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

 

 

 

숨을 고를 필요도 없다. 마법에 영창을 시작하지도 않는 마법의 지배자라는 이명. 그 이름에 걸맞게 켈모리아의 손 끝에서는 마법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빛에 눈을 빼앗긴 다면 곧이어 찾아올 화염으로 뒤섞인 창에 맞는 것이고, 서투르게 움직이면 다른 마법이 몸을 덮치겠지. 나를 상대할 때는 그런 잔재주는 통하지 않았으니.

 

볼펜처럼 보이는 특이한 기구로 뒷부분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Oh Yeeeeees!

 

언젠가 이것도 음성을 좀 바꿔줘야 할 텐데.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아. 기초마법이라던가 그런 건 카일에게 전혀 닿질 않네. 설령 맞는다고 해도 항마의 축복이 지켜줄 테니까. 이런 마법은 가장 비효율적이라는 걸까?”

 

지루한 표정의 켈모리아의 몸에서 바다 빛의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고, 나도 바다 빛의 파도를 허공에서 만들어냈다. 서로 새벽<Daybreak>을 사용하면서 어느 쪽의 마나가 더 빨리 소비되는지 자웅을 겨루는 것은 결코 아니며...

 

-파앙!

 

내 볼을 스쳐나간 마탄이 순수한 힘겨루기에 방해를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더러운 짓도 할 수 있는 것은 쾌락주의자의 특권이 아니다. 본래 켈모리아의 성격이 좀 비정상적으로 현실적인 시각인 것뿐. 곧 죽게 생겼는데 이기려면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나도 용병시절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꾀를 꾸민 것처럼...평범하게 이기는 것이 지루하거나 볼품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발상부터 기발하지 않으면 저쪽에게 밀린다.

 

그러면 죽지 않게 조심하라고?”

 

보통 촌각을 다투는 싸움에서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을 텐데!”

 

급격한 파동을 쏘아 보내는 켈모리아의 손을 피하면서 생각을 했지만, 켈모리아의 새벽을 상쇄하는 걸로 마나를 전부 소진하고 있는 반면, 나와 다르게 다른 마법을 사용할 정도로 여유가 넘쳐난다는 소리.

 

켈모리아의 경우에는 마나도 그렇고 마법도 그렇고 역시 정면대결은 위험하구나. 그렇다면 나는 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이야! 루시피나!”

 

대화재의 시!”

 

거대한 불길이 나와 켈모리아를 뒤덮기 시작했다. 나 혼자의 마나로 켈모리아의 새벽을 견뎌낼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마나를 빌리는 것이 유효한 방법. 당황한 표정으로 대부분의 마나가 소비 되면서, 켈모리아 근처의 마나가 대폭 감소했다.

 

““대화재의 시는 카멜롯 전역을 태워도 이상할 리가 없는 광역마법. 그 마법을 켈모리아 혼자 집중해서 막아낸다면, 상대적으로 이쪽이 우위를 점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은 최악의 악수를 꺼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뒤에서 불길을 조종하는 루시피나에게 이상이 생긴 듯이 식은 땀을 흘리며 동요했다. 붉은 두 눈빛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다급하게 외치기를...

 

신랑! 도망쳐!”

 

블랙홀!”

 

우주에 있어야 할 것이 왜 내 앞에 있는 거냐! 시공간 마법으로 조종해낸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염력으로 압축해서 제어하는 거라면, 내가 손을 댈 수 없는 노릇인데. 어마어마한 속도로 흡입하는 검은 구멍은, 중앙에서 뻥 뚫린 체 희생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공기, , 나뭇잎을 먹으며 점점 몸을 키워나가고, 곧이어 돌을 들어서 삼키는 만행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기프트피어스를 들고 블랙홀을 향해 눌렀다.

 

-Oh Yeaaaaaaah!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목소리를 빨리 바꾸고 싶은 마음에, 버튼을 강하게 짓누르며 블랙홀의 크기를 줄였다. 새벽을 전개하면서도 블랙홀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넘칠 정도면 지금쯤 강물에 흘러내려와 바다를 이루고 있겠지.

 

마법사를 마법으로 이기려고 하는 내 잘못인가?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이상할 게 없으니 검을 들고 돌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이미 끝났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 다른 방법은 어디에 있는 걸까?

 

방금 전에 우주에서 날아왔던 거대한 괴수를 찢어놓았던 그 빛이 켈모리아에게 떨어졌으면 좋겠는데. 지금 당장 루나와 이야기 할 방법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잠깐?

그걸 왜 남에게 부탁을 하는 거지?

오히려 내가 새로 만들면 되는 것을?

 

그럼 계속해서 가볼까?”

