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51
451
아르트리옴의 움직임은 별의 아이라고 해도 포착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마신을 끌어내는 방법이라면 시체협회를 찾아가는 일 밖에 없었다.
네크로맨서들과 연관되기는 싫지만,
그들이 모시고 있는 신이 아르트리옴이기 때문에 나아가야만 했다.
-검은 높새바람 안에서 에밀리와 대화를 한 후에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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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토끼 잠옷을 입고 안대는 토끼 얼굴이 그려져서, 순진무구한 소녀의 귀여움을 표출하고 싶은 것일까? 하지만 자신의 키보다 몇 배는 큰 브류나크를 한 손으로 이리저리 들고 있는 모습은 보기와 다르게…….
“카일 씨는 시체협회에 몰래 잠입해야 한다고? 근데 그런 얼굴로 인사를 하면 모두가 다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몰래 잠입해서 아르트리옴을 부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거잖아? 그런데 어째서 내가 여장을 한 다음에 잠입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이유가 뭐야? 어? 너도 설마 백장미 구독자냐?”
에밀리는 조용히 자신의 품 안에서 하얀 잡지 몰래 비춰줬다. 빌어먹을 잡지는 왜 항상 내 눈에 비춰지는지 모르겠군.
“이거? 재미있던데?”
흥미로운 어조로 말하고 있었지만 이 어린아이의 페이스에 휘말리면 안 되니, 이번엔 다른 걸 트집잡도록 해보자.
“조용히 안 해? 그리고 이 동상은 왜 여기에 있냐고!”
“그거야 사실 엘티노스가 만들어낸 아이언 메이든과 비슷하거든, 카일 씨도 생각이 있다면 도플갱어라는 존재는 절대적으로 상급신의 흉내를 낼 수 없지. 그렇다면 엘티노스의 행방은 어디 있을까? 당연히 천계에서 여전히 상급신의 존재를 뽐내며 일만하고 있어. 그렇다면 이 아이언 메이든은 왜 만들었느냐? 그건 엘티노스만 알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왜 저 이상한 동상은 여김 없이 텔레파시로 노래를 부르고 난리야. 자세한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아냐 노래 가사도 그냥 신경 끄도록 하자. 어쨌든 저 안에 가둬놓고 엘티노스가 부르는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다면 무시무시한 고문도 가능할 것 같았다.
-파앙!
“악! 내 머리! 대체 어디서 날아온 거야!”
“엘티노스가 머리를 한방 때렸나 보네.”
엘티노스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머리를 때리지? 저 동상은 가만히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고, 어느 순간 손바닥으로 내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친 고통만, 내가 공격받았던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거 참 신기하네. 힘세고 강한 무언가가 내 머리를 때릴 수 있다는 게.
“바보 같은 독백은 그만두고 이제 슬슬 마왕님과 빛의 여신님께서 분노하실 시간이니까. 슬슬 돌아가보는 게 어때? 최근 여난 때문에 카일 씨도 힘들잖아? 그 많은 부인들을 하나 같이 밤마다 놀아줘야...”
“시끄러워! 어린애가 그런 말 하지마!”
“별의 아이가 되고 나면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정신적으로는 모든 만물의 이치를 다 알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어린아이가 습득하기 쉽지 않은 지식마저 전부 얻게 된다고? 당연히 별의 아이로 되기 전까지는 나도 순진무구하고 아리따운 소녀였지만.”
“순진무구가 다 죽었군. 그런데 아리엘에게는 어떻게 이야기를 할 거야? 아르트리옴이 마신답게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소리를?”
“뭐. 그 소녀 근처에는 아르트리옴이 항상 존재하겠지만, 일시적으로 그 접촉을 끊을 수 있기도 해. 그리고 아리엘에게는 되도록이면 진실을 말하지 않는 편도 좋긴 하지. 왜냐하면...그래, 맞아. 그거야. 그거라면 되겠어.”
“타당한 이유를 말하라고! 그거라고만 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어!”
답답해서 목소리를 나도 모르게 올렸지만, 에밀리는 여전히 싱글벙글한 웃음으로 한 마디 했다.
