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62
162
가능하면 새로운 지방에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잡화점이라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프리트론이나 칸포리우스 제국 영역 밖에 신비한 국가로.
일단은...내가 남자로 되돌아가고 나서 생각할 만한 일이지만...
-왕국 중앙 시장에서 치한의 손목을 부러뜨리고 있는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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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장에서 루시피나와 장을 보러 나간다고 생각하자면, 우선 맨 처음에 얼굴을 두건으로 가려야 하고, 두 번째는 온 몸을 후드와 로브로 둘러써야 한다. 물론 7월의 4번째 주가 시작되면서 더위가 사람을 폭행해서 쓰러뜨리는데, 어째서 그렇게 더운 옷차림으로 다녀야 하냐는 소리를 하자면, 만일...내가 제시한대로 행하지 않을 시에.
-우드득!
“끄아악! 살려주시오! 다시는 안 그러겠소!”
분당 1번씩 남자들의 팔을 꺾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남자까지 30명정도인가?
주변에 시선이 더욱 예민해진 감각으로 다가오는 걸 붙잡아서 비틀어버리면, 그게 전부 흑심을 품은 남자들이었다. 그냥 빨리 아이스크림이나 사고 집에 돌아가야 해.
“신랑! 사람들이 많이 활기차서 좋은 거 같아!”
지금 이게 데이트인 줄 알고 있는 루시피나는, 마치 자신만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기묘한 눈으로 세상에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 손목이 부러져서 길가에 뒹굴고 있는 사람이 30명이 되는데, 그걸 어떻게 들어야 활기차다고 볼 수 있을까? 그래도 가급적이면 어릿광대나 맹수 조련사가 이 부근을 학살하는 것보다는 좋겠지. 아무튼 지금 상태로 루시피나가 얼마나 폭주한 상태인지 알 수 있을 무렵, 공원에서는 또 하나 여심을 울리는 비명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여기 봐주세요! 바리스 님!”
“꺄아~! 너무 멋져!”
“우와아앙! 바리스님 지나가신다. 저 발에 밟히고 있는 땅이 되고 싶음. 찍어서 트윗으로 올림.”
마지막 뭐야?
어쨌든 일리오스 씨의 가문인 에드워드 가문에서도 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것은, 바리스 에드워드. 근본도 없는 싸가지로 유명한 하멀 씨와는 다르게,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 더불어 긴 은발은 한층 귀공자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말 그대로 저 상태라면, 여자 하나에게 손짓만 해도 쓰러진다는 소리.
바리스 씨가 살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자, 트윗인지 뭔지 하고 있던 여성이 순식간에 기절해버리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더위로 쓰러졌으리라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바리스 씨의 영향을 부각시키기 위해...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전원 처치.
그 많은 여성인파를 다 실신시켰다는 건가!
-전설의 출현!
전설의 리그가 아니라고! 얼마나 무서운 캐릭터를 만들 생각이냐! 어쨌든 바리스 씨 주변에는 많은 수행원들이 각각 우산과 물, 손수건...아니 무슨 담당이 이렇게 많아? 어쨌든 많은 이들의 보호를 받으며 시장을 조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더운 날씨에도 밖에 직접 뛰면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나중에 크게 될 사람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다.
나는 20세 밖에 살지 않아서 바리스 씨가 오히려 나이가 더 많을 수도 있지만,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되고, 솔선수범으로 성실하게 움직이는 사람인 만큼,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바로 생각하게 만든다. 어쨌든 마리아가 부탁한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다른 가게로 향했는데...따지고 보니까 저 여자들이 모여있는 인파 속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잖아?
아이스크림 가게 아저씨가 정말 난감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도 생생하게 관찰되었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 장사가 방해된다며 귀족에게 항의하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할 문제. 바리스 씨가 미안하다고 할 지라도 저 여성들의 숫자라면, 저주를 받아서 죽을 정도가 될 수 있는, 흔히 말해 치사량에 도달하는 양이었다.
“아이스크림은 포기할까요?”
“하지만 신랑. 마리아가 7월 한정으로 판매하는 골드키위빙수를 사오지 않는다면, 편하게 잘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하지 않았어?”
