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80
480
사람의 부재가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는데.
모든 것이 해결해서 포근한 집으로 돌아올 줄 알았더니.
다시 사건이 터져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이었다.
어떤 것이 잘못이 되었든 간에, 지금은 레시아를 만나는 것이 먼저일까?
-레빗과 함께 잡화점에서 나간 아리엘의 뒷모습을 본 카일의 생각.
----------------------------------------------------------------------------------
일은 한바탕 다시 꼬이기 시작하면서 영문도 모르고 아무도 없는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2층과 3층에 있었던 위험한 물품이나 봉인지정으로 삼았던 것들은 시간이 지나자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잡화점은 사람이 마법을 쓰던 쓰지 않던, 자원을 흡수해서 유지를 하니까 상관 없다고 해도, 지금 당장 큰일난 것은 이제 나 혼자니까...
밤에 어떤 녀석이 와도 혼자서 막아낼 자신이 없다는 것과 더불어, 마족에 귀에는 슬슬 잡화점이 운영한다는 말이 오고 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그 뒤에 있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각본에 쓰여있었기에 레시아는 인간을 침공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말 그대로 마왕이 인간계를 정복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 내 눈으로 보고 잘 알 정도.
여태까지 잘 지내고 있던 레시아가 무슨 변심으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레시아라면...그 삐뚤어진 마왕이라면 각본이든 운명이든 모든 것을 뛰어넘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그렇고 사건 하나 때문에 이 지경까지 될 줄이야.”
혼잣말을 내뱉고 있었는데 문에서 노크가 아니라 거칠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뭐냐. 그러니까? 남들이 말할 때 시즌2의 시작이라는 녀석이냐? 아직 시즌 1도 끝나지 않았는데 말이지.
“그렇게 두드리지 말고 제대로 열면 얼마나 좋아. 알았으니 열어준다고! 밤에는 영업하는데 왜 안 열어주는 거야?”
새로 단장을 해도 삐걱거리는 문의 소리가 울려 퍼질 때. 내 앞에 양손이 불쑥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붉은 두 눈이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비춰지고, 달을 가린 구름이 때마침 자리를 비켜준 덕에 나는 거수자라고 생각하고 저항하려 했지만, 은은하게 비춰진 얼굴이 내 행동을 막았다.
“신랑!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루시피나? 아. 그러고 보니 잡화점이 탈피를 하면서 방출한 마나 때문에 먼저 깨달은 거군요?”
눈에는 물길을 머금고 볼에 흐르는 눈물이 내 옷의 일부를 적시고 있을 때, 나는 그녀의 귀환을 맨 처음으로 맞이해줬다.
“다행이에요. 루시피나가 무사했다면 모두 무사했다는 거니까.”
“그야. 모두 무사하지. 하지만 신랑이 봉인되고 나서 모두다 뿔뿔이 흩어졌어. 애석하게도 잡화점은 인간이 관리해야 한다는 법칙이 있으니까. 우리가 신랑을 대신할 수 없었다는 거야.”
“하지만, 그 안에서 사는 것은 가능했을 거 아니에요?”
“그게. 신랑의 존재가 없어지고 나서, 곧바로 잡화점이 모두를 방출해버렸거든.”
잡화점은 살아있는 존재니까.
규칙을 위해서 모두 내쫓아버린 것 같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의 행방은 알고 있어?”
힘없이 고개를 저으면서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다른 사람부터 찾는 것이 문제인가? 다 모으면 신룡이 소환되는 건 아니겠지? 그 전에 혹시 각본가라는 말에 대해 아는 거라도 있어요?”
“각본가? 그건 마리아가 찾고 있을 거야. 적어도 별의 아이는 각본가가 아니라는 결론까지 도출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와 신랑 단둘이란 소리지?”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대화능력을 보아하니 제가 아는 루시피나가 맞네요. 우선 들어오시기나 하세요.”
잡화점 안에 조심스럽게 발을 딛는 루시피나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가 없을 때 이 잡화점은 무슨 일을 한 걸까?
“베니와 팔랑크스는 어디있나요?”