 

전방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옆과 뒤쪽에서 소름 치는 것과 동시에 티르빙을 검으로 만들어서 방어했다. 방어자세에서도 거대한 충격이 오고 갔는데, 새벽<Daybreak>이 여전히 출렁이며 다가왔고, 켈모리아의 신체에서 푸른 전류가 튀기 시작한 것을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걸 실감했다.

 

터치!”

 

장난스럽게 나를 살짝 치고 갔지만 비스듬하게 몸을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바보 같은 마법소녀 옷 앞에 포인트로 달려있던 거대한 리본이 까맣게 그을리며 날아가버렸다.

 

어라? 왜 변신이 풀리지 않는 거지?”

 

그야 저는 마법소녀가 아니라 다른 이들 때문에 불행하게 여장을 당한 거니까. 여전히 내 성별에 대해 헷갈린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 외우는 게 좋을 거야. 잡화점의 주인은 남자라고.”

 

어머나? 몰랐어. 너무 잘 어울려서 말이지.”

 

그래서 잠깐 부탁인데 새벽을 꺼줄 수는 없을까? 옷을 좀 갈아입고 싶거든.”

 

켈모리아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여장한 옷으로는 너무 하늘하늘 거리기도 하고, 너무 예쁜 것을 치중했는지 굽이 살짝 높은 신발이니 힘들었다. 서로 바다 빛의 마나가 허공으로 사라지고, 잠깐 동안 옷을 갈아입었는데 검은 면바지와 검은 가죽외투를 입었다.

 

여전히 검은 거 좋아하네? 집에 그거 밖에 없는 거 아냐?”

 

그나마 검은 색이 무난하거든.”

 

다른 곳에 공간이동을 하면서 켈모리아는 말을 걸어오는 여유를 보였지만, 지금 구두나 부츠가 아니라 가벼운 신발을 신었으니, 근접전에서도 어느 정도 보안이 되겠지.

 

아리엘을 되돌린다면 어떻게 할 거야?”

 

왜 느닷없이 저런 질문을 하는 거지?

 

글쎄. 적어도 다른 사람이 보호해줄 때까지는 데리고 있는 것이 맞지만, 이미 적임자를 찾아서 내가 데리고 있을 필요는 없어 보여. 그러니 이제 질문이 끝났다면 그 이상한 번개마법을 사용해도 괜찮아.”

 

그래? 너무 여유가 넘치는데?”

 

다시 빛의 속도처럼 움직이는 푸른 스파크가 켈모리아가 지나간 길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흔적과 자취를 남기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 벌써부터 손바닥이 날아왔지만 시공의 눈을 개안한 뒤에, 날아오는 손바닥의 팔을 옆으로 빗겨 쳤다.

 

빛의 속도로 움직여도 프레임단위로 늘려버린다면, 사람의 눈으로 직시할 수 있을 만큼 느려진다고!”

 

새벽을 휘두른 주먹이 켈모리아의 복부를 강타했고, 주먹에 남아있는 미약한 힘의 반동으로 자연스럽게 왼쪽 주먹으로 이동하며 정권을 내질렀다. 오른손으로 막아내기 위해 얼굴을 가린 켈모리아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저 뒤로 날아가고 나서, 붉은 구두의 굽이 날아가면서 바닥을 스크래치 냈다.

 

시공간술사에 대한 개념은 아무래도 카일 쪽이 제대로 잡고 있는 것 같아.”

 

좋은 스승 때문이지.”

 

그리고 서서히 자세를 고쳐 잡았다. 시공의 눈을 개안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내 몸은 안 좋아지니. 시공의 눈을 닫고 상황을 살펴봤지만 내가 주먹을 강타하는 동안, 켈모리아에겐 그 어떠한 치명타도 되지 않았다.

 

복부는 바람마법을 이용해서 쿠션을 만들어 닿지 않게 하고, 정권을 막았던 손바닥에는 이미 새벽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마법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거군.”

 

정답. 나는 육체강화마법이 특기인 언니하고 옛날부터 많이 싸웠거든. 근접전에는 오히려 이쪽이 환영하고 있지.”

 

켈모리아는 나의 해답에 빨간펜으로 ! 잘했어요!”라고 써주고 싶은 모양인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전투시에 마법을 만드는 행위는 제대로 미친 행위 중에 하나지만, 지금은 미친척하고 마나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어라? 마나를 그렇게 많이 사용해도 되는 거야? 마법사들은 단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작지만 효율을 중시하는데?”

 

때로는 도박이 필요한 법이지. 요즘 인생에 도박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겠어?”

 

그래도 지금 사용할 마법은 마나가 너무 많이 들겠네? 시전하다가 쓰러질 것 같은데?”

 

그건 사용하려는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마나와 더불어 내 안에 있는 신성력과 마기마저 모조리 섞을 거니까.

