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6 [Refresh]
26
새벽 2시.
아직까지 준비할 시간은 많고, 게다가 사람은 최소 4시간을 자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까지 일해야 한다면, 아마 새벽 2시부터 4시까지가 가장 큰 고비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눈을 감으면, 편안한 부유하는 감각을 느끼며, 기분 좋게 있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위화감을 받아 눈을 뜨면, 어느새 5분씩 지나가있다. 하지만 카운터 앞에 앉아있는 레시아는 멀쩡한 눈으로 주변을 보면서, 공기의 입자를 하나하나 볼 듯한 집중력으로, 입구만 주시하고 있다.
오늘따라 피로가 많이 쌓인다.
최근에는 레시아에게 부탁하고, 틈이 나면 눈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레시아가 불평 없이 들어주는 게 든든했고, 티르빙도 잠들어 있는지, 가끔가다 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드라고니스에 가서 용의 이빨이든 손톱이든 뽑아와야 할 생각에, 상당히 골치도 아픈데...천천히 생각하면서...쉬워야...
-콰앙!
"그러니까! 제대로 넘으라고 6번째 양!"
다시 태클 걸면서 일어났다. 현재 시간은 2시 30분. 벌써 30분이나 자버렸나. 레시아는 나를 돌아보더니.
"제대로 뭘 넘는 건가?"
"그...사람들이 잠이 안 오면, 자기 위해서 양을 센다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잠이 들려고 할 때마다 양들이 나와서 울타리를 넘거든요. 그걸 세고 있다가, 한 녀석이 울타리에 돌격해서 부딪치니까, 거기에 태클을 걸다가...잠깐? 내가 왜 이걸 설명하고 있지?"
"평소보다 더 많은 헛소리를 하는 것을 보아하니, 주인도 많이 지쳤군. 설마 자신이 만들어낸 바보 같은 상상에, 자신이 직접 태클을 걸 줄이야. 게다가 그 장황하고 상세한 설명은 또 뭔가? 그대는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해, 존재의의를 가진 인기 없는 설명캐릭터인가?"
"그 캐릭터는 인기 많아요!"
아마...
인기 많으니까. 기억하는 몇몇 사람들이 따라 하잖아?
나도 그 중에 한 명인가?
-딸랑~딸랑!
새벽 2시에 문을 여는 손님은 가게의 빛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대륙에서 왔는지 특이한 인상을 주는 손님이었다. 한 손에는 단검과 허리 쪽에는 해골머리가...? 복장을 보면, 이상한 나무가면과 함께, 온 몸에는 알 수 없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옷이었다. 게다가 머리와 귀, 그리고 목걸이도 형형색색의 새 깃털로 되어 있는 걸로 봐선...평범한 사람은 아니겠지.
덕분에 나에게 끼어있던 수마가 전부 달아났다.
뭔가 기묘하게 보이는 눈동자가 그려진, 나무가면을 쓴 사람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소리를 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신가...음? 내가 말하는 언어를 쓸 줄 아는가?"
"아뇨. 대체 왜요?"
"난 분명히 자네의 말이 내 마을에서 말하는 언어로 들린다만?"
"아마...잡화점이 대화를 번역한 뒤에, 들려주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물론 이것도 잡화점 미스터리 중 하나.
인간뿐만이 아니라 마물에게도 말이 통해야, 물품을 팔 수 있지만, 아직까지 어떻게 번역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장치를 통해 번역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지, 그것은 밝혀내지 못했다.
"신기한 집이로군. 그보다 독화살개구리를 사러 왔네, 독침을 만들어야 하는데, 독화살개구리가 다 떨어졌거든."
물론 독화살개구리를 안 파는 게 정상적인 상점이지만, 이 상점은 물품이 매우 다양하게 들어와, 찾기 쉽도록 앞 글자가 기호로 된, 리스트 책을 쭉 본 결과. 독화살개구리가 있다. 그런데 대체 이런걸 언제 잡았지? 아니면 물품이 올 때, 같이 섞여서 들어오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2층 수납공간에서 유리병에서 가사상태에 빠져있는 독화살개구리를 줬다. 유리병 안에는 20마리 정도가 잠들어 있었다. 그나저나 애초에 말이 안 통했던 사람이라면, 대륙공통화폐나 다른 제국의 화폐를 가지고 있을 텐데...
"내가 돈이 없지만, 이 가면을 받아주게나."
애초에 이곳은 물물교환도 많이 했다.
근데 이 가면은 뭔가요?
