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72
72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내가 바래왔던 큰 그림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그 바보같이 짝이 없는 여성공포증을 가진 인큐버스를 도와줌으로, 내가 얻어야 할 본래의 성과는 꿈의 미로에서 나를 포함한 기사단원들의 해방을 얻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었다.
마치, 제비가 다리가 다쳐서, 그걸 구해줬더니 박씨를 물고 왔고, 그 박을 심어서 거대한 박을 쪼갰더니, 금은보화가 나오는 그런 착한 일을 하면, 착한 일이 일어난다는 그런 동화. 나는 한 때 그런 동화를 보며 자라왔고, 착한 일을 하면 착한 보상을 받는 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으로 와서 그 결과.
나는 인큐버스를 착한 마음에 도와줬고, 그 결과는 꿈꿔온 이상과 다르게, 정 반대로 색욕의 공작. 릴리스에게 잡히는 순간, 여러 가지로 위험하고, 참담하고, 암울하며, 비극적이고, 절망적이어서,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을 법한, 알 수 없는 일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그런 충격적인 일을 벌이지 않기 위해선, 나는 죽도록 도망쳐야 했다.
물론 꿈속에 갇혀버린 체, 아직까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레시아도 없는 이 마당에, 나 혼자서 고양이에게 쫓기는 쥐마냥 도망가야 하는 신세라니...애초에 꿈의 미로에 갇혀있는 이상.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릴리스다.
애초에 설명을 하기에도 힘들고, 설명을 다 해도 부족할 만한, 노출도가 심한 옷을 입고, 채찍을 한 손에 들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는 모습 또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선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다. 지금 당장 살려달라고 마음이 외치고 싶어하는 가운데, 다시 손이 무의식 적으로 위로 휘두르자, 이번에도 채찍이 한 차례 나에게 움직였으나, 튕겨나간 듯. 다시 허공으로 휘어지는 모습이었다.
“저항이 꽤나 심하잖아? 그만 긴장 풀어? 응?”
“그 대사는 만약에 1페이지나 되는 독백을 깔지 않았다면, 분명히 이상한 글로 오해를 받았을 거다.”
그보다 보통 그건 반대 아냐?
적어도 내 기억에 남았던, 만화책 중에서 남자 악당이 힘없는 여성을 상대로, 저런 대사를 하다가 마침, 지나가던 히어로에게 구출 받은 장면이 생각났다. 그런데 왜 나는 영웅이 오지 않는가?
아무리 정신적인 공간이라고 해도, 정신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육체도 힘들게 느껴진다. 그나마 마나를 다를 줄 알게 된 이후로, 아직까지는 거뜬히 움직일 수 있지만, 그것도 조금만 더 지나면, 곧 바닥을 들어낼 것 같기에, 지구력에 자신이 없는 나는 전략을 생각해야 했다.
그런데...
상대는 마계공작 중 한 명.
과연 나는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최근에는 마왕님이, 어느 인간에게 소환을 당했다고 하길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거든.”
정말로 뜬금없이. 허공에서 멈추면서, 나는 일정거리 떨어지는 동안,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공중에서도 요염하게 부유하면서, 여전히 여유롭게 입을 열은 내용으로는...
“그런데 내 아이 중에서, 그 소극적인 아이를 그나마 바꿔놓으려고 노력하고, 인간이면서도 약자를 위해서라면, 종족에 관여하지 않고 도와준다. 애초에 너는 꿈의 미로에 헤매고 있는 그녀들 보다, 고민이 있고 도움이 필요한 그 인큐버스를 도와줬다는 뜻은...”
뜸을 들인다.
그것은 듣는 청중을 집중시키며, 온갖 예상답변을 상상하게 만든다.
생각한 답변과 상대의 말이 맞으면, 거기에 대한 동조하고,
틀리면 거기에 대한 부정을 답하고, 수정을 가한다.
“자기는 누구든 다 도와주는 것 아냐? 설령 그게 자신보다 약하던지, 자신보다 강하던지, 그게 자신이 잘 알던 사람이든, 평생 모르고 지낼 사람이든, 그저 자기는 ‘문제’가 보이면, 그저 도와주는 사람이야.”
그 말에 나는 단 하나의 답변을
“......”
침묵으로 답했다.
맞는 말이다.
애초에 나는 용병이었으니까.
용병생활을 하면, 애초에 의뢰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보다 권력이 높던, 권력이 낮던, 그게 나를 자주 고용하던 단골이던, 생판 모르는 영주던, 그것은 이미 나에게 있어선, 전부터 익숙한 일 중 하나다.
그런데...
