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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롯 마법학원은 체육대회 이후에 다음날 학원제로 이루어진다.

바쁜 일정으로 이루어지는 신성한 축제 속에서,

검은 높새바람은 언제나 그렇듯 불길한 바람을 가지고 오는데.

지금 나는 축제에 참여한 관객 1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모자를 눌러쓰고 조용히 돌아다니고 있는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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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녀본 적이 있다면 어릴 때 교육을 받았을 때뿐이었다. 그 때는 왕국 측에서 무료로 어린아이들에게 글과 상식을 알려주는 시기였기 때문에, 나 또한 부모님이 시켜서 학교에 나와서 공부를 하고, 그 안에서 베가프와 마일론을 만난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그 이후에는 제대로 된 학교나 학원에 다닌 적은 없고, 전설의 용병인 은빛 송곳니에 동경하게 되면서 용병으로 뛰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마법학원의 주체로 벌어지고 있는 체육대회와 학원제를 보며, 무척이나 감회가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즐기기만 하면 좋겠지만 이 많은 군중 속에서 검은 높새바람이 숨어있다면, 말 그대로 백사장 모래 속에 있는 바늘을 찾으라는 소리잖아?”

 

마법학원의 학원장인 켈모리아 마그누스에게 직접 날아온 의뢰에는, 이곳에서 검은 높새바람 단원이 숨어들어서 공작이나 테러를 펼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러면 그 사람을 붙잡은 다음에 정보를 알아낸다는 단순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체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덤으로 미스 카멜롯으로 뽑힌 아리엘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수천은 더 될 거라고 생각하면.

 

그렇다고 이 모든 사람들을 전부 잡아서 떠볼 수도 없고 말이지.”

 

혼잣말만 계속 이리저리 중얼거리며 다른 곳으로 걸어가면서 머릿속에서는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카일이 더 의심스러워.]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돌아다니는 모습이요? 그래도 이게 가장 눈에 안 띄는 모습이라고 전 생각하는데요?]

 

[생각은 자유. 현실은 잔혹.]

 

생각을 해보면 풍기위원완장을 착용한 학생들이 나를 가장 껄끄럽게 보고 있는데, 차라리 수상한 사람이라 오해하고 다가와서 말이라도 했다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서 모두 사이 좋게 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겠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계속해서 받는 사람의 입장은 매우 안 좋아지는 것이 당연했다.

 

체육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마법학원이라서 그런지, 꼭 마법을 사용하는 운동방법에서는 허공에 표적이 나타나서 마탄으로 맞추는 사격대회라던가, 피구공에 불이 붙어서 정말 통키를 보는 듯한 살인 피구를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마법진을 누가 먼저 빨리 그려서 그랑ㅈ...아니 저게 왜 나와!

 

체육대회라고 하기에는 그냥 마법경연대회라고 부르는 게 더 확실한 것 같은데?”

 

카일. 오늘도 혼잣말이 심해.”

 

오렌지 빛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나에게 찰싹 달라붙은 소녀는, 내 상체를 감싸 안으며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같이 보고 있었다. 이프티트가 동화하지 않고 직접 나와서 말을 걸은 이유라면...

 

이프리트. 혹시 내가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걸 완화시켜주려고 나온...”

 

이프리트는 앞으로 더 나와야 할 나의 단어들을 검지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막아 세우기 시작했다. 몸은 즉각적으로 이프리트의 수신호에 멈춰버리고 조용히 속삭여오는 이프리트의 느긋하면서도 가냘픈 목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눈치 빠른 건 싫어.”

 

결국 도움이 되기 위해서 연인행세를 하게 된 이프리트의 노력이 있었는지, 그 풍기위원완장을 든 학원생은 더 이상 나를 경계하지 않고 다른 곳을 향해 보기 시작했다. 이프리트의 온기가 코트를 뚫고 내 몸에 오고 있었으나, 평상시처럼 어마어마한 평정심을 끌어 모아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했다.

 

인내를 하고 마음을 갈고 닦으면 정신과 몸이 평화롭다는 구절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저기?”

 

카멜롯 마법학원의 복장 중에서 여학생의 경우에는 어째서 치마의 길이가 짧은지 모르겠다. 모든 아이들의 교복의 핏이 제대로 잘 맞춰져서 처음 본 사람의 스타일까지 자연스럽게 측정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 켈모리아의 의도라고 생각하는데. 어쨌거나 최근 아이들의 성장이 너무 좋다는 생각만 하도록 하자.