“비밀이야. 이건 카일 씨에게 알려주지 않겠어. 켈모리아 학원장이 말하지 않는 이상 내가 알려줄 이유는 1%도 없고 카일 씨가 0.001%의 수치도 믿는다면, 더더욱 알려줘서는 안 되는 무시무시한 비밀. 마치 7개의 구슬을 모으면 신룡이 나타나는 것과 같아.”
에밀리를 상대하자면 헛소리를 너무 시원시원하게 해서, 사방팔방 트집을 잡을 요소가 가득했지만, 시간이 지체되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레시아와 시나에게 걸어갔다.
“시체협회는 하나만 조심하면 뭐든 게 편해.”
아직도 할 말이 남았는지 에밀리에게 돌아봤을 무렵. 다음과 같은 말이 내 머리에 박혀버렸다.
“조용하게만 있으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거야. 저주를 감행하는 저주술사들에게 관심을 띄고 싶지는 않겠지?”
저수술사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면 당연히 저주는 한 가득 받겠지만, 잡화점에서 돌아온 나는 루시피나에게 빌려준 가면을 다시 찾아왔다. 어릿광대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려주고, 모든 저주를 전부 반사해준다고 한다면, 저주술사들에게 관심을 얻어도 모두 반사되어 자멸하겠지.
시체협회는 정말 의외라고 말할 정도로 신성 아우리온에 위치하고 있는데, 예전 칸포리우스 제국이 있었을 때. 시체협회는 칸포리우스 국경에서 최고 남쪽에 위치하는 도시에 자리잡고 있다. 신성 아우리온이 들어서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도 하고, 아우리스 신도들의 눈을 피해서 지하로 숨어들어갔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의 말은 전부 다 틀렸고 그때 그자리 그곳에 잘 있다.
너무 비밀리에 움직이는 시체협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에게 저주를 해주는 것으로 먹고 산다기 보단, 이들도 정의감이 넘쳐서 저주를 해주하는 방향으로 좋은 이미지였다가, 이번에 시체협회장이 바뀌고 나서부터 어디가 정신이 나갔는지, 지금은 마신을 숭배하면서 자신들의 기술을 갈고 닦고 있었다.
“그런데 주인은 그런 곳에 들어가고 싶은가?”
“당연히 아니지만, 지금은 아르트리옴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불러와야 하지 않겠어요? 슬슬 그 마신과 대면을 좀 하고 싶은데.”
대면을 한다고 해서 만나줄 상대가 아니란 것도 알지만, 그들이 마신을 어떻게 숭배하는 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스터는 마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롱기누스의 창이 있으니까. 일격필살이라면 나는 항상 자신 있거든.”
티르빙 하나만 믿고 이렇게 자신이 있는 건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한방이면 모든 것이 평등해지는 신을 죽이는 창이 있으니까. 아우리온 남부에 있는 도시이름은 애석하게도 신성모독이라면서 가려져 있었다.
“이래선 여기가 어떤 이름인지 알려줄 수도 없잖아?”
이름이 계속 바뀌고 있다는 것으로 보면, 이곳에는 시체협회장의 이름을 따서 도시의 이름이 바뀌는 것도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이곳 지역 자체를 거론하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여행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그 지역에는 절대로 가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도 간다고 하면, 그 즉시 이단으로 찍어버린다.
나의 경우에는 레시아가 마법으로 가려주고, 가는 길은 전부 다 알고 있으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방법은 마법을 전혀 이용하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긴 했다.
“마스터는 어째서 이런 길을 잘 아시는 건가요?”
“용병 뛰었을 때 외워뒀거든. 그 안에서 내가 뭘 했더라? 분명 어떤 물품을 가져다 주는 거였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걸로 보면 어느 사이에 내가 기억소거를 당했다는 소리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물건은 그냥 생각하지 말자.
“그런데 루시피나와 루니아에게 잡화점을 맡겨도 괜찮은가? 주인이 말한 대로 지금은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뭉쳐서 다니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는가?”