“그게 지금에 와서 뭐가 중요하지? 애초에 분량을 더욱 늘리기 위한 소리인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분량을 채우지 말란 말이다!
그러나 릴리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남자는 묵묵하게 힘든 일을 다 해가면서, 이해심이 넓고, 책임감이 있는 아이거든...”
향락과 쾌락을 담당하는 증표를 가진 마계공작이지만, 꽤나 정상적인 이상형을 꿈꿔오고 있었다. 애초에 온갖 노력을 다 하면서, 남을 도와주는 헌신적인 남자가 취향이라니, 어째서 그런 남자가 취향ㅇ...
“그래야 덮치는 맛이 있거든...선량한 얼굴이 점점 쾌락에 물들어서, 나중에는...”
“그래. 거기까지. 그 이상이라도 말을 하면, 죽음도 죽어버릴 만한 발차기를 선사해주지.”
하기야, 비정상인 녀석이 정상인이 될 수 있다고, 희망을 품은 내가 잘못이지. 잠깐 뭔가 상상을 하듯, 릴리스는 침을 닦으며, 다시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할 말이 많은 릴리스는 곤란한 표정을 지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자기는 정신방어가 너무 견고한걸? 애초에 그 정신방어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지금까지 나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쾌락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은커녕, 나를 여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적대자’로 보고 말이지...어떻게 하면 그 정신방어를 허물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어찌 알아! 그보다 공략대상에게 공략법이 뭐냐고 물어보지 말라고!”
난 태클을 거는 캐릭터의 사명으로, 나는 릴리스에게 태클을 걸고 있었다.
“흠...그러면 공략이 쓰여져 있는 책이라도 볼 수 밖에...”
“내가 연애 시뮬레이션에서 나오는 공략대상이냐!”
“에? 호감도가 올라가면 CG수집도 되는 것 아니었어?”
“그런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태클거리를 만들지마...”
애초에 CG수집은 뭐야!
“애초에 레시아와 그 쪽은 서로 사이가 나쁜 걸ㄹ...”
“릴리스라고 불러줘. 그보다 자기라고 불러도 되고, 혹은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애초에 레시아와 그 쪽은 서로 사이가 나쁜 걸로 알고 있는데, 주종관계는 잘도 하고 있군. 그보다 나를 이 곳에 가둔 것은 레시아에 대한 도발 아닌가?”
“우와...단호박. 하지만 공략한 대상이 어려울수록, 공략이 끝나면 성취는 배로 늘어나긴 하니까...그보다 마왕님과 나는 확실히 사이가 나쁘지. 그래도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한다고? 물론 이번 일은 사적인 일이지만?”
그 말은 이번 일은 결국 레시아에 대한 도발이다.
물론 본의 아니게, 벌어진 일이지만...
솔직히 평화로운 누베르에서 촌장도 모르는 누군가가 거짓으로, 누베르에 몽마가 나타났다고 말하고, 릴리 기사단을 출동하게 만들어서, 기사단원을 전부 재워버린 뒤에, 인큐버스를 도와주게 만들고, 레시아를 꿈의 미로 속으로 추방시켜서, 나와 떨어뜨리는 것으로 레시아를 도발하는 그런 큰 그림을 그린 것이라면, 정말이지 나중에 화가로 취직하여, “참 쉽죠?”나 난발하는 그런 화가가 될 것이다.
...
설마?
“맞아. 그 독백대로야. 내가 전부 꾸몄어.”
“제길...!”
어째서...
“개나 소나 내 독백을 다 읽는 건데!!!”
분노가 담긴 나의 목소리는 허공에 울려 퍼졌다.
“어라? 화내는 것은 그쪽?”
잠깐 당황한 기색이 보인 릴리스에게, 나는 지금까지 당해온 서러움을 모두 토해내고자 했다.
“네가 반대로 생각해봐! 자신이 생각하고 마음 속으로 담아 놓은 것을 만나는 사람마다 전부 읽으면, 너는 기분이 좋아? 애초에 그 사람들은 관심법으로 나를 보고 있는 건가? 너도 옴마니반메홈이나 외우고 있는 거 아냐! 내 독백을 못 읽게 하려면, 관심법 도중에 기침을 해야 하냐!”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울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 일이다. 아무튼 내가 속사포로 쏟아낸 단어를 들은 릴리스는 당황한 기색에서, 불쌍한 사람을 쳐다보는 얼굴로 바뀌게 되었다.
“음...미안해. 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줄 몰랐어. 자기야.”
“그 놈의 자기 소리도 빼!”
