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92
292
디엘고라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의외로 물색하기가 힘들었는데, 옛 용병의뢰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지금은 텅 비어버린 공간에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권총을 돌리고 있는 하멀 씨와 옆에 맹수 조련사까지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 써서 “난 유령이다!”라고 할로윈에 이야기 할 법한 모습으로 있었다. 그나저나 맹수 조련사는 ‘어디서 만났는가?’라고 묻는다면, 정말 아주 우연히 지나가다가 봤는데, 마일론을 사이에 두고 한 여자를 쟁탈하기 위해, 로맨스 소설처럼 사이에 두고서 싸우고 있었다고 한다.
덤으로 마일론은 내 옆에 있다.
“친애하는 카일이여. 나는 한가지 묻고 싶다. 어째서 저런 변태 같은 녀석이 수사관과 같이 있는 것이더냐?”
자신의 찬란한 긴 머리를 쓰윽 하고 넘기고선 기묘한 포즈를 취했다. 이번엔 뭐냐? 와무우냐?
“유랑극단이 신인류 때문에 난장판 났거든, 따라서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지원해주기로 했고, 하멀 씨가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몰라도 유랑극단을 단숨에 범죄 조직이란 타이틀을 벗겨냈으니까.”
“우리 검은 달의 여왕도 따지고 보면 수사관의 힘이 매우 컸지.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저 유랑극단은 정말 믿어도 되는 건가? 저 녀석은 로브를 거두는 순간 판도라의 상자처럼 못 볼 것 투성이라고? 보면 온갖 상태이상은 죄다 걸려서 죽어버릴지도 몰라. 게다가 듣자 하니 저 녀석 인간으로 실험까지 하고 있었잖아?”
“애석하게도 그건 모두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시체를 재구성해서 붙인 것뿐이다. 미학의 추구는 모든 것을 재구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뿐. 물론 그녀에게는 크나큰 상처를 새겨서 면목도 없지만, 그래도 이제 나의 흑역사에 대한 죄를 반성하고 그녀 앞에 당당히 나가서 용서를 받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 여신의 곁에서 평생 동안 떨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소름이 돋다 못해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맹수 조련사 같은 녀석이 평생 동안 스토킹을 하겠다고 선언을 하면 너무 무섭다 못해 장르가 스릴러고 바뀔 지경이겠네. 나는 듣다못해 입을 천천히 열었다.
“그 뭐냐. 그 사람은 설령 그 바보 같은 일에 용서를 할지라도, 평생 따라다니는 소리를 들으면 질겁할 것 같...”
“네 녀석이 뭘 안다고 중얼거리냐! 카린은! 아니! 나만의 여신님은 네가 생각하는 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자애로운 분이시다!”
...할 말을 잃게 만드네.
하멀 씨가 권총을 넣고 숨을 죽여 웃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맹수 조련사 씨는 카린을 많이 좋아하나 보네요.”
베가프가 입을 열었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하멀 씨를 제외한 전원이 놀랐다.
“뭐야. 지금 남자로만 파티로 구성하게 만들 생각인가? 수사가 더욱 흥미진진하겠군. 평소에는 평민 주변에 여자들이 바글바글해서 불편했는데, 지금이라면 만 19세가 이해할 법한 말을 해도 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올 것 같아.”
“하면 다방면에서 잘려나가니까 그만둬 주세요.”
내 안에는 시나와 레시아는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고...아무튼 베가프가 온 이유를 묻고 싶었으나, 베가프를 상대로 맹수 조련사는 카린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베가프도 분명히 카린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나의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고, 디엘고라가 오기만을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을 무렵. 천천히 문을 열고 인간으로 변장한 디엘고라가 나타났다. 디엘고라라고 확연하게 알 수 있는 이유는 문을 들어서자 마자...
“Wryyyyyyyyyy!”
라고 외쳤기 때문.
최근 이게 자주 쓰이는 암호로 되었다.
“그런데 마일론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은?”
“프리트론 왕국 수사관인 하멀 레이비스. 옆에서 열정적인 열변을 토하고 있는 것이 맹수 조련사. 그리고 그 열정적인 열변을 듣고 있는 사람은 아우리스 교의 곧 대주교로 올라가는 베가프.”
디엘고라는 의외라는 눈으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 의외로 아는 사람이 많구나?”
“넌 나를 대체 뭐로 보고 있는 거냐?”
뭔가 친구가 없는 불쌍한 녀석이라고 보고 있나?
