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9 [Refresh]
29
루시피나 씨의 반응을 보아하니, 딱 봐도 뭔가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내가 눈치 없게 섣불리 말하다간, 바로 본 모습으로 돌아가, 나에게 브레스를 날리거나 흔적도 없이 갈갈이 찢어버릴지도 모르지. 그렇게 내가 살 가능성이 점점 0%에 가까워져 갈 때에, 레시아는 다시 한 번 도발하기로 했는지 말을 이어갔다.
"짐은 주인의 사역마로서 많은 세월을 함께 해왔다. 하지만! 그대는 주인을 신랑이라고만 생각하고, 일족의 번영을 위해서 내 주인을 꼬드기려고 하지 않는가? 짐은 주인의 많은 습관들도 알고, 심지어 주인은 짐이 모르는 줄 알고, 몰래 몰래 읽고 있는 빨간 소설책의 존재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대는 주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레시아는 나를 대변하듯이 루시피나 씨를 질타하듯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빨간 소설책이라니! 그건 색상이 빨간 마법서였어! 그 안에 금기들이 이리저리 섞여있어서, 레시아 몰래 읽고 있었던 것뿐이야! 절대 이상한 책이 아니라고!
"머..."
루시피나 씨가 부들부들 떨면서 작게 뭐라 중얼거렸다. 뭔가 상당히 열 받은 듯한...
"멋져! 난 그런 유대감을 갖고 싶은 거야! 역시! 마왕이 먼저 카일과 같이 살아와서 더 잘 아는 거지! 마왕! 나에게 정보 좀 공유해줘!"
루시피나 씨는 눈이 한층 더 반짝이더니, 레시아와 나에게 치명적인 당황을 선물해줬다. 단단히 잘못된 사태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우리는, 저기 구석에 있는 집 앞까지 이동한 뒤에, 소근소근 이야기 했다.
"주인. 저 도마뱀의 정신상태가 이상하다."
"레시아. 분명 루시피나 씨에게 포기하라는 말을 얼마나 돌려서 말하는 거에요?"
"짐은 말을 할 때, 평범한 말로 하면 전부 겁이 먹어서 습관이 이런 것뿐이다. 지금은 저 머리에 꽃밭인 도마뱀의 상태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
"레시아가 직설적으로 예기하면, 말을 들을까요?"
"저런 상태에서 짐이 가차없이 냉랭한 말을 해도, 또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날뛰는 게 분명하다. 지금은 그냥 말을 아껴야 한다."
도중에 티르빙이 불빛을 점멸하며, 소리를 냈다.
"그런데 왜 카일 형씨는 저 드래곤의 약혼에 거절하는 거야?"
"그거야..."
그거야 당연히...
나는 인간이고, 루시피나 씨는 드래곤이기 때문이다.
종족의 벽을 넘어 사랑해봤자. 종족이 남겨준 수명은 뛰어넘을 수 없다. 하지만 레시아는 나에게 여전히 불만 있는 듯이 입을 열은 내용은...
"주인은 저렇게 적극적으로 구애가 강한 여자에게는 흐지부지한 게 문제다."
"누가 흐지부지했다고 해요!"
"흐믈흐믈한게 문제다!"
"이번엔 왜 흐믈흐믈이야! 내가 슬라임이냐!"
다시 돌아와서는 티르빙이 점멸하며 루시피나 씨에게 말했다.
"카일 형씨는 루시피나 씨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 만나자 마자, 바로 혼약을 하거나 그러지 않는 사람이야. 물론. 나 또한 카일 형씨와 대면해서 싸워본 적이 있기에 더 잘 알수 있..."
"세상에! 귀걸이까지 말을 하다니! 그보다 카일이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티르빙의 말을 끊고 오히려 티르빙에게 내 정보를 캐낼 정도의 폭주상태.
설마...레시아의 그 말이 기폭제가 되어, 아까부터 제멋대로 해석을 하는 중이 아닐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루시피나 씨? 1+1은?"
"3!"
"이유는요?"
"나와 카일과 그리고 아이!"
안되겠어, 이 녀석 어떻게 하지 않으면...
사상 최악의 폭주기관차를 나와 티르빙, 레시아, 메이가 멀뚱히 지켜보면서 오히려 레시아의 그 말은 좋은 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머리 좀 식힐 겸, 우리가 지금 있는 마을인 '트리드럼'에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서, 음료를 선택했고, 루시피나 씨는 계속 폭주중이라, 뭐라고 말하는 간에 내가 태클을 걸어야만 했다.
레드 드래곤이 이래서 위험하구나. 그리고 각각 원하는 음료가 나오고, 루시피나 씨는 차가운 레몬에이드를 마시면서, 차분히 이성을 되찾았다.
"미안해. 내가 한 번 들뜨면, 쉽게 가라앉는 성격이 아니거든..."
루시피나 씨. 그건 들뜨기보단...폭주에 가까웠는데.
다른 곳에서 어떤 소년이 전력이 없는 위기에서, 타고 있던 초호기가 폭주를 하여, 멋지게 천사라는 이름의 괴물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내용이 생각날 정도로 강한 인상을 줬다.
