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96
96
5월의 넷째 주를 알리는 월요일 아침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켈모리아가 어제 술친구들이 모두 애인과 같이 놀러 갔다면서, 모든 불만을 다 들어줘야 했고 마지막에 억지로 나에게 술을 먹인 끝에, 일어나보니 켈모리아와 같은 침대에서 자고 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속에서는 마그마가 들끓고 있는지 어마어마한 와인의 향이 몸 속으로부터 진동하고 있었고, 시간은 오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침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째서 몸은 고난과 역경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타 들어가는 목에 단비를 내리듯 수분부터 보충하기 시작했다. 이비가 먼저 날아와서 아침인사를 건네듯 울고 있을 때. 세피르는 내 등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엄마. 아침은 언제야?”
-1분 뒤.
“쓰으으…! 그렇다고 해서 프라이팬으로 때릴 것 까지는 없었잖아? 아리엘.”
폭력의 흔적이 한 순간에 지나간 듯 세피르의 얼굴에는 멍이 들어있었고, 나는 오른손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힘으로 베이컨을 뒤집으며 입을 열었다.
“쓸 때 없는 소리를 했으니까 당연히 맞는 거지. 안 그래도 숙취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소리 하지마. 예민해서 조금이라도 자극을 하면 이제 불에 달궈진 프라이팬이 너를 구우러 갈 테니까.”
그래도 이렇게 평온한 아침을 맞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밖으로 나가면 무지막지한 일과 사건들로 고민을 해야 한다. 집 안에서만큼은 충분한 휴식과 위안을 삼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내 개인적인 경우에는 켈모리아가 술만 권유하지 않았다면, 충분한 휴식과 위안을 얻을 수 있겠지.
“그나저나 다른 세계를 이곳으로 전이시키겠다고 한다면, 새로운 세계에 도달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할까?”
“굳이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 아직까지 쥬라기도 지나지 않는 시기의 공룡들이 올지도 모르고,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지만 크툴루가 깨어나서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 가능성도 높고.”
사람이 왔다고 해서 같은 편이라는 사실은 또한 없다. 그런 혼란 속에서 검은 높새바람은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파수꾼이 되겠다니?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봤지만,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만일 검은 높새바람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무리들이 이곳으로 온다면, 이 세계는 아마 별을 그리며 파괴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세계에서 용사가 오는 무난한 이야기로 갈 수도 있잖아? 아니면 어쩌다 보니 이곳으로 회귀해서 활약을 하는 이야기라던가.”
“그건 그 사람들의 일이지. 내가 생각할 일은 아냐. 확실히 우울한 생각보다는 그런 희망찬 생각이 앞으로의 미래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아.”
베이컨을 튀기면서 생겨난 기름에 곧바로 빵과 계란을 굽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향이 좋게 퍼져나가고 있을 무렵. 밀리아는 헝클어진 금발을 빗으면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일찍 일어났네.”
“아리엘…. 좋은 아침이야…….”
여전히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로 교복을 입은 체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밀리아가 학생회장이라서 일찍 학교에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 6시 40분인데 너무 일찍 일어나는 거 아닐까?
“부족한 잠은 학교에서 자는 거야?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학원제에서 무지막지한 서류의 산을 처리하느라 오늘까지 밤새도록 일했거든.”
켈모리아가 여전히 밀리아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몰래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러다가 과로사로 쓰러지겠다. 후식으로 레몬을 먹으라고 건네주도록 하자. 다 익어가는 계란과 좋게 구워진 빵은 밀리아의 접시에 먼저 주고, 그 이후에는 세피르, 이비 순으로 건네주니 7시정도 될 무렵. 켈모리아가 흐느적거리면서 물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여전히 술을 줄이라고 해도 줄이지 않으니 정말 걱정이네요. 그러다가 알코올 때문에 간이 이상이 생겨서 비만이라도 되면 시집도 못 갈 거에요?”
“괜찮아! 내 간은 튼튼하니까!”
간이 튼튼하다고 해서 혹사를 시키면 당연히 무너지기 마련.
“그런데 어째서 그게 시집하고 연관이 있는 거야? 응?”
엄청난 살기가 내 등을 쿡쿡 찔렀다. 켈모리아에게 어마어마한 양의 금지어가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결혼에 관련된 이야기. 그래도 아직은 잘 처신한다면 나는 살아있을 수 있겠지?
그래서 나는 웃는 얼굴로 한 수 물러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 나이 먹고도 그렇게 술 마시러 밖으로 돌아다닌다면, 어떤 남자가 좋다고 청혼을 하겠어요? 그만 좀 자각하…
***
아직 말을 끝까지 하지도 못하고 큰 따옴표로 닫지도 못했는데, 기억을 잃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물고기가 되어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어라고 해야 정확하겠지. 하반신에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생긴 기묘한 하의를 입은 상태에서, 상의는 어디서 커다란 조개 껍질을 수집했는지 비키니처럼 입고 있었다.
“왜 그 이전에 기억은 나지 않는 걸까? 분명 아침에 요리를 했는데, 이런 모습으로 내가 서류처리를 하기전의 기억이 없어.”
“그거야 켈모리아가 너무 심하게 다룬 탓에 기억소거를 해버렸기 때문일걸? 만약 기억소거를 하지 않았다면 크나큰 트라우마로 자리잡았을 거라 생각해. 아리엘도 켈모리아에게 심한 소리는 자제하는 게 좋을 걸?”
“내가 그렇게 심한 소리를 했던가?”
세피르가 켈모리아에게 폭언을 자제해달라는 말을 듣고도 나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 결혼과 나이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튼 이 모습으로 대체 얼마나 있어야 하는 걸까. 아무리 여름이 다 된다고는 하지만 아침은 쌀쌀해서 추운데.”