“그래! 이제 카린 교를 세울 때가 온 거야! 이 맹수 조련사는 카린 교의 새로운 교황이 되어서!”
저건 아직까지 헛소리를 속사로 퍼붓고 있구나. 어쨌든 디엘고라까지 왔으니 그간 신인류의 움직임을 공유할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디엘고라는 느닷없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 다행이야. 왕국의 수사관까지 있으면 SOS요청을 할 수 있겠지.”
하멀 씨는 잠깐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중 스파이란 사실을 들켰군. 그래도 지금까지는 너의 계산대로 진행된 것인가?”
디엘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 안에 있던 서류들을 모두 꺼내왔고, 베가프는 디엘고라를 뚫어져라 보다가 살짝 안심하고 “다행히 상처는 없네.”중얼거렸다.
“이 서류들은?”
디엘고라는 하멀 씨를 마주하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신인류의 계획이 담긴 계획표와 현재 개발의 진행사항을 알려주는 것들이지만, 애석하게도 3시간 빨리 발각이 되는 바람에 더 많은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하멀 씨는 서류를 총구로 살짝 건들이고 나서 또 입을 열었다.
“게다가 추적마법까지 걸려있다는 것을 보면, 곧 신인류가 이곳을 찾아서 난리 칠 거야. 추적마법을 이곳에서 해제하고 움직여야 하지만, 그 전에 호문쿨루스들이나 다른 녀석들이 찾아 온다면 엉망이 되어버리니까.”
나는 몸을 자리를 비키면서 뒷문으로 나아갔다.
“잠깐 함정을 파 놓을게요. 정문은 마일론 네가 해.”
“좋아.”
밖으로 나아갔을 때는 찬바람이 안에 있던 혼탁한 공기로부터 해방시켜줬다. 마법진으로 벽이나 바닥에 폭발성 함정을 설치하는 동안, 레시아는 내 안에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남자들끼리 야한 농담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실망이니라.]
“아니. 그걸 왜 기대한 거에요?”
[흔히 남자들끼리 모여있으면 뭔가 신선한 소재로 대화를 주고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남자들의 대화는 정말 짧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열정적으로 말해서 듣는 입장으로는 꽤나 지치는구나. 일방적으로 듣고만 있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지금은 상황이 심각해서 농담할 타이밍도 아니잖아요. 그전에 시나. 근처에 생명이 감지되는 것은 있어?”
내 안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지기를...
[반경 1km정도 탐색한 결과. 밀집이 되거나 이 건물을 포위하는 무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시민이 주변에서 돌아다니기 때문에, 멀쩡하게 이곳을 공략할 수 없다는 소리가 된다. 보통 밤이 아니라 오후에 정보 공유를 위해서 몰래 만나는 이유 또한, 아침에는 시민들이 활동하는 시기인 만큼, 극 소수의 정예병력이 오거나, 잘만 하면 트리니티가 찾아올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신인류에 관련된 간부들의 신상을 전부 파악한 적도 없으니, 트리니티 말고 다른 간부들이 찾아올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함정을 설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시간 벌기 및 지원요청의 이유로 하는 것뿐이고,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는 것뿐.
[지금 주인이 사용하고 있는 그 함정들은 처음 보는 거다만?]
“시공간동결마법이에요. 이곳에 닿은 적들은 전부 멈추게 되는 거죠.”
[하지만 주인은 시공간동결마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지 않는가? 마나를 고정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멈추는 것이 아니다. 시공간과 그 자리에 있는 마나까지 정지시켜야만...설마 그걸 가능하게 했다는 것인가?]
“제 자신을 제외하고 시간을 멈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단순히 얼리는 것은 쉽긴 하죠. 제가 마나로 조종할 수 있는 폭이 꽤나 증가했으니까요. 어느 누가 자고 있는 나를 무리하게 습격하지만 않았어도...”
마지막에 트라우마가 나올 뻔했지만, 인내의 끊을 놓지 않고 겨우 겨우 삭혔다.
[아. 짐의 페어링이 강화가 되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거구나. 음. 그거야 다행이지 않는가?]
“다행은 무슨! 아무튼 그 덕에 시공간술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요? 조만간 티아에게 가서 다른 마법을 더 배우고 와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 곰인형으로 터져버린 요정전쟁<Fairy War>만 끝난다면, 티아가 잡화점으로 와서 저에게 마법을 알려주겠죠. 혹시 알아요? 시간정지마법도 배울 수 있을지?”
