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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힘 조절을 못해서 딱 봐도 반경 4M정도는 움푹 파인 바닥과 함께, ‘아 이런...왕이 난리 치겠군.’이란 걱정을 한 가득 담아서 바닥으로 착지할 수 있었다. 물론 잡화점이나 다른 곳에서도 공중에서 내려오는 경험이 많았기에, 내 몸은 자동으로 공중에서 자세를 잡아 내려왔고, 내가 바라보는 방향은 이상한 옷을 입었던 사람들 무리 한 가운데에 있는 맹수 조련사 쪽이다.

 

순간 여신이 강림한 줄 알고 놀랐습니다. 전에 본 외모보다 더욱 더 아름다워지셨군요.”

 

어릿광대의 동료라서 그런 것일까 혀에 기름칠이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사탕이라도 한 가득 담았는지 상대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했다. 어쨌든 여기에 루노아 씨는 없어서 정보공유에 차질이 생겼으니, 약간은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이 따로 전해주기로 하고...

 

혼자서 프리트론에 정예 인원만 데려와서 기습을 하려는 건가? 맹수 조련사여?”

 

제 이름은 하겐티. 부디 그 청명하고 신비로운 목소리로 저의 이름을 불러주소서.”

 

...뭔가 갈망하고 허덕이는 남성의 애절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리다 못해 강타했다.

내가 소름 돋는다. 이 녀석아. 그만해.

 

하겐티. 이 성에 그 이상한 부류는 몇 명이나 데리고 왔지?”

 

아아~! 그대가 내 이름을 부른 것만으로도, 온 몸에서 흥분이 되어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정말 기분 나쁜 캐릭터로군. 이렇게 직면하고 나니까 만화 속에 나왔던 여자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가 간다.

 

우선 첫 번째.”

 

나는 하겐티인지 하겐다스인지 몸을 꼬고 황홀해 하는 맹수 조련사의 움직임을 멈추고자, 느닷없이 이 사건을 풀어 해치기 시작했다.

 

남작들에게 후원금을 준 것은 너겠지? 직위를 사기 위한 자금 말이야.”

 

애초에 이런 정신이 가출에서 메텔과 같이 은하철도 999를 타는 집단은, 기본적으로 돈이 아니라 목표 혹은 욕구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유랑극단도 분명 돈보다는 자신들의 목표나, ‘이런 세상은 재미없어 좀 더 재미있게 살아야지!’라는 욕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소리.

 

그 아름다운 눈으로 그리 열정적으로 저에게 봐주셔도 실토는 하지 않을 거랍니다.”

 

그렇다고 쳐도 남작들을 전부 조사했지만, 뭔가가 세척이 당한 듯한 마음가짐으로 이곳에 찾아왔다는 소리는, 그들은 전부 외부적인 조작으로 세뇌를 당했어. 그 세뇌의 이유는 너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서잖아?”

 

어릿광대의 성격은 분명 목격자가 남는 것을 싫어하니까 나중에 암살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맹수 조련사는 어릿광대처럼, 충동적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다른 일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 비 정상적인 녀석이지만...

 

...”

 

상대의 말문이 막힌 것으로 보아 대략적으로 내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맹수 조련사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첫 번째가 있다는 것은 그 다음에도 저에게 뭔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이름 한번만 더 불러주시길 부탁합니다.”

 

왜 이름을 불리는 것에 집착하는 거야? 네가 무슨 정답을 알고 있는 초등학생이냐?

 

두 번째는 일리오스 씨에게 의도적으로 남작들만 붙은 이유는, 귀족들이 자신들의 세력에만 집중하도록 함이었겠지. 게다가 그 이상한 옷을 뒤집어 씌운 일반인이나 몬스터들에게 수작을 부리기 위함이고...지난 비정상적인 실종사건이나 학살극은 어릿광대 뿐만이 아니라, 하겐티. 너도 하고 있었다는 거야.”

 

어릿광대는 누가 보든 말든 확실하게 벌이는 것이 특징이고, 맹수 조련사야 말로 뭔가 은밀하게 움직여서 사건을 벌이는 공식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맹수 조련사가 이런 일에 정석이라는 소리.

