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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30분이라는 시간이 많을 정도로 이곳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자세히 생각을 해보면 내가 이미 꿈이라고 인식을 하는 시점부터 일어나게 되어있으니까. 평상시에도 자다가 꿈이라는 걸 인식하자마자 모두 일어나게 되지 않는가? 당연히 거기서도 일어날 수 없다면 완벽하게 몽마를 원망해야지.

 

그러므로 지금 아리엘의 존재가 깨어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꿈의 주도권을 네가 잡고 있으니 일어나지 못하는 거잖아. 그리 간단한 거였는데 아주 가까운 문제점을 배제할 뻔했네.”

 

저도 이곳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모르니 어쩔 수 없잖아요. 25분남았어요.”

 

그 전에 너와 내가 봉인 되었는데 어째서 내 꿈으로 네가 이송이 되는 거야?”

 

천성적인 본능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리엘의 대답은 자신의 이성과는 관계 없이 내 꿈으로 들어왔다는 소리를 하려는 모양이다. 자신도 난감한 얼굴로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오히려 내가 한숨을 쉬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몽마로 바꾸는 건 켈모리아가 한 실수 중에 가장 큰 실수일거야. 그전에 세피르를 아르트리옴과 분리시키는 걸 먼저 해야 할 텐데...”

 

세피르가? 아르트리옴과 합쳐지다뇨?”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카멜롯 지하에 있는 검은 존재가 너의 다른 인격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지만, 세피르가 그 안에 뛰어들어가서 뭘 했는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이야기 해주는 걸 까먹었어.”

 

만약 세피르를 제대로 구출한다면 나부터 구해달라는 소리를 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봉인되기 전에 말하지 못한 게 너무 많았을까? 솔직히 봉인이 해제된 기념으로 루니아 누나가 요리하는 것은 막아달라는 말도 해야 했고, 잡화점 청소는 아침에 꼭 한번씩 해야 한다는 것과, 마당청소를 할 때는 요즘 많이 더우니까 물을 뿌려가면서 해야 한다는 것도...

 

아직까지 너무 많은 일이 남아있는데, 이별이라는 것이 정말 무섭긴 하나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적은 없었는데, 머릿속에서는 분명 떠나갈 사람은 떠나가고 올 사람은 온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하고 있던 내가, 돌아올 수 있는 짧은 이별에 이렇게 안절부절 할 정도라니.

 

지금은 아리엘이 불안해 하니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을 나가기 위해 6번째 양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이 안에서 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니?”

 

메에~”

 

아니. 몽마가 있으니 내가 스스로 못나간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 그러니 몽마를 먼저 현실로 내보내야 내가 나갈 수 있을 거 아냐?”

 

메에?”

 

지금 이 양의 울음소리와 사람이 대화할 때 목소리 톤을 비교했을 때.“그래서?”라는 말과 매우 흡사했다. 이 양은 지금 나와 별다른 이야기를 하기 싫다는 듯이, 울타리를 넘어가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 대체 다른 양들은 다 넘어가는 울타리를 6번째 양은 못 올라가는 이유가 뭘까?

 

그러니까 울타리에 있을 때 제대로 점프나 뛰라고! 이 망할 양아!”

 

나도 모르게 6번째 양을 걷어차버렸다. 마법과 마나를 운용할 수 없는 내 몸은 그저 일반인보다 아주 살짝 조금 아픈 발차기. 하지만 양은 발로 차이자마자 거대한 울음소리와 함께 죽기살기로 도망치면서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어라? 뛰어넘었다.”

 

메에.”

 

저 안에 다른 양들이 나와서 6번째 양을 맞이해주고 있는 모습을 보자. 아리엘은 허탈한 웃음소리와 함께 말하기를...

 

카일 씨. 의외로 난폭하네요.”

 

조용히 해.”

 

그래도 조금만 뒤에서 밀어주면 저 멀리 도약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게 정답인가 봐요.”

 

조금만 밀어준다는 그 말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양을 보고 있자니 내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 같아, 다시 뒤를 돌면서 탈출할 궁리를 위해 바닥에 누웠다.

 

뭐하세요?”

 

혹시 몰라? 이러고 자고 있으면 현실에서는 봉인이 풀린 상태로 깨어날지?”

 

방금 전까지 제가 방해가 되어서 꿈에 못 깨어난다는 말은 누가 했던가요?”