“그 둘은 오히려 따로 떨어진 쪽이 더 좋을 거에요.”
마을로 들어서면 아무도 없는 이 폐허 같은 도시에 종종 볼 수 있는 건, 검붉은 후드로 뒤집어쓴 사람들이 조용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애석하게도 이곳 사람들은 신성 아우리온에서 이단으로 찍혀있기 때문에, 칙칙한 슬럼가 분위기를 계속해서 내뿜고 있는 이곳은, 주변에 마법진을 확인하는데 실시간으로 기억을 지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억을 주기적으로 지워주는 마법진이 이곳에 필요한가?”
“저나 레시아, 시나 같은 경우는 정신방어가 너무 강해서 걸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속적으로 기억 소거를 해줘야, 이단으로 찍히지 않고 평범한 생활이 가능할 거에요. 이곳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몰라야 신성 아우리온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죠. 그건 그렇고 시체협회는 저기 커다란 건물이니까.”
그런데 내가 이 길을 알고 있다면 난 이것에 의해서 기억소거가 되지 않았다는 건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나도 모르게 시체협회로 가고 있는 지름길을 이용해, 좁은 길목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그렇고. 내가 과거에 어떤 물건을 운반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거 묘하네.”
여전히 몸에서 동화하고 있던 레시아는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주인은 여전히 쓸 때 없는 것에 목을 매는 건 버릇인 건가?”
“쓸 때 없다니...그래도 저에겐 중요한 문제였다고요? 그 물품이 왜 기억에 안 나는지는 의문이지만, 잠깐만? 제가 지금 이걸 몇 번이나 이야기했죠?”
“벌써 63번이다. 언제까지 그 말만 계속할 작정인가?”
63번?
이런! 기억소거마법이 듣고 있잖아!
“어째서 기억소거마법이 듣고 있는 거지?”
어쩐지 계속 목이 아프다고 했는데 계속해서 기억소거마법이 작용하면서 이상한 말을 벌써 63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는데?
“마스터. 이 일대에 있는 기억소거마법을 전부 제거합니까?”
“아니. 마법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분명 내가 전해준 물품은 이와 같은 작용을 하고 있었어. 대상의 기억을 일부 지우는 능력 말이야. 맞아. 이 안에 이상한 큐브 하나를 전달했고, 그걸 지금 촉매로 이 도시 모든 범위로 기억소거가 되는 거네요. 아무래도 그 물건을 회수하는 것까지 같이 해야겠어요.”
너무 위험하니까.
악용이 되면 큰일이지.
“그래도 주인이라서 쓸 때 없는 소리를 자주 반복해서 할 정도로, 짧은 시간대만 지워지는 걸로 보아 정신방어가 강하다는 걸 잘 알았노라. 시공의 눈으로 관측하는 것이 어떤가?”
“그런 방법도 있긴 하네요.”
시공의 눈을 개안해서 뒤를 봤을 땐. 똑같이 시공의 눈을 개안해서 뒤를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 관찰되었다.
“레시아? 아무래도 이거 레시아도 듣고 있는 거 같은데요?”
“무엇을 말인가?”
“기억소거요.”
“그럴 리가 없노라. 짐은 마왕이다. 마왕은 오히려 상대방을 세뇌시켜서 부하로 만들지, 짐이 세뇌를 당해서 당할 일은 없노라.”
“하지만 아까 전에도 시공의 눈을 개안해서 주변을 바라보라고 하지 않았어요?”
레시아는 멍하니 있다가 나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어째서인가? 설마 과거의 주인도 똑같이 바라보고 있는 건가?”
갈수록 답이 없는 이 도시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반복할 때마다 표시를 남기죠. 오른팔에 표시를 남기면...”
표시를 남기기 위해서 팔을 걷으려고 했는데, 내 팔에는 이미 한 가득 검은 색의 빗금이 촘촘히 남겨 있었다. 확인을 해봐도 이미 100회는 넘어가고 있었고, 당장 이 도시에 벗어나서 해결책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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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50번째...
이거 대체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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