 

애초에 어릿광대는 남들에게 선보이는 자극적인 무희는, 당장 밖에서도 선보일 수 있지만, 맹수 조련사의 조련실력을 밖에서 함부로 보여주기에는 위험하다는 차이. 현실적으로 아주 평범한서커스를 비유하자면, 이 녀석들은 이상하긴 해도 자신의 캐릭터의 규칙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후후후...잠깐의 어린 아이와 같은 눈 속임이었습니다만, 그걸 간파한 사람이 좀 많더군요. 이곳은 정말 왕국이라고 하기에는 유능한 인재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 다 끝이 났나요?”

 

아니...하나 더 남았어.”

 

가능하면...이게 가장 틀리길 빌지만...내가 지금 밝히려는 것은 저 이상한 옷을 뒤집어 쓴 정체불명의 사람들이란 소리.

 

지금 네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내 피부에 식어 내려앉은 공기를 뒤로 무릅쓰고, 나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다 죽었지?”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살짝 동요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이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듣다 참지 못한 크로이츠 씨가 입을 열었다.

 

죽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다 죽은 사람이라니?”

 

맹수 조련사의 능력은 얼추 동물들의 특징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걸 좀 더 확대해석을 하면 생물의 특징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개량해서 쓰기까지 한다면 저런 일이 일어난다.

 

지금이나마 막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 사람들의 숨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요. 덤으로 지친 기색이 없지만, 모두 일정한 행동을 취하고 있지요. 일리오스 씨라면 지금 성안에 있는 병사와, 저들의 기본자세의 차이부터 눈치채셨겠지요.”

 

사람들은 다 각자 고유의 스타일이 존재한다.

검을 드는 것도 하나같이 다 다르고, 같은 왕국검술과 제식을 배운다고 했을지라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난전이 벌어진 후에는 다 제각기 다른 행동을 취한다.

 

하지만...병사와는 다르게, 저 무리들은 하나같이 모두 오른손에 검을 잡고 있으며, 숨도 쉬지 않아 몸에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하나같이 전부 똑같은 대기자세로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크크큭!”

 

내 앞에 있던 맹수 조련사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소리를 높여가며 웃었다.

 

크하하핫! 아주 훌륭해! 흐하하하하!”

 

거대한 회의실에서 맹수 조련사의 광기가 한 가득 들어간 웃음소리는, 모든 이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10초정도 웃고 난 뒤에, 기쁨과 희열로 가득 차있는 목소리가 다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정말! 내가 봐왔던 숙녀 분 중에서, 이렇게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은 처음이에요! 캬읍읍!...콜록! 콜록!”

 

저건 분명히 웃으려고 하다가 너무 적절한 타이밍에 사례가 들려, 기침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렇게 잠시 미치광이처럼 기침을 하고 남은 웃음포인트를 사용한 듯, 조용하게 크큭!’하고 웃었으니, 이로 다시 제정신을 되찾은 맹수 조련사는 이윽고 손가락을 튕겨서 맑은 마찰음을 울려 퍼지게 했다.

 

-화아아악! 후드드드득!

 

...저게 뭐야!”

제기랄! 오늘은 엄마하고 자야 하나?”

히이익! ...괴물들!”

 

병사들이 뒤에서 동요하는 것은 무리도 아니었다. 당연히 눈 앞에 직면하고 있던 적을 설명하자면 시각적인 효과가 표현해야 하는데, 글로 최대한 표현을 해서 이해를 돕자고 하자면.

 

정상>비정상>>>>>>>>>>>>>>>>>>>>>>>>>>>>>>>>>>>>>>>>>>>>>>안드로메다

 

그로테스크라는 말이 울면서 도망갈 정도로, 그냥 안드로메다 급의 비정상적인 시체들의 뭉치였다. 그저 덩치가 큰 사람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머리의 크기와 머리카락의 색상으로 보아하니 유아기, 청년기, 노년기의 사람을 각각 사용했고, 몸통에도 세로로 거대한 입이 달려있었다.

 

비록 갈비뼈가 변형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말했다시피 맹수 조련사는 생물을 개량해서 사용한다고 하면, 시체는 조종할 일이 없을 터. 그럼 시체를 어디 죽음의 공간에서나 나올법한 괴물들로 변하게 하는, 알려지지 않는 것을 맹수 조련사가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천천히 마나를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저들의 안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게다가 마나가 아닌 생물을 조종하는 것이야 말로, 실제 사람을 두 번 죽이는 듯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해야지.