하지만 어째서 레시아가 시공간동결마법까지 익히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마왕이라고 해서 거의 전지전능하지 않을 텐데...이렇게 되면 레시아의 과거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니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자.
[시간정지마법을 배워서 DIO가 되려는 것인가?]
“전 인간을 포기한 적 없어요!”
레시아에게 딴죽을 걸다가 느닷없이 불안함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정면 골목을 보며 입을 열었다.
“거기. 썩 나오시지.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그쪽이 투명화를 사용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거든?”
해리에게 있어야 할 투명망토를 벗어 던진 알 수 없는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보였다.
“예리한 감각을 지녔군. 네놈.”
검은색 정장에 왼손에는 타도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요즘 타도가 유행은 아닐 텐데? 어째서 타도를 쓰는 녀석이 이렇게 자주 보이는지 모르겠네?”
하지만 레시아는 경악을 했다.
[저 녀석은 가을시즌에 용사들의 연회에서 홀로 마왕성까지 쳐들어온 용사가 아닌가! 분명히 ‘파르온’라고 불리는 자다.]
내가 안보는 사이에 어디 갔나 했더니 마왕성을 막으러 간 거구나.
“마왕살해 검이 반응을 하고 있다면, 네 녀석이 마왕을 사역하고 있는 잡화점의 주인이로군.”
“음...그 칼로 베이면 사람은 죽겠지? 그보다 사람을 가지고 네놈거리니까. 꼭 악당 같잖아? 용사라는 캐릭터를 좀 살리라고?”
용살검은 내가 들어본 적이 있어도, 마왕살해 검을 들어본 적은 전혀 없다. 레시아가 죽지 않고 지금 내 안에 있다는 소리는, 분명히 파르온의 전투에서 이겼다는 것이겠지? 그건 그렇고 시나의 탐지마저 피하는 투명망토는 처음 듣는다. 빛을 완전히 굴절시키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일까?
“전에 비겁하게 날 함정에 빠뜨렸던 마왕도 오늘에서야 처단하겠군. 칼을 뽑아라 잡화점의 주인.”
“너 진짜 비겁하게 용사가 사람을 지켜야지. 엘티노스 잡화점을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나까지 베어버릴 거냐? 그보다 어째서 용사라고 불리는 녀석이 티르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거지? 아니. 지금은 신인류의 간부인가?”
하지만 냉혹한 청색의 눈동자는 내가 한 말을 듣지도 않았는지 아래와 같이 말했다.
“네가 알 필요는 없다.”
티르빙을 사브르로 변형시키고 0.5초뒤에 날아온 충격을 마주했다. 용사라서 그런지 몰라도 타도뿐만이 아니라, 왼손에는 빛의 검까지 들어 내 오른쪽 어깨를 베어나가려고 했지만, 오른발을 전진하고 어깨에 마나를 담아 부딪쳐서 날려보냈다.
바다 빛의 원형고리가 공중에 흩어지면서 시공간동결 마법진에 발을 들여놨을 때는, 이미 일정 구역이 검은 구체가 되면서 용사의 움직임을 묶었다.
“용사도 별거 없네요. 아무래도 상성에 따라서 레시아가 고전을 한 거 아니에요?”
[방심하지 말거라. 저 용사는 시공간마법에 면역이 있는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다.]
그 말을 듣는 즉시 바로 뒤로 돌아 검을 휘두르자, 공중에서 검을 부딪치며 날아온 파르온의 발이 내 몸을 차서 나 또한 저 뒤로 날아갔다. 다행히 먼저 선수를 치면서 검을 휘둘렀으니, 발차기 공격은 얕은 수준으로 끝났지만, 파르온의 왼쪽 귀걸이 한쪽이 밝은 빛을 내면서 주변에 있는 마법진을 지워나갔다.
“윤회의 구슬 조각으로 만든 귀걸이다. 그런 얄팍한 시공간마법으로는 나를 막지 못하지.”
파르온의 빛의 검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타도 또한 푸른 빛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하나는 검강<Aura Blade>인데...다른 하나는 뭐지?”
[저건 파멸의 빛이다. 하지만 저건 분명 짐이 알기로는...]
레시아는 잠깐 끊더니 믿을 수 없다는 말로 다시 텔레파시를 보냈다.
[저 빛은 비니스 여신의 유일한 공격적인 권능으로 알고 있다.]
무기에 권능이 담겨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무렵. 나를 향해 내려치는 거대한 에너지를 마주하며 나 또한 상쇄하기 위해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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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의 진정한 적수는 역시 역할과 아이템으로 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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