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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자신이 직접 책임져야 하는 것이 책임감이라면, 책임감을 지는 사람은 정말 착한 사람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선과 악에 상관없이 책임을 저지를만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좋은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일은 없는 법. 나는 따라서 류하 씨에게 한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꿈으로 침투했다.

 

“젤나가 맙소사. 어쩌다가 이게 이렇게 된 거야?”

 

하란국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성과 수많은 병사.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현실과는 다를 바가 없는 위화감이 없는 장소. 꿈 속에서 세계를 창조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 와중에 황제는 카일 씨 얼굴로 되어있고, 여황제는 류하 씨의 얼굴로 이루어졌다.

 

류하 씨의 마음을 얼마나 갉아먹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심각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잠깐 정신을 수습하기 위해서 전에 있던 작전을 떠올렸다. 우선 류하 씨와 내가 잠에 들고 켈모리아가 마법진을 펼쳐서, 꿈속에 있는 카일 씨가 현실로 구현화 되지 않게 막는다.

 

세피르는 위급한 상황에 나를 꿈속에서 탈출시켜주는 밧줄 역할을 하고, 이비는 물리적으로 벌어지는 위급한 상황에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아르트리옴은 마신이라서 자기 멋대로 할 거니까 없는 셈으로 쳐야겠지.

 

주변에서 걸어 다니는 행인이 나를 인식을 하고 쳐다본다면, 의외로 내가 침입했다는 사실을 손쉽게 들켰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지금 당장 류하 씨에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류하 씨에게 이곳이 꿈이라는 자각을 일깨워주고, 카일 씨를 보내주는 방법이 부담 없는 방법이었다.

 

영원히 한 자리에서 돌고 있는 팽이라던가 회전물체를 보여주면, ‘이곳은 꿈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매개체가 될 텐데. 애석하게도 실제 꿈속의 세계에서도 돌고 있는 물체는 언젠가 멈추기 마련.

 

본인의 힘으로 자각하고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한데. 이곳의 꿈 주도권을 빼앗고 싶어도, 지금은 꿈 속에 있는 카일 씨가 장악한 상태니까. 이거 대체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지.”

 

억지로 뺏으려고 한다면 뺏을 수는 있지만, 지금은 꿈속에서 자라난 기묘한 독립적인 정신체가 어떤 반응을 할지 모른다. 나를 피해 숨어버릴 수 있으니 이건 최종적인 방법.

 

혼잣말로 중얼거려서 알 수 없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은 정공법을 통해 류하 씨를 찾아가는 방법이라고는 성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건가? 하지만 여기가 묘하게 현실적인 공간이라면 부수는 순간 난리가 날 텐데?

 

뭐냐? 꼬마야? 성 안에 들어가고 싶니?”

 

탐욕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본 경비대장이 음흉하게 웃으면서 속삭이기 시작했다.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방법이 없네요. 그런데 당신은 뭐죠?”

 

나는 이곳의 경비대장이란다.”

 

설마 이름이 경비대장은 아니겠지. 애석하게도 독립적으로 체계된 세계에는 아직까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힘들은 모양인가보다. 다만, 조금이라도 선을 넘어버리면 나를 범하려는 남자의 불순한 움직임을 파악했을 때. 색욕의 공작의 힘이 너무 강한 탓에, 지금은 쾌락적인 면에서는 매우 활발한 성향을 띠고 있구나.

 

꼬마 아가씨가 아저씨를 조금만 도와주기라도 한다면, 내가 성 안을 구경시켜줄 수 있는데 말이지. 흐흐. 혹시 사탕 좋아하니?”

 

무의식적으로 내 눈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는 걸 뒤늦게 자각했다. 다만, 나에게도 우선 계획이라는 것이 있으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경비대장이 내 뒤에서 천천히 이끌고 휴게실에 들어갔다.

 

-대략적으로 5분 뒤.

 

우악! 여왕님! 저에게 벌을 주세용~”

 

흐응? 여전히 잘 울어대는군요? 이 돼지가! 연하에게 맞고도 흥분하다니 어른이라는 자존심이 없는 건가요?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변태네요!”

