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68
468
아리엘을 구할 방법이 있다면 엘티노스가 만든 그 석상 안으로 집어넣는 거지만, 말이 쉽지 그 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그 중심부에서 괴물들이나 켈모리아가 방해할 거라는 가능성을 잡고 움직인다면, 나 홀로 카멜롯의 중심부로 가는 것이 아닌, 마법 기동반과 같이 내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안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인지 모르니까. 어쨌든 지금은 마법 기동반의 담임선생을 맡고 있는 탈로스 씨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렇군요. 미스 아리엘이 마신으로 변해서 카멜롯이...그런데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멀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죽었을 거라고 단정짓고 있어요.”
너무 무거운 이야기지만 어린애들 앞에서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세상이 살기 좀 힘들다고 해서, 이런 아이들에게 우울하고 무시무시한 사실을 알려줘야 하다니.
“아리엘.”
“아 글쎄! 나는 아리엘이 아니라고!”
덤으로 리첼이라는 애는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궁금했다. 아리엘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만, 고작 뱀이 말 실수한 것을 훈계했다고 아리엘과 똑같이 보고 있다니. 리첼이 정신차리길 빌며 소리를 쳤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응석을 받아줘야 하는 어린아이의 행동이었다.
“카를로스와 엘리온도 아리엘이 돌아오는 게 더 좋아?”
화살을 바꿔서 이야기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강제로 끌고 다니기 위해 말을 걸었는데, 두 남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했지만,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보아.
“이번 아리엘을 구출하면 나의 명성은 엘리온보다 올라가겠지. 그렇다면 이 몸도 영웅으로 칭송을 받을 수 있으며, 마계에서는...”
“자, 잠깐!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레시아에게 읽힌 카를로스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먼저 움직이려고 했지만, 카를로스는 그 다음에 올빼미가 말하는 것을 보며 “어라? 어디서 봤는데?”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카를로스보다 내가 리더를 빨리 구출한다면, 적의 중심에서 싸워왔다는 것을 어필한다면 천계에도 나의 위상이 퍼져서...”
“거기까지. 남의 생각을 읽는 것은 그만해줬으면 좋겠군. 올빼미가 남의 생각을 읽지 마라.”
지금 너희들의 생각을 읽는 동물들이 각각 마왕과 여신님이라고...어쨌든 카를로스는 그제서야 생각이 났는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분명 이 동물들은 카일 씨의 사역마라고 했는데, 카린 선생님이 어떻게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거에요?”
“마법이야. 그거면 다 해결할 수 있지.”
“아무리 마법이라도 사역마는 공유할 수 없...설마...!”
카를로스는 충격 받은 듯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진실을 내뱉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말하자마자 이 녀석의 입을 막을 아이언 클로는 충분하지만, 지금 당장 맹수 조련사에게“내가 사실은 카일이었다.”라는 진실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일이 약간 시끄러워질 수 있...
“카일 씨의 숨겨진 애인!?”
었는데 대체 이 녀석은 나를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는 거냐. 결국 카를로스의 발언에 분노에 지배당한 맹수 조련사가, 어느새 카를로스에게 다가와 날카로운 어퍼를 휘두른 장면까지 보였다가, 잠깐 눈을 깜빡였더니 남학생은 이미 천장에 박혀있는지 오래였다.
“나의 여신님께서 그런 멍청한 남자의 애인이 아니시란 말이다. 다음부터 그런 헛소리가 한번만 더 들려오게 된다면, 그 녀석을 고르곤 앞에 보내서 눈싸움을 하게 될 거야.”
그거 죽잖아.
그런데 고르곤을 어떻게 조련하길래 여태까지 돌이 안 된 걸까? 고르곤은 맹수에 들어가긴 하나? 아닌 거 같은데?
“엘리온과 룬은 카를로스를 내려주고, 리첼은 카린 씨가 곤란해 하니까 슬슬 삼촌 옆자리로 오렴.”
“아니. 아리엘이야.”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 애를 어떻게 정신차리게 만드냐는 건가.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마리아가 찾아와서 정신상태를 복구시켜주는 것이지만, 지금 검은 달의 여왕의 소속인 사람들을 전부 이끌고 카멜롯 근처에 대결계를 구축하고 있으니, 이곳에 잠깐 시간을 내달라고 말하는 건 민폐라고 본다.
-짜악!