"어느 광대가 자신은 필요 없다면서, 나에게 준 가면인데, 지니고 있으면 다른 자가 걸어오는 저주를 반사를 한다고 했다네. 그자가 3달 전에 이 잡화점의 존재도 알려줬다네."
"그...그렇군요. 그럼 잘 간직할게요."
시체협회 회장님께서 내 목숨을 노리시니까...
다시 입구 쪽에 있는 종이 울리자, 기묘한 복장의 손님이 떠났다. 가면의 형태는 흰색을 바탕으로 눈 부분에는 시야가 보이도록 구멍이 났다. 뭐지? 눈만 달린 달걀귀신같은 이 가면? 정말 특징을 찾아서 발견해야 하는데, 세밀한 것도 없을 정도로 특징이 없다.
"그나저나 이상하네요?"
"주인의 마을 안에서 받는 취급은 상당히 부정적이고, 어느 누구도 추천하지 않을 것 같다만...대체 광대가 누구길래 이곳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겠군."
나 또한 광대를 만난 적이 없다. 여전히 티르빙이 말한, 어릿광대의 단어는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 광대가, 게다가 이 잡화점의 본질을 알고, 그 손님에게 추천까지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릿광대는 대체 정체가 뭘까요?"
"혹시. 이곳에 전에 일하던 전 주인이 아닌가?"
레시아의 추측은 가장 기초단계부터 시작했지만...
"전 주인은 분명히 광기에 미쳐서, 우리 마을에 있는 경계병들에게 제압당하고, 감옥에서 아직도 하루 종일 중얼거리고 있어요."
"흠...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도 그렇네요."
아직도 미스터리는 많다.
잡화점에 얽힌 사연들.
하지만. 지금 주인인 내가 풀어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싫어도 알 게 될 것이라는 기대심을 품으면서...
시계를 바라봤다.
***
아이니스는 아침 일찍 신문을 돌리는 일을 아직도 하고 있는지, 내 잡화점에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아이니스는 언제나 같은 시간인 아침 8시에 돌을 던졌다. 그보다 노크하라고, 노크가 얼마나 매너 있고 좋은 행위인데...
"내가 나중에 너에게 먼저 돌 던지기 전에 노크부터,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어떠니? 아이니스."
태양의 황금빛을 받은 은색의 머리카락은 화사하게, 내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정말 이 녀석은 언제 철이 들 생각인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니스의 답변을 기다렸다.
"아저씨야말로 재혼을 생각하시고 연금 받으셔야죠."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이 말은 분명 아이니스의 신념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저씨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하긴. 모성본능을 자극시키는 외모로 귀부인을 많이 꼬셨으니 실증이 났..."
"20세에 키가 작아서 미안하다! 애초에 나는 거의 170이니까 그리 작지 않거든! 그리고 오빠라 부르라고 말했잖아!"
"아. 미안해요! 아저씨. 지금이라도 불러드려요?"
"그 문장으로 나에게 전혀 미안한 감정이 없다는 걸 알았어. 그리고 아저씨라고 부르지마."
게다가 여전히 아이니스가 잡화점에 돌 던지는 연습을 하는 이유는...
"봐봐요. 이제 5개도 손쉽게 조종할 수 있어요."
빌려준 마법책을 바탕으로 염동력을 연습하고 있다. 엘티노스의 책이 좋은 건지, 아니면 아이니스의 재능이 뛰어난 것인지, 여전히 갈피를 못 잡을 때. 언제나 5실버를 주고 신문을 펼쳤다.
왕국신문
시체협회 회장님의 이변! 세상에 이런 일이!
시체협회의 회장인 '라무스 드락케리스'협회장은 오늘 아침 7시에 쇠약해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한 남성의 찍힌 사진을 대상으로 저주의식으로 추정되는 칼과 마법진, 그리고 재료로 쓰이는
저주 의식으로 사용되는 '손쉽고 빠른 저주 의식'이란 소제목을 가진, 반켈의 책 사본이 발견되었다.
저주는 음마의 저주로 추정되며, 이 저주에 걸리게 되면...(생략)
음...설마...
아니겠지.
나는 쓸모 없는 생각을 지우고, 신문을 접고 본 풍경은 육포를 받아 먹는 레시아와 옆에서 엎드린 체, 아이니스가 주는 육포를 받아먹고 있는 메이를 보고 있었다.
음?
"메이! 너 뭐하고 있는 거야!"
"난 메이 아냐. 야옹."
