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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루니아 누나의 또 한번의 휴가는 잡화점의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나의 평화로운 삶을 제물로 오늘도 저녁시간에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려고 했으니까. 물론 지금과는 정말 다른 점이 딱 한가지 있는데...

 

여기가 그 바리스 님이 애용하던 잡화점이래?”

마을 주민들은 저주받았다고 위험하다며?”

위험한 만큼 뭔가 더 멋져 보이지 않아?”

? 저기? 루니아 단장님 아냐?

 

그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 로그를 확인하려면 40장을 넘겨야 할 정도다. 그 빠르고 많고 다양한 말을 전부 다 받아 적었을 시에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바리스 씨를 이용한 미니 선풍기 매출은 8시가 땡! 하고 울리자마자, 전부 사라져서 금화가 내 카운터에 수북하게 올라오는 걸 기점으로, 모든 손님이 다 나가버렸다.

 

여기서 다른 이들은 짧은 시간이라면 장면을 넘겨도 되지만, 얼마나 많이 있지도 모르는 미니 선풍기들을 다 파는 것에 시간이 좀 걸리지 않느냐? 라는 질문도 있을 수도 있지만, 정확하게 10분 정도 되니까, 330개의 미니 선풍기가 모조리 팔려나갔다. 선풍기의 가격은 1골드로 이것만 330골드를 벌은 셈이 되겠지.

 

매진이 되자마자 빠져나가는 손님들의 움직임도 정말 질서정연하군. 카일이여 첩의 창고에는 아직 재고가 널렸으니 안심하도록 하거라.”

 

마리아는 막대사탕을 입에 넣고 그리 말을 했다. 그나저나 330개가 다 팔렸는데도 눈깜짝하지 않고 재고가 남았다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이 남았길래 눈에서는 생기가 넘쳐흘러 강을 이룰 기세다.

 

그나저나 미니 선풍기의 가격이 예상보다 매우 높은 것이 아닌가? 본래는 300실버 정도로 팔려고 하지 않았는가? 카일답지 않는 무지막지한 가격이로다.”

 

그 이유는 바리스 씨가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수북하게 쌓여있는 금화들을 금고가 모조리 먹어 치우는 사이에, 나는 마리아에게 대답을 해줬다. 마리아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아하!”라는 감탄사와 함께

 

유레카!”

 

아니. “유레카라는 감탄사와 함께 내 말을 이해한 듯이 루시피나에게 혀를 놀렸다.

저 틀린 부분은 다시 지워야 하는 건가?

 

루시피나여. 카일은 아무래도 이 미니 선풍기를 팔 때, 브랜드 전략을 사용한 듯 하다.”

 

물론 루시피나는 정리도중에 느닷없이 마리아가 다가와서 브랜드 전략이라는 단어를 쓰니까, 멍하니 ?”이라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저번 새벽에 바리스인지 바루스인지 하는 남자가 와서, 미니 선풍기를 쓰기만 하는 아르바이트라고 했을 때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카일이 한 일은 그 남자가 사용을 했기 때문에, 그게 순식간에 유행으로 퍼져 나가버렸고, 이윽고 그 미니 선풍기는 엘티노스 잡화점만의 브랜드가 되었다는 소리다. 순식간에 인기 상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리아가 들뜨며 루시피나에게 그리 외쳤고, 루시피나는 마리아를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사용했다고 해서, 브랜드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보는데요?”

 

그러자 마리아는 뭘 모르는 군.”이라고 중얼거리며 추가 설명을 했다.

 

바리스인지 바루스인지 어쨌든 그 자는 프리트론에 있는 공작가문 중에서도 영향력이 높다. 그런 남자가 함부로 서민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단 말이다. 오로지 고 품격이고 세련된 물품을 사용하는 그 남자가, 저런 미니 선풍기를 사용한다고 해보거라. 게다가 무더운 여름날에 냉각마법까지 적용되어 시원하게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효과는 배가 되는 것이지. 카일이 노린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자를 모델로 사용해서 광고를 한 것과 같다.”

 

루시피나에게 팔을 벌리면서 들뜬 마음을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용만 빼고 다른 3자가 창문을 통해 보고 있다면, “오늘 혼자서 분리수거 했다!”라고 칭찬을 요구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지만...

 

-딸랑딸랑!

 

호오...꽤나 많이 팔렸나 보네. 역시나 바리스의 효과는 대단해.”