 

그림이 좋은 커플이시네요! 2층에서 찻집도 운영하고 있으니 지금 찾아오셨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찾으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당장 찾아오라는 말을 듣고 나중에 알아서 가겠다고 말하기 전에...

 

갈게.”

 

이프리트가 한 발 더 앞서서 질러버렸다.

 

그러면 두분! 안내해드릴게요!”

 

체육대회 이후에 학원제를 할 줄 알았는데, 미리미리 찻집이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곳이 있었구나. 아니나다를까 학원 건물 내부에는 소규모 음식점에서 볼 수 있는 군것질 거리들과 사방에서 풍겨오는 다양한 차의 향기가 복도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프리트는 차를 마시고 싶은 거에요?”

 

이프리트는 나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멍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카일과 노닥거리고 싶어.”

 

결론이 그거냐.

나의 이성에서는 의뢰를 제대로 완수 해야지!”라는 경향이 너무 강해서, 찻집에서 5분만 있다가 나올 생각이었는데, 이프리트는 이곳에서 30분동안 있을 모양인지 여전히 팔짱을 낀 상태로 내 팔에 고개를 기대고 있었다.

 

따라온 곳에서는 정말 텅 비어있다시피 사람들이 없어서, 누가 보면 우리가 첫 손님이라고 생각하겠...

 

축하드립니다! 정령들이 함께하는 찻집의 첫 번째 고객이시네요!”

 

생각이 아니라 첫손님 맞네.

바보 같은 생각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어도 습관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무섭다.

 

다른 곳은 사람이 많아 보이는데 왜 이곳에 내가 첫 번째 손님인 거야?”

 

다른 여학생에게 고개를 돌려서 물어봤는데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여학생이 내 말에 대답을 했다.

 

이곳은 정령사들을 겨냥한 카페라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정령들과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거든요. 게다가 옆에 있는 그 여성분은 정령 맞죠? 딱 봐도 불의 정령 같은데? 벌써부터 인간의 모습을 할 수 있는 걸 보면 상급정령인가 보네요?”

 

정령왕이라는 말은 할 수도 없고 그저 웃어 보이면서 넘어가기로 했다.

 

상급정령부터 인간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경우도 특수한 경우인데, 너는 정령에 대한 이해도가 높네.”

 

이프리트는 그 여학생을 보면서 칭찬을 한 것인지 아직까지 공부가 부족하다고 비꼰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정작 이프리트의 말을 받아들이는 여학생 입장에서는 칭찬으로 알아듣고 고맙다며 화답을 했다.

 

창가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마주보는...

 

이프리트? 저는 독백에서 분명 마주본다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어째서 제 바로 옆에 앉은 거에요? 저 위에 있는 독백이 쓸모 없어졌잖아요?”

 

원래 카일이 하는 독백은 전부 쓸모가 없었어.”

 

저의 존재 자체라고 봐도 무방한 독백들을 모두 쓸모 없다고 하지는 말아주실래요?”

 

매뉴판을 보며 어마어마하게 비싼 금액을 바라봐도, 최근에는 잡화점의 수입이 아니라 부수적인 수입이 많이 들어왔기에 거침없이 주문을 할 수 있었다. 허브티와 팬케이크가 20실버일 줄은 몰랐는데.

 

빚을 지었나. 뭐가 이리 비싼 거야?”

 

혼잣말을 하면서 절약을 하자는 나의 마음을 달래고 있을 무렵.

 

카일. ~”

 

보통 이 장면에 대해서는 여자가 팬케이크를 자르고 남자에게 먹여주는 장면이라면, 나의 경우에는 이프리트가 팬케이크를 기다리기도 귀찮았는지, 아직 주문만 했는데 벌써부터 먹여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프리트. 아직 나오지도 않았어요.”

 

“......그럼 에피타이저를 받아가지 뭐.”

 

에피타이저? 그건 없...으웁!”

 

그런 의미였냐!!!

길게 느껴지는 입맞춤은 불과 3분만에 끝났다. 이프리트가 만족한 얼굴로 눈을 감고 여운에 잠기고 있을 때. 나의 뇌는 장비를 정지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10초동안 멍하니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 여학생들의 환호와 귀여운 비명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었고, 이프리트는 나의 입술을 한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요염하게 바라봤다.

 

부족했어?”

 

부족하고 나발이고 지금 뭐 하는 거에요! 제발 때와 장소를 가려달라고요!”

