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누군가는 이리 말했다.

성공은 기념되지만, 실패는 기억될 뿐이다.

내가 만일 이 말에 크게 공감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 꿈에 미로에서 헤매고 있는 단원에게 쫓기고 있는 인큐버스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자와 손잡기는커녕 대화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 과연 이번 일을 해낼 수 있을 지? 그보다 나는 분명 인큐버스에게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줬지만, 변수는 하나 있었으니, 릴리 기사단원 중에는 정상적인 사고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남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가서, 작은 몸집으로 벌벌 떨고 있는 인큐버스를 어떻게 하려는 범죄자의 눈으로, 마치 목표물 고정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 레시아는 최근에 여자들은 왜 이리 적극적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여자도 아닌데 어떻게 알까?

릴리 기사단의 특성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체감시간으로는 2시간 정도 지난 것 같은데...5개의 문에 들어갔다 나오는 동안, 단 한 명과도 접촉을 하지 못 하고, 숨을 고르며 엎드린 인큐버스만 존재할 뿐이었다. 문제는 남은 문은 메르티아가 있는 곳인데...

 

벌써 마지막 문이네...어서 일어나.”

 

여자는 무서워요! 수지침이 생겨요! 따라서 잠깐 쉬고 싶어요!”

 

수치심이겠지! 뭔가 쉬운 일이 될 것 같았는데, 상상이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네...”

 

애초에 잠깐 쉰다는 말도 지금이 6번 째.

마치 일어나기 싫은 캐릭터가 “5분만 더.”라고 외치는 짜증나는 상황과 비슷했다. 역시 세상사는 쉬운 일을 바라면 안 되는 것일까? 애초에 키가 150도 안 될법한 인큐버스가, 여성들을 홀리는 것부터가 세간의 눈에는 문제가 될 듯 한데...

 

우선 남은 문에나 들어가 볼까...레시아 끌고가 주세요.”

 

애초에 지금의 내가 저 녀석을 끌고 가려고 하면, 거리를 벌리고 있기에, 레시아에게 부탁을 해서, 계속해서 끌고 다닌 것. 가장 오른쪽 문으로 들어간 순간, 꽃의 화원 속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메르티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꿈 속에서도 차를 마시고 있는 걸로 봐선, 메르티아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을 하지 못하는 모양.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비어있는 메르티아의 찻잔에 티포트를 기울였다. 그러자 아무것도 안 나오고, 주전자에 있는 공기만 찻잔을 채울 뿐.

 

아니...찻잔과 티포트가 있는데, 내용물은 어디로 증발한 거야?”

 

낚였다.

그 모습을 본 메르티아는 어느 순간 생각이 난 듯, 이렇게 말했다.

 

. 그러고 보니, 우리는 임무 중이었지. 그나저나 어쩌다가 이 곳에 오게 되었더라?”

 

잠들은 거야. 나도 너도 같이 온 동료도.”

 

그렇구나.”

 

이제야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한 듯, 생각하고 있는 메르티아에게, 나는 슬슬 협조를 구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 곳에 인큐버스가 있는데. 그 녀석에게 정기를 조금 나눠주면 안될까?”

 

그러자 메르티아는 헛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얼굴이 붉어지면서 나에게 소리를 쳤...

 

너너너너너 미쳤어! ...어어떻게! 그렇게 심한 마마마마...말을!”

 

진정해. 내 독백이 도중에 끊어질 정도로, 큰 소리라는 걸 어필했으면 됐지. 그보다 그리 어려운 것 아냐. 애초에 입맞춤으로 어느 정도는...”

 

그보다! 우리는 인큐버스를 잡으러 온 거잖아! 네가 인큐버스를 도와주면 어쩌겠다는 거야!”

 

그 인큐버스가 여성공포증일 줄은 상상이나 했겠냐!”

 

하아? 그런 바보 같은 일은 없어! 만약 있으면 정말 너의 말 대로, 내가 그 인큐버스와 입맞춤을 하겠다!”

 

라는데...?”

 

그리고 나는 뒤를 보며, 레시아가 둥둥 띄운 인큐버스와 눈이 마주쳤다. 물론 메르티아는 “...설마? 진짜야?”라고 중얼거렸고, 그것을 무시한 체 레시아에게 내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 인큐버스가 여성의 정기를 조금이라도 흡수를 한 뒤에, 릴리스라는 마족에게 보여주면, 지금 꿈 속에 헤매고 있는 우리들을 전부 풀어준다고 약속했어. 그보다 아까 네가 한 말은 지켜야지?”

 

나는 웃으며 그리 말했다.

