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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레시아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하나가 있다. 트리니티를 잡기 위해서 시행해야 할 결정적인 계기가 준비되지 않았으니, 티르의 이목을 중심적으로 끌어서 낚아 올리는 미끼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미끼의 가장 중요한 점은 몰래 정보를 흘리는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끼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는 것. 티르가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여전히 티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는단 말이죠?”

 

아직까지 가설과 추측 단계에서 놀고 있는 지금도, 뇌를 초고속으로 움직여서 어떻게 해야 그나마 좋은 퍼즐이 되어가는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점점 생각이 가중될수록 머리만 아파지고 정신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우리가 달리면 체력이 떨어지듯이, 창의적인 생각만 해도 정신력이 떨어지는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

 

티르가 원하는 것은 결국 신인류가 세상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아주 간단히 말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레시아의 말.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저는 배웠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시나의 말.

 

첩은 먼저 티르가 어째서 호문쿨루스들을 이용해서 바로 침공하지 않는지, 그 이유부터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왕님.”

 

먼저 상대가 소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마리아.

소극적인 이유야 당연히 호문쿨루스로 계획의 핵심을 파괴하려는 그런 것들만 했으니까. 예를 들어 1만명의 호문쿨루스가 내 잡화점으로 찾아오다가 망해버린 것이라면, 섣불리 소모전을 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계발의 진행이 많이 된 것에 비해, 계획의 진전이 좀 늦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트리니티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별의 아이 계승식처럼, 중대하고 거대한 행사를 먼저 해야 움직일 것 같기도 해요. 아니면 먼저 쥐를 잡듯이 모든 지하기지를 격파해야 하거나...”

 

매우 심각한 상황이거나, 가장 중대한 이벤트가 나와야 할 터인데...

 

이제 곧 용사들의 연회가 끝나가지 않는가? 애초에 겨울에는 시상식이 있으니까...”

 

그건 그냥 해산만 하는 거잖아요? 어차피 보상이나 증표는 각자 살고 있는 집으로 갈 테니까요.”

 

이런 이벤트로도 써먹지 못하는 것이 더 크구나.

 

디엘고라를 만나도록 하죠. 트리니티의 동선을 확인하려면 그게 최고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주인이 그 모습으로 접촉을 하면 주인의 친구가 위험해 질지도 모른다.”

 

. 그렇네요. 그럼 누가 제 대신...”

 

아니. 주인. 멈추거라.”

 

검은 고양이는 벽난로에 웅크리다가 몸을 쭉 피며 나를 쳐다봤다.

 

그때는 주인이 그럼 레시아. 저를 여장시켜주세요.”라던가 그럼 여체화를 부탁하죠.”라는 그런 좋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

 

그게 어딜 봐서 좋은 선택지야! 정신 나갔어! 정상적인 남자의 사고기준이 아니라고!”

 

여김 없이 태클을 거느라 바빴다.

결국 나만 고생하는 거잖아.

 

애초에 옛말에 하루에 한 번 여장을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말이 있듯이. 주인도 지금은 꾸준히 여장을 해야 다음 13호를 찍을 때, 더욱 눈에 띄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누가 그거 하고 싶데!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것이 여장모델인데! 그리고 억지로 나를 납득시키기 위해 좋은 속담을 멋대로 수정해서 더럽히지 말란 말이에요!”

 

책의 중요성을 알리는 속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고, 그런 레시아를 지켜본 시나는 나에게 천장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옛말에 한 위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여장을 기준으로 BC AC로 나뉜다. Before Cosplay, After Cosplay.”라고...”

 

여장으로 왜 인생이 갈리냐고!”

 

확실히 따지고 들면...시나의 말이 맞긴 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건 납득하기 싫다.

 

위인과 속담을 인용하면서까지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애초에 정통적인 방법이 있잖아요? 로브를 뒤집어 쓴다거나, 후드를 뒤집어 쓴다거나. 게다가 솔직히 디엘고라 용병단에 가서 제가 멋대로 떠들겠어요? 만나는 장소도 따로 선별해서 몰래 만나는 거지.”