 

-다시 15분 뒤.

 

하아. 크흠! . 꼬마야 고맙다. 약속대로 출입증을 줄 테니까 다음에 또 오렴.”

 

…. 그건 생각해볼게요. 그보다 약은 꼭 바르셔야 해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자세하게 알려줄 수는 없지만, 나는 별다른 이상 없이 내부로 침입하는 것에 성공했다. 애초에 맞으면서 고생한 것은 저 남자뿐이라 불쌍하기도 했고, 내가 너무 심하게 다룬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꿈의 세계라서 그런지 일부의 과정이 날아가버렸지만, 그건 아마 미지의 세계에서 모든 이들을 수호하고 있는 킹 크림맨이 지켜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오늘도 날씨가 참 좋군요. 류하 씨.”

카일. 그렇게 바라보면 쑥스럽지 않는가?”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커다란 나무 그림자를 이불로 삼아, 두 사람이 돗자리를 피고 누워있으면서 노닥거리고 있을 때. 주변에 그 둘을 보좌하고 있는 신하들은 길게 날개를 피듯 줄을 서고 있었다.

 

? 저 아이는 누구인가?”

 

. 맞다. 이 꿈에서는 만들어진 사람들마저 나를 인식하고 있었지. 정기의 일부를 소모해서 술과 술잔을 만들어냈다.

 

안녕하신지요. 황제님과 여황제님의 휴식을 하는 와중에 정말 송구하지만, 술을 드리면 두 분의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 같아서 권유하러 온 것뿐입니다. 맑은 청풍이 불어 칠색의 꽃의 마음을 한 가득 흔드는 아름다운 날에, 음악과 술까지 있으면 그곳이야 말로 극락이라는 소리가 있죠.”

 

흐응. 그거 참 기특한 소리로군. 하지만 내가 본 술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인데 무엇인가?”

 

황금색에 붉은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양을 지닌 커다란 옷을 입고 있는 카일 씨가 나에게 물었다. 저번에 켈모리아가 저걸 먹으면서 뭐라 했지? 무슨 이슬이라고 했는데? 말을 지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단어를 만들어서 내뱉었다.

 

이 술은 고대 신선들이 마셨던 이슬이라고 부를 정도로 유명한 술입니다. 다른 학자들은 이 술에 대한 제조법을 알아내기 위해 실제로 신선을 찾기 위한 여행을 했다고 할 정도였죠.”

 

일단 고대의 존재나 유명한 사람을 들먹이기만 하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까. 내가 만들어낸 카일 씨도 우선 사람이라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비록 꿈속의 존재라고 할지라도 현실과 다를 바가 없는 움직임.

 

소녀가 따라드려도 되는 지요?”

 

나는 자신 있게 웃으면서 질문을 하고 있지만, 이미 술잔 2개를 따르면서 지금의 류하 씨 상태를 봤다. 맨 처음에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자각을 곧바로 할 정도로 정신력이 매우 강인했지만, 지금은 눈이 빛을 잃고 누군가에게 장악되어 인형처럼 몸을 맡기고 있을 뿐. 지금 당장 내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못 알아본다면 심각한 것이라 생각했다.

 

어째서 여를 그리 보고 있는가?”

 

너무 빤히 본 결과 나에게 질문하는 류하 씨. 나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이슬을 마시기에는 너무 독하여 여황제님의 입에는 안 맞을 것이라 걱정한 것뿐입니다. 그래서 해결책을 생각하기 위해 잠시 멍하니 있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다. 여를 생각할 줄 아니 기특한 마음씨가 아닌가? 그런데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럼 잠깐 실례를 하겠습니다.”

 

우선 류하 씨를 깨우기 위해.

여전히 내 혀를 찢어버릴 듯한 맛을 참아내며 술을 입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 류하 씨는 서서히 무언가 자각을 하기 시작했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아리엘? 어째서 아리엘이 이곳에 있는 것인가?”

