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64
164
-딸랑딸랑
손님을 울리는 종소리가 새벽 2시에 울려 퍼지고 나서, 내 시야에 확인을 했던 것은 은색 후드를 깊게 눌러쓴 한 명의 남성이었다. 물론 분위기와 향수를 생각하자면 바리스 씨와 일치했다. 역시 귀족이라서 그런지 새벽에 돌아다닐 때는, 기도비닉을 준수하는 것일까? 어쨌든 레시아는 카운터에 엎드려있는 상태로, 시나는 내 어깨에서 양손을 사용하게 만들도록 쓰다듬어야 했다.
“잡화점의 주인은 남자라고 들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카린 양?”
뭐가 어찌되긴...
“애초에 본래 남자였으니까요. 그리고 본래 이름은 카일이에요. 카린은 분명 사건을 해결하고 불타 죽었는데, 이 모양으로 변해버려서 다시 재활용 되고 있는 이름이고. 물론 속일 생각은 없었고...애초에 이건 내가 속인 것이 아니라 항마의 축복이 깨져나가서, 어쩔 수 없이 된 거니까요.”
“그거야 놀랍군요.”
놀라운 게 다구나. 표정에 변화는 살짝 있는 정도로...
댁처럼 밋밋한 반응을 보여준 건 처음이야.
그렇다고 실망했다는 것이라던가 그게 아니라, 가장 다행이라는 소리다. 또 이것으로 트집이 잡히거나,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면, 앞으로의 대화에서 상당히 골치가 아파지겠지.
어쨌든 지금은 바리스 씨의 의뢰를 들어보는 시간은, 참되고 유익한 시간은 아니겠지만, 되도록이면 어느 정도 난이도가 낮았으면 좋겠다. 항상 목숨을 걸고 있는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에게 위협이 되었을 일이 많았으니까.
“그러면 카린 양. 아니 카일 씨...이런 부탁을 해서 상당히 유감이지만...”
말 끝을 흐린다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히 거부감이 났고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7초정도 후에 나오는 이야기에 내 운명이 달렸으니까. 설마 나를 포함한 3명이서 가장 어두운 던전에 들어가, 횃불을 밝히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일까? 지금도 스트레스가 쌓여서 의지를 시험 당할 처지인데?
날 아주 다각도로 괴롭히려고 작정을 한 것이 아니길 빌어야겠구나.
“저를 이 잡화점에서 일하게 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네?
“부탁 드립니다!”
절 하지마!
“이런...주인. 이 터무니 없는 인간은 대체 무엇인가? 지금 평민들은 위를 향해서 올라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귀족이 되려고 노력 중이지 않는가? 정작 귀족은 어째서 이런 잡화점에 일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노라.”
레시아는 내가 쓰다듬는 와중에, 바리스 씨에게는 가차없는 말을 흩뿌리면서 앞발을 핥고 있었다. 시나는 바리스 씨의 속을 들추려는지 눈에서 빛이 번뜩이더니 입을 열었다.
“마스터. 이 인간의 마음 속에 단 한차례의 어둠도 없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고 결정을 내리시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리스 씨가 어째서 잡화점에서 일하려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곳은 어떤 외부인이든 쉽게 머물게 하면 안 되는 곳이다. 하물며 이런 곳에 얼굴이 알려진 바리스 씨가 있다고 소문나면, 분명 파이론 주민들은 나를 신고할 것이겠지.
물론 그 전에 달의 종족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달 토끼 루나와 검은 달의 여왕의 핵심인 마리아. 어제 왕국 중앙 시장에서 만났던 레드 드래곤 루시피나가 거주하고 있으니.
게다가 내가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거주를 하는 듯한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잡화점은 자동으로 공간을 생성해야 하지만, 지금 잡화점은 공간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그건 즉.
“아르바이트를 하실 겁니까? 바리스 씨?”
잡화점은 이 남자를 이곳에 들이기 꺼려한다는 것이 결론.
“아르바이트라면 정해진 시간 동안 그 장소에서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 승진도 없고 미래가 어둡고 경력은 쓸 때가 없는 것을 말하시는 겁니까?”
왜 이리 현실적으로 답변을 하고 난리야.
“하겠습니다!”
대체 이 사람 머릿속은 어떻게 되어있는 것일까?