아니면, 역으로 나를 더 놀리고 싶어서, 표정연기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릴리스가 다시 요염하게 웃으면서, 채찍을 들은 손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나는 포착했다.
“여전히 넘어올 가망은 없나? 그럼 강제로 납치해볼까?”
나는 즉시 단검을 변형시켜서, 장거리에서도 사격이 가능한, 형태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치이이이!
뭔가 안개 같은 것이 들어왔다.
“애초에 이곳은 정신이 믿으면, 무력해지는 의식의 세계야.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내가 힘들게 채찍을 휘두르며, 힘을 빼지 않아도 된다고?”
“그럼 아까 채찍을 들고 왜 추격했는데?”
“그야 맨 처음에 봤을 때는 맞는 걸 좋아하는 줄 알고. 가볍게 플레ㅇ...”
“이제 그만 됐어.”
애초에 여긴 내 꿈이 아니라, 몽마를 찾기 위해 의식을 그저 옮긴 것 뿐이니까...내가 탈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도중...사방에서 사슬들이 나를 속박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사슬이 나에게 다가오기 2초전...
애초에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고...아예 이 자체를 붕괴시켜버리면 되지 않을까?
붕괴가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의식을 붙잡고 있는 이상한 힘도 사라질 것이다.
물론, 어중간하게 부수면 안 되고, 완전하게 이 공간이 전부 부셔야 한다.
마법방패<Magic Shield>를 한 가득 소환하여,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나를 감싸버렸다. 이윽고 뒤늦은 사슬은 마법방패에 부딪치며 튕겨나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윽고 서둘러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서서히 방패가 깨져나가기 시작하면서, 모든 마나를...아니 그 이상을 더욱 가져왔다.
“무슨 마나가...설마 이 공간을 부수기라도 할 생각이야? 애초에 내 공간에서 어떻게 그런 일을...!”
방패가 다 없어질 무렵, 내가 예상한 것 보다 엄청나게 많은 바다 빛의 기류들은, 나의 단 한마디를 기다리며,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애초에 정신이 믿으면, 그게 현실이 되는 것이 꿈의 미로. 즉 너의 세계잖아? 꿈을 꾸고 있는 당사자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는 혼란을 틈타서, 마음대로 농락은 할 수 있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고 그걸 역으로 사용한 것뿐이야.”
릴리스는 체념한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그거 정말 대단한데? 설마 정신력과 의지가 강한 자에게, 주도권을 쉽게 뺏을 수 없다는 그런 결점을 파고들어서, 나와의 게임에서 이길 줄은...그보다 마나로 꿈의 미로를 완전히 파괴하고 나갈 생각이야?”
릴리스의 말에 나는 답변을 했다.
“그럼 이 마나로 나무 책상이나 만들까? 애초에 이 마법은 호출하는 마법이거든?”
서서히 구체는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한 인간의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 뒤에는 3쌍의 날개가 펼쳐졌다.
“나 참나...설마 무의식을 관장하는 나를 호출할 줄이야. 애초에 그런 거대한 마나 하나로, 그 공간이나 때려부수지, 날 소환할 필요가 있었나?”
질린다는 듯이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방패로 감싼 뒤에, 땅에는 ‘쉽고 간편한 사역마 소환’이란 책에서 본 마법진을 그려놨다. 그리고 호출된 것은 그 책을 쓴 엘티노스. 무의식을 관장하는 하급 신을 꿈의 미로에서 호출했다.
“애초에 저는 3번. ‘타인에게 조언을 구한다.’를 선택할 뿐이에요. 물론 지금은 구원을 바라고 소환했지만...”
“야. 그래도 서큐버스 퀸이 너에게 관심이 있는 모양인데, 저렇게 매력지수가 높은 여자를 왜 거절하냐? 설마 잘렸냐?”
이 아저씨가 진짜...
“애초에 그게 정상적인 천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하급신의 발언이냐! 그리고 자신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 막말도 한두 번이지! 아무튼 당장 여기서 탈출시켜주시죠!”
“알았다. 알았어...어휴. 이 빌어먹을 하렘주인공 같은 자식.”
“어이!”
나의 외침을 무시하고 엘티노스는 박수를 쳤다.
허공에 맑게 울리는 합장소리에, 내 발 밑에 또 다른 마법진이 나타나고, 그 마법진에 빛이 서서히 강하게 빛나며, 잠시 후. 나의 시야는 잡화점 1층의 천장을 본 뒤에, 꿈의 미로에서 탈출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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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엘티노스...
돌직구의 선두주자...
왜 공간을 부수지 않고, 엘티노스를 소환했는 가는 다음 화에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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