메르티아는 더 붉어진 얼굴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래서 말은 제대로 해야 한다니까...아무튼 나머지는 저기 있는 인큐버스 소년에게 맡기고, 잠깐 다른 곳으로 산책을 나가는 듯, 발 걸음을 옮겼다.

 

꽃이 가득한 길을 걸어나가며, 꿈이라고는 하지만, 향과 색감, 모양 등. 다양하게 존재했다. 그런 길을 걷다가 레시아는 나와 같이 걸어가면서, 입을 열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애초에 주인은 지금 상태에서, 그 인큐버스에게 정기를 줄 수 있었다.”

 

...?

 

무슨 소리에요? 저는 남자인데?”

 

짐이 주인을 여체화 할 수 있으니까.”

 

“...어디서 성전환 빔을 쏘려고...”

 

아까 주인 옆을 지나간 탄환이 바로 그것이...냐아아아!!!”

 

나는 귀를 잡아 들어올린 뒤에 싸늘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남의 성 정체성을 부수면서, 가지고 노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레시아?”

 

냐아아! 귀는 민감하다고 설정하는 것은 전통이지 않는가! 그만 잡아당겨라! 짐이 잘못했다! 지금 웃는 게 더 무섭다!”

 

발버둥을 치고 있는 레시아가 귀엽다고 생각하여, 1분만 더 이러고 있을까? 생각을 했지만, 전에도 삐쳐서 화해의 육포를 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살며시 내려놨다. 레시아는 자신의 귀를 어루만지면서 짐의 멋진 고양이귀가...”라는 말과 함께 울먹이며 중얼거렸고, 이제 슬슬 시간이 다 되었다고 생각해서, 되돌아가는데...

 

-꺄아아악!

 

효과음으로만 보면 메르티아가 소리친 것 같지만, 사실상 목소리의 주인은 달랐다. 아무래도 인큐버스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난 듯...애초에 인큐버스의 신변까지 생각을 할 줄 은 몰랐지만! 아무튼 곧장 뛰어가기 시작했다. 거기에서는 이성을 잃은 듯한 메르티아와...눈물을 머금고 저항하고 있는 인큐버스가 있었다...

 

진짜 살면서 별 이상한 걸 다 보네...

보통 반대 아냐?

 

도와주세요! 동료분이 입맞춤이 끝난 뒤에, 갑자기 난폭해지셔서...”

 

그러자 레시아는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않는가. 애초에 인큐버스나 서큐버스의 입맞춤은 상대를 극도로 흥분상태로 몰아가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대로 가만히 메르티아가 있는 장소에서 탈주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대로 가면 다음 72화를 쓰기도전에 퇴출당할 수 있기 때문에, 말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메르티아...이제 그 정도면 그만...!”

 

내 말이 들리자마자, 마치 목표물을 옮긴 듯. 메르티아의 공허한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순간 기겁해서 뒤로 살짝 물러났고, 메르티아는 슬슬 침을 닦으면서 입을 열었다.

 

헤헤헤...카린이다...”

 

오늘 나는 동물의 생태계의 일부분 중. 포식자가 노려지고 있어서, 덜덜 떨고 있는 작은 초식동물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때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지금 4백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그 중에 유효한 것 10개를 추려낸 후에, 남은 세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하나는 때린다.

다른 하나는 설득한다.

또 다른 하나는 몸에 맡긴다.

 

물론.

나의 선택은...

나에게 뛰어드는 메르티아에게 검지 손가락으로 조준하여, 마나를 살짝 응축시킨 마탄을 쐈다.

 

-풀썩!

 

미간에 명중되자 마자, 메르티아는 그 상태로 날아가 풀썩 쓰러졌고, 화원에 있는 꽃잎들이 공중에 튀어 오르며, 춤추기 시작했다. 그대로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는 메르티아와 자신의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고 있는 인큐버스를 보며, 이내 나는 거대한 한 숨을 내쉬었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이람...

다른 사람이 봐도,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 어서 릴리스에게 가서, 우리들을 풀어달라고 해줘.”

 

/그건 안 되죠. 누구의 도움을 받으라고 했나요?/

 

루니아 씨가 귀엽고 느긋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매혹시킨다면, 지금 울리고 있는 이 목소리는 귀여운데 도발적인 목소리라고 해야 하나? 듣는 사람의 심정으로는 무심코 얼굴이라도 봐서, 도전하고 싶어지는 그런 목소리였다.

 

다른 한 곳에서, 연보라 빛의 안개가 서서히 응축되더니, 그 안에서는...옷의 묘사는 생략하고...검은 박쥐날개와 한 쌍의 검은 양 뿔. 그리고 나도 처음으로 긴장을 하게 되는 외모를 가진, 은발의 서큐버스...

 

애초에 저건 그냥 서큐버스가 아니다. 앞에 슈퍼가 붙을 정도다.”

