리 자주 나에게 붙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은근히 가까운 거리에서 보충 설명을 해줬다.

 

원래 그 남성분은 새로운 인형을 실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다가, 너무 우연하게도 당주님께서 벗어놓으신 속옷이 바람에 날아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는 당주님께서 아카드 가문의 권능 중 하나인 피의 조종을 이용하셔서 포획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그 남자를 영혼까지 불태워 없애버리겠다며, 보름달을 기다리시고 계시는 겁니다.”

 

나는 보충설명을 듣는 도중에 유난히 강조했던 부분에 대해, 모르는 문제를 대충 찍듯이 그냥 내뱉어봤다.

 

너무 우연하게 바람에 날아가다니요? 거기에 윈디도 있었어요?”

 

트러블을 사랑하시는 분이니까요.”

 

그거 윈디가 잘못한 거잖아.

그보다 윈디가 거기에 있었던 건가?

 

사브누아를 만나봐야겠어요. 지하감옥은 어디죠?”

 

따라오시길...”

 

유나 씨는 자연스레 손으로 가리키면서 인도를 해줬고, 아직까지 지하탐험을 하는 내 시간은 그렇게 흘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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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서야 마음 편하게 잘 수 있다니.

[그럼 뭐하나 내일 또 일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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