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

 

 

 

지금 당장 회의를 열어서 내가 말한 것은 카멜롯이 지옥으로 변했다는 소식과 하멀 씨에게 들은 아리엘의 상태를 전해주는 것뿐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물집이 부풀어올라 터지기 직전인 상태라고 하자마자, 내 주변에 앉은 잡화점 멤버들은 가만히 앉아있을 뿐. 그 어떤 이야기를 하지 않고...

 

-Yee~

 

그 빌어먹을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저기요. 제 말은 듣고 있나요...”

 

신랑의 말은 잘 듣고 있어! 그렇구나. 카멜롯이 단숨에 먹혀버리다니. 그거 좀 이상한 일이네. ! 마왕님! 염력으로 주사위를 굴리지 말라고요!”

 

전혀 안 듣고 있잖아.

위기의식이 너무 없는 거 아냐?

 

대체 이번엔 무슨 일이길래 보드게임이 세계의 멸망보다 더 중요하게 되어있는 건데요?”

 

릴리스가 느닷없이 짐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짐은 지금 당장 주인을 빼앗기지 않게 열심히 노력해야 한단 말이다!”

 

잠깐만? 뭐라고요!?”

 

짐의 말은 짐의 권위에 도전하는 색욕의 공작이, 짐의 소유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강탈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니라. 당연히 중요한 소유물은 3만개나 있으니 주인은 3만분의 1확률로 걱정해도 된다는 소리다.”

 

그렇겠죠? 전에 있던 말은 제가 잘못 들은 거겠죠? 하하! 하하하...”

 

방금 내가 정말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무슨 날벼락이지? 오늘 날에도 나도 모르게 이리저리 내기에 걸리고 있는 품목과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건가? 그냥 이 세상이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군. 다른 차원에서는 마법의 소라고동이 모든 일을 해결해준다고 했는데, 그거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회의를 하지 않고 마법의 소라고동으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지도 몰라. 지금은 이런 나침반역할을 해주는 소라고동이 없으니, 내 마음은 항상 먹구름으로 가득해 한숨으로 내뱉기만 했다.

 

누군가는 흐린 날 뒤에는 꼭 맑은 날만 온다고 했던가?

지금은 그게 아닌 것 같지만...

 

그래서 모든 재앙을 그 구슬에 담은 다음, 마신으로 각성한 아리엘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게 문제이지 않는가?”

 

그거야 당연히 롱기누스로 일단락 마무리를 하거나, 엘티노스가 만든 그 봉인 장치에 같이 넣어놔야죠. 당연히 잘 풀렸을 거라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지금 당장 아리엘이 우리를 적으로 인식해서 공격할 수도 있으니 대비할 것이 필요합니다.”

 

공중에서 내 볼을 스쳐 지나간 시나는, 정확하게 보드게임 안으로 주사위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다시 활공을 하면서 천천히 내려오는 시나는, 다시 말을 붙잡으며 12칸 앞으로 보내기 시작했고, 회의를 하는 의미가 거의 없어진 이 상황에서 루니아 누나는 내 옆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베니는 가져가도 되나요오?”

 

지금 베니가 없으면 제가 화병으로 죽기 일보직전이니까, 나중에 가져가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당장 저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루니아 누나는 이길 수 있겠어요?”

 

그럼요오. 카일을 지키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싸울 수 있으니까요오.”

 

장난 같은 웃음으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며, 몸 안에 있는 한숨을 담당하는 공장이 포화상태로 이르렀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어처구니 없는 DLC로 한숨 패키지를 내뱉기 전에, 그나마 홀로그램으로 달에서 나와 마주하고 있는 달 토끼. 루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달에서 바라본 지상은 한 곳에만 검은 색으로 물들인 것 같아요. 이곳에서 포격을 가하면 어마어마한 피해도 나오겠지만, 문제는 그 주변에 있는 파이론이나 신성 아우리온에도 나올 것 같아요. 이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사용하는 걸로 한다면, 주인님께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 사용해야겠죠?”

 

아니면, 내가 사용하라고 할 때 사용해. 그런데 파이론은 물론이고 아우리온까지 모두 불타 없어질 정도면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완전히 행성을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박살내는 거와 뭐가 달라?

 

대부분은 최악의 경우에 달로 피신하고, 마리아의 인도에 따라 다른 차원으로 도망가면 되겠네요. 이렇게 보면 도망가는 것은 확실하게 보험을 들어놓은 것 같아서 좋지만, 지금은 보험을 바로 이용하기보단,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이 최소한 살 수 있도록 구해내고 싶으니까. 네 손으로 수십억의 사람들이 모조리 몰살당하는 건 원하지 않을 테니까.”

 

그건 그래요...”