 

그러니 내 말은 혹시 모르냐는 말이야. 세상에는 조금만 밀어줘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천지야.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알아서 하겠지.”라고 방치를 한다면, 그 순간부터 저 6번째 양처럼 멀리 떨어지고 도태되는 존재로 전락하지.”

 

아리엘의 말이 사라진 것으로 보면 켈모리아에게 많이 밀려졌을 것이다. 학원의 비서가 되어가고 마족이 되어가면서, 그리고 얼떨결에 미스 카멜롯까지 되어가면서, 혼자인 줄 알았던 사람이 쭉 둘러본다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것.

 

당연히 나도 똑같다.

너무 밀려서 절벽으로 떨어질 뻔했다만 그 경험이 양식이 되었다.

그러니...

 

지금은 내가 널 밀어줄 테니 이곳에서 빨리 나가자.”

 

? 밀어준다니?”

 

내가 이곳에서 잠이 들 때 키스만 하도록 해. 다른 거 하면 정말로 때린다?”

 

푸훗! 보통 그런 상황은 반대 아닌가요?”

 

시끄러워. 이건 어쩔 수 없는 협력일 뿐이니. 나도 머릿속에서 거대한 내적 갈등과 지금 당장이라도 내 초자아가 당장 그 말을 철회하라고 울부짖고 있단 말이야. 제길...아리엘은 대체 얼마나 어장을 부풀려야 만족하는 거냐.”

 

카일 씨야 말로 얼마나 많은 하렘인원을 만들어야 만족할 건가요?”

 

...아리엘에게 이렇게 들어서 할 말이 없지만, 내 경우에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 사고로 인해 어쩌다 보니 생성되었다고 해야 하나. 생각을 해보면 정상적인 만남이 없다고 생각했다.

 

싫으면 안 해도 돼. 아니 다시 생각을 해보니 좋아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뭔가 부작용이 가장 크게 일어날 거 같으니까.”

 

부작용이 뭔가요? 사람을 약물 취급하지 말아줄래요?”

 

내 오른쪽 귀에 걸린 티르빙을 만지작거리며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티르빙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야! 안본 사이에 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를 꼬신 거야? 형씨는 정말 능력자구나?”

 

아마 이런 말을 했겠...

 

잠깐?! 티르빙 너 지금 말했냐!”

 

귀걸이에서 오랜만에 불빛이 들어오면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호쾌하게 들려오는 어린 음성은 지금 당장 들려오고 있었다.

 

이 공간은 영적인 에너지까지 모아주고 있으니까, 지금 당장 갈기갈기 찢어진 내 영혼을 일시적으로 용접했다는 의미겠지.”

 

그보다! 그 동안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대체 뭐야?”

 

그야 내 영혼은 네가 힘을 사용할 때마다 갈기갈기 찢어지거든. 어느 순간 형씨와 이야기 하지 못하고 사라져서 많이 놀랐다고 생각하는데?”

 

1년간의 공백으로 지금 티르빙이 말하는 사실에 매우 놀라고 있었으니까. 그보다 티르빙을 내가 사용할수록 영혼이 찢겨진다는 소식은 몰랐는데, 그걸 왜 먼저 말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

 

어째서 그걸 먼저 이야기 하지 않았던 거야?”

 

그야. 형씨는 항상 사건과 사고가 터졌으니까, 주춤할 시간도 없는데 그런 말을 해서 성장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 안 그래?”

 

내 얼굴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이 어울릴까? 아니면 오랜만에 만났으니 반가운 얼굴이 어울릴까?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할 테니, 티르빙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지금은 내가 이곳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까, 내 마나를 흡수하고 이곳에서 본 모습으로 돌아와봐.”

 

지금? 오랜만에 해볼까나?”

 

흔쾌히 납득하면서 마나를 흡수하고 사람의 모습으로 성장한 티르빙이,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7세 남자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외투를 벗어서 티르빙에게 입혀주고 자신의 팔과 다리를 오랜만에 확인하고 있는 티르빙은, 기쁜 듯이 이리저리 점프를 하고 있었다.

 

이야! 마지막 한 조각까지 흩어졌을 때는 두 번 다시는 이런 모습으로 될 줄은 몰랐는데, 지금은 이렇게 살아 움직이니까 인생을 다시 살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넌 그 안에서 계속 살면 되잖아. 어차피 나는 이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서 다루지 못하거든.”