"루니아 씨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뒤에 '야옹'이나 '냥'만 붙인 것만으로, 자신이 고양이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메이는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올렸다. 맥이 빠지는 나의 몸은 어깨가 축 늘어졌다. 대화가 통하기는커녕, 난 아직도 메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요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죄다 자신들의 페이스로 밀어 붙이는 걸까? 라고 생각하던 찰나, 아이니스가 다시 나에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 애는 왜 여기 있어요?"
"메이도 용사들의 연회에 참가자야. 다른 용사들이 파티에 껴주지 않아줘서, 나에게 손을 빌리고 있어."
"그런 거짓말을 해서 넘어갈 생각 하지 마요."
아직도 내 말을 믿지 않는 아이니스가 벌레를 멸시하는 눈으로 나를 봤다. 그러니까. 그 눈으로 왜 보는 거야?
"좋아요. 위병에게 넘기고 싶지만, 이번만 눈 감아줄게요."
"어째서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전제로 흘러가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하는 그 상상들 전부 없는 일이니까. 헛소리 그만 해줄래?"
"그럼 초콜릿 플레ㅇ...!"
"무슨 뇌로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왜! 그런 바보 같은 발상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거야!"
보통 어린애들은 전부 순수하고, 착하다는 편견을 부수는 게 아이니스가 아닐까? 그렇게 난 생각했다. 조만간 아이니스의 뇌를 열어서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 체. 아이니스에게 추가로 육포를 더 샀다.
이제 드라고니스로 가야 하기 때문에 준비할 것도 있으니, 1층에 있는 물품과 2층과 3층에 있는 물품도 챙겨야만 했다. 아이니스를 뒤로 한 체, 물품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
"하아! 잘 잤다!"
여전히 내 귀에서 발광을 하며, 티르빙이 말을 걸어왔다. 너무 많이 자는 것 같은데...그보다.
"너는 귀걸이면서 잠이 필요하냐?"
"카일 형씨. 모든 생명들은 언젠가 잠을 자게 되어있다고? 게다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지금 나에게는 상당히 피곤한 작업도 하나야."
"피곤한 게 아니라 지루한 거겠지."
어제 받은 하얀 가면은 품 속에서 꺼내서 다시 확인했다.
"그 가면은?"
티르빙이 물어볼 줄 알고, 계속해서 생각을 정리해서 말했다.
"새벽 2시에 손님에게 받은 물건이야. 물론 좀 이상한 일을 들었거든?"
그리고 티르빙에게 어제 있었던 의문점을 말하자, 티르빙은 잠시 동안 말이 없다가, 붉은 빛이 점멸하면서 나온 소리...
"모르겠어."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하긴...귀걸이가 어디 백과사전도 아니고, 물어본다고 해도 저장된 지식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는 법이다. 나는 귀족이 사용할 듯한 모양의 기프트피어스를 주머니 속에 넣고, 가방을 하나 꺼냈다. 물론 그 가방에는 '하늘에서 떨어질 때, 줄을 잡아당기면 재미있어!' 라고 쓰여있는 정체불명의 물건을 등에 짊어졌다.
"그건 왜 챙기는 거야?"
티르빙이 나에게 물어봐도,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필요할 것 같아서."라고만 말하고, 레시아와 메이를 3층으로 불렀다.
"그나저나 티르빙을 어떻게 문고리에 붙잡게 하죠?"
레시아에게 물어본 결과. 내가 티르빙에게 마나를 부여하면, 티르빙이 일정 마나를 받아 검이 되고, 그걸 넘어서 주게 되면, 인간의 모습이 된다고 한다. 귀걸이에서 뺀 뒤에, 오른손에는 티르빙을 놓고, 마나를 움직여서 티르빙에게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티르빙은 하나의 검이 되었고, 또 다시 인간이 되었다.
"이야. 사람이 되려면 쑥과 마늘만 필요한 게 아니구나."
"그거 전에 네가 다른 신화의 이야기라며!"
티르빙에게 태클을 걸어도 티르빙은 들은 척도 안 했다.
대략 10대 중반의 남자의 모습을 가진 티르빙은 자신의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와 메이 또한 문고리를 잡았고, 레시아는 문고리에 고양이 발을 올려놨다.
"레시아. 그나저나 정말 이러면, 사키엘의 문이 우릴 안전한 지대로 대리고 가는 거 맞죠?"
"사키엘의 문은 천사의 물품이다. 마왕인 나는 잘 모르지만, 인간들은 천사를 잘 믿는다고 하더군. 그러니 믿으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레시아의 말이 끝나자, 모두 합심하여 문고리를 비틀고 사키엘의 문을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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