차츰 사태가 가라앉을 때, 루시피나 씨는 남은 레몬에이드를 들이킨 이후에, 입을 열었다.
"카일은 나를 생각해서 멋대로 혼약을 하거나 그럴 수 없는 거지?"
따지고 보면, 꼭 그 이유는 아니다만, 그래도 오래된 이야기 속에는 다른 종족과 인간이 같이 행복하게 지냈다고는 나왔다만, 인간이 먼저 죽어서 다른 파트너가 슬픔에 자결하거나, 인정하기 싫어서 부활을 시키기 위해 금단의 기술을 꺼내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이 난잡하게 쓰여진 소설들을 많이 본 이후에, 한 번쯤은 하루라는 시간이 없어질 정도로 고찰을 한 적도 있었다.
"카일. 배고파."
메이는 다시 배고프다면서 나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추가로 핫 케이크를 더 시킨 이후에 이야기를 진행했다.
"주인? 샌드위치도 있지 않았나?"
"최근에, 식당에서 주문하는 샌드위치가 사망플래그로 자리 잡고 있어서요. 덤으로 핫 케이크를 주면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나 뭐라나..."
"흠. 기묘한 이야기로다."
레시아와 짧은 잡담은 여기서 끝내고, 루시피나 씨는 곰곰이 생각하듯 입을 닫고 있다가, 드디어 결심을 한 듯이 말을 했다.
"좋아. 정했어."
"그러면 저는 집에..."
"카일! 내 레어로 와!"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겁니까? 그보다 또 무슨 속셈이야?
"이유는?"
"카일과 함께 지내지 못 한다면, 카일의 아이만이라도..."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대체 뭘 봤길래, 그런 극단적인 선택만을 고집해서 하는 거야!"
결과적으로 또 다시 태클을 걸었다. 가끔가다가 이어지지 않으면, 종족의 번영을 위해서 자손만 남기고 남자는 떠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루시피나 씨가 무슨 하피에요? 아니면 라미아인가? ...아니 라미아는 결과적으로 남자가 죽잖아!
...내가 나에게 태클을 걸게 될 줄이야.
"오늘만...안되...?"
루시피나 씨는 애처롭게 눈물을 글썽이면서, 나에게 애원하듯 입을 열었다. 물론 다른 남자들은 청순하고 빼어난 외모를 가진, 여자가 자신에게 부탁하듯이 애원을 하면, 전부 넘어가거나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지만...
"안약으로 속여도 소용 없어요."
"칫! 역시 눈치가 빨라..."
나의 단 한마디에 루시피나 씨의 작전은 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루시피나 씨는 "다음 작전은..."이란 말과 함께, 어디서 나오는 정체 모를 법한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저 책을 토대로 내 반응을 계속 떠 본거야? 다른 사람은 연애를 책으로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
"메이는 여관에서 혼자 있게?"
메이는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저녁 7시, 루시피나 씨는 도중에 자신만의 유혹의 기술을 갈고 닦아 온다고, 어디론가 휙 날아가버렸고(아직까지 포기를 안 했다.), 나는 잡화점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레시아는 귀환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안리아스의 수정구중에 복사본을 줬다. 본래 녹음과 녹화의 기능이 있지만, 이것을 잘 이용한다면 통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험 삼아 주는 것이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나 아니면 레시아에게 연락을 해줘. 뭔가 녹음 되었을 때는 수정구의 빛이 나타날 거야."
메이는 씩씩하게 엄지를 척 올리면서, 레시아를 물고 있...
"도움! 도움!"
"레시아는 물지 말고!"
가면 갈 수록 레시아가 불쌍해 보인다. 다시 레시아를 메이의 입 속에서 구출을 한 뒤에, 레시아의 바닥에서는 마법진이 나타나서, 나를 공중에...?
"아 진짜! 왜 내가 나타날 좌표는 이 모양이야!"
지상에 다시 추락했다. 물론 드라고니스에서 처음 갔을 때의 스카이다이빙을 하던 높이는 아니지만, 사람은 높던 낮던 떨어져서 넘어지면 아프다. 한 동안 고통을 끌어안고, 신음을 흘려야 했던 고통이 없어질 때까지 안정을 취해야 했다.
"어서 와! 카일! 오늘은 힘들었지?"
어라?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인데?
"나부터 할래? 아니면 목욕부터 할래? 아니면 식사?"
"선택 순서가 반대가 되었는데요. 그보다 여기서 뭐 하는 건가요. 루시피나 씨..."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루시피나 씨가, 아까 만났던 복장에 앞치마를 입고, 한 손에는 국자를 들고, 전형적인 모습으로 전형적인 대사를 반대순서로 읊으며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으로 봐서는, 국자는 악세서리 아이템이 아니라, 실제로 요리를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잡화점은 주인이 아닌 이상 열어주지 않을 텐데?
"잡화점에 어떻게 들어온 거에요?"
