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65
165
저녁에 열리는 잡화점의 특징으로 오전과 오후는 분명 쉬어야 한다. 새벽까지 날을 새고 다시 자야 하기에, 부엉이보다 더한 일정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1층 바닥에서 잠들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평온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살아가는 동안 나를 힘들게 하고 무너질 뻔한 일도 있었지만, 자는 시간만 되면 우리는 행복은 얻지 못해도, 평온함을 얻어야 한다. 그 이유는...
-쾅!
“6번양! 이번엔 마차를 몰고 와서 울타리를 부수냐!”
일어나면 분명히 기분이 나빠질 것이 뻔하니까. 적어도 눈을 감을 때는 그 어떤 나쁜 일을 예상하고, 계산을 하더라도 억지로 전부 작동중지를 시킨 체, 명상을 하듯이 마음을 비우고 자야 한다. 아니면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6번양이 언제든지 우리들의 잠을 별 이상한 방법으로 깨우게 될 테니까.
아직까지 오전 6시 30분.
더위 때문에 잘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잡화점의 미스터리 중 하나인 적정온도 조절능력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따라서 다른 이들은 열대야로 리베리티아 고원에서 야영하는 것과 달리, 잡화점 안에서 시원하게 잘 수 있다는 것. 잡화점 자랑은 여기서 그만두고 다시 잡설로 넘어가서...
우리가 더 잘 시간이 있다는 것은 소금물과 같은 존재다. 목이 말라서 소금물을 마시면 더욱 더 갈증이 나고 상황이 심각해지는 만큼, 사람은 어쨌든 일어나서 일을 해야 하고, 피로가 말끔하게 풀려서 상쾌한 아침을 바라는 것이지만, 자신이 예상한 것과는 달리 그렇게 자버리면 오히려 피로가 덜 풀리는 듯한 기분이라던가, 컨디션이 더 나빠지기도 한다. 사람은 결국 한번 자면 자신이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자는 것이, 기분에 좋고 피로회복과 정서건강에도 좋은 편이다.
“다시 잘려고요오?”
루니아 누나가 내가 다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긋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아직까지 잘 시간이에요. 그럼 저는 다시 자도록 하죠.”
“그럼 카린 옆에서 언니도 같이 자도록 할게요오.”
“저는 남자라니까요? 그 부분을 항상 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일단 아침에 다시 일어나서 따지는 걸로 하고...”
어쨌든 사람이 다시 자는 것은 소금물과 같다. 하지만 사람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것이지만, 솔직히 탈수인 상태에서 소금물을 마시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지만, 사람이 피곤하다고 해서 다시 자는 것으로 사람이 죽는 경우는 없지 않는가? 그러니 나는 개인적으로 다음 일어나는 것이 버겁더라도, 제 시간이 아니면 다시 자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늘 늘어지게 잘 수 없기에...
그런데...나 아까 누구와 이야기 한 거지?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눈을 감은 상태에서 이름을 불러보기로 했다.
“루니아 누나?”
음...아무래도 너무 피곤한 나머지 환청을 들은 듯한 모양이니, 안심하고 제대로 잘 수 있겠지.
“언니에요.”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1층 바닥에서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가, 루니아 누나의 소리를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이불 밖을 뛰쳐나
-덥썩!
오지 못하고 다시 붙잡혀서 그 상태로 포옹 당한 체, 바둥거리고 있어야 했었다. 무슨 문어인가? 한 순간에 팔이 길어진 것 같았는데?
“아직까지 잘 시간이잖아요오? 도망가면 안 돼요오.”
“제가 도망가기 전에, 이곳에 침입하는 것이 더 안 되는 행동이지 않아요? 그보다 어떻게 들어오신 거에요?”
“현관으로요오.”
잡화점이 또 느닷없이 열어준 건가...
“기사단 내부는 너무 더운 걸요오...흐믈흐믈하게 슬라임 상태가 되어버릴 뻔하다가, 마침 카일이 운영하고 있는 잡화점은 쾌적하다는 것을 생각하고, 이곳에서 열대야를 넘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오.”
“남의 잡화점을 피서지로 지정하지 마시죠.”
나는 되도록이면 떨어져서 자려고 했지만, 느낌상으로는 바위에 끌어안긴 체 탈출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무서운 현상이라고 해야 할까? 결과적으로 나 혼자 기운이 더 빠져서 축 늘어졌다.