모두가 나의 행동을 바라보며 눈이 살짝 커지기 시작했다. 내 손바닥이 화끈거리고 있는 걸 알려주는 것은 붉게 피어 오르고 있던 리첼의 왼쪽 뺨이었다. 여전히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남의 발목을 붙잡기만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교정을 하는 것이 맞는 일이고, 교정에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두고 가면 그만이다.
리첼 또한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한쪽 손으로 왼쪽 뺨을 가리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나오기 시작했지만 내가 말해줄 것은 다음과 같았다.
“늘 말했지만 나는 아리엘이 아냐. 그리고 네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아리엘은 봉인이 아니라 소멸을 당해야 하겠지. 나와 같이 지옥으로 뛰어들 사람을 찾고 있지만, 너는 얌전히 이 별체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리기만 해.”
리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리엘의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대단한 애들뿐이었어. 지금 너의 행동이 아리엘의 격을 낮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지금은 네가 좋아한 사람이 위기에 빠졌는데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대신할 것을 찾고 있다니. 얼마나 사람이 간사하고 조잡하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지? 아리엘이 이 모습을 보면 너에 대해 어떻게...”
-타앙!
그 근접거리에서 마법공학 저격총을 꺼내고 발포하는 것의 시간이 0.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마법방패를 생성해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한쪽에 구멍이 나버린 모습을 보며, 속으로 벌벌 떨어야만 했다. 어마어마한 살기와 마나를 드러내기 시작한 리첼은 날카로운 갈색의 눈동자로 치켜 뜨며,“당신은 누구? 어째서 나에게 훈계를 하고 있는 거지?”라고 대답했다.
정신을 차린 것은 좋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내가 더 강하게 나아가야 했다.
“훈계를 할 수 있는 선생님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이야. 그리고 마신이 된 아리엘을 내 손으로 죽게 하지 않으려면, 너의 그 총으로 많은 사람들을 지켜봐야 할 거다. 네가 제대로 움직여준다면 플랜A로 봉인조치를 할 수 있고, 잘 진행이 된다면 아리엘이 돌아올 수 있으니 그것만큼은 약속할게.”
“그렇군. 좋은 말이야. 감동했어.”
그렇게 리첼을 설득하고...
“허나 무의미야.”
잠깐 뭐?
-타탕!
이번에는 자리를 벗어나면서까지 도망가기 바빴는데, 나를 노려보는 눈은 이미 적대심을 품고 있었으니까, 지금 당장 내 미간에 구멍이 뚫리기라도 한다면, 이번이 마지막화가 되는 대참사를 맞이하리라.
“리첼! 그만둬!”
“아뇨! 모두 그냥 놔둬봐요!”
정신을 차렸다는 그 신고식이라면 항상 실력을 검증하는 거였던가? 아니면 내가 리첼을 처음 만났으니 실력검증을 해야만 하는 걸까? 서로 잘 모르니까 싸워보면 잘 알게 된다는 그런 바보 같은 논리는 소설이나 만화책에서만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수도 없이 뿜어져 나오는 마탄의 궤적을 피해 밖으로 뛰쳐나갔다. 해변이라서 파도소리에 맞춰 날아오는 마탄은 일직선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휘어서 나에게 날아왔는데, 하멀 씨가 권총으로 마탄을 쏴서 백발백중으로 세심하게 쏜다고 한다면, 리첼의 경우에는 먼저 상대를 제압하고 자신이 쏘기 좋은 위치를 잡기 위해 추격을 하는 느낌이었다. 쓸 때 없는 마나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하멀 씨의 성격과는 다르게, 마나를 좀 사용하더라도 유리한 위치를 만들겠다는 리첼의 모습에 보답을 할 수 밖에.
“좋은 움직임이야. 감동이야. 허나 무의미야.”
“너 그거 맛 들렸니? 도대체 다른 세계에서 튀어나오는 명대사를 어디서 그렇게 잘 알아오는 건지!”
섣부르게 피하면 당할 수 있으니 천천히 거리를 좁히려고 했지만, 리첼은 그만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도망을 가면 그만큼만 추격하면서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니, 장거리 저격에는 아직 자신이 없는 걸까?
“최근 장거리저격 신기록은 얼마나 되지?”
“1.2km”
“그래? 좀 더 노력해야겠네?”