 

레시아는 멍하니 나를 보고 있다가 한 마디 뱉었다.

 

러브호텔?”

 

거길 왜 가냐!”

 

내가 살아온 역사상 남자끼리 러브호텔에 들어가서, 가장 강대한 세력에 맞서 정보를 교환한다는 그런 일은 절대적으로 없었다.

 

독자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씬이 되겠군?”

 

아니! 아니! 아니! 어째서 진행되고 있는 거에요!”

 

짐이 직접 경험한 것을 기억하면...주인은 수로 가겠군?”

 

그런 거 말하지 말란 말이다!”

 

곧바로 레시아에게 다가가서 아이언 클로를 걸고, 땅바닥에 발버둥치는 레시아의 움직임과 비명이 잡화점을 한 가득 채웠다. 시나는 그런 모습을 위에서만 보고 있었고 레시아는 아프다! 멈추거라! 잘못했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대략 20초 정도 지나서 아이언 클로를 풀어줄 무렵.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알리는 종이 시끄럽게 울렸다. 하멀 씨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막대 사탕을 문체 나타나면서 입을 열기를...

 

너 때문에 왕국 수석 수사관인 내가 소음공해로 이곳에 출두하게 만들었잖아? 어떻게 할 거야? ?”

 

어째서 불량배 모드? 그리고 지금 계절은 겨울이라고요? 그러고 다니면 안 추워요?”

 

말 그대로 지금 불량배처럼 단정하게 단추를 채웠던 제복은 멋대로 풀고, 소매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깨에 걸치면서, 머리에는 빨간색 띠를 매고 잡화점에 찾아왔다. 각목을 대신할 게 없었는지 왠 지팡이 하나를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하멀 씨 입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 부인에게 들으니까. 요즘은 상남자가 대세인 것은 확실하지만, 불량배나 깡패와 같은 분위기로 나아가면 상남자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을 거라고 들었으니까.”

 

그거 그냥 상놈이에요...”

 

아니. 하멀 씨의 부인은 취향이 그쪽인가? 불량하지만 자신에게 따듯하게 대해주는 그런 반전 있는 남자. 요즘은 반전 있는 매력이 대세라고 하더니 지금 그걸 실현하고 있는 걸지도.

 

그나저나 소음공해로 여기까지 하멀 씨가 올 일은 없고, 무슨 일로 여기까지 다 오셨나요? 뭐 알아내셔서 정보 공유라도 하러 온 건가요?”

 

하멀 씨는 머리를 긁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상남자다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부하에게 내 일을 전부 맡겼는데. 덕분에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게 있기는 좀 뭐하고 해서 여기에 찾아온 것뿐이야.”

 

그럼 그대가 일하면 되지 않는가! 부하에게 맡기고 오다니 그릇된 상사 아닌가!”

 

마리아가 그렇게 소리치자 레시아가 움찔거렸다.

하멀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철판을 깔아버린 듯한 얼굴로 이야기 하기를...

 

그래서 지금 여기서 무슨 작전을 새우길래, 평민이 다크니스 핑거를 사용하면서, 동방불패의 춤을 추기 시작한 거야?”

 

동방불패의 춤은 뭐에요? 누가 보면 제가 로봇까지 타는 줄 알겠네요.”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트리니티를 포획하고 정보를 캐낸다는 그런 계획을 말해줬더니, 하멀 씨는 고개를 저으면서...

 

세상이 그렇게 쉬웠으면 이미 신인류 사건은 종결되었겠지. 지금 아르칸 제국 내부에서 게릴라 전이 사방 팔방으로 나고 있고, 칸포리우스 제국에서도 신인류를 잡기 위해 인퀴지터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추세인데. 아직까지 신인류의 전투력이 측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간부를 먼저 잡으려고 하다간 오히려 피해만 받고, 심하면 침을 흘리게 될 거야.”

 

그렇...아니. 침을 흘리는 건 또 뭔데요!”

 

그거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잖아.