“베니는 잡화점의 대결계를 운용하는 핵으로 돌아갔고, 팔랑크스는 검은 존재를 지우고 나서 엘티노스와 같이 천계로 돌아갔어.”
천계로 돌아갔구나.
아! 그렇지!
“지금 레시아는 왜 인간계를 침공한 거에요?”
“그건 아마 신랑이 없기 때문일 거야. 마왕님께서 자신이 인간계를 침공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때. 신랑과 사역마로 계약해서 침공이 뒤로 미루어졌다고 했으니까. 이 잡화점을 같이 운영하는 것이 신랑의 소원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페어링도 다 끊어져버렸고 마왕이 본연에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각본가가 남겨놓은 내용에 맞춰지고 있는 거래. 아마 엔딩은...”
“용사가 레시아를 죽이고 세상은 다시 혼돈에서 멀어지는 거겠죠.”
그럼 지금까지 진행은 내가 1년간 늦춰버린 건가. 어차피 유랑극단이라는 녀석들은 이 세상이 난장판으로 되는 거야말로 삶의 낙이라고 할 테니까.
“지금 용사는 얼마나 왔는데요?”
“그게. 루니아마저 마왕군에 붙으니까. 모든 용사가 전부 나가 떨어지는 바람에, 마왕군이 백전백승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야.”
이건 또 무슨...
그래서 레빗이 아리엘을 데리고 간 건가?
“그러면 지금 이렇게 만나는 것은 몰래 만나는 거 아닌가요?”
“아무리 마왕이라고 해도 드래곤이나 정령처럼 비등하거나 높은 존재에는 절대적인 통치권이 없으니까. 게다가 설령 내가 마왕군이라고 해도 지금 당장 신랑에게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해.”
내 품에 안겨서 얼굴을 묻고 있는 루시피나의 행동이 기쁘지만, 지금 이렇게 인간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상황이 아닐까?
용사라.
항상 용사와 마왕이 있는 이야기에서는 마왕이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당하는 방법밖에 없던 걸로 기억했다. 물론 일부 이야기에서는 더 크나큰 적과 맞서기 위해 마왕과 용사가 힘을 합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다시 마왕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용사의 숙명이다.
하지만 엘티노스는 마왕을 처치하지 않고 때려서 겁준 것만으로도 마왕군이 와해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이 우정반지가...어쩌다 보니 결혼반지의 의미로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 레시아를 만나기에는 나에겐 마법이라는 그 자체가 봉인되어버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아이언 클로를 하고 싶었지만, 내가 스스로 내 몸을 보호할 수 있을 때까지만...
“루시피나는 예전처럼 잡화점에서 살 건가요?”
“임시거처로 만들어야겠지. 그런데 신랑? 몸은 괜찮아? 여전히 3개의 자원이 합쳐진 상태로 몸을 배회하고 있는데? 부셔지는 것은 아닐까?”
“처음에는 반동이 심하게 왔지만, 그래도 익숙해지니 괜찮은 것 같아요. 지금은 아무런 일도 없이 온 몸을 회전하고 있지만, 이건 제가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멋대로 돌아다니고 있는 터라.”
“그렇구나...”
황혼<Dusk>을 사용했을 때. 내 몸은 상당히 망가져있었다. 곧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무자비한 상태. 사실 황혼을 사용하고 나서 강 건너에 계신 부모님을 만났다.
...아니. 아직 부모님 살아계시지.
무시무시한 허상이구나.
익숙해지니 괜찮다는 말을 하기에는 너무 무식한 발언일까? 그 힘을 사용해서 곧 죽을 뻔하고 봉인이 되어 겨우 리셋을 시켰으니 살만하니까 이런 말이 머리에서 자동으로 나왔는데, 루시피나는 여전히 걱정된다는 얼굴과 청순한 이미지가 시너지를 이루다 보니 눈을 자연스럽게 피하게 되었다.
“신랑은 무리하면 안 돼. 지금 당장이라도 마왕님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은 신랑뿐이니까. 나도 이렇게 인간과 사이가 나빠지는 것은 싫어.”
“루시피나.”