 

이프리트의 돌발 행동으로 나는 속삭이듯 소리쳤다. 하지만 이프리트는 나의 말을 듣고 대체 어떻게 해석을 했는지 다음과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때와 장소가 맞으면 해도 된다는 소리네?”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프리트는 의외로 치밀한 계산을 하고 있는 정령왕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프리트 특유의 페이스에 말려버렸단 소리인가.

 

정말 알콩달콩한 모습이 보기 좋네요. 사진 찍어도 되요?”

 

윈디. 너는 근데 학원복장을 입고 뭐하고 있는 거야?”

 

밝은 회색의 포니테일을 하고 있는 윈디는 마법학원의 학원복을 입고 사진기를 앞으로 들이밀며 항상 기분 좋게 기어오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야 당연히 이프리트의 적극적인 모습을 찍기 위해 찾아왔죠! 제 친구가 어느덧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서 평생을 같이 하기로 했는데. 이런 경사스러운 일을 하나하나 찍어서 추억으로 돌아보는...끄으으읏!”

 

필사적으로 비명을 참으려는 윈디의 노력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그래. 비명은 지르면 안 돼. 이곳은 조용한 찻집이니까.”

 

-꾸우우우욱!

 

크우웁! , 비명을 지르지 말라니. 이런 상황에서 저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데 비명을 지르지 못하다니...이거 나름대로 기분이 좋은데요♥

 

오히려 이건 역효과인가.

 

당하면서도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가슴속에 담아놔야 하는데, 점점 고통과 쾌락이 커져나가서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못 지르는 갈등이라니...! 카일 씨는 정말 매니악해! 아으으읏♥

 

하트를 써서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마. 그건 느낌표나 마침표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

 

나는 아이언 클로를 풀어주고 윈디에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바람의 정령들의 말로는 뭐라고 하든? 검은 높새바람에서 숨어 들은 사람은 아직 없다고 해?”

 

그거라면 제대로 확인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아직까지는 검은 높새바람에서 보내온 사람도 없고, 다른 곳에서 마법학원을 견제하거나 방해하려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레시아와 시나는 각자 다른 곳에서 감시를 해줄 테니 나중에 텔레파시를 보내도록 하고.

 

허브차와 팬케이크 나왔습니다.”

 

고마워.”

 

웃으면서 가져다 주는 여학생에게 짧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서, 팬케이크 위에 시럽을 뿌리기 위해 손을 가지고 갔는데.

 

-찰싹!

 

이프리트가 나를 오렌지 빛의 눈동자로 멍하니 바라보면서 내 손등을 때린 것이었다.

 

아프잖아요! 대체 왜요?”

 

카일은 부먹파야?”

 

팬케이크에 부먹과 찍먹이 있을까 보냐!”

 

예로부터 부어서 먹는 사람과 찍어서 먹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독립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뿐. 상호간에 옳고 그름은 없다.

 

이프리트는 시럽을 담은 병에다가 어떻게 팬케이크를 잘라서 어떻게 찍어먹으려고요? 이건 부어서 팬케이크를 촉촉하고 달콤하게 만드는 거란 말이에요.”

 

안 돼. 카일이 당뇨병에 걸려.”

 

걸릴까 보냐!”

 

아직까지 나는 당뇨병에 걸릴만한 무식한 식단은 하지 않았단 말이야!

 

내 건강을 생각하기 전에 이프리트가 즐길 거리를 좀 생각하라고요.”

 

달콤한 메이플 시럽이 팬케이크 위에서 내려올 때마다 그윽한 향이 주변에서 퍼져나가고 있었다. 따듯하게 데워놔서 그런지 하얀 김이 하늘로 승천하면서, 시럽은 팬케이크를 코팅하듯이 반짝이며 하얀 그릇으로 내려오기 시작했고, 그 중에 일부를 잘라서 이프리트에게 말했다.

 

~ 하세요.”

 

이프리트는 나의 말에 처음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순종적으로 입을 벌리기 시작했고, 팬케이크 조각을 꽂아 넣은 포크를 덥석 물기 시작했다.

 

맛있어요?”

 

. 최고야.”

 

이프리트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행복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것도 잠시 곧바로 윈디가 저도 주세요! 저도 카일 씨가 직접 뜨겁고도 끈적한 시럽을 뿌린 걸로요.”라는 말을 했고, 윈디의 쓸 때 없는 입을 막기 위해 아이언 클로를 출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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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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