 

게다가 그 신인류의 간부로부터 바이츠 더 더스트가 발동하면 어떻게 해? 영문도 모르고 매번 한 시간씩 폭살 당해서 죽어야 한다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만화책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니까 신경 안 써도 되겠네요. 하멀 씨는 그럼 뭐 좋은 수단이라도 있나요? 지금 당장이라도 신인류를 부셔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그거야 흑막을 찾는 거지.”

 

흑막?

 

아니. 티르가 최대 흑막 아니었어요? 유랑극단을 농락할 정도로 최고의 흑막이었잖아요?”

 

티르가 지금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이유가 좀 이상해서. 보통 수만 명의 눈에서 빔이 나가는 병사를 두고, 제국은커녕 마을 하나를 제대로 침공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잡화점만 집중으로 노려서 1만명이라는 대군을 보낸 것도 그렇고...좀 이상하지 않아? 너는 만약 엄청 강력한 병사 1만을 주면 뭐에 쓸 거야? 고작 집안일을 시킬만한 규모가 아니잖아?”

 

그럼 티르 이외에도 잡화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에요?”

 

그렇지. 엘티노스라기 보단 잡화점을 목표로 뭔가 하는 사람이 있기에 가능하지.”

 

하멀 씨는 아무래도 가설로 흑막에 대한 설을 말하는 것 같았다. 마리아가 아까 전에 말을 한대로, 티르의 소극적인 공격태도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뭔가 더 준비할게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흑막의 명령을 받고 아직까지 대기를 하는 것인지. 계속해서 디엘고라에게 신인류에 대한 정보를 들어야 한다는 중요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럼 결국 디엘고라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네요.”

 

러브호텔에서?”

 

그놈의 러브호텔 다 부셔버릴라!

애초에 러브호텔은 파이론이나 프리트론에는 없잖아!

여관이 있지!

 

하멀 씨는 대체 언제부터 잡화점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2시간 전부터?”

 

얼어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잖아요!”

 

저건 상남자라고 평가 받을 만 했다.

아무튼...

 

디엘고라는 인간으로 변장을 할 수 있으니까. 접전장소는 프리트론에 있는 음식점으로 하면 될 거에요. 거기서 정보공유를 하거나 이야기를 좀 하고 오죠. 그리고 되도록이면 티르의 관심을 끌만한 아이디어 회의도 해보고요.”

 

레시아와 시나는 각각 나에게 몰려왔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 짐이 따라가야겠군.”

 

마스터.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레시아와 시나는 각각 내 양쪽 어깨에 올라와서...

 

-스르륵!

 

잠깐? 어째서 둘 다 몸 속으로 들어가는 거에요?”

 

내 안에서 레시아가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야 당연히 추워서 그런 것 아닌가? 이번 기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춥다고 생각한다. 주인의 의식공간은 찬바람 들어가지 않아서 정말 좋군. 뇌가 구멍이 뚫리지 않았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뇌가 구멍이 뚫리면 위험하잖아!”

 

보통 뇌가 구멍이 뚫리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멀 씨는 갑자기 헛기침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갈까? 마침 일이 없어서 심심하던 찰나에 잘 됐군.”

 

따로 수사나 하세요!”

 

하멀 씨는 능청스럽게 입을 열은 내용을 태클 걸었지만, 하멀 씨는 오히려 지금 덤비냐?”라는 눈빛을 나에게 쏘아붙이며 입을 열기를...

 

지금 내가 추운 곳에서 2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대기하고 있다고 만만하냐?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 식물처럼 인생을 홀로 서서 있어야 하냐고? 나도 가끔은 평민이 어떻게 하는지 뒤에 따라다니면서 비웃으면 안 돼?”

 

남의 일에 훼방을 놓으면 안 되잖아요! 지금 불순한 동기로 가득 찬 상태로 제가 하는 일을 방해하겠단 소리 아니에요!”

 

괜찮아. 나도 수석 수사관이야. 설마 발목이라도 잡겠어?”

 

. 발목은 안 잡는...”

 

발목을 날려버리지.”

 

날리지 말라고!”

 

나는 다시 하멀 씨에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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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만담만 쓰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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