진드기처럼 달라붙은 루시피나는 잠깐 떨어지더니 밝은 얼굴로 말했다.
“오랜만에 왔으니 먹을 거라도 만들어줄게! 많이 배고프겠다!”
식당으로 몸을 옮긴 루시피나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 카운터 앞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를 우연히 앞에 있는 거울로 통해 알 수 있었다. 각본가는 뭘 노리고 있는 걸까? 나에게 다른 이야기를 원하는 것일까?
“사회자도 있다고 했는데 대체 그 작자들은 무슨 능력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네. 어릿광대와 맹수 조련사는 충분히 만나봤지만, 각본가와 사회자는 모습을 아예 드러낸 적도 없으니, 모든 것들이 각본가가 쓰여진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된 것도 각본가가 쓴 그대로일까? 아니면, 유일하게 각본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걸까?”
아마. 내 생각에는 각본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예전에 맹수 조련사에게 한방 먹였을 때. 각본에 쓰여져 있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더 정확하게 카일이 각본을 거스르는 건가, 카린이 각본을 거스르는 건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이번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은 있나요?”
“그게...애석하게도 인간과 마족이 공존을 하지 않는 것뿐이지, 인간을 마구자비로 죽이거나 그런 건 아니었거든.”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마왕님과 각 나라에 있는 지도자들이 각자 나라를 걸고 가위바위보를 하다가 모두 이기는 바람에, 마왕의 침공이 모두 완료가 된 것뿐이니까.”
잠, 잠깐? 뭐요?
가위바위보?
근데 나라를 걸었다고?
제정신이냐!!!
“제정신인가요? 그 인간들?”
“술 내기에서 마왕님이 전부 이기는 바람에, 나라의 각 상징을 모두 뺏어버렸어. 그러니까 지금까지 용사들이 그 나라의 상징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거고.”
그럴 바에 가위바위보를 하지 말지! 그나저나 그런 바보 같은 꾀에 잘도 넘어가버렸잖아? 애초에 술내기에 나라를 거는 멍청이들이 세상에 어디 있어!
“내가 과거에서 가위바위보란 걸 알려주지 않아야 했었는데...”
내가 과거에 행한 일 때문에 현재 이런 나비효과까지 불러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면 이 주변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뭐에요?”
“그건 마왕님께서 전부 떠나라고 했거든. 지금은 신성 아우리온 근처에서 사람들이 보호를 받으면서 살고 있어.”
그러면 지금 이곳은 마왕군의 영토로군.
사람이 보이지 않고 이제 종종 몬스터를 손님으로 받아야 하는 건가? 가장 불행하게도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딸랑딸랑~!
“인간! 오랜만이다! 그 동안 잘 지냈나!”
“코볼트냐. 나는 잘 지냈는데. 너는 왜 혼자야? 보통은 때로 몰려와서 난장판을 부리는 것이 정상인데?”
여전히 작은 사람 비슷하게 생긴 녀석은 카운터까지 기어올라와 입을 열었다.
“이곳 잡화점에 물품을 사야 하는데 최근에 없어서 존재를 잊었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 우유 한 컵을 내놓아라!”
나는 근처에 있는 우유를 꺼내 컵에다 따라줬다.
“코볼트. 묻고 싶은 게 있어. 지금은 인간과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큰일나는 거 아냐?”
“큰일나지만 걸리지 않으면 범죄가 아니다!”
걸리면 범죄란 소리잖아.
“걸리지 않게 조심하도록 해라.”
“인간도 조심해라! 대부분 마족은 인간들을 보면 습격을 하니까!”
“습격이라니? 죽이기라도 한다는 건가?”
“아니. 어깨동무를 하고 기차놀이를 한다.”
이곳은 정말 어딘가 잘못 되었어. 각본가가 이상한 걸 쓰고 있는 거 아냐? 그걸 습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신기했다.
=============================================================================================
※시즌2 아닙니다.
'취미로 글쓰는 중?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82 (0) | 2017.08.03 |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81 (0) | 2017.08.02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79 (0) | 2017.07.29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78 (0) | 2017.07.27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77 (0) | 2017.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