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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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인 레시아가 하얀 뱀을 가지고 놀고 있고, 하얀 올빼미인 시나도 같이 끼어서 가지고 놀고 있는 사이에, 카멜롯의 상태를 보고 왔는지 하멀 씨가 밤 늦게 찾아와 다짜고짜 총성을 울린 것만 생각한다면, 동네에 민폐를 끼치는 것은 탁월하다고 생각했지만, 평상시의 하멀 씨는 남이 어떻게 되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맞긴 했다.
“결계가 꿈틀거리고 있다고요? 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소리에요?”
“단순한 결계가 아니니까 당연한 거지. 그 안에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모든 환경적인 요소를 결합시키는 작업을 하는 거니까. 그 중에서 빠르게 익숙해진 괴물들이 뛰쳐나오기 위해 난장판을 부리고 있다는 소리야.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도 할 일이 남아있냐?”
“마법 기동반을 만나지 못했어요. 이 상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좋다고 보거든요.”
그래야 나중에 아리엘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하멀 씨는 내 생각에 못마땅하듯이 고개를 휘휘 저어 거친 입을 다시 열었는데.
“꼭 그런 녀석들에게 도움을 바래야 하는 거냐? 지금 카멜롯 주변에 마왕군도 그렇고, 검은 높새바람이 시켜서 뛰쳐나온 기사라던가, 거액의 돈을 받기 위해 목숨을 팔러 온 용병들이 캠핑하면서 지키고 있는데? 어느 왕실이든 마법사들이 찾아와서 훌륭한 연구소재를 가져가기 위해 쟁탈전도 벌일 기세라고. 어차피 그 결계가 깨지면 순식간에 지옥이 되는 건 변함이 없어도...”
“그 사람들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인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아리엘을 어느 정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쪽 담당선생은 잘 모르겠지만 어린 애들은 아리엘을 되돌릴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아리엘이 돌아오길 빌고 있는 염원을 담아 획기적인 봉인 방법을 알고 있을 거에요.”
하멀 씨는 나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천천히 질린듯한 어조로 내 귀를 공격했다.
“너는 좀 더 현명한 녀석이잖아. 지금 네가 하는 소리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 지금 대재앙을 불러오는 그 여자애 하나를 구하겠다는 소리야? 내가 알기로는 그 애는 너에게 있어서 중요하지 않아.”
그런 하멀 씨에게 나는 입을 열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것도 있고, 얼굴을 알고 있고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면 도와주는 것이 맞는 거에요. 하멀 씨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곤란해 하고 있으면 적어도 말은 잘 들어주잖아요?”
“그저 얼굴만 안다고 해서 또 다른 자살행위를 네가 할 필요는 없어!”
“루비아 씨는 그저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희생했다고요!”
나와 하멀 씨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모두가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느껴졌다. 적막이 그 뒤를 지나가고 무거운 분위기가 그 앞을 추월하고 있다. 하멀 씨는 잠깐 화를 삭이기 위해 듯 담뱃갑에서 사탕을 꺼내고 입에 넣었다.
“어떻게 된 게 그런 고집스러운 부분은 루니아와 닮은 거냐...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진짜인가?”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는 거에요? 그렇다면 제 요리가 무지개 요리가 되잖아요. 그리고 제 성격은 루비아 씨를 만나고 나서 이런 성격이 된 거에요. 루니아 누나를 보며 본받은 것이 아니라.”
지금은 달의 기술을 바탕으로 호문쿨루스로 다시 탄생한 루비아 씨가 살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주인의 말이 맞다. 주인은 장래에 뛰어난 모델로 성장해야 할 사람으로, 흑장미를 찍고 있는 아리엘이 있어야지만, 콜라보를 내거나 이벤트를 할 때도 더 많은 행사를 기획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의외로 주인과 아리엘의 갭이 잘 맞아서 다양한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니 아리엘을 되도록이면 다시 되돌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냐아아아앗!”