지금 같은 아르바이트란 단어나 개념은, 사실상 이 대륙에 맞지 않는 단어 중 하나다. 보통 생업으로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중세에는 전혀 없는 단어이기 때문. 하지만 이 말이 내 머릿속에 있고, 퍼져나간 이유 중에 하나는 여기서 정 반대쪽에 과학기술과 진보된 문명을 가지고 있는 ‘아르칸’이란 나라 덕분이다.
아르칸은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로, 그곳에 지도자를 회의를 통해서 선출하며, 비록 국민 전부가 마나의 저주를 받아서, 마법사가 없는 곳인 만큼, 수학, 과학이 다른 나라보다 현저하게 발전이 되어, 강국으로 올라가고 있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만화책과 소설책 또한 저 아르칸에서 배포된 것이지만...
여담으로 아르칸과 칸포리우스는 동맹국가로,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다가 발전한 것이 바로‘마법공학’이다.
“그전에 바리스 씨는 귀족이잖아요? 그것도 공작가문의 아들이고...어째서 이런 곳에 일을 하겠다고 하는 거에요?”
“그야 당연히...국민들의 어려움이나 노동의 쓴맛을 맛보기 위해서라는, 위선적인 이유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제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직접 벌은 돈으로 선물을 해주고 싶을 뿐이지요.”
“사랑하는 여인에게 직접 선물이라...”
그래서 시나가 마음에 어둠이 없다고 말한 이유는, 바리스 씨에겐 불순한 동기가 아니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그나저나 사랑하는 여인이라면, 어느 귀족의 영애이길래 여성들에게 인기 좋은 바리스 씨마저 반하게 되었나요?”
“귀족집 영애는 아니고...저를 담당하고 있는 하녀입니다.”
“아하...하녀...”
...?
“최근에 제 귀가 멀쩡하지 않아서 잘 못 들었는데, 분명 바리스 씨는 하녀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나요?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것이?”
“저와 비밀로 연애한지는 지금 막 98일정도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 귀가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
“근데 혹시 정말로 다시 제차 확인을 하지만, 공작가문의 엄청난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어 모으다 못해, 죄다 싹 쓸어가는 바리스 씨는 자신을 전속으로 담당하고 있는 하녀와 열애 중이라는 것이죠? 어디 얼굴 책으로 따지자면 바리스 님과 하녀가 연애 중입니다. 하면서 그 밑 문단에는 오늘부터 1일하고 하트마크가 새겨지는 그런 것?”
“맞습니다.”
머릿속에 톱니바퀴가 회전한 횟수만큼, 내 안에서는 혼돈과 광기의 도가니잡탕밥A코스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 귀족이 하녀와 연애하는 것은 그냥 만화나 소설 속에서 나오는 판타지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내가 들은 것은 그게 현실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잖아?
“그전에 바리스 씨는 돈을 벌잖아요? 그런데 왜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데요?”
“에드워드 가문의 전통으로 가족 전부 동일한 가계부에 기록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마법이 걸려 있어서 가문의 돈을 사용하는 흔적이 자동으로 기록되기에, 그것을 피할 방법으로는 타인에게 받은 돈을 그 즉시 사용을 해서 정산해버리는 것이지요. 애초에 왕국에서 나오는 월급은 곧바로 가문에게 가기 때문에...”
“알았어요...사정은 알았으니 잠깐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에드워드 가문의 전통으로 마법이 걸린 가계부에 가족 전원이 사용되고, 그 가계부는 영지에 있는 자금을 추적해서, 어디에 사용이 되었는지 자동으로 기록이 되는 사기적인 마법책이다.
그럼 그 창고의 돈을 100일 선물에 이용되는 날에는, 분명 부모님께 누구랑 연애 중인가에 대해 추궁을 받을 것이고, 정직한 바리스 씨는 분명히 자신을 담당하고 있는 하녀라고 대답하는 것은 시간 문제.
결과적으로 귀족이 자신의 신분의 밑에 있는 하녀와 열애 중이라는 사실이 발각되고, 하녀는 죽게 될 것이라 생각한 바리스 씨는 그 마법책에 대해 분석을 했고, 그 결과 자신이 즉시 받은 돈을 영지의 창고에 넣지 않고, 즉석으로 사용해버리면 그만이라는 것.