 

레시아. 몽마들의 여왕이라면서요. 근데 무슨 앞에 슈퍼가 붙어요? 서큐버스가 전투민족이에요?”

 

아무튼 그렇게 레시아에게 태클을 걸 무렵. 그 서큐버스는 천천히 레시아 앞에 다가가, 형식적으로 예를 갖췄다.

 

마계를 지배하시는 타락의 마왕 레프리시아 님께, 색욕의 공작. 릴리스가 인사를 올립니다.”

 

물론 내 위에 레시아가 올라타고 있었으니까...내 앞에서 인사를 하게 되겠지. 애초에 가까이만 있어도, 대부분의 남성의 이성을 잃게 만드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설마 APP수치가 20이상인가? 지금 내 정신수치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야 하나?

 

그보다. 그 귀여어운 도련님이. 마왕님의 애인 후보?”

 

마나창고다.”

 

...

뭐 내 장래는 창고인가?

아무튼 릴리스는 보라 빛이 띄는 눈으로 나를 보기 시작했다. 뭔가 보석을 보는 듯. 탐욕으로 젖은 눈이 내 온몸을 훑어보는 것에, 또 하나의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줘. 지금 당장!

 

처음에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여장을 한 것 뿐이라...마왕님이 저를 피하기 위해, 여장을 하라고 명을 내렸어?”

 

서서히 달라붙는 거리가 되기 시작하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뒀다. 매혹적인 모습이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온 몸이 이 녀석은 위험해! 빨리 도망쳐!”라고 외치는 듯. 나는 천천히 뒤로 걸으며, 생각을 해야만 했다. 그보다 레시아에게 자문을 구해도 상관 없...어라? 어디 갔지?

 

마왕님은 아까 밴 시켜드렸지. 그러니까 지금은 우리뿐이야. 자기.”

 

누가 자기야!”

 

티르빙을 꺼내서 한 쌍의 단검으로 변환 시켰다.

 

[주인. 릴리스가 짐을 꿈의 미로에서 추방시켰다.]

 

[그건 알고 있어요.]

 

[게다가 아이피 밴이라 뚫을 수가 없다.]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지금 이 상황에 태클을 걸게 만드냐!

 

[지금 해결책으ㄹ...]

 

뭐지? 텔레파시가 끊어졌어?

 

아까부터 자기는 마왕님과 이야기만 하고, 치사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자신의 몸을 과시하면서, 그런 말을 해 봤자. 거기에 낚이는 사람은 내가 아니거든?”

 

애초에 정신방어가 매우 높다고 소문난 나다. 어쩌면 이 정신방어 덕에 철벽이란 소리까지 듣겠지만...지금은 생존하려면 어쩔 수 없지.

 

남에 것을 빼앗는 것은 정말 즐거워! 그게 마왕님의 애인인 것에 흥분되거든...”

 

진정해. 너의 존재로 지금 수위조절하고 있는 글쓴이가 매우 힘들어하거든?”

 

결과적으로 릴리스가 한 발자국 더 움직이게 된다면, 그 이후에는 내가 검을 휘두르며 전투가 시작하던 찰나. 인큐버스는 나와 릴리스 사이에 끼어들어 팔을 벌리고, 막은 것이었다.

 

안 되요! 이 인간은 저를 도와줬어요! 릴리스 님. 부탁이에요. 이제 꿈의 미로를 거두어주세요!”

 

정적.

그 누구도 인큐버스의 행동을 보면서, 아무런 말도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릴리스는 곧 (말도 안 되는 태세변환으로)온화한 얼굴이 되어, 인큐버스를 안으며 입을 열었다.

 

이 아이는 이 상황에서도 인간을 지키려고 하고, 확실하게 특이한 녀석이라니까...애초에 편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내가 보살필 자식들 중. 하나를 도와줬다는 것에는 감사해.”

 

그보다 누가 자기냐고...그냥 인간이라고 해.

거부반응 일어나니까...

 

그럼 릴리스님! 지금 미로 속에 묶여있는 기사단원들은...”

 

그래. 전부 풀어줄게.”

 

그리고 릴리스는 박수를 한번 치더니, 메르티아가 사라졌다. 아마 다른 단원들도 현실에서는 꿈에서 깨어났겠지.

...

 

잠깐? 나는?”

 

나도 내보내야지?

 

그래도 마왕님께서 찍어둔 남자이기도 하고, 극상의 정기는 포기 못하겠는걸? 자기.”

 

다시 (엄청난 속도로 다시 태세변환이 된)릴리스는 인큐버스의 애절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고, 이윽고 나는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느 사이에 날아온 채찍의 경로를 눈으로 읽고, 단검으로 쳐내면서 전투는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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