...말 그대로 자다가 마리아 킥 맞을지도 모르겠지. 그나저나 왜 7월 한정판을 지금 먹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골드키위빙수가 그렇게 맛이 있던가? 옛날에 한번 먹었을 때는 너무 달아서 곧장 버렸는데, 여자들은 단 것을 좋아하는 특성이라도 붙었을까?
“뭐 일단, 빙수가 맛이 있건 없건...저런 상태라면 아이스크림 가게는커녕, 우리가 우주 밖으로 내쫓겨서 생각을 그만 둘 것 같은데...”
시나리오가 120개중에 10개를 추리고 그 중 3개를 추려서 돌려봐도, 전부 나와 루시피나는 우주에서 생각을 그만두고 떠돌아다니는 결말이 나왔다.
잠깐 곤란해하는 사이에 바리스 씨와 눈이 마주쳤는데, 바리스 씨가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바리스 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수행원이 따라오게 되고 그 주변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 그리고 수많은 여성인파가 몰려오게 되는데 누가 보면 패싸움을 하는 줄 알겠다.
“대연회에서 한번 마주한 적 있지 않나요?”
이야기 19번의 내용을 다 뒤져봐도 너와 이야기 한 적은 없다만?
그래도 살갑게 인사를 하는 바리스 씨를 보며, 태클을 억지로 구겨 삼켰다.
“대연회에서 정말 한번만 마주했었지요.”
“그렇군요. 그때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이건 흔한 상대방을 치켜세우는 말이다.
빨리 내가 남자로 돌아가야 할 텐데...
“그 옆에 있는 분은?”
루시피나를 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바리스 씨의 얼굴. 그러나 루시피나가 말하는 것에 살짝 경직을 줄지도 모르는 발언이 튀어나왔다.
“약혼녀에요!”
나의 팔짱을 끼면서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바리스 씨를 보았고, 나는 상황을 대충 예상하고 바리스 씨의 표정을 살폈으나, 오히려...
“그렇군요. 진정 사랑이라 한다면 성별은 필요 없겠지요. 좋은 모습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남자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왜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건데?
아무튼 바리스 씨의 말이 영향을 끼쳤는지 몰라도, 주변 여성들은 우리를 시기와 질투로 보고 있었다가, 다시 경계를 해제하고 바리스 씨에게 시선을 보냈다. 1초라도 더 있었으면 달까지 날아갈 뻔했네.
“그나저나 지금은 무슨 일로 이곳에 돌아다니고 계신가요?”
“골드키위빙수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이 더운 날에 치한 30명의 손목을 부러뜨리고, 수많은 여성인파가 아이스크림가게를 둘러싸고 있어서 뭐가 원인인지 봤더니, 그 중심에 바리스 씨가 있었기에 간절히 기도를 드리면, 젤나가께서 도와주실 것이라 믿고 가만히 보고 있었습니다만?”
“그렇군요.”
아니...순순히 납득하지 말라고!
내가 말 한 것에 이상한 걸 감지해야지!
“저는 잠깐 시장에 나와서 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다른 이들의 통행에 방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수 많은 여성들을 대표해서 제가 사죄를 드리죠.”
아니?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착한 거야?
정말 하멀 씨하고는 정 반대잖아?
어쨌든 사죄를 한다고 하면 그냥 고개를 숙이면, 오히려 내가 미안해 지려고 생각은 했으나.
-털썩!
“부디! 저의 절을 받고 이 많은 여성들에게는 아무 잘 못이 없다는 것만 알아드렸으면 하는!”
“일어나세요!”
내가 다 힘들어지려고 한다! 이 사람아!
사실상 바리스 씨는 그냥 일하러 온 것이고, 꿀에 달려드는 꿀벌마냥 달라 붙은 것은 여자들이었으나, 자신에게 죄가 있고 다른 이들에게는 죄가 없다는 말과 함께 절하고 있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는 바리스 씨를 당장 일으켜 세웠으나...
“오오! 이렇게 마음씨가 고우시다니. 저는 정말 여신에게 참회라도 받은 기분입니다.”
내 손을 잡고 오히려 더 불쌍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살인죄를 저지르고 참회하는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좀더 복잡한 심정인 것 같은데...
뭔가 무서워!
아니 그냥 무서워!