 

검은 수사관의 복장을 입은 하멀 씨가 황금색의 눈을 이리저리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며 하는 말이.

 

그나저나 평민.”

 

이라고 했을 때는 이미 하멀 씨는 내가 여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야 당연히 루니아 누나가 말을 해줬겠지.

 

어째서 루니아가 여기서 청소하고 있는지 그 이유부터 물어봐도 될까?”

 

여전히 사람 미간에다 총구를 겨누고 이야기하는 싸가ㅈ...아니 버릇없는 행동은 여전하군. 아무래도 하멀 씨의 이런 습관은 선 캄브리아 시대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잡화점에 머물려는 사람은 그 만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인지라...”

 

아무리 양녀라고 하지만, 지금 네가 일을 시키는 것은 레이비스 가문의 영애라고?”

 

하지만 제가 하지 말라고 해도, 좋아서 하시는데요?”

 

나와 하멀 씨는 잠깐 고개를 돌려서 루니아 씨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루니아 씨는 콧노래를 불러가면서 5단계로 쌓인 상자를 가뿐하게 들어서 가장 위쪽에 있는 선반으로 던져서 올렸다. 느긋한 분위기와 대조되는 신체능력은 아무리 봐도 놀라울 정도. 그리고는...

 

어라? 하멀~ 여기에는 무슨 일로오?”

 

라는 루니아 누나의 반가운 목소리에 하멀 씨는 순식간에 총을 집어넣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평민을 좀 보러 왔어. 그나저나 휴가를 사용해서 어디에 갔나 했더니, 잡화점에서 머물고 있었어?”

 

! 이 잡화점은 좋은 피서지거든. 온도 조절도 완벽하게 잘 해주고 말이야.”

 

좌부동이라도 안에 있는 건가? 정말 알 수 없는 집이네...”

 

하멀 씨는 루니아 누나와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정상인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까 전만해도 그냥 총구를 미간에 들이밀면서,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쏴버리겠어. 물론 제대로 말해도 쏘겠지만.”이라는 정신 나간 선택지를 줄 법한 수사관이...

 

아무튼 바리스의 사정을 알고 있는 녀석인 만큼. 이 녀석 주변을 지켜야 하거든.”

 

? 제 주변을 지켜요?

 

잠깐만요. 하멀 씨.”

 

-철컥!

 

? 저번엔 성을 부르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엔 왜 이름을 부르고 난리야?”

 

레이비스 씨라고 부르면 두분 다 대답할 거잖아요...”

 

그야 당연히 그런 전개를 노리는 것 아냐?”

 

그건 또 무슨 심보에요...?”

 

어쨌든 하멀 씨에게 물어봐야 할 것은 물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보다 왜 제가 보호받아야 하는 건지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하멀 씨는 다시 총을 집어넣고 마리아가 먹고 있는 사탕을 뺏어서 입에 넣었다. 마리아는 작은 키로 어이! 뺀질이놈! 첩의 사탕을 뺏지 말거라!”라고 항의했지만 들은 체 만 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으로 스캔들 터지고 싶어?”

 

아뇨...”

 

그거야. 지금 바리스를 이용해서 스캔들을 터트리려는, 정보 상인들이 이리저리 널려있거든. 물론 에드워드 가문이 지금의 너와 스캔들이 난다고, 무너지기는커녕 저번에 왕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잖아? 비공식적이긴 해도 말이지. 하지만 그 하녀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은 달라. 지명도가 한 순간에 떨어지고, 몰락을 하게 될 수준으로 밀어붙여질 거야. 그러니 바리스 씨가 만났던 모든 인물에게 접촉을 하려고 하는, 정보 상인 중에...가장 거머리 같은 녀석으로부터 지키는 거지.”

 

거머리?”

 

레이비스 씨는 팔짱을 끼며 이렇게 말했다.

 

“‘윈디 메르아’. 직업은 정보 상인. 바람마법이 특기이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특종이란 특종은 못 잡으면서 사람을 물고 늘어져서 억지로 정보를 캐려고 하더군. 무섭다 못해 내가 피해가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명이야. 물론 나를 보자마자 도망가버리지만...”

 

그거야 인터뷰를 하려는데 미간에 총을 겨누고 말하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어쨌든 내가 지켜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알아둬. 사실상 지키는 것도 아니지, 가끔가다 상태를 보러 오는 것뿐이니까.”