“필살기! 카일지옥~”
“무슨 파리지옥이 생각나는 필살기 이름이네요. 파리지옥에게 사과하세요.”
“그나저나 카일은 여자로 되어도 분위기는 똑같네요오? 뭔가 마음이 좀 더 소녀 같아지거나, 감수성이 더 풍부해진다거나, 응석을 좀 더 잘 부리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오.”
“애초에 정신머리가 남자 그대로인데 그걸 바라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에요?”
“츤데레~!”
“당장 안 풀어요! 언제까지 껴안을 생각이에요!”
다시 발버둥을 치지만 무의미한 발버둥으로 돌아가고, 여전히 웃으면서 기뻐하는 루니아 누나의 얼굴을 보면서, 이내 한숨을 공장에서 만들어서 내쉬어야 할 판이었다.
“남자였을 때도 좋았지만, 여자가 되었어도 좋은 향이 나요오.”
그야 샴푸나 바디워시 향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닐까?
잠깐? 샴푸와 바디워시 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마자 생각났는데...
“누나. 갑옷은 대체 어디다 두고 왔어요? 게다가 그 샴푸와 바디워시는 분명 잡화점 안에 있는 목욕탕 물건 맞죠?”
“오늘은 휴가이기 때문이지요오.”
“루니아 누나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웃는 얼굴로 잘 하네요. 그렇다고 생각 하지 않으신가요. 게다가 저번에 휴가 한번 다녀오시지 않았어요?”
“저는 왕궁에서도 기사단으로 활동했던 시절에 단 한번도 휴가를 쓰지 않았거든요오. 그래서 그런지 누적된 휴가를 계산하면 앞으로 1년은 더 쉴 수 있는 정도?”
대체 어떤 사람이 그 지경이 되도록 일을 시켜요?
***
아침 9시 50분정도가 되어, 해가 지상을 달구기 시작할 때쯤.
“흠흠흠~!”
위에 있는 먼지를 먼지떨이로 청소하고 있는 루니아 누나의 모습을 본, 잡화점 내부의 인원들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보거나, “뭔가. 아직도 꿈속인가?”하도 다시 자러 들어가는 마리아. 시나는 내 안에서 잠들고 있으니 별 다른 반응은 없고, 레시아는 그러거나 말거나 육포를 꺼내서 먹고 있었다.
“주인님? 루니아 언니가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혹시 주인님의 남성적인 정신이 결국 사고를 치는 전개인가요! 하지만 지금은 주인님의 몸은 여성의 몸...설마! 다른 성별에 대한 호기심에 이런 것 저런 것...아야야야야야얏!”
“루나? 말을 할 때 항상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 대체 그 머릿속을 어떻게 들여다 봐야 내가 너를 1%라도 이해할 수 있는지 설명해봐. 못하면 몰래 가져온 그 책들을 전부 압수하겠어.”
순식간에 아이언 클로를 당한 루나는 내 얇은 손목을 붙잡고 바둥거리기 바빴다. 오전과 오후의 잡화점은 늘 소란스럽기에, 오히려 새벽에 잡화점을 운영할 때가 조용하다고 생각할 무렵. 루니아 누나는 청소를 다 끝마치고 온 듯이. 앞치마를 조심스레 접어 내려놨다.
...그런데 왠 앞치마?
이상하군. 이게 여기에 있어야 할 물건이 아닌데?
“다음은 카일이 입어보세요오.”
“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죠? 그보다 앞치마는 어디서 가져온 거에요?”
“이번 백장미에 찍을 물품인데요오?”
“그 잡지 안 망하나요?”
남자로 돌아가면 다음은 저거냐?
그냥 이 세상에서 살지 말라고 하지 그래?
그보다 정신분열까지 일으킬 정도로, 산만하게 프릴이 달려있는 앞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소리는, 분명 어느 알려지지 않는 부족에서 남자를 처형할 때 사용되었던 도구라고 생각했다. 혹은 변호를 할 때 “이 남자는 가장 끔찍한 죄를 저질렀어도, 이런 앞치마는 입지 않았습니다.”라고 해서 사형을 면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래도...”