“그래도 보기 좋은 걸?”
“시끄럽고 이 바보 같은 복장을 다른 걸로 바꾸고 싶어.”
인어는 물속에 살아야 하는 것이지 지상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다. 교복으로 갈아 입고 나서 다시 한 번 세피르에게 입을 열었는데.
“어라? 아리엘? 왜 입만 뻐끔거리고 있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이게 무슨 일이야!
“어라?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야? 학원장님도 이번에는 좀 심했네. 설마 인어복장이 아니라고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게 하다니. 텔레파시는 보낼 수 있었다면 보냈겠는데 아쉽게도 텔레킬<Tele-Kill>마저 당해버린 것 같아.”
그럼 나는 오늘 하루 이렇게 침묵을 유지하면서 살아야 한단 말이야? 묵언수행도 정도가 있지!
“흐응? 이제서야 나의 무시무시한 벌칙의 의미를 알았나 보네? 인어 아가씨?”
뒤에서 켈모리아가 음험한 목소리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칠흑의 검은 드레스를 입고 문어모양의 과자를 들면서 싸늘하게 웃고 있었다.
“너에게 가장 큰 벌은 오늘 하루 인어의 옷을 입지 않으면 말을 하지 못하는 저주가 걸리는 거야. 침묵의 저주는 발동 단어를 말해야만 마법이 발동되는 마법사에게 있어서는 치명상이지. 그런고로 아리엘의 대부분의 마법은 봉인이 되었다는 점일까?”
차라리 말 한마디를 잘못해서 천냥 빚을 갚는 것이 더 수월해 보일 정도로, 오늘 하루는 제대로 잘못 걸려버렸다. 마법학원에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 줄은. 서둘러서 그 바보 같은 붉은색의 인어 지느러미를 가져가려고 했는데, 어느 사이에 푸른 불꽃이 모조리 다 태워버리고 있었다.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는 목소리를 포기했다고 하지 아마? 그러고 보니 아리엘에게 걸린 저주 중에는 더 끔찍한 저주가 걸려있긴 한데.”
뭐야. 아직도 남았어? 이제 정말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일뿐인가?
“24시간 안에 키스를 받는다면 저주는 풀어질 수 있어. 다만,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또 다른 저주가 걸리게 돼.”
하하.
아주 다단계로 날 놀리기 위해 설계를 해놨구나.
저 노처녀가 정말 무슨 짓을 해놓은 거야!!!
“그러니 화해의 키스를 나에게 한다면 괜찮을지도 몰라? 목소리도 돌아오고 나와 이제 신혼집을 만들면 되니까.”
아직까지 동성간에 결혼은 합법이 아니고, 켈모리아와는 결혼하기 싫다고 말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니 이럴 때는 합리적인 몸짓으로 타협을 보는 것이 최고였다.
-파악!
주먹으로 턱을 올려 치면 되는 일.
허공에 붕 뜬 체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면서 그대로 쓰러졌다. 보통 이 경우에는 아르트리옴에게 저주를 해제해달라고 부탁하면 될 것 같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그 마신을 부를 수가 없었다.
“크큭! 아프네. 그래도 마나를 체내에 회전시키는 건 확실히 마스터 한 건가? 아무튼 저주를 빨리 풀고 싶다면 나에게 말하도록 해. 24시간 내에 풀지 못하면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진다고?”
어마어마한 일이 왜 벌어지는 거지? 폭발이라도 하는 건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세피르와 이비, 켈모리아 밖에 모르는 상황이라서. 협력만 받아낼 수 있다면 이 바보 같은 저주는 금방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어라? 그러면 아리엘은 내가 접수해도 된다는 소리네?”
위에서 거미처럼 내려오고 있는 레이나 씨가 중력을 거스르는 백의를 입고 급강하했다. 레이나 씨마저 나를 노리고 철저하게 움직인다면, 얼마 가지도 못하고 잡혀버리겠지. 어쩔 수 없이 이번 상황에서는 긴급 탈출이다!
“잠깐! 아리엘이 창문을 깨고 도망가잖아! 레이나!”
“어머나? 그게 그렇게 싫은 건가?”
창문을 깨고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가 지쳐서 멈췄을 때는, 이비와 세피르만 내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울적한 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애초에 학원장님께서 말하신 침묵의 저주는 진짜일지 몰라도, 키스해서 저주가 풀어진다거나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저주는 없으니까 안심하라고?”
놀리기 위해 그런 소리를 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나 씨가 너무 어처구니 없이 등장한 까닭에, 몸이 조건 반사로 창문에서 뛰어내려서 도망치게 만든 것.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한 세피르는 내 몸 상태를 살피면서 그나마 희망찬 소리를 나에게 해줬다.
“그래도 저주는 어느 정도 해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만…….”
다만이라는 소리에 불길함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켈모리아의 마력을 이길 사람이 이 세상에서 존재할까?”
저주술사보다 마력이 커야 저주를 해주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전제하에, 지금 이 학원에서 켈모리아보다 마력이 강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카일 씨가 이걸 해결해줄지도 몰라.
나는 그나마 세피르에게 배운 생활마법 중에 마나로 글씨를 쓸 수 있는 마법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잡화점으로 가서 해주를 받자고? 하지만 위치가 어디인지 제대로 알기나 해?”
[파이론 근처에 돌아다니게 되면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엘티노스 잡화점은 보통 밤에 열기 시작하는데?”
[내가 오후에 가본적이 있어서 괜찮을 거야.]
이미 한번 엘티노스 잡화점에서 가서 마왕님의 연애기술을 직접 본적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잡화점이 대결계가 작동하고 모습을 감춘다고 해도, 그 곳에 가면 24시간은커녕 2분 안으로 해결할지도 몰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마법진은 그릴 수 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나를 이용해서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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