 

그런데 형씨. 궁금한 게 하나가 있는데? 잠깐 말해도 될까?”

 

뭔데?”

 

오랜만에 나타나더니 궁금한 것은 많은지 질문을 마구자비로 하기 시작했다.

 

저 뒤에 있는 어린애에게 손대는 건 범죄라고?”

 

안 댔어! 그리고 진짜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니잖아!”

 

티르빙도 아리엘을 의식했는지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아리엘을 잠깐 부를 겸.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하고 본래 말하고 싶었던 것을 내뱉었다.

 

지금 형씨 몸 안에 있는 거. 마나가 맞는 거야?”

 

마나가 맞냐고 물어봐도 지금 내가 어떻게 들춰낼 수 없다만?”

 

마나라고 보기에는 거대한 에너지가 담겨있는 거 같은데? 0.1%만 흡수해도 내가 붕괴될 뻔했다고?”

 

아리엘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던가?

 

아리엘. 지금 눈을 강화해서 내가 어떤 마나를 지니고 있는지 알려주겠어?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도 티르빙이 내 마나를 흡수하고 변했으니까.”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구나. 이제 남에게 진단해달라고 할 정도로 낡은 건가?

 

태양 빛처럼 백색광이네요. 조금만 쳐다봐도 실명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신성력은 백색인데 지금 카일 씨의 몸 안에 있는 것은 너무 눈이 부셔요.”

 

무슨 소리야. 설마. 지금 3개의 자원에 내 몸 속에서 융합한 거야? 내가 핵융합 발전기냐? 아니면 누군가가 마법카드로 융합을 사용한 거야?”

 

하지만 제가 봐도 그렇게 보인다고요? 설마...신이 되어가는 거 아니에요?”

 

아니. 신이 되어가고 있는 현상으로 이런 경우는 없다. 천계는 신성력 하나로 이어져있으니까. 이렇게 융합이 된 경우는 창조신 이외에...시나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큰일이라면 이 몸으로는 그 거대한 에너지를 감당할 자신이 없고, 제대로만 사용할 줄 안다면 어마어마한 능력이 될지도 모른다.

 

당연히 지금 봉인이 풀려서 나가자마자 붕괴 당할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원래 이 안에 들어가 있으면 리셋이 되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마법도 페어링마저 전부 다 끊어졌지만, 마나마저 본래 상태로 돌아올 수 없나 보다.

 

파워 업이 파워 업이 아닌듯한 파워 업은 난생 처음 들어봤네. 이러다 온 몸이 파업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형씨. 예나 지금이나 말장난은 최악이구만...”

 

티르빙이 나를 보며 안쓰러워 하는 표정을 지을 줄 몰랐는데...

 

시끄러워! 아무튼 지금 당장 이곳에서 나가자. 그리고 티르빙은 그 안에 있으면 초기상태로 그 안에 계속 있을 수 있잖아? 그러니 우리 따라 밖에 나오지 말고 그 안에서 살라고?”

 

. . 그것도 나쁘진 않지. 양들도 많이 있고. 그럼 길을 열어줄 테니 피를 줄래?”

 

티르빙은 활짝 웃으면서 백색의 단발이 어디서 불어오는지도 모르는 바람에 이끌리고 있을 때. 오른팔을 티르빙 쪽으로 건넸다. 어려 보여도 역시 물리는 건 상당히 아프고, 피를 목에 상쾌하게 넘겨가며 맛을 음미하는지 한동안 내 오른팔을 풀어주지 않았다. 강한 붉은 눈이 빛을 발하며 뜨자마자, 바닥에서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커다란 구멍이 나기 시작했고, 나와 아리엘은 멍하니 그 구멍 밑바닥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저기 통과하면 체셔가 나오는 거냐?”

 

엘리스와 더불어 이상한 나라에 빠지는 건 아닐까요?”

 

둘 다 중얼거리지 말고 잘 가도록 해.”

 

나와 아리엘의 등을 살짝 떠미는 소리는 툭,하고 튀어나왔지만, 앞으로 떨어져야 할 깊이를 모르는 우리는 마음의 준비도 안 되었는데 떠밀어버린 티르빙을 저주하며, 거대한 비명소리와 함께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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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워프레임을 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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