느닷없이 목소리가 흘러나온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루니아 누나의 얼굴은 목표가 있는 웃음과 목표가 없이 분위기 상의 이미지로 웃는 2가지 경우가 있는데, 지금은 목표가 있는 웃음으로, 나에게 앞치마를 주면서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뭔지 몰라도 저는 그 앞치마만큼은 안 입을 거에요?”
“레시아? 이 앞치마와 카린의 모습으로는 보아,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조합인 것이라 생각하시나요오?”
육포를 먹고 있던 레시아가 루니아의 말이 들리자마자 귀를 쫑긋 세우더니, 지그시 나를 바라보고 입을 열기를...
“세일러 복, 수영복, 아니면 흔히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하는 알몸의 앞치마도 있지 않는가?”
“남자인 내가 어째서 남자의 로망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여자잖아요오?”
고개를 갸웃하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루니아 씨의 얼굴을 보고, 나는 화가 나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루니아 누나. 솔직하게 말해봐요. 최근에 등장을 안 시켜줬다고 저에게 지금 분풀이 하고 있는 거죠? 오늘따라 정말 무자비하신 거 아세요? 정신적으로 누구 죽이기 위해서 태어났나요? 미래에서 왔어요? T-1000이에요?”
최근에 더욱 공격적인 성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루니아 누나에게, 더욱 더 거센 반항으로 태클을 걸고 있는 나. 보통 이 정도로는 누나가 한 수 접는 성격이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루니아 누나는 나를 순식간에 벽으로 몰고 세우더니, 웃고 있는 눈이 날카롭게 떠지면서, 입 고리는 여전히 웃는 동안 상당히 잔인한 말을 했는데...
“계속해서 귀엽게 구시면, 지금 입고 있는 옷을 찢어서 앞치마만 입힐 거에요오?”
이런 협박에는 눈 깜짝 안 해야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오른손에 검을 들고 있었다는 소리다.
아무래도 내가 태클을 걸었던 것 중에, 최근에 등장을 안 시켜줘서 분풀이 한다는 내용은 진짜라고 생각했으니, 이것은 내 탓이 아니라 전부 글쓴이 탓으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아, 선택하세요오. 입고 앞치마를 두를 것인가...벗고 앞치마를 두를 것인가.”
여전히 웃고 있는 루니아 누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내 정신을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하느님, 아우리스 여신, 젤나가 맙소사...간절하게 기도를 하면 우주가 알아서 도와준다고 해도, 지금의 루니아 누나는 막지 못하리라 본다.
-찰칵!
엄지손가락으로 검 자루를 살짝 튕겨 살짝 걸치는 듯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최후의 타협을 입으로 열기 시작했다.
“앞치마는 입을게요. 대신 뭐 어디 세일러복이나 수영복이나 남자의 로망은 안 돼요. 그냥 일상복 상태로 입도록 하죠.”
“음...루니아 봄ㅂ...”
“잠깐! 어째서 필살기를 날리려고 하는 거에요!”
“하지만 저는 카일의 코스프레가 더 보고 싶은 걸요오? 꽤나 노출이 있는?”
“노출이고 나발이고 여기는 글로만 되었기 때문에, 대체 어느 상황인지 제대로 정밀묘사가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읽는 독자는 전혀 모를걸요! 애초에 상상하도록 제공하는 편이 더 위험하잖아요!”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몰라도, 목적은 나를 꾸미기 위함이었잖아? 꼭 그렇게 나를 매번 괴롭혀야 마음이 풀리는 건가?
“...루니아 봄...!”
“잠깐! 잠깐! 대체 저에게 뭘 원하는 거에요! 뭘 원하고 있는 거길래, 오늘 따라 인정사정 봐주지 않느냐는 말이에요!”
“다음 호의 백장미 컨셉은 새색시 컨셉을 하고 있기에...”
“그런 컨셉 그만 둬!”
결과적으로 이 이후에는 나의 엄청난 노력과 설득을 했고.
내가 말한 모든 것을 전부 무시한 루니아 누나가, 날 강제로 갈아 입혔다고 전해졌다.
앞치마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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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앞치마와 뭐가 조합이 되었는 가에 대해
글쓴이인 저도 알지 못합니다.
카일이 알면 죽인다고 협박을 했거든요.
그나저나 루니아를 원하시는 분이 계시는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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