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

 

 

 

콘크리트가 하늘을 향해 솟아올라 창궐하기 시작하니, 숲보다 더 복잡한 경로 때문에 레인을 찾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루시피나가 비행마법<Fly>을 사용하며 목적지까지 대려다 줄 수 있지만, 아직까지 달 기지에서 들려오는 무전은 없었다. 주변에 있는 건물들을 둘러보면, 자세히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다른 건물들이 들어와있는 복합구조였지만, 지금은 이 복합구조에 뭐가 있는지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

 

어쩔 수 없나.”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들은 특수한 기류나 그런 거라도 없는 걸까? 그것만 찾을 수 있으면 가장 쉽게 찾아낼 수 있을 텐데. 레인도 세린에 의해 선택을 받았다면, 나보다 세린과 가장 친하게 지낸다고 했을 때.

 

마법사 출신인 나와는 다르게 신체 강화에만 사용하고 있겠지. 그래도 힘을 내포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그 흔적만 따라가면 어느 정도까지 추적할 수 있다.

 

수고를 너무 많이 들게 하고 있잖아. 적어도 무슨 흔적이라도 남겨놔야...”

 

흔적?

 

신랑? 왜 그래?”

 

옆에서 같이 손을 잡고 날고 있던 루시피나의 목소리가 내 머리를 깨우기 시작했다. 걱정스레 보는 눈을 하고 있지만, 내가 목소리에 반응을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되는지, 평소의 얼굴과는 약간 비슷했다.

 

달 토끼들의 노래는 콘서트 장에도 몇 번 와봤죠?”

 

맞아. 정말 좋은 노래였지.”

 

그때 회상을 한 것일까? 감미로운 과거의 음색을 기억했는지 웃음을 띠며 말하는 루시피나의 증언을 빌려서 가설을 세웠다.

 

레인이나 세린이 달 토끼의 습성을 잘 안다면, 노래를 먼저 부르고 갔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납치라는 것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입을 막지 않을까?”

 

당연히 납치의 정석이라면 대상을 무력화하고,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편이 대다수다. 그래도 레인이라면 그 틈을 뚫고 흔적을 남기기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했겠지.

 

지금 근처에서 노래가 들린다면 그쪽으로 가주세요.”

 

알았어!”

 

거침없이 빌딩 사이의 강풍을 가로지르며 주위를 날고 있지만, 10분째 비행을 하고 있을 무렵.

 

찾았어! 이쪽이야!”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돌면서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번화가와는 다른 한적한 시골농가로...

 

잠깐? 루시피나! 속도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콰지직이라는 소리가 내 머리에 나지 않길 빌며, 어지러움을 무릅쓰고 물속인지 늪지대인지 분간이 안가는 곳에서 일어났다.

 

신랑! 미안해! 오랜만에 신랑과 같이 날아서 그런지 긴장했거든...”

 

볼을 붉히면서 양쪽 검지 손가락을 빙글 빙글 돌려 부끄러워하고 있지만, 그 동작을 사용할 때는 고백이나 다른

 

다음부터는 착지를 할 수 있을 만한 속도로 줄여달라고요. 그런데 여기는 농가 아니에요?”

 

300년이 지나도 이런 장소가 있구나. 그보다...

어이 카일. 독백을 모두 끝내고 따지라고...

 

어라? 카일 씨? 왜 이곳에 있나요?”

 

나를 주위에서 맞이한 것은 한눈에 날 알아본 달 토끼. 그리고 그 주변엔 수 많은 달 토끼와 사람들이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자 가운데에 있던 달 토끼가 입을 열기를...

 

아무래도 이 사람들은 하늘에서 사람 떨어지는 게 신기한 모양이네요?”

 

라고 거침없이 손을 내밀었다.

 

레인.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그야 당연히 농가에 있는 사람들과 놀아주고 있었죠. 그나저나 남자가 여자로 변하니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네요.”

 

찾을 거면 그냥 찾아도 되지 않아?”

 

, 그래도 신기한 경험을 하니 괜찮지 않을까요?”