여전히 암묵적으로 레시아의 머리를 붙잡아 허공에 들어올리며, 손가락에 힘이 서서히 들어가기 시작했고, 내 손을 뿌리치기 위해 앞다리를 계속 허우적거리고 있었지만, 점점 강해지는 힘 앞에서 비명을 지르고만 있었다.
“죽음으로 가는 현명한 선택을 지금 레시아가 했다는 거 알고 있죠?”
“아프다! 아프다고 주인! 비, 비둘기! 도움! 도움!”
“인과응보입니다. 냥캣. 그리고 저는 올빼미입니다.”
검은 고양이가 축 늘어져서 카운터 위에 누워있는 동안, 하얀 뱀은 그런 레시아를 툭툭 건들이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살아있으니까 그 이상 건들이면 고양이 어퍼컷이 날아올 것 같은데?
“그래서 언제 만나러 가려고? 마법 기동반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 말이야.”
“아마 아케리카 학원에서 찾고 있을 테니. 찾아내고 나서 말을 좀 해봐야죠. 지금은 위치를 알 수 없는 지역에 들어가있다고 하니까.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고, 어쩌면 자기들끼리 카멜롯에 먼저 들어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루크와 카를로스가 서로 텔레파시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어요.”
“그런 말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는데. 너는 어떻게 그걸 잘 아냐?”
“전 그 녀석들의 선생님이니까요. 그래도 최근에는 조용히 잡화점을 운영하나 싶었는데 조만간 다시 만나게 생겼네요.”
-콰아앙!
“그만 건드리거라! 이 나약한 뱀 주제에!”
결국 하늘로 승천하다 잡화점의 천장에 박혀버린 하얀 뱀은, 의식을 잃어버렸는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는 레시아에게 다시 시선을 돌리자. 하멀 씨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금색의 사자갈기 같은 머리카락을 긁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구나. 나는 왕궁에 일이 좀 남아있으니까. 이제 돌아가본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할 테니. 혹시 다른 일이 생기면 나에게 알려주도록 해.”
결계가 태동한다는 소리를 남긴 체 그래도 공간이동 해버리는 하멀 씨의 뒤를 보며, 태동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생각했다. 결계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소리라면 서서히 모든 깨져나간다는 소리인데, 그 중에서도 아리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슬슬 준비할 때이긴 하네요. 루니아 누나와 루시피나는 달에 올라가서 준비하고 있는 중이고. 잡화점도 슬슬 안전상태로 만들어야 하니까. 베니와 팔랑크스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이 잡화점을 안전한 곳으로 숨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레시아와 시나는 저에게 잠깐 오세요.”
잡화점의 밖으로 걸어나가면서 천장에 여전히 매달려있는 하얀 뱀을 놔두고,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를 이끌고 밖으로 나아갔다.
“이런 야외에서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마스터?”
밤공기가 여름이라서 습기를 약간 담고 있었다.
“레시아와 시나는 상황이 악화되어 밀리게 된다면, 끝까지 전선을 유지할 생각하지 말고 모두 후퇴를 시킨 뒤에 바로 저에게 오세요.”
“그건 무슨 소리인가?”
레시아가 먼저 나에게 물었다.
“저는 전선이 아니라 카멜롯의 중심부에 있을 거니까요.”
“하지만 그건 자살행위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적진의 한 가운데로 간다는 것은!”
시나가 하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말을 끊어야만 했다.
“우선 아리엘을 통해 창조되는 괴물들부터 충원되면 안 되니까. 지금 당장 어떤 괴물이 나올지는 몰라도 분명 전황은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레시아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하고...
“그러니까. 밖에서 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자들은 최대한 죽지 않게 퇴각전술을 펼치라는 건가?”
나 또한 레시아처럼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은 사람 하나하나가 중요하니까요. 지금 용사들은 커다란 희생을 치른 기억이 없을 거에요. 동료가 죽어나가고, 어제까지 말을 나눴던 사람이 없어지고, 자신을 따라온 친한 친구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기 전에, 속전속결로 이 상황을 끝내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지금은 이프리트와 윈디가 제 옆에서 보조를 해주겠지만, 땅의 정령왕이 발견되자마자 이프리트와 윈디를 독자적으로 내보내고, 저 혼자 있는 시간대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짐과 비둘기...”