 

얼마나 악독한 정보 상인이길래 하멀 씨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부드러워 보이는 금발에 자신의 손을 파묻어버릴 정도일까? 이렇게 까지 경고를 하는 것으로 보면 하멀 씨의 말대로 조심하는 것이 좋다.

 

아무튼 그 녀석의 비밀은 잘 지켜주도록 해. 만일 지키지 못하면 너의 머리카락 수만큼 구멍을 내버릴 테니까.”

 

알았으니까. 언제 꺼냈는지 모르는 그 총 좀 내려놓고 이야기 합시다...”

 

***

 

하멀 씨가 간지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레시아는 여전히 카운터 앞에서 엎드린 체, 육포를 먹고 있었다. 레시아는 오늘 조용하게 있기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레시아? 무슨 생각하세요?”

 

그야 주인을 어떻게 하면 매료시켜서 기정 사실으...냐아아앗!”

 

먼저 물어본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런 소리가 나와요? 오늘 유난히 조용히 하고 있어서 어디 아픈 것인가? 하고 걱정되어 물어봤더니, 무슨 매크로처럼 말을 한 단어가 저를 어쩌고 저째요?”

 

아팟! 아프단 말이다! 주인! 귀가 얼마나 예민한지 주인은 다 알고 있으면서 괴롭히는 것은, 주인은 사디스트인가!”

 

이 고양이가 진짜...”

 

-쭈욱.

 

냐아아! 주인이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은 가정폭력이다!”

 

가정폭력은 무슨!”

 

그렇게 2분정도 난동을 부리고 나서 레시아를 놔주고, 레시아는 다시 육포를 꺼내 들어서 분풀이를 하는 듯이 먹고 있었다.

 

벌써 주인이 짐을 폭행하고 있다니...초심을 잃었도다. 이렇게 귀엽고 깜찍한 고양이를 어찌 아무런 생각 없이 무자비하게 귀를 잡고 늘릴 수 있냐는 말인가? 세상이 말세로다.”

 

댁은 마왕이잖아.

본래 댁의 목표가 세상을 말세로 만드는 거였어.

 

애초에 서로 신나서 하하호호 떠들어놓고, 정작 조용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짐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중얼중얼...벌써부터 짐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이 분명하며, 이는 곧 주인이 짐에게 이혼 소송을...”

 

거기 이상한 글 쓰면서 중얼거리지 마. 그보다 레시아? 아까 전부터 뭘 적는 거에요?”

 

? 책을 집필하고 있노라. 주인과 짐이 주인공과 히로인으로 나오는 연애소설이니라.”

 

...마왕님?

 

본래 레시아는 세상을 정벌하거나, 아니면 독자들의 머리를 가격할만한 배신을 꾸며야 하는 마왕의 자리에 있는 분입니다만? 로맨스를?”

 

내가 귀를 심하게 잡아 늘렸나? 레시아가 로맨스 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아마추어처럼 로맨스 소설을 쓰는 자리에서, 이상한 사진이나 삽화를 덕지덕지 붙이고 쓰지는 않는다. 소설의 본질은 글이지, 거기에 끼어있는 그림과 삽화가 더욱 눈에 띈다면, 그건 이미 소설이 아니라 F등급이 확정되어 있는 발표자료일 뿐이다. 아무튼 지금은 주인이 짐에게 가정폭력을 휘둘러도, 짐은 여전히 주인을 사랑하기에 이혼소송을 두려워하며 내적 갈등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어디 교과서에 나올 법한 글이네요.”

 

그래도 읽어보면 아이니스의 그 충격과 공포인 대본체보단 좋은 기분.

기본은 쓴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평온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레시아가 이런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짐도 사실 이런 취미는 맞지 않는다. 다만...”

 

다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저번에 주인과 루나링이 나오는 2차 창작물에서, 정말 열정적이고 선정적으로 작성한 글을 보며, 내심 부러운 마음에 짐도 만일 주인과 같이 지내면 어떨까? 하고 쓰고 있는 글이다.”

 

애초에 그런 2차 창작물은 아예 없는걸요?”

 

그야 당연히 루나링이 만들었다.”

 

루나!!!”

 

여담으로 루나의 방에 문답무용으로 들어가서, 레시아가 말한 2차 창작물을 확인한 결과.

그것은 만화책이었으며, 내용은 청소년이 보면 안 될 문서였기에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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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늘도 한 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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