 

달 토끼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리에 대해 확실한 진위를 말하자면, 이곳에 있는 모든 달 토끼들은 농가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었고, 이 지역이 이상하게도 다른 곳과는 수신이 닿지 않아 감쪽같이 없어진 것처럼 된 것일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연약한 달 토끼들은 지상에 내려와서 면역력이 약해죽는 것이 맞지만, 농가에 있던 사람들이 달 토끼들을 도와주는 덕에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말에 따라...

 

오늘도 개고생을 한 건가.”

 

한숨을 내쉬면서 바닥에 앉아버렸다. 아직까지 진흙이 이곳 저곳에 묻어있어도, 이 상태로 적들의 아지트를 부수러 가는 것보단, 덜 꼴사나운 결말일지도 모르지. 해독약을 삼킨 레인은 본 모습으로 돌아왔고, 언제나 기괴한 검은 코트를 펄럭이면서 달 토끼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어린아이에겐 인기가 맞더군. 그나저나 자네는?”

 

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이에요. 저 녀석과 비슷한 직책이죠.”

 

그런가? 이상하군. 잡화점이 2개라고는 듣지 못했는데? 그러면 이곳에 신령님이신 아랑님을 아시는 건가?”

 

아랑이 아직도 살아있어?

하긴, 신령이니 아직도 살아있는 게 당연하겠지만, 아랑을 따르는 신도들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랑은 아직도 존재하던가요?”

 

확실하게 물으려면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유무를 말해야겠지. 마을에 살고 있는 듯한 아저씨는 그럼. 이곳을 보호해주고 있단다.”라고 입을 열었다. 아랑이 펼치는 결계가 우연히 이곳을 가리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달 기지에 있는 연락망과는 닿을 수 없었던 건가?

 

하나 둘씩 퍼즐을 풀을 때마다 내 걱정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노력. 그나마 이게 가장 좋은 흐름이라고 해야 하나?

 

오빠! 오빠! 같이 놀자!”

좋아! 그럼 저 앞까지 경주다!”

 

어린애와 같이 잘 놀고 있는 레인을 보며, 아랑을 만나기 위해 루시피나의 마법을 빌렸다. 청결해진 몸과 옷으로 신사에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고 있을 무렵. 그 앞에서 큰 빗자루로 낙엽과 모래를 쓸고 있는 한 여성을 만났다.

 

아직까지 살아있었나.”

 

저절로 눈이 일그러지게 만드는 존재.

검은 머리를 한 루비아는 내 안에서 가짜의 존재일 뿐.

정확하게 내 앞에 있는 루비아는 신인류를 꿈꿨던 티르의 기술로 만들어진 호문쿨루스.

과거의 적이었던 망령.

 

당신은...”

 

호문쿨루스는 조정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변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나를 알아본 듯이 입을 열었던 루비아의 말을 틀어 막았던 것은...

 

! 카일이지 않는가! 어서 오거라! 여우신사에!”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손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는 어린아이였다.

 

아랑은 왜 저런 어린아이에게 몸을 빌리고 있는 걸까. 백색의 여우 귀와 뒤에 9개의 꼬리는 확실한 아랑을 뜻했다. 그 주변에도 10명정도의 여성이 여우에게 빙의가 되어있었다.

 

아랑?”

 

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나! 300년 만인가? 잡화점의 주인은 죽지 않는다는 말이 정말인가 보구나!”

 

완전히 여우신령님이 되셨네요.”

 

그런데 이곳까지 온 이유라도 있는가?”

 

아랑도 신령이니까 상급신과 동급이니까.

 

이 목걸이 안에 있는 자를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목걸이? 그 목걸이는 신을 봉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품이지 않는가?”

 

한눈에 알아보는 신통함에 마음속으로 감탄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어른스럽기 때문에 동요하지 않고 신중하게 아랑의 작은 손바닥 위로 올려놓았다.

 

. 이건 누구의 짓인가?”

 

아마. 레이베리아의 소행이겠죠. 무슨 일인지 몰라도 엘티노스 씨는 보이지 않는 걸 보니, 그 안에 봉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요.”

 

레이베리아라...그 여신이 일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과한 처사로구나. 오늘밤에 봉인을 해제할 테니, 잡화점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

 

그건 왜죠?”