 

말만 쉽게 정화한다고 하지만, 사람은 하나만 죽여도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실제로 경험한 나는 루나까지 그런 비극을 맛보는 것이 싫었다. 이곳에는 여전히 가능성이 많으니까 분명 구해내면 더욱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카렌은 계속 달에 있는 거지?”

 

. 주인님. 바꿔드릴까요?”

 

아니. 카렌은 절대로 지상에 내려오지 말라고 해. 카렌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고, 혹시나 달에 추가적으로 공격이 가할지도 모르니까. 루시피나와 루니아 누나도 달로 보낼 거야.”

 

내 말에 느닷없이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소리치는 루시피나와, 똑같이 하다가 책상을 박살낸 루니아 누나는 각각 비슷한 색상의 붉은 눈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만 통일하면 사이 좋은 자매인줄 알겠네.

 

어째서야! 신랑! 내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누나는 슬프답니다아~! 저는 카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매지컬 루니아라고요오!”

 

제가 바라는 건 달에 지금 지원병력이 없게 때문에, 지상에서 저희들이 일을 해결하고 있는 사이에, 달이나 그 외부로 침입하거나, 이 행성 밖에 분명 궤도를 돌면서 일을 꼬이게 만드는 녀석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가지고, 달에 잠깐 지원을 가달라는 거에요. 거기서는 언제든지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으니까, 상황에 따라서 제 쪽으로 오면 되잖아요!”

 

아하! 그렇구나! 나는 신랑이 버리려는 줄 알고...헤헷!”

카일은 정말 심술쟁이라니까요오?”

 

내 말을 끝까지 안 듣고 멋대로 탁자를 부수는 바람에, Yee.T 보드게임이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졌지만, 레시아와 시나의 흩어져버린 보드게임의 조각들을 모조리 붙여서 복구 시켜놓고, 부러진 탁자는 잡화점의 물품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복구가 되었다.

 

팔랑크스는 잡화점에 대결계를 보수하고 강화해줘. 민간인을 수용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카일의 의견과 의도 잘 알았음. 카일의 마음에 들만한 여성들로 이루어진 민간인들로 채워 넣겠음.”

 

순간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귀는 매우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결과로 비참함과 쓸쓸함을 뒤로한 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나의 이미지를 왜곡시켜버린 팔랑크스에게 소리쳤다.

 

! 잠깐만! 내 의도를 완전히 왜곡해버렸잖아! 내가 말한 민간인은 남녀노소가 다 들어간 민간인이란 말이야! 주변에 있는 이웃이라도 구출해야 할 거 아니냐!”

 

카일답지 않는 포괄적인 보호를 뜻하는 의견을 제시함.”

 

너 저번에 먹은 무지개 빛의 쿠키의 후유증이 아직 완치되지 않았지.”

 

잡화점은 신인류가 난리 쳤을 때. 임시로 보호장소로 사용할 목적이고, 전투능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최후의 카드로 사용할 목적도 가지고 있다. 그걸 위해서 팔랑크스에게 부탁을 했지만, 잠깐 손을 좀 봐줘야 할 정도로 망가진 상태라 의심되었다.

 

카멜롯으로부터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달에서 잘 알려줘야 할 거야. 분명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는 괴물들이 모든 것을 갈아치워버릴 테니까.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남김없이 전부 찾아서 말살해야 해. 아리엘이 마신으로 되면서 자신의 생각을 구현화하는 능력이 펼쳐지고, 누군가에게 조종을 받던 아니면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갈아버리던, 무시무시한 참상이 나올 테니까. 루나가 정기적으로 관측해서 보고하도록 해.”

 

알았어요. 주인님. 그럼 저는 이만 통화를 종료해볼게요. 만화를 그릴 시간이라서...”

 

홀로그램을 끄자 루나의 모습이 사라지며 한줄기의 빛도 남기지 않았다. 이제 레시아와 시나에게 지령을 내릴 차례인데, 그녀들은 아마 세상이 무너져도 보드게임먼저 끝내고 봐야 할 것 같으니 루니아 누나에게 입을 열었다.

 

루니아 누나는 마리아에게 찾아가서 카멜롯 근처에 대결계 작업을 해달라고 하고, 달로 올라가시면 될 거에요.”

 

마리아에게요오?”

 

고개를 갸웃거리며 느릿느릿 말하는 루니아 누나의 얼굴표정을 보아, 설명을 요구하는 방향이 왜 대결계를 작업하냐는 소리가 되겠지.

 

첫 번째는 우리가 괴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강한지 등. 상세정보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그걸 확인하기 위해 우리가 볼 수 있도록 대결계를 작동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숫자에 상관없이 제가 가지고 있는 구슬로 모조리 담아놓기 위해서. 세 번째는 의외의 경우인데 가장 최고로 선호하는 경우로는, 안에 괴물들이 모두 아리엘에게 흡수되어 응축되는 경우. 힘은 그만큼 강해지겠지만 저에게는 일격필살이 남아있으니, 적절한 위치에서 기습할 수 있을 거에요.”