"엘티노스와 만난 적이 있다고 했잖아? 그때 몰래 알려줬거든. 물론 엘티노스의 파트너 중 하나가 우리 어머니야."
"그래서 그 책에 그렇게 실려있었군..."
"책?"
"아닙니다.
아무튼 고통도 잦아들어서 천천히 일어나, 레시아와 같이 루시피나 씨가 만든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여러 진수성찬이 있는 것으로 봐선, 꽤나 힘을 들이면서 만든 듯 했고, 레시아 또한 상당히 만족스러웠나 보다.
"호오. 이런 음식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군, 루시피나라고 했던가? 마왕성에 주방장 자리가 비는데 어떤가?"
"난 너를 위해 요리를 한 게 아니라고...어때 신랑! 맛있어?"
내가 먹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게 웃는 루시피나 씨에게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다행이다."라는 말과 함께 루시피나 씨는 내가 식사를 하는 20분간, 나를 뚫어져라 보고만 있었다.
"안 먹어요? 모처럼 루시피나 씨가 만들었는데?"
부담스러운 시선에 못 이겨, 루시피나 씨에게 물어보자, 루시피나 씨는 그때를 노린 듯이 한마디의 단어를 꺼냈다.
"아~"
...
잘 익은 바비큐 치킨의 일부를 썰어 넣어줬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면서 먹고 있는 루시피나 씨의 모습을 본 레시아는 갑자기 식탁에 올라갔다.
"주인. 짐에게도 먹여주는 봉사를 허용한다."
그러고 레시아가 입을 벌리자, 나는 하는 수 없이 고기를 썰어서 입에 넣어줬고, 15분이란 시간 속에서 나는 바비큐 치킨을 계속 썰어서, 루시피나 씨와 레시아에게 번갈아 가면서 줘야만 했다. 식사를 끝마치고 허브티를 끓였다.
"그보다 루시피나 씨?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건 가요? 곧 잡화점을 열어야 하는데?"
"음. 카일을 데리고 로드에게 혼약신고만 한다면, 평생 여기에 있을 수 있겠지."
"제가 말한 것은 루시피나 씨의 바람 아니라 지금 현재를 뜻하는 말이에요."
"카일과 같이 로드에게 가서 혼약신고를 할 때까지."
"그거 그냥 평생 따라다니겠단 소리 아니에요?"
"그거야 신랑이 좋으니까!"
매우 심플하고 단순한 이유였다. 그렇게 화사하게 웃으면서 말하지마, 심장에 좋지 않는 파괴력을 띈 어처구니 없는 단 한마디에, 한숨을 내쉬면서 데미지를 경감시켰다. 하지만 레시아는 여전히 여유를 부리면서 웃었다.
"후훗. 지금 저 도마뱀을 주인에게 매료시키면, 짐은 마나창고와 함께 거대한 전력이 들어오게 되는군. 역시 짐의 계획대로야."
레시아의 귀를 잡고 올렸다.
"자...!잠깐 주인! 고양이 귀는 예로부터 민감한 곳이라고, 전해 내려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가!"
"뭐가 계획대로인지 제대로 말 안 하면, 한 쪽 귀를 더 잡아서 올릴 거에요?"
"주인! 얼굴이 무섭다! 그만! 그마아아아안!"
3분간 계속되는 심문에 레시아는 토라져서, 훌쩍거린 체 저 구석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물론 레시아가 한 소리에 무의식 적으로 저지른 행위이지만, 이렇게 보면 내가 매우 나빠 보이잖아? 따라서 나는 아이니스에게 구입했던 육포를 들고, 레시아에게 갔다.
"그냥 허세 좀 부린 건데...훌쩍...내 맘도 모르고...히끅!"
그런 말은 누구든지 다 의심할거라 생각하는데요? 레시아는 마왕이니까...
"그거야 레시아가 이상한 말을 멋대로 하니까 그렇잖아요. 여기 육포요."
레시아는 내가 든 화해의 육포를 낚아채고는 분풀이 하듯이 씹었다. 평소보다 더욱 격렬하게 씹는 듯 한데, 레시아가 말하는 것은...
"카일! 이 녀석! 이 녀석!"
"내 이름을 말하면서, 육포를 격렬하게 씹는 것은 그만두실래요?"
"아얏!"
순식간에 레시아가 들썩이더니, 다시 울먹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혀 깨물었다. 주인."
"약 가져올까요?"
"이정도는 핥으면 금방 낫...어라? 짐의 혀는 짐이 핥을 수가 없군. 주인이 대신 짐의 혀를 대신 핥아달라."
"소독약을 가져올게요."
나는 즉답으로 말한 뒤에 루니아 씨가 준 소독약으로 레시아를 치료했다. 레시아는 쓰라린 고통을 감각이 몇 배나 높아진 고양이의 혀로 견딜 수가 없어서, 거대한 비명이 잡화점에 울려 퍼졌고, 소독약은 레시아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마을에서는 잡화점에서 마을 여자를 상대로 인체실험을 하고 있다는 괴상한 루머가 20분 만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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