 

가능하다면 가능한 거겠지만, 이곳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질문하기도 전에, 이미 수 차례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그대는 유일하게 인간이면서 창조주의 힘을 품은 자이니까. 그 안에 있는 에너지는 마나가 아니라, 본래 3개의 에너지를 모두 합친 힘이기에, 카일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니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지?”

 

날카롭게 서있는 여우 눈동자 안에는, 내가 이곳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내가 꼭 필요한 이유라도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그 제안에 승낙을 하고 루시피나에게는 텔레파시로 알려주도록 해야지.

 

애석하게도 나에게 남아있는 신앙심을 사용하기 싫거니와, 조금이라도 아껴야 부자가 된다는 말을 들었노라.”

 

결국 자기 힘을 쓰기 싫어서 내 힘을 빌리겠다는 소리잖아!

 

신령이면서 너무 쪼잔한 거 아니에요?”

 

나의 신앙심은 이곳의 결계를 펼침으로써, 다른 이들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목적이니라, 그 덕에 이들은 풍족한 도시 생활과는 달리, 이런 소박한 곳에서도 즐기고 살아갈 수 있지. 그러니 신앙심은 꼭 중요한 곳에만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아랑은 작은 몸으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루비아의 손을 잡고 내 앞으로 끌고 왔다.

 

이 처자를 보아라! 150년전에 발견한 처자인데 이상하게도 나이를 먹지 않는구나, 따라서 그대에게 양도를 할까 하는데? 어떠한가?”

 

그건 받아들일 수 없네요.”

 

150년전에 발견했다고 하나, 저 모습을 보아 300년의 시간이 흘렀겠지. 메인터넌스를 한다면 신제품처럼 활발하게 움직일 수도 있지만, 그때 트리니티가 또 다른 간섭을 해서 수상한 짓이라도 벌이다간...

 

안심하거라. 안에 있는 불순물들은 모두 지웠다. 모두 나의 힘 때문이지!”

 

신앙심은 중요한 곳에만 사용한다면서요?”

 

귀엽고 예쁜 처자를 위해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않는가?”

 

이 여우신령은 귀엽고 예쁘면 다 좋아하니 어쩔 수 없나? 하지만...내가 이브센티아를 멸망지경까지 만들어놨을 때의 루비아 씨와 너무 똑같잖아. 루니아 누나가 이걸 보면 무슨 말을 할지 가늠이 잡히지 않는다.

 

어떤가? 루비아도 잡화점의 주인이 마음에 드는가?”

 

내 앞에 있는 루비아는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아랑에게 말했다.

 

이 남자는...저의 존재를 부정합니다. 제가 따라가도 폐를 끼치는 일만 될 겁니다.”

 

어라? 카일과 무슨 일이 있었던가? 루비아! 거기 멈추거라!”

 

300년전의 일을 기억하는 거라면 그 가짜가 맞다.

 

내가 루비아를 부정했던 일이라면, 지금 2명의 루비아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전제로 달 기지의 기술로 부활한 루비아와 티르의 연금술로 부활한 루비아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내 입장에서는, 티르의 연금술로 부활한 검은머리의 루비아를 가짜라 칭했지만, 사실 진짜 루비아 씨는 죽고 없으니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달 기지에서 호문쿨루스로 부활한 루비아 씨뿐이었다.

 

하아...”

 

막막함이 한숨을 일으키는 동안 루시피나는 주변에 있는 무녀들을 보며 대화를 하러 갔고, 레인이 뒤에서 달 토끼들과 같이 뛰어오고 있었다.

 

허억...! ! 정말 어린애들은...크헉! 지치지도 않네!”

이야! 달리기 1등이다!”

 

어린 루나가 깡총깡총 뛰면서 좋아하는 동안, 여우신사의 어마어마한 계단을 전부 밟고 뛰어온 레인은 나사라도 풀렸는지 바닥에 쓰러지며 숨을 골랐다. 그보다 더워 보이는 복장을 한 상태로 이곳에 뛰어올라갔으니 당연히 쓰러지지.

=============================================================================================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의외로 재미있어서 늦었어요.

핳.

 

블로그 이미지

FNL-Phantasm

카테고리

판타즘의 공간 (757)
글쓰기 관련 공지 (2)
취미로 글쓰는 중? (753)
즐거운 스트리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