어쨌든 내 인생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사람으로 손꼽히는 순간이었다. 그건 그렇다고 해도 다른 이들이 지켜보는 눈 앞에서 이렇게 했다는 의미는, 순식간에 다시 나에게 시선집중이 되었다는 소리다.
“이 마녀 같은 여자! 감히 바리스 님에게 절하도록 윽박을 지르다니!”
안 질렀어.
“바리스 님이 불쌍해...”
나도 좀 걱정해줘라!
“그래도 저 여자 내 스타일인데? 구두를 신기고 밟혀봤으면...”
왜 마지막은 항상 정상인이 없는 거냐!
차고로 3번째는 여자가 하는 소리라는 게 더 말이 안 됐다.
“골드키위빙수라...7월 한정으로 파는 인기품목이군요.”
그리고 바리스 씨는 느닷없이 아이스크림 가게 아저씨를 쳐다본 뒤에 입을 열었다.
“골드키위빙수 100명분.”
“네?”
“100명분으로 만들어주세요. 주변에 있는 여성분들도 더위 보이니까요.”
“아...알겠습니다!”
진짜 저 아저씨는 오늘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되었는지...어쨌든 내 몫은 포장해서 마리아에게 가져다 주면 되고...루시피나도 나중에 집에 가서 먹는다고 하니까. 밤은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멀의 추천으로 엘티노스 잡화점이라는 곳에 용무가 있는데, 어디인지 아시나요?”
“...거...거긴 왜요?”
저 한마디로 인해 불길한 기운이 나에게 방문했다.
“잡화점 주인에게 의뢰할 것이 생겨서 말이죠. 파이론에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장조사가 끝나면, 파이론으로 곧장 갈 생각입니다.”
...
오늘 그냥 밖에 나가지 말걸 그랬네.
***
골드키위빙수의 형태는 그저 팥빙수의 골드키위버전이 아니라, 망고, 바나나, 골드키위, 파인애플 등. 노란빛을 띄는 과일들의 콜라보 작품이다. 그리고 빙수에 뿌리는 시럽도 메이플 시럽과 꿀, 레몬시럽을 선택해서 넣을 수 있는데. 마리아의 취향은 역시나 메이플 시럽이었다.
현재 잡화점에서 어린 아이처럼 먹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은,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고, 레시아는 검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레몬 시럽을 뿌려 먹고 있었다. 루시피나는 마리아와 같은 메이플 시럽. 루나는 꿀을 발랐다고 한다.
어째서 마리아에게만 줘야 하는 골드키위빙수가 이렇게 많아진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리스 씨의 사과표시로 6개씩이나 사줬다는 말. 루시피나가 잡화점에 있는 인원수를 생각하고 옆에서 5명이라고 말했고, 남은 하나는 5+1이라고 하던가? 덤으로 줘버렸다.
“카일이여? 안 먹는 것인가?”
“저는 괜찮아요.”
단 것은 애초에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단 것은 별로...”라는 말을 하게 되면 권하는 입장에서는 무안하리라 생각하기에, 괜찮다는 말로 돌려 말했고, 그 이외에 걱정할 것은 바리스 씨의 의뢰 내용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불안해서 뭐가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인님?”
“왜? 루ㄴ...읍!”
루나의 이름을 부를 때, ‘나’쪽에서 입이 벌어지는 것을 이용해, 내 입 속으로 스푼을 들이 밀었다. 입안이 달콤한 향으로 짙게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뇌에서는 “오! 꽤나 괜찮군!”이란 평가를 내렸다. 1년전에 먹었을 때는 분명 “이런 쓰레기는 왜 입 속으로 가져온 거야! 뱉어내!”라고 했을 터인데...
아무래도 성별이 바뀌면서 미각까지 바뀌어 버린 것 같았다.
“꿀에 뿌려 넣어도 맛있지요?”
“맛있기는 해...”
...
아! 제길! 이 페이스는!
“카일이여! 그럼 첩의 것도!”
“신랑! 내 빙수도 맛볼래?
“주인. 당장 짐과 같이 빙수를 핥도록 하라.”
이 안에서도 평화를 찾을 수 없었다.
그보다 레시아의 말에는 근본적으로 뭔가 잘못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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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레시아의 말은 아무리 봐도 마음에 걸린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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