 

하겐티! 오늘 네가 한 실수 중에 가장 큰 실수는!”

 

회의실이 서서히 흔들리며 마나가 내 뜻을 따라 공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를 확실히 죽여도 된다고 인식을 하게 만든 거야! 이 쓰레기 자식아!”

 

나의 외침과 손짓 하나로 번쩍임과 동시에, 내 앞에 있는 맹수 조련사와 시체뭉치들이 있는 곳이 날아가버렸다. 막강한 폭발음과 거대한 먼지는 곧 먹구름이 되어 비라도 내리기 위해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세상에나...회의실의 반이...”

정확히는 왕의 정력제 보관소까지 날아간 것처럼 보입니다만.”

일리오스 닥치고 있어.”

 

마지막의 왕의 말은 신경 끄도록 하자.

그나저나 피해액이 막대하군...나 때문에.

 

크히히힛! 화내는 모습도...케윽...정말이지 아름다워.”

 

맹수 조련사의 몸은 반 정도가 찢겨 날아가고, 가면의 금은 곧 산산조각 날 듯 보였으나, 빠른 재생이 눈에 돋보일 정도로 몸을 수복해나가고 있었다. 가면까지 천천히 원상복구로 하는 것은, 얼굴 자체를 가면으로 바꾼 것일까? 아니면 그 가면이 자동으로 복구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일까?

 

그 물음은 둘째치고 맹수 조련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다시 마법을 발동했는데 그것은 속박마법. 마나로 이루어진 그물이 하겐티의 온 몸을 촘촘하게 감싸고 있었다. 아무리 연체동물의 유연함이라도 이걸 빠져나가는 것은 힘들겠으나...

 

-쿠에에에엑!!!

 

역시나 사방의 대기를 진동시키는 리바이어선이 하늘을 가득 채우며 서서히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보다 아예 성을 덮을 정도면 얼마나 크기가 큰 거야?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성장한 것 같은데?

 

저를 풀어주지 않으면 곧바로 이 아이가 가라앉겠지요. 그래도 상관이 없으시다면 계속 묶어두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이미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건가?”

 

. 모두 사회자의 집필대로...”

 

사회자의 집필?

 

그 사회자라는 녀석은 뭘 하는 녀석이야?”

 

저희 유랑극단을 있게 만들어준 유일한 존재이지요.”

 

잠깐 생각을 한 뒤에 나는 마나로 이루어진 그물들을 전부 제거했다.

 

물론 풀어주는 것도 집필이 되어있고, 제가 탈출하는 것까지 전부 모든 것을 집필했답니다.”

 

그리고 맹수 조련사는 리바이어선에게 천천히 다가가다가 잠깐 멈추고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군요? 제가 계획에 실패할거라는 것은 집필했으나, 어째서 제 몸이 반이나 날아간다는 것은 집필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혼잣말을 남긴 체 리바이어선을 향해 도약하며 사라졌다. 그 이후에는 거대한 몸을 지닌 하늘에 떠있는 괴수가, 내 시야에서 완전하게 사라지기까지 2초의 시간이 걸렸다.

 

...사라졌다.”

마지막 근무가 될 뻔했어.”

오늘은 엄마랑 진짜 같이 자야지...”

 

병사들이 다 제각기 나약한 소리를 하고 있던 찰나에, 레시아가 나에게 도약을 했다. 자연스럽게 도약을 받고는 레시아에게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어디에 다녀온 거에요?”

 

잠깐 볼일이 있었을 뿐. 하지만 끝났노라.”

 

슬슬 다시 귀환마법을 사용하려던 찰나.

 

기다리게.”

 

왕은 나를 불렀다.

설마 건물을 포함해서 정력제를 물어내라고는 하지 않겠지?

 

프리트론 왕국을 대표해서 이번에 짐과 여러 충신들. 그리고 병사들을 구해줘서 정말로 고맙네.”

 

다행히 그런 전개는 아닌가 보다.

 

당연한 일인걸요...그럼.”

 

레시아를 데리고 귀환마법을 사용했을 때, 성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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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에 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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