 

아리엘은 결국 죽여야 하는 건가요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쩔 수 없을 때는 제가 끝을 내야겠죠.”

 

아리엘이 나타나고 나서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 하나가 느닷없이 재앙이 되어 죽여야 할 대상으로 올라간 건 내 인생에서 처음이다. 분명 이야기도 잘 통해서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켈모리아가 아무래도 아리엘의 인생을 죄다 망쳐놓은 것 같아 마음이 찝찝했다.

 

그리고 네 번째는 아직까지 켈모리아의 생사유무를 따져야 할 것이 있어요. 켈모리아가 살아있는 것만으로 상당한 변수를 제공하기 때문에, 켈모리아부터 제거해야 아리엘을 해방시켜주던지, 봉인을 하던지, 죽이던지. 여러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으니까요.”

 

그 주변에 있는 괴물들은 딱히 걱정할 것이 없다는 건가아?”

 

이미 이 대륙에서는 수많은 용사들이 존재하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강한 사람이니까.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는 확실하다.

 

저희들 이외에도 여러 강한 인력이 존재하니까요. 게다가 내일은 마법 기동반을 이곳으로 불러서 아테리카 학원으로 보낼 거에요. 이사벨 씨가 제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아리엘을 탈환하기 위해 움직이겠죠. 다만, 공상 속의 존재는 실체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제거하려면 일일이 전부 없애야겠지만...”

 

가장 귀찮은 것은 역시 저 안에 있는 괴물이 무슨 종류인지 모른다는 건가.

 

그리고 루시피나는 달에 올라가기 전에 모든 드래곤에게 전해서, 드라고니스를 모조리 떠나라고 전해주세요. 드라고니스 이외에도 하피의 언덕에 있는 모든 하피들에게도, 비행할 수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느닷없이 닥쳐오는 바람에 갈피를 못 잡듯이. 안전한 곳에 미리 대기하고 있어야 살 수 있어요.”

 

알았어. 신랑. 내가 말해볼게.”

 

이제 레시아와 시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어야 하는데, 검은 고양이는 말을 움직이면서 입을 열었다.

 

짐은 12마계공작에게 전부 정보를 퍼트리고, 몬스터를 가꾸고 있는 마계공작들은 인간들과 일시적인 동맹상태에 돌입시켰다. 이미 짐은 10만의 대군을 징집하고 있으며 모든 징집이 완료된다면 대략 30만으로 늘어나겠지. 물론 이들은 선발대일 뿐이지만 짐의 계획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끝을 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노라.”

 

“30? 대체 그게 무슨 숫자에요? 그렇게 많은 숫자가 존재하긴 해요?”

 

짐은 마왕이니라. 마계는 인간계와 다른 차원이며 포탈로 인간의 땅과 이어졌기 때문에, 마음대로 진입하고 퇴장할 수 있게 만든 것뿐. 실제 마계는 인간계보다 훨씬 넓고 인간에게 배운 기술로 어마어마하게 진보와 성장을 한 결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체 뭘 해야 선발대가 30만이라는 거지? 아무튼 레시아의 생각으로는 30만 대군인데 선발대라고 했으니 선발대를 이끌고 카멜롯을 맨 처음 막아낼 생각인가 보다.

 

짐은 항상 준비를 다하고 쉬는 것이니라. 그러니 주인은 짐에게 상을 꼭 줘야 하노라.”

 

일이 잘 끝난다면 줄게요. 아직까지 알려주지 않은 것이 있는데, 지금 땅의 정령왕은 적의 손에 있기 때문에 땅을 너무 신용하면 안 됩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프리트와 윈디가 이미 해결하러 정령계로 떠났으니, 결과가 나온다면 저에게 돌아올 거에요.”

 

하얀 올빼미는 내 옷깃을 물면서 잡아당겼다. 내가 그쪽을 돌아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꺼낸 말은...

 

마스터. 저는 뭘 하면 됩니까?”

 

시나는...나와 동화한 상태로 대기. 맨 처음에 공세가 얼마나 심각하냐에 따라 힘을 사용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샤이어에게 미리 연락해 발키리와 심판자들을 지상으로 내려보낼까요?”

 

아니. 샤이어에게는 우리의 계획을 아우리스 여신이나 다른 여신들에게 알리라고 해주고, 조만간 천계에 올라가서 엘티노스를 만나야 하니까. 엘티노스에게 찾아가서 알려주라고 해.”

 

회의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레시아와 시나의 보드게임은, 잡화점이 문 닫을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

유튜브를 보면서 글을 쓰는데.

손이 자꾸 멈추는...

 

블로그 이미지

FNL-Phantasm

카테고리

판타즘의 공간 (757)
글쓰기 관련 공지 (2)
취미로 글쓰는 중? (753)
즐거운 스트리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