 

류하 씨를 꿈에서 깨우기 위해 찾아온 겁니다. 그리고 제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옆에 카일 씨가 휘두르는 검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류하 씨를 보호하기 위해 방패를 만들어 튕겨냈다.

 

이런. 설마 나를 만들어낸 창조주인가? 그간 잘 살고 있어서 이 여자의 마음을 전부 장악했을 때. 뛰쳐나와서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말이지.”

 

싸늘하고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잔인하게 입을 열었다. 어딘가가 잘못된 카일 씨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내가 알고 있는 카일 씨는 너처럼 행동하지 않아.”

 

그 남자는 언제나 남들의 이상을 위해서 가면을 쓰고 잊어버린 것뿐이지. 원래는 이쪽이 진짜에 가까운 성격이라고?”

 

서슴없이 사람을 해치는 카일 씨의 모습을 보며 위화감을 느꼈는데, 지금 이렇게 마주하고 보니 인간성이 사라져서 공허보다 더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만들어낸 허상과 같은 것.

 

류하 씨에게 더 이상 침식하지 마. 이건 명령이야.”

 

하지만 나는 하급 몽마의 말은 듣지 않거든? 비록 네가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말이지. 지금은 침식이 너무 많이 진행되어서 이곳에서는 내 힘이 너보다 강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앞에 카일 씨가 손짓을 하자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모든 공간이 일정부분 각도를 가지고 꺾이기 시작했다. 생각을 해보면 현실의 카일 씨는 시공간술사 중급인데,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이렇게 넓지는 않았고, 오히려 꿈속에 있는 가짜가 더 넓게 뛰어난 응용력을 가지고 있었다.

 

덤으로 나와 류하 씨는 서로 도와주러 가려면,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경사가 90도로 꺾여버렸다.

 

닥터 스트레인지도 아니고 시간과 공간을 죄다 비틀 줄은!”

 

그 남자는 언제나 자신이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 하지만 그 녀석이야 말로 나쁜 사람의 길에 빠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나락으로 갈 수 있어.”

 

내 뒤에 느닷없이 나타난 가짜 카일 씨에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가볍게 막히면서 복부에 커다란 충격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내 배에 날카로운 무릎이 꽂히기 시작하면서, 몸 안에 있는 공기를 내보내고 격통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윽! 콜록! 콜록!”

 

내가 가장 크나큰 실수를 한 것이 있다면, 기억 속에 있는 카일 씨를 그대로 꺼내왔다는 것. 세부적으로 성격이 어떠한지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하지 않았다. 거칠게 내 머리카락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려서 탐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 당장이라도 너를 제거한다면 나는 해방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네가 은근슬쩍 동경하는 카일에게 당하는 것도 볼만하겠는데?”

 

그 더러운 손으로 허튼수작을 부리기만 해봐.”

 

경멸을 담은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오른손으로 내 목을 치는 것과 동시에 붙잡아서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목에 고통에 신경 쓸 틈도 없이 내 옷부터 붙잡아서 거칠게 뜯으려고 하는 가짜의 분주한 움직임은 어느 순간 천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여는 하란국의 여제다. 고작 이런 위험 때문에 여가 겁을 먹기라도 하는 줄 아는가?”

 

가짜의 복부를 관통한 류하 씨의 검은 아지랑이처럼 살벌하게 주변에서 피어 오르기 시작했고, 입가에 피를 떨어뜨린 카일 씨의 천천히 웃더니, 입가에서는 미안해.”라고 입만 뻥긋하기 시작했다.

 

설마 지금까지 류하 씨가 자신을 떨쳐내기 위해 사악한 연기를 했다는 소리일까? 내 얼굴과 옷에 떨어진 어마어마한 양의 피는 곧바로 증발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진심을 물어 볼 틈도 없이 육신마저 사라져버렸다.

 

카일 씨는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절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꿈속에 있던 카일 씨는 비록 가짜이지만, 다른 이를 도와주기 위해 계획을 꾸미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

 

가짜든 진짜든 카일 씨는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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