나의 말에 다시 기분이 상한 리첼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지기 전에, 오른쪽으로 달리자마자, 땅 위에서 솟구치는 마탄이 내가 가야 하는 길을 가로막았다. 결국 내 머리를 노리는 총구에 불이 뿜어지기 전에, 시공의 눈을 개안하고 천천히 날아오는 마탄을 음속의 속도로 옆으로 빗겨 치려고 했지만, 그런 자살행위는 하기 싫고 새벽<Daybreak>을 손바닥에 담아 주위에 있는 마탄을 쳐냈다.
여성으로 변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여리고 가느다란 손바닥에는 거대한 바다 빛의 마나가 품어지면서, 리첼의 마탄과 닿는 그 즉시 흩어지는 마나들이 다시 나에게 모이기 시작했고, 리첼은 그런 모습을 보며 천천히 총구를 내리기 시작했다.
“내 마탄이 소멸했어?”
“소멸한 게 아니라 자연상태로 흩뿌린 거야. 어떻게 보면 나는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최악의 상대라고도 하거든, 그건 둘째치고 이제 화풀이는 끝난 거야? 아니면 아직까지 남아있는 거야?”
“화는 이미 풀렸어. 그래도 분해.”
“분하면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아리엘이 돌아왔을 때 실컷 응석이나 부려. 그 대신 너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리첼의 작은 고개가 끄덕였을 때, 거대한 진동이 이곳까지 훑고 지나가며 모든 대기를 타고 뻗어 나아갔다. 여태까지 나와 리첼의 싸움을 지켜봤던 모든 사람들도, 지금의 관심사는 거대한 울림의 시작.
“설마...카멜롯에 있던 결계가 벌써 깨지려는 건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예정보다 빠른 상황에 모두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니 한쪽 방향만 쳐다보고 있었고, 레시아와 시나를 찾는 나의 목소리로 인해, 모두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레시아! 지금 당장 루나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상황에 맞춰서 마계군을 통솔해주세요. 시나는 지금 당장 카멜롯 근처로 나와 같이 가고...넌 어쩔 거냐?”
하얀 뱀은 나의 물음에 “음. 나도 그냥 따라가지 뭐.”라고 말했다.
“맹수 조련사와 탈로스 씨는 결계가 풀리는 걸 확인하면 곧바로 카멜롯 중심부로 날아오면 되요.”
“뜻대로 하죠. 나의 여신님. 아니, 오히려 제가 리바이어선으로 태워드리면 어떨까요?”
“리바이어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해줘. 그나저나 매번 베히모스를 만나게 해주는 거 맞지?”
“당연하죠. 다만, 최근에는 또 부부싸움을 하는 것 같아서.”
그 거대괴수들이 부부싸움을 한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금은 바쁘니까 저 먼저 가볼게요.”
사소한 거에 생각을 할 시간도 없다고 판단을 했으면 곧바로 행동에 옮길 차례. 레시아와 시나. 그리고 하얀 뱀을 이끌고 공간이동을 하면서, 내 시야에는 검은 거대한 결계가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마리아가 벌써부터 긴장한 모습으로 검은 성배를 꺼내기 시작했다.
“마리아.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연한 초콜릿 피부가 유난히 눈에 잘 띄는 마리아는, 나들이라도 온 마냥 하얀 원피스를 입고 샌들까지 신었는데, 예기치 못하는 상황에 크게 동요라도 했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첩이 깨우지 않았다!”
“알고 있으니까 좀 진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말해봐요.”
마리아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억지로 진정을 시키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금이 가면서 터져나가는 진동에 다급하게 놀란 소녀는 입을 열었다.
“우아아! 카린이여! 첩은 그저 저 결계에 돌을 던졌을 뿐이니라! 그렇다고 어떤 결계가 돌을 던지면 깨지겠는가!”
돌을 던지며 결계가 깨져나가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저 검은 것은 결계가 아니라...
“생명체였어!?”
불길한 감이 들어맞는 건 언제나 싫은 일이지만, 아리엘은 지금까지 카멜롯에 있던 괴물들을 전부 재우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멸망에 대비할 수 있는 날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기 위해서.
=============================================================================================
멸망 이키마스~
'취미로 글쓰는 중?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70 (0) | 2017.07.11 |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69 (0) | 2017.07.09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67 (0) | 2017.07.05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66 (0) | 2017.07.03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65 (0) | 2017.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