“올빼미입니다.”
“아무튼 우리들은 힘을 최대한 아껴놓으라는 소리로군. 잘 알아들었다. 다만, 궁금증이 한가지 있는데 우리를 왜 이곳에 부른 것인가? 그런 말은 잡화점에서 하면 되지 않는가?”
하멀 씨도 없으니까 잡화점 안에서 말하는 것이 더 좋긴 하겠지만, 지금부터 말을 하려는 것은 레시아와 시나만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의 모습으로 침투를 한다면 100%로 제가 죽을 수 있기 때문에, 1%의 생존가능성을 올리기 위해서 카린으로 좀 바꿔주세요.”
“......”
“......”
얼어붙은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가 순식간에 인간형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나에게 사브르와 롱소드를 겨누며 입을 열었다. 너무 어처구니 없는 나머지 나는 두 손을 들며 저항할 의사가 없다는 것까지 표현하지 않았다면, 일격에 나를 3조각으로 나줬겠지.
“네 녀석 주인이 아니로군! 짐의 주인은 그런 바보 같은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어디서 온 도플갱어인지 몰라도 여태까지 우리들을 속이다니. 정말 뛰어난 변장이군요.”
“아니! 잠깐만! 이건 내가 좋아서 하려는 게 아냐! 아까와도 말했듯이 1%라도 생존율을 올리기 위해서 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단 말이야!”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나를 지금 당장 죽여버리겠다는 기세를 거둔 레시아와 시나. 연보라 빛의 마왕은 커다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의 외침이 너무 절박해서 그녀들의 검을 겨우겨우 멈췄으니까.
“알았다. 듣도록 하지. 게다가 주인에게 있어서는 카린으로 변하는 것은 오히려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요인이긴 하니까.”
“마스터는 혹시 그 안에 마나가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시는 겁니까?”
레시아와 시나 중에 내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차린 것은 시나였다. 그러니 정답을 맞춘 시나에게 고개를 돌려서 내 추측을 들려줬으니.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대기에 마나가 없으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 하지만 이곳에는 마나를 이용하는 물품이 너무 많아. 그렇다면 모든지 할 수 있게 각성한 마신 아리엘이, 손쉽게 세계를 정복하려면 당연히 마나를 제거하는 편이 좋겠지. 내 예상이지만 카멜롯 안에서는 마나를 지우려는 기상한 건축물까지 나타날 거야. 당연히 마기와 신성력도 해당이 안 된다는 보장도 없어. 그러니까 마나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연공법으로 저장한 마나로 마법을 사용하는 건 한계가 있는 법.
“그러니까. 내가 안에서 해야 할 일은 3가지. 최우선으로는 마나를 제거하거나, 방해하는 건축물을 찾아서 부수는 거하고, 아리엘을 봉인하거나 죽이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켈모리아를 끝장내는 일이겠지.”
“주인은 그 지옥에서 켈모리아가 살아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괴물보다 더 심한 인간인데 당연히 살아있겠죠. 지금도 최후의 순간이 얼마 안 남았다면서 기뻐하고 있을 거에요. 차라리 카멜롯이 지옥으로 변했을 때 켈모리아가 죽어버렸다면, 제가 이런 부탁을 하지 않았겠죠.”
“써먹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은 다 쓰겠다는 소리로군. 알겠다. 주인. 대신 한 적진 한 가운데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기라도 한다면 꼭 짐을 꼭 부르도록 하거라. 물론 비둘기 하나만으로 무리라고 생각할 때 말이지.”
“올빼미 입니다. 그리고 제가 같이 동행하면 그렇게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레시아와 시나는 서로 눈을 마주하며 묘한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 마법을 사용해서 내가 날아가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냐!”
“각오하세요. 냥캣!”
-파아앙!
...했는데 이게 대체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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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재미있어서 끊을 수가 없어요.
흑흑...게임방송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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