 

신랑! 그러면 안 돼! 마법에 기초되는 자원은 한가지씩이라고! 그렇게 마구자비로 넣으면 폭주가 일어날 거야!”

 

루시피나가 저 뒤에서 소리치며 말리려고 했지만, 켈모리아의 사심이 가득한 결계가 루시피나의 앞길을 막았다.

 

그러면 도박을 해보도록 해?”

 

오히려 이 시간을 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모든 자원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것은 엘티노스의 자서전에도 쓰여져 있는데, 손쉽게 말해 마법사, 사제, 흑마법사 세 명이 모이면 가능한 자살행위라고 했다. 폭주로 인한 거대한 폭발은 피아를 구별하지 않고 모조리 태워나가고, 소멸시키면서 지도를 바꿀 정도이지만, 성공적으로 융합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버틸만한 마법을 만들거나, 신적인 보물들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3가지의 자원을 중재하기 위해, 티르빙을 롱기누스의 창으로 변형시키면서, 내 앞에 태양보다 밝은 듯한 거대한 빛의 구체를 내리 찍었다. 티르빙으로 인해 검은 색으로 물들었던 창은, 빛의 구체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하얗게 탈색하기 시작했고, 그걸 잡고 있던 내 몸마저 빛이 나기 시작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3개의 자원이 섞여 조화를 이루면, 빛도 아니고 어둠도 아니게 되는 독자적인 에너지라니.”

 

황홀하게 보고 있는 켈모리아 앞에 창 끝을 겨누며 발동언어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황혼<Dusk>”

 

거대한 빛은 창 끝에서 순식간에 뿜어져 나와, 켈모리아의 마법방패와 복부, 그 뒤에 있는 결계와 저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검은 거대괴수의 몸까지 뚫어내면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켈모리아는 자신의 복부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라? 분명 막았을...”

 

새벽으로 몸을 두르면서 막아내도 소용 없어. 이미 신을 뛰어넘는 에너지니까. 엘티노스 자서전에도 없던 정보야. 3가지의 자원이 뭉치면 이런 일이 되는 거지. 과거로 회귀마법을 사용할 거면, 내가 롱기누스로 흡수하기 전에 갔어야지.”

 

힘 없이 축 늘어진 켈모리아는 외견상 아무런 상처가 없지만, 롱기누스는 상대의 영혼을 꿰뚫고 부수는 힘. 지금은 황혼의 힘을 이어받아 상대의 본질마저 부순 것이다.

 

더 이상의 회귀는 없어. 그 지루한 일생에서 쾌락주의자밖에 될 수 없었던 저주받은 나날도 이제 끝이야. 이제 환생 같은 건 불가능 할 테니까.”

 

본래의 모습으로 천천히 돌아오는 것과 동시에 숨이 막히는 듯한 감각이 내 몸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 쿠학! 콜록! 콜록!”

 

입에 비릿하면서도 끈적이는 짠맛. 이미 유혈을 토해내고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이 시야가 흐려지고, 온 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위험하다며 생각하지도 않았던 행동을 인간이 해냈다.

 

다만, 그 대가는 톡톡히 치르고 있는데.

몸이 많이 피폐해진 터라, 지금 당장 안정을 취하고 쉬어도 얼마 못살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이런 거 사용하지 말아야지...”

 

온 몸의 마나가 제대로 모이지 않고, 롱기누스의 창은 다시 귀걸이 형태로 바뀌어 버렸다. 정말 한 순간. 3개의 자원이 합쳐져서 새로운 자원을 만들고, 롱기누스로 그 힘을 흡수했을 때. 지식과 이해가 초월범위까지 닿아있었고, 한정적으로 창조신과 버금가는 힘을 얻었다.

 

태초에는 마나와 신성력, 마기가 모두 합쳐졌다는 최초의 발상이, 나를 이 지경까지 몰아가버렸다. 그리고 켈모리아를 공격했던 그 순간, 그녀의 과거 회귀는 100번 이상 이루어낸 업적이야 말로 아리엘의 탄생이었으며, 아리엘을 자신의 밑으로 두고 싶은 이유라면 단순한 변덕이었겠지.

 

서서히 싸늘해지는 켈모리아의 얼굴에서는 오히려 웃음이 피어 올랐다.

 

회귀도 못하고 환생도 불가능하다. 그럼 이 지루한 저주에서 겨우 해방될 수 있는 거구나.”

 

존재가 소멸한다는 의미는 죽어서 가죽을 남고,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다른 이들에게 잊혀져 버린다는 소리. 그런 잔혹한 죽음 앞에서도 서서히 사라지는 자신의 손을 보며, 웃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내 머릿속은 수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

네. 일격필살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FNL-Phantasm

카테고리

판타즘의 공간 (757)
글쓰기 관련 공지 (2)
취미로 글쓰는 중? (753)
즐거운 스트리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