하지만 여기는 저녁이 되고 나서야 열리는 잡화점인데, 오전 오후에 일은 하지 않으니 통금시간이라던가, 바리스 씨의 일정에 큰 영향이 가기 시작하리라 생각했다.
“그냥 200골드 드릴 테니 제발 가주시겠어요?”
돈이 필요하다면 그냥 달라고 해! 이 망할 양반아!
그런 위험한 로맨스 판타지 설정에다가 나를 왜 휘말리게 하려는 거야!
라는 문장을 억지로 구겨 넣은 체, 필사적인 인내심을 미친 듯이 발휘하며 입을 열었다.
“바리스 씨. 언제부터 시간이 나시죠?”
“지금과 같이 새벽2시로군요.”
“언제 주무시는데요?”
“평균적인 수면 시간은 오전 0시 입니다만?”
오전 0시에 잔다고 해도 대체적으로 6시간은 자야 피로가 풀리고, 활력이 최대치로 돋을 시간이지만, 지금 나의 경우에는 잡화점을 닫아야 하기 2시간 전이다. 아르바이트라고 할지라도 일은 시킬 수 있을 만큼 시켜야 하는 법.
게다가 오전 0시에 자고 새벽 2시에 시간이 빈다는 소리는 분명히,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절대적으로 일정이 비어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
“그냥 일리오스 씨에게 솔직하게 말하면...그 하녀는...”
“아마 그녀는...죽게 되겠지요.”
아르바이트의 종류는 상당히 많고, 잡화점에 최대한 연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바리스 씨의 장점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과 뛰어난 귀족 중에 하나라는 것.
“테스터인가 역시...”
“테스터 말인가요? 설마 독약을 먹이고 해독제를 먹여서, 반복적으로 죽음과 환생을 이리저리 왕복하는 임상실험을...”
“그게 아니에요!”
바리스 씨가 날 대체 어떤 인간으로 보고 있는지, 잠깐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최근에 마리아와 루나가 합작으로 만들고 있는 마법공학을 이용한 도구인데...”
나는 잡동사니가 들어있는 상자를 뒤적거리며 꺼내든 것은.
“미.니.선.풍.기!”
난 어디 미래고양이가 물건을 들고 외치는 포즈로 한자한자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
“......”
“마스터...”
다른 이들의 눈에서 ‘야레’라는 물고기가 2마리 붙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가여운 녀석 보는 눈으로 쏘아보면 내가 뭐가 되니...
“크흠! 아무튼 안전성은 모두 다 완료 되었고, 지금 남아 돌고 있는 최하급 마법석으로 12시간정도 가동할 수 있고, 마법사가 있는 가게도 왕국 중앙 시장에 3곳이나 있는데, 최하급 마법석을 꽉 채우는 건 대략 20실버정도 되잖아요?”
바리스 씨는 “호오?”하면서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작은 선풍기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이 신기한 모양.
“그러니 그걸 쓰기만 하세요. 오전과 오후에 바리스 씨가 시장조사 할 때 말이죠. 나중에 돌아와서 그 미니 선풍기가 얼마나 팔렸는지에 대해, 기본 지급과 보너스를 더 드리도록 할게요.”
바리스 씨는 감탄한 얼굴로 내 시선을 마주했다.
“혹시 카일 씨는 이런 경험이 있나요? 시장조사라던가 아니면 사람이 필요할 만한 물건을 생각하는 것이라던가?”
“아뇨. 그냥 덥다고 해서 루시피나와 마리아가 대량으로 만들어낸 것이 그거라...어떻게 해야 이걸 빨리 없애 버릴까에 대해서 고민하는 도중에, 바리스 씨가 얻어 걸린 거에요.”
“말 그대로 윈윈<Win-Win> 전략이군요? 게다가 서민들이 이용하지 않아서 굶주려있는 마법 도구점들도 활발하게 될 수 있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바리스 씨는 만족한 얼굴로 미니 선풍기의 바람을 강하게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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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레는 계는 척삭동물, 강은 경골어류, 문은 잉어, 과는 잉어로 몸 모양과 크기는 청어와 비슷합니다.
그게 2마리 붙어있으면 야레야레가 되